코어(The Core, 2003)

딥 임팩트, 아맛게돈과 비슷한 ‘세계가 멸망할 우주적 재난을 우주선 타고간 영웅들이 희생해가며 해결’하는 영화이다. 다른 점은 지구의 코어 회전이 멈춰서 자기장이 사라지고, 지구의 자기 보호막이 없어지는 것이 재난이고, 땅을 파고 들어가서 해결한다는 것. 그리고 우주선 탄 주인공들이 두 명 살아남는다. 외롭지 않게 남녀로…

지구의 액체 핵이 회전해 자기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은 왠만한 SF영화들도 묘사하지 않은 점이라 훌륭하다 할 수 있지만, 그 외에 부분은 아주 너무 과장이 심한 영화이다. 저런 우주선 따위 가능하지도 않고, 고작 핵폭탄을 터트린다고 해도 지구의 핵이 어떻게 영향 받는게 아니다. 마치 산을 무너트리겠다고 권총탄 쏘는 격. 인류가 뭔가 우주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존재라는 자의식 과잉이 깔려 있는 영화랄까.

특수효과는 2003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꽤 괜찮은 편이다. 다만 지구 내부는 원래 시야가 좋지 못 할테니 그걸 계속 CG로 보여주는 식이라 상당히 어색하다. 어찌보면 SF배경 PC게임의 시네마틱 영상 같은 느낌이다.

배우들은 꽤 쟁쟁하다. 여기저기 SF영화 잘 나오는 브루스 그린우드, 투페이스 에런 엑하트, 강인한 여성역을 잘하는 힐러리 스웽크 등이 나오고, 조연들도 여기저기 자주 보이는 얼굴들이다.  스탠리 투치가 연기하는 짐스키 박사가 원래는 겉멋만 들고 이기적인 천재 박사였다가(애초에 코어가 멈춘것도 이 사람 탓) 나중에는 자기희생까지 하는 캐릭터로 나오는게 묘미. 다른 캐릭터들은 캐릭터성 변화가 거의 없는데 이 캐릭터는 변화폭이 커서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