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어(The Core, 2003)

딥 임팩트, 아맛게돈과 비슷한 ‘세계가 멸망할 우주적 재난을 우주선 타고간 영웅들이 희생해가며 해결’하는 영화이다. 다른 점은 지구의 코어 회전이 멈춰서 자기장이 사라지고, 지구의 자기 보호막이 없어지는 것이 재난이고, 땅을 파고 들어가서 해결한다는 것. 그리고 우주선 탄 주인공들이 두 명 살아남는다. 외롭지 않게 남녀로…

지구의 액체 핵이 회전해 자기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은 왠만한 SF영화들도 묘사하지 않은 점이라 훌륭하다 할 수 있지만, 그 외에 부분은 아주 너무 과장이 심한 영화이다. 저런 우주선 따위 가능하지도 않고, 고작 핵폭탄을 터트린다고 해도 지구의 핵이 어떻게 영향 받는게 아니다. 마치 산을 무너트리겠다고 권총탄 쏘는 격. 인류가 뭔가 우주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존재라는 자의식 과잉이 깔려 있는 영화랄까.

특수효과는 2003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꽤 괜찮은 편이다. 다만 지구 내부는 원래 시야가 좋지 못 할테니 그걸 계속 CG로 보여주는 식이라 상당히 어색하다. 어찌보면 SF배경 PC게임의 시네마틱 영상 같은 느낌이다.

배우들은 꽤 쟁쟁하다. 여기저기 SF영화 잘 나오는 브루스 그린우드, 투페이스 에런 엑하트, 강인한 여성역을 잘하는 힐러리 스웽크 등이 나오고, 조연들도 여기저기 자주 보이는 얼굴들이다.  스탠리 투치가 연기하는 짐스키 박사가 원래는 겉멋만 들고 이기적인 천재 박사였다가(애초에 코어가 멈춘것도 이 사람 탓) 나중에는 자기희생까지 하는 캐릭터로 나오는게 묘미. 다른 캐릭터들은 캐릭터성 변화가 거의 없는데 이 캐릭터는 변화폭이 커서 재미있다.

 

고스트 워(Spectral, 2016)

넷플릭스에서 ‘고스트 워’라는 제목으로 공개중인 영화 스펙트랄을 봤다. 아마 스펙트랄이라는 단어가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안쓰이는 영어단어라 뜻이 전달 되지 않으니 고스트 워라고 바꾼듯한데, 많이 촌스러워졌다. 아마 스펙트랄이라는 단어가 유령이란 뜻도 있지만 스펙트럼의 어원도 되기 때문에 극내용상 중의적인 제목으로 쓴것 같다.(스펙트랄들이 특정 스펙트럼의 빛을 비추면 육안으로 보인다)

(스포일러 있음)

나름 재미있었다. 초반에는 블랙호크 다운 같은 느낌이고, 후반엔 군대판 안웃긴 고스트버스터. 특수효과도 괜찮고 액션도 봐줄만 하고, SF로서의 합리성도 그럭저럭 갖췄다. 등장인물들이 다 미신을 믿는다는 소리를 하기 싫어서 입밖에 내지는 않지만 유령으로 알고 있던 적이, 알고보니 첨단 기술로 만들어낸 존재라는 것. 인간을 스캔해서 한땀한땀 3D프린트 한 에너지 존재라는 설정은 나름 좋았다. 나름 공포영화의 구색도 갖추려고 했는지 사람들 신경계 다 발라놓은 장면까지 나오는데, 무섭다기 보단 슬펐다.

그런데, 적들은 그런 새로운 존재를 무기로 만드는데 엄청난 자원과 시간을 썼는데, 주인공은 대항할 무기를 하루밤만에 동굴에서 기존 무기 해체해서 뚝딱뚝딱 만들어서 몇개 소대를 중무장 시킨다.(이야기 들어보면 그 무기가 플라즈마 캐논이다!) 그리고 로봇용 파츠까지 만들어 붙이고. 토니 스타크보다 더한 존재인듯.

배우들이 나름 볼만한 배우이다.  주인공은 아이언맨3, 플라이트, 13시간등에 나온 제임스 뱃지 데일, 여주인공 에밀리 모티머도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에는 안나왔지만 나름 네임드이고, 맥스 마티니는 퍼시픽 림에서 호주 예거의 파일럿으로 나오는 등 익숙한 아저씨.  장군역으로 브루스 그린우드도 나온다.

ps. 스펙트랄 들이 처음엔 철가루를 뿌려만 놔도 거길 못 지나갔을 정도로 이동에 제한이 컸는데, 나중에 아예 유령처럼 날아다닌다. 그리고 그에 대한 마땅한 설명이 없다.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전력을 끊으면 한방에 죽는다는 것도 딱히 설명이 안되고.

ps. 그럴듯하지만 보스-아인슈타인 응축은 안보이는 유령물질을 만드는 이론은 아니다. 차갑기는 하지만, 플라즈마 캐논 까지 없어도 일반 기체로 쉽게 되돌아 온다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