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떡밥은 회수하지 않는다, 다만 새 떡밥으로 교체할 뿐. 에반게리온 : Q

원래 영화적 구성의 완성도는 높지 않은 리빌드 시리즈지만, 에반게리온 Q는 좀 더 심하군요. 서의 짜릿한 하이라이트도 없고, 파의 파격도 없습니다. 그냥 극에 달한 불친절함으로 ‘이게 뭐지?’ ‘뭐라는거야?’ 하게 만들다가 신지가 낚여서 포스 임팩트 일으키고, 또 중간에 취소되서 끝.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초호기도 등장하지 않고, 갑자기 14년 후로 시대 배경이 점프한데다, 미사토의 180도 변한 성격, 신지를 다들 경멸하는 것에 대한 설명도 부실합니다. 신지가 일으킨 ‘니어 서드 임팩트’와 센트럴 도그마의 ‘서드 임팩트’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설명이 전혀 없이 넘어갑니다. 갑자기 신지의 시점으로 영화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더 설명이 부실합니다. 서와 파도 신지의 고민이 있을 때는 신지의 시점이었지만, 이번은 좀 전체적으로 그렇습니다. 에반게리온을 쭈욱 봐오던 사람도 많은 것을 추측해 가며 봐야 하는 정도죠.

분더의 발진 장면 등 많은 부분이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를 재구성했습니다. 팬으로서 감동이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부분은 잘 마음에 와 닿지 않더군요. 왠지 모든 것이 분더의 발진 하나를 위한 설정인 것 같았습니다. 14년의 점프도 없는 분더를 건설하고, 미사토를 함장으로 앉히기 위한 시간인 것 같습니다(그 외에는 점프한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에바의 주박’이라는 노화방지 설정도 14년 점프 후 아스카를 그대로 쓰기 위한 것 같구요.

이 애니에서 유일한 ‘친절한 설명’은 후유츠키 부사령관의 ‘이미 알고 있는 내용 + 신극장판에서 달라진 부분 설명’ 뿐입니다. 그래…원래 친절한 노인네였어.(가고일 때부터 배경 설명 전담 성우 ㅋㅋ)

새로운 떡밥이 대폭 증가 한 것에 비해, 오래된 떡밥은 해소시켜 주지 않았고, 이야기는 지지부진 합니다. 카오루의 죽음도 예상한 바여서 충격적이지 않았고(사도가 왜 목걸이 폭탄으로 죽는거야?), 신지는 뻔한 것에 낚이기나 하고(아무것도 안하던 찌질이가 그대로 추진력만 생겼다…), 분더는 대단한 모습을 보여줘 기대하게 만들더니 포스 임팩트에서는 아무것도 못하고… 그냥 그러네요.

이 벌려 놓은 판을 어떻게 정리할 지, 다음 편을 보기 전에는 Q의 평을 마무리 지을 수 없을 듯 합니다.

 

ps. 미사토는 서에서도 파에서도 신지 하는 행동을 밀어주고 응원하던 입장이었습니다. 신지가 일으킨 니어 서드 임팩트도 미사토가 ‘니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가라’고 응원한 직후 발생한 일이었죠. 그런데 신지에게 그렇게 무심할 자격이 되나 싶습니다. 이게 합당한 설명이 없으니 추측이 난무. 아무래도 함장 = 무게잡기 라는 안노 감독의 개인 취향인거 같지만. 즉, 네모선장의 패러디. 신지를 그릴 때 나디아와 혼동된다는 사다모토씨의 말이 생각 나네요. ㅋ

 

ps. 나디아를 정말 많이 패러디 합니다. 분더의 발진은 뉴 노틸러스의 발진 장면을 그대로에 주포나 날개 등 모습도 비슷합니다. 음악도 여러 가지 다시 편곡해 썼구요. 수염 난 기관장까지 생기고, 네모선장의 성우던데…ㅋ

타르테소스의 바벨탑과 같은 구조물도 네르프 본부 터에 나옵니다. 둘 다 폐허라 느낌도 동일.

 

ps. 아스카의 주먹 힘을 봐서는, 이미 인간이 아닌 듯. –_-

 

ps. 군함도 많이 나오고 하지만, 사람들은 별로 나오지 않습니다. 주요 인물과 빌레의 스텝 외에는 전무. 왜 인지 모르게 엑스트라가 거의 나오지 않는 애니가 되었네요. (그래서 인력이 부족한가!) 포스 임팩트 때도 LCL화 하는 사람들이 나오지 않으니 재앙같은 느낌이 희박합니다.

 

ps. 제레를 없애고 모든 흑막의 배후로 승진한 겐도. 경축. 제레는 인류에게 문명을 주었다 어쩌구 하는 거 봐서는 고대 문명의 후예인가 싶네요.

 

ps. 다음 편 예고는 왠일인지 짧은 컷 여러 개를 이어 붙인 것이 아니라, 전투 장면 하나 통으로 넣었더군요. 안노가 요즘 사무라이 영화에 빠졌나 싶은 연속 에바 베기! –_- 저 장면도 다음 편에 과연 나올지는 의문이지만.

에반게리온 : 파

※ 스포일러 경고 : 어차피 에반게리온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알거 다 알겠지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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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터... 초호기 히이이이~ 하는 상태를 형상화 한건가 -_-;

파괴는 진화의 시작은 개뿔…  확실히 많이 때려부숩니다만….  초호기가 레이와 합체해서 히이이이~~ 하는 상태가 되서 진화하는 듯 하다가 뒤통수에 롱기누스 창 맞고 파워 OFF당하는군요. ㅋㅋ

사실 스토리가 파격적으로 변한다고 하길래 기대했는데, 그리 많이 바뀌진 않습니다. 아스카의 등장이 달라지고, 새 여자 캐릭터에, 에바 3호기가 토우지가 아니라 아스카가 타다가 박살나고…전체적인 진행은 TV판과 비슷합니다. 다만 마지막에 사도 제루엘과 싸우는 내용이 달라졌군요. 제루엘이 폭주하는 초호기에게 S2기관을 먹히는 내용이 아니라, 레이를 흡수했다가 신지가 레이를 되찾으려고 오바질하게 만듭니다. 다음편은 ‘Q’라는데, 요새도시도 버려진다고 하니 TV판과는 확연히 달라질거 같은 예감입니다.

신지는 이번에도 우울증환자. 그러나 겉으로 보기엔 복이 터졌지요. 레이는 신지를 좋아해서 계속 이벤트 준비하고, 아스카는 그런 레이를 질투해서 같이 요리를 해대고, 새 여자 캐릭터는 가슴으로 신지에게 착지 -_-;;;; 미사토는 오바질하는 신지에게 원하는대로 하라고 응원하질 않나….하여간 여복이 터지는것도 모자라서, 마지막에는 “이번엔 너를 행복하게 해줄께”라는 카오루(인간은 아니지만…분명 남자겠지..)까지…어흑..

전체적으로 ‘서’편 보다는 ‘영화적인’ 자체적인 구성은 떨어집니다. 야시마 작전같은 하이라이트도 없고, 매니아가 아니면 이해하기 힘든 진화니 인류보완계획이니 뭐니 떠들어대는 내용도 많거든요. 전투 장면도 지나치게 화려할뿐, 거대한 인간형 병기의 움직임이라는 느낌을 주기엔 좀 부족한 느낌입니다.(예전에 살짝 움직여도 창문이나 전화부스가 으스러지던 그런 느낌이 어딘가 사라지고, 건조한 3D 자동차와 건물들만 날아다니는…)

하지만 에바는 에바니까…일단 만족! (비논리적이어도 어쩔수 없다!)

 
ps.
전 이상하게 ‘에반게리온’이 아니라 ‘에반겔리온’이라고 발음하는게 버릇이 고쳐지지 않습니다.

ps.
마키나미 마리인가…새 캐릭터는 안경소녀라는 점 빼고는 개성이 좀 부족한데…. 성격도 아스카랑 비슷한거 같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하군요.

ps.
엔드 그레딧 올라올때 글자 배경에 생기는 무지개 모양이 좀더 강해졌군요.
그리고 뷰티풀 월드 노래도 연주가 좀 바뀐 느낌.

ps.
메가박스와 CGV등, 극장 예매가 파이어폭스에서 되는게 정말 마음에 듭니다. 왠지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느낌?

ps.
우울하거나 섬뜩한 장면때마다 귀여운 노래 나오는 연출은 좀 -_-;

ps.
저는 ‘기대보다 별로 안 변했다’라고 했는데,
캐릭터 중심으로 보면 꽤 미묘하게 많이 바뀐거긴 합니다. 자세한 내용으로는 페니웨이님의 글을 참고하세요.

기쁨 반 실망 반이었던 에반게리온:서

오늘 용산CGV에서 “에바 신극장판”이라고도 불리는 “에반게리온 서”를 조조로 봤습니다. 결과는 기쁨 반 실망 반이었어요. “서비스 서비스!”라는 멘트가 뭔지 아는 TV판 매니아들에게는 최고의 서비스이자 기회였습니다. 본격적으로 쓰인 3D는 2D셀화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 그 장점을 빛내주고요,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과 폭발장면, 더 디테일한 작화, 사도의 세밀한 움직임과 변형, 도시의 화려한 변신등 그야말로 눈요기거리가 TV판보다 100만배 강해졌습니다. 특히 마지막 야시마 작전의 전투장면은 최근 애니들중 가장 박진감 넘쳤던거 같습니다. (사도 Ramiel은 살살 회전하니까 더욱더 라퓨타의 비행석 스럽더군요 쿨럭) 살짝씩 바뀐 스토리와 인물들도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성우들 연기도 10년전을 그대로 회상하게 해줄정도로 대단했습니다. 마야 목소리는 좀 간드러져 진거 같았지만. (원래 중성적인 느낌이 좀더 있었던거 같은데)

하지만, 기존의 경험을 제외하고, 영화적인 면이나 처음 에바를 접하는 사람들의 기준으로 따지면 무척 실망스러웠어요. 에반게리온:서 편은 약간의 변화를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TV판의 다이제스트 스토리이기 때문인지, 영화가 에바의 상징적인 장면들로만 강강강강이라는 박자로 편집된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인 야시마 작전에서는 영화의 클라이막스와 마무리를 위해 ‘전 자신의 의지로 에바를 탄 신지를 믿어요’라든가, ‘일본 전체의 전력과 희망을 모아서 너에게 줄께’라는 유치뽕짝스러운 열혈 대사까지 나옵니다. 일만 터지면 가출을 일삼던 새가슴 우유부단 신지가 뜬금없이 불굴의 영웅으로 재탄생하는 순간이죠. 에바는 원래 이런게 아니잖습니까?

영화는 처음 에바를 접한 사람들에게 무진장 불친절합니다. 바다는 왜 빨간지, 도시는 왜 저꼴인지, N2지뢰는 뭔지, 에바는 뭔지, 사도는 뭔지, 에바는 왜 애가 조종하는지, 네르프는 뭔지, 지오 프론트는 뭔지, AT필드는 뭔지, 쟤는 왜 폭주하는지, 겐도는 왜 저리 불량아빠인지, 레이랑 바람피나? 제레는 뭐고, 인류보완계획은 뭐고, 마기는 뭐고, 세컨드 임팩트는 뭐고, 아담은 뭐고, 리리스는 뭐고, 엔트리 플러그는 뭐고, LCL액은 뭔지, 플러그 슈츠는 뭔지, 프로그레시브 나이프는 뭔지, 무슨 무슨 파트는 뭐고, 언비리컬 케이블은 뭐고, 저 달에서 혼잣말하는 미친 소년은 뭐지 등등…. 수많은 정보와 떡밥과 의문이 1초 단위로 지나갑니다. 그런점은 TV판도 마찮가지지만 TV판은 도시풍경을 보여주는 매우 느린 진행이 많고, 에피소드 사이사이 시간에 생각을 하거나 설정을 자기 합리화할 여유가 많았어요. 하지만 극장판에는 1시간반이라는 짧은 시간에 급하게 소화해야 합니다. 기계적으로 따져도 TV판 6화분량, 약 140분과 몇몇 후반부 내용이 90분으로 요약된것입니다. 제 여자친구도 저에게 미리 사전 과외(?)를 받았지만, 극장을 나오면서 하나도 모르겠다더군요.

특히 아까 말한 도시풍경을 보여준다거나, 기타 자잘한 표현들이 없어졌기 때문에 처음 에바를 접한 관객이 캐릭터나 로봇, 도시 등에 감정이입을 하고, 신제3동경시와 미래라는 공간적인 면을 이해할 여유가 무척 촉박합니다. 중간중간 나오는 컴퓨터 그래프나 화면등이 헐리우드 SF영화들은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넣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에바의 경우는 이해를 돕기보다는 ‘봐라 더 화려해졌지?’하려는 듯 복잡하기만 한것도 문제입니다. 간결한 그래픽과 문자로도 멋진 디스플래이를 보여주던 에바의 디자인 방식은 넉넉해진 예산으로 증발한겁니까?

입벌어지는 야시마 작전과 다시 돌아온 에반게리온이라는 감격에 여러가지 실망이 합쳐지니, 이거 뭐 좋다고 해야할지 나쁘다고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제 결론은 “기쁨 반 실망 반”입니다. 파에서는 단순히 팬서비스가 아닌 따로 떼어놓고 봐도 훌륭한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http://www.evangelion.co.jp/
http://www.imdb.com/title/tt0923811/
http://en.wikipedia.org/wiki/Rebuild_of_Evangelion

ps1.
3D냄새가 강한 포스터 때문에 전투장면에서 3D티가 날까봐 걱정했는데, 별로 티가 안나고 자연스러워서 다행입니다. 하긴 다이버스터때도 티가 별로 안났는데….

그건 그렇고, 첫 전투에서 초호기의 모습이 너무 어두워서 형광색 부분만 보이는거…연출은 그렇다쳐도 그것때문에 처음 보는 분들은 이해가 더 힘들거 같아요.

그리고 시대의 흐름때문에, 신지의 검은색 이어폰줄과 카세트식 워크맨이 너무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ps2.
전 에반겔리온:파 예고편이 아쉽습니다. 0.5초 단위로 지나가는 에바 시리즈 설명과 새로운 6호 설명, 그리고 몇장면 휘리릭 지나가고, 서비스~서비스! 까지 대략 20초인데…그걸 위해 5분정도 되는 엔드 크레딧을 그다리기엔 좀…엔드 크레딧을 다 보게하려고 뒤에 넣은거 아닐까요!! (음모론)

그래도 조조시간대에 엔드 크레딧 지나가는걸 내내 기다렸다가 서비스~ 서비스! 를 따라하는 인간들이 많았던걸 보면, 확실히 매니아성 애니입니다.

ps3.
영화 중간에, 일본 열도의 전등이 전부 끊기는 장면에서, 해안선을 보면, 세컨드 임펙트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별로 없었던걸로 보입니다 -_-; 게다가 한반도의 북한 영역도 상당히 밝은게 어색하군요; 원래 위성으로 본 한반도 야경은 북한이 컴컴하기로 유명하죠.

ps4.
영화보고나서 찜질방을 갔는데, 세종대왕의 음악적 업적에 대한 TV프로를 하더군요. 그런데 배경음악에서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비롯한 일본 애니 음악들이 중간중간 나왔습니다. 원래 TV에서 그런짓 잘하지만, 하필 세종대왕의 음악적 노력을 평하면서 그런 음악을 넣다니…제정신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