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 안드레아스(San Andreas, 2015)

헐리우드식 재난영화. 국가 수준의 지진이 일어나 도시가 박살나고, 구조 전문가인 주인공은 사람들이 아니라 가족들을 구하기 위해 바쁘다. 미국 답게 가족관계는 파탄이었는데 이 기회에 복원. 지진을 미리 예측한 과학자라던지 재난 영화에 나올 클리세를 아주 풍성하게 넣어놓았고, 특수효과도 상당히 좋다. 개인적으로 특수효과는 2012보다 더 현실감이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재난을 이겨내는 합리성은 드웨인 존슨의 근육이 만들어낸다.

딸 역할의 알렉산드라 다다리오가 아주 예쁘게 나온다. 퍼시잭슨 시리즈에 나왔을 때보다 더 예뻐진 듯. 특히 눈 색깔이 아주 만화 캐릭터 같다.

너무 전형적인 것들이 다 모인 영화이지만, 편의점 도시락처럼 다 중간이상은 가기 때문에 보면서 시간 보내기 좋은 영화이다. 내 평점은 별 3.5개.

인투 더 스톰(Into the Storm, 2014)

영화 트위스터를 연상하게 하는 토네이도 소재 재난영화. 넷플릭스에서 오래전에 봤는데 후기를 빠트려서 이제야 쓴다.

호빗 시리즈에 나왔던 리차드 아미티지를 제외하고는 배우들이 거의 모르는 배우들이고, 내용이 너무 재난영화의 클리세 덩어리라서 그렇게 큰 재미는 없었던 작품.

스토리 자체는 평이했지만 영화에 학교, 주인공 아들이 여자친구 도와주려고(꼬실려고…) 간 폐지공장, 스톰 채이서들 등 여러 이야기 축이 있는데 결국 자연스럽게 하나로 합쳐지는 연출은 나쁘지 않았다. 현장감을 높히려고 한물간 핸드핼드 카메라 연출을 한건 애매.

스토리와는 별로 관련없이, 토네이도를 인터넷 방송으로 보여주려는 얼간이 스트리머 두명이 있는데, 이들은 미국 만화적인 캐릭터인지 별의 별 사고를 치고도 죽지를 않는다. 이 영화의 특이한 부분. 다만 별로 웃기지는 않았다.

그리고 현실보다는 다소 과장된 면이 있어 보이지만, 토네이도와 재난을 CG로 그려낸 것이 꽤 디테일하고 좋았다. 2012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특수효과로 도배하지 않고 필요한 곳에만 집중해서 괜찮은 결과를 뽑아냈다는 느낌.

내 평점은 별 3개. 나는 그냥 애매하게 느꼈는데, 마눌님에게는 꽤 재미있었다고.

트위스터(Twister, 1996)

스필버그의 엠블린 엔터테이먼트사에서 제작한 스톰 채이서들을 소재로 한 재난 영화. 역시 당시에는 스필버그가 근처만 지나갔던 영화라도 스필버그 사단이라느니 쥬라기 공원 제작진이라느니 홍보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역시 이것도 스필버그 영화로 아는 사람들이 많다. 감독은 스피드를 만든 얀 드봉.

헬렌 헌트가 연기한 ‘조’는 아버지를 토네이도에 잃어 토네이도를 연구하게 된 기상학자이고, 빌 팩스톤이 연기하는 ‘빌’은 조와 결혼했다가 이혼 직전인 토네이도 연구가이자, 기상 관측 드론인 도로시의 개발자이다. 그 둘이 티격태격하면서 토네이도를 추적하는 내용. 도로시의 설계를 훔쳐서 공개하는 바람에 유명해져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과학자가 등장해서 빌과 경쟁관계에 있다가 나중에 지나친 욕심으로 토네이도에 휩쓸려 죽는 내용도 나온다. 나중에 순간의 아이디어로 도로시를 성공적으로 개량해 띄우고, 조와 빌이 토네이도를 피하다가 무슨 지하수 헛간에 몸을 묶고 토네이도의 중심을 보게 되는 장면이 하이라이트.

당시 한국사람들은 바다건너 뉴스로만 보던 토네이도라는 소재를 신선하게 생각해 꽤나 흥행했던 기억이 난다. 개인적으로 빌 팩스톤과 헬렌 헌트의 조합이 쥬라기 공원의 샘 닐과 로라 던 조합과 배우들 느낌이 비슷해서 흥미로웠다.

개인적인 기억으로는 이 영화가 내가 동네 비디오 대여점에서 VHS테잎을 빌려 보았던 마지막 영화이다. 그 이후에는 ADSL 이 설치되서 영화 영상을 쉽게 다운 받을 수 있게 되니 테잎을 빌리러 비디오 대여점을 안가게 되었다. 소장용 VHS 테잎 몇개 구매하러 대여점에 들락 거린 적은 그 후에도 있었지만.

컨테이젼 (Contagion, 2011)

코로나19 판데믹 상황과 비슷하다고 해서 갑자기 유명해진 영화. 영화 자체는 아마 사스와 신종플루에서 영감을 받아서 만든 듯. 구글 플레이 무비에서 대여해서 감상.

영화는 거의 다큐멘터리식 영화에 가깝다. 딱히 핵심 주인공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개인의 활약이나 액션, 스릴 같은 것은 없다. 개개인이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과정과 또 개개인이 그 바이러스를 막으려 노력하는 모습, 희생과 악용 하는 과정, 그리고 극복 등을 각각의 인간적인 모습으로 그린다. 우리나라 영화 ‘감기’와는 무척 다르다. 감기는 흥행영화용 재난영화라면, 이건 리얼리티를 살린 쪽이다. 일반적인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코로나19 상황이 아니라면 크게 성공하지는 못할 영화다.

그런데 정말 코로나19와 비슷하다.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유래해 중국을 통해 전세계로 대 유행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사람들은 사재기를 하고 그 와중에 돈을 벌려고 정보를 왜곡하는 사람도 있다. 여러모로 현실적인 영화라 할 수 있다.

마지막은 백신이 생산되고 점차 사회는 회복되며, 맷 데이먼의 가족이 다시 안정을 찾아가는 장면, 그리고 바이러스 저장소를 통해 이 또한 인류에게 지나가는 바이러스 중 하나…라는 식으로 담담하게 끝난다.

배우들이 정말 네임드급들이 잔뜩 나온다. 이런 영화에 이정도 투자가 가능한가? 싶기도 한데, 아마 스티븐 소더버그 영화라서 그런 듯.

내 평점은 별 4개.

코어(The Core, 2003)

딥 임팩트, 아맛게돈과 비슷한 ‘세계가 멸망할 우주적 재난을 우주선 타고간 영웅들이 희생해가며 해결’하는 영화이다. 다른 점은 지구의 코어 회전이 멈춰서 자기장이 사라지고, 지구의 자기 보호막이 없어지는 것이 재난이고, 땅을 파고 들어가서 해결한다는 것. 그리고 우주선 탄 주인공들이 두 명 살아남는다. 외롭지 않게 남녀로…

지구의 액체 핵이 회전해 자기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은 왠만한 SF영화들도 묘사하지 않은 점이라 훌륭하다 할 수 있지만, 그 외에 부분은 아주 너무 과장이 심한 영화이다. 저런 우주선 따위 가능하지도 않고, 고작 핵폭탄을 터트린다고 해도 지구의 핵이 어떻게 영향 받는게 아니다. 마치 산을 무너트리겠다고 권총탄 쏘는 격. 인류가 뭔가 우주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존재라는 자의식 과잉이 깔려 있는 영화랄까.

특수효과는 2003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꽤 괜찮은 편이다. 다만 지구 내부는 원래 시야가 좋지 못 할테니 그걸 계속 CG로 보여주는 식이라 상당히 어색하다. 어찌보면 SF배경 PC게임의 시네마틱 영상 같은 느낌이다.

배우들은 꽤 쟁쟁하다. 여기저기 SF영화 잘 나오는 브루스 그린우드, 투페이스 에런 엑하트, 강인한 여성역을 잘하는 힐러리 스웽크 등이 나오고, 조연들도 여기저기 자주 보이는 얼굴들이다.  스탠리 투치가 연기하는 짐스키 박사가 원래는 겉멋만 들고 이기적인 천재 박사였다가(애초에 코어가 멈춘것도 이 사람 탓) 나중에는 자기희생까지 하는 캐릭터로 나오는게 묘미. 다른 캐릭터들은 캐릭터성 변화가 거의 없는데 이 캐릭터는 변화폭이 커서 재미있다.

 

그래비티 (Gravity, 2013) 관람기

GRAVITY

요즘 인기 1위인 영화 그래비티를 결혼기념일날 3D로 관람했습니다.

한마디로 ‘3D로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입니다.

그래비티는 그렇게 짜임새가 좋거나, 작품성이 최고인 영화라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하지만 시각적인 면에서 이 영화는 최고입니다. 그리고 과학적이나 논리적으로 사실성이 있다고 하기엔 문제가 많은 영화입니다. 하지만 시각적인 사실성이랄까…시각적으로 관객이 빠져들고, 거기에서 진짜 같다고 느끼게 하는데는 최고인 영화입니다. 그 시각적인 면을 위해 모든 것이 잘 맞아 떨어지게 만들어진 훌륭한 영화입니다.

주인공인 샌드라 블럭이 사고를 당하고 귀환하기 까지 걸리는 시간이 약 3시간인데, 상영시간은 90분입니다. 그리고 조연 1명을 제외하고는 등장인물이 주인공뿐입니다. 즉 별로 크게 시간이 요약되지 않고, 관객은 처음부터 끝까지 샌드라 블록과 함께 합니다. 샌드라 블록의 고생과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함께하게 되죠. 그런 점도 영화에 무척 흡인력을 주네요.

SF를 좋아하거나, 재난 액션 영화를 좋아하거나, 어렸을 때 우주에 대한 꿈을 가지셨던 분들은 꼭 보시기 바랍니다. 3D나 4D로 보시기 바랍니다.

—여기서 부터 스포일러 주의

ps. 인공위성이나 우주유영에 대해 지식이 많은 사람에게는 참 많은 것이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게 하는 영화입니다. ㅎㅎㅎ 캐슬러 신드롬이 그렇게 쉽게 나지도 않구요, 우주정거장들이 너무 가까이 있고, 샌드라 블록이 나중에 입은 러시아 우주복은 우주유영이 원래 안되는 옷이죠. 등등. 그렇지만 다 넘어가고 집중하게 하는 흡인력이 있습니다.

ps. 죽은 조지 클루니가 갑자기 살아서 나타나는 장면은(결국 환상이었지만)…생각하면 참 말도 안되고 유치한 연출인데, 조지 클루니의 능청스런 연기와 연출로 그럴듯하게 넘어갑니다. 오히려 좋았습니다.

ps. 샌드라 블럭이 조지 클루니에게 죽은 딸에게 빨간 신발을 찾았다고 전해 달라며 살아야 겠다고 다짐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ps. 원래 조지 클루니 대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샌드라 블럭 대신 나탈리 포트먼을 섭외하려고 했었다는데, 그랬어도 캐릭터가 충분히 어울리긴 했을 듯 합니다. 특히 능글맞는 연기는 로다주가 최고긴 하죠. 하지만 너무 마블 세계관이 연상되었을 듯 하군요. 샌드라 블럭과 조지 클루니도 더할 나위 없이 연기를 잘 해주었구요.

ps. 중국 우주정거장 텐궁은 별로 당한것도 없는데 추락하네요. 이유가 설명 안되는…

ps. 아폴로 13호 영화가 다시 보고 싶어졌습니다. 에드 해리스 목소리 때문인가…

ps. 우주왕복선이 퇴역했으니, 우주왕복선이 나오는 영화는 이제 이것이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안타깝네요. 어렸을 때의 꿈의 우주선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