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일찍 잤기 때문에 몰랐다가, 아침에 일어나서 어이가 없었습니다. 숭례문이 전소되는 화재가 생기다니. 관련뉴스와 사진들
제가 어렸을 때는 숭례문 (최근까지는 ‘남대문’이라고 불렀죠)이 그저 국보 1호이고, 버스타고 가다보면 서 있는 낡은 문짝일뿐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수시로 보수공사를 하더니 예쁘고 깔끔하게 변하더군요. 하지만 제가 그 아름다움을 알게 된건 카메라를 사고 나서였습니다.
언제인지는 확실치 않은데, 캐논 S30이라는 300만화소 카메라로 찍은 사진입니다.
저 사진들을 찍을 때만 해도, 숭례문 주변을 도로들이 빙 둘러 있었기 때문에, 차들이 주변을 돌았습니다. 그래서 꽤나 예쁜 야경사진이 나왔고, 가까이 접근하기도 쉽지 않았죠. 대신 저 사진을 찍은 위치에 포토존이라고 “여기서 찍으면 남대문이 가장 예쁘게 나온다”는 위치에 쇠로된 동그란 맨홀뚜껑 같은게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숭례문의 야경을 찍으려고 어두워지길 몇시간씩 기다리다가 추워서 근처 PC방에 들어가서는 할 게임이 없어서 IRC나 하기도 하고, 좀 떨어진 YTN건물의 스타벅스에 들어갔다가 커피를 안좋아해서 주문할게 마땅치 않았던 기억도 나는군요. 그리고 여름에는 주변에 노숙자들이 많았는데, 노숙자 가족의 꼬마 여자아이가 디지털 카메라에 호기심을 가져서 이것저것 대화했던 기억도 납니다.
같은 위치에 캐논 IXUS 430이라는 카메라를 놓고 찍어서 애니매이션으로 만든 사진.
좀 흔들려서..오래보면 어지럽습니다..;;
IXUS 관련 디지털 카메라 동호회에서 이 사진때문에 야경을 찍어보겠다는 분들이 생겨서, 같이 모여서 사진을 찍었던 기억도 나는군요. 카메라를 가지고 남을 가르친다는게 무척 어렵고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도 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야경을 찍는 것에 재미가 들려서 디지털 카메라 리뷰를 할때 야경테스트를 한다고 저 장소에 자주 가던 기억도 나는군요. 제가 예전에 쓴 디카 리뷰들 보신 분들은 남대문과 경복궁이 좀 지겨웠을 겁니다. ㅎㅎ
나중에는 이명박 시장이 관광자원을 발굴한다고 남대문 주변을 새로 단장하는 공사를 해서 한참동안 사진찍기 불편했던 기억도 납니다. 그후로는 남대문 사진이 흔하고, 뭔가 ‘손에 닿지 않는’물건이라는 느낌도 약해져서 주변을 지나가다 수문장 교대 의식을 한두장 찍는것 외에는 안찍었네요.
이런 추억들이 남아 있는 숭례문이…그을린 돌맹이와 재로 변했다는게 정말 슬프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