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풍의 광시곡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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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재미있게 했던 국산 패키지 게임이라면, 저는 아직도 이 게임을 꼽습니다. ‘서풍의 광시곡’.

소프트맥스의 유명한 ‘창세기전’ 시리즈의 외전격인 게임으로, 격자 칸에서 캐릭터를 움직여서 약간의 전술적인 면을 넣은 RPG게임입니다. 사실 게임은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에, 게임 자체보다는 스토리에 좀더 치중했달까 하는 게임입니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에서 모티브를 따온 복수와 그 배경이 되는 전쟁 이야기는 꽤 플레이어의 마음을 끄는 면이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게다가 도트로 찍은 캐릭터와, 포토샵을 엄청 썼을 듯한 배경이미지, 특수효과등은 당시 국산 RPG게임치고는 꽤 고수준이었습니다. 일본사람이 그렸다는 캐릭터 일러스트는 좀 제 취향이 아니었지만요.

사실 게임 플레이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는데, 자주 튕겨버리는 문제라든가, 이래저래 버그가 많이 있고, 비슷비슷한 전투를 지나치게 반복해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예나 지금이나 국산 게임들이 좀 버그투성이…)

참고
http://ko.wikipedia.org/wiki/서풍의_광시곡

던전 앤 드래곤 온라인을 몇일 해보고

현재 던전 앤 드래곤 온라인(Dungeons & Dragons Online)이 국내 오픈 베타 서비스 중이다. 사람들끼리 모여 주사위 굴려 가며 하는 아날로그 게임의 궁극의 진화판이라고 생각되는 D&D(Dungeons & Dragons)룰을 온라인에 그대로 접목시킨, 이색적인 게임이다. 덕분에 복잡한 계산과 여러개의 주사위에 머리 썩힐 필요없이 빠르고 쉽게 D&D를 즐길 수 있다. 몇일간 오픈 베타 서비스를 해본 소감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겠다.

게임 시스템
D&D룰에 대해서는 발더스 게이트나, 네버윈터 나이트의 성공으로 PC 게임을 하는 사람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을것이다. 하나의 직업이나 종족으로 지존이 되고 만렙이 되는데 익숙한 우리나라 RPG게임에 비해 파티 시스템에 최적화 된 그야말로 RPG(Role Play Game 역할 분담 게임)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강한 전사도 힐러 없이는 던전이 두렵고, 강한 전사와 마법사도 도둑 파티원이 없어서 게임을 진행하는데 고생할 수도 있는 게임이 바로 이것이다.
DDO는 그런 면에서 D&D룰을 꽤나 충실히 적용했으며, 여러 수백가지 퀘스트와 던전을 적용해 완성도 면에서 아주 만족할만 하다. 게임의 그래픽도 다양한 옵션을 가지고 있어서 낮은 사양에서도 잘 돌아간다.
다만 역시 온라인 게임이다보니 사람들의 레벨업 폭주와 슈퍼아이템들의 쏟아짐은 어쩔수 없는 일이다. 발더스 게이트 같은 경우는 상상도 할수 없는 좋은 아이템들이 경매장에 쏟아진다. 일반 D&D룰 상태에서는 명검이라고 생각할 +3 무기들이 팔아치워 돈이나 벌 아이템 취급받을 정도다.

서버 운영
DDO는 이미 미국에서 1년여간 운영해온 온라인 게임이다. 따라서 그 노하우를 이어 받으면 쉽게 서버 안정화가 이루어 질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맵한번 이동하는데 엄청나게 걸리는 로딩 시간, 필드형 던전의 필수 몬스터나 NPC가 없어지는 버그, 수시로 걸리는 랙이나 서버 다운, 접속 불량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문제가 그대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플레이어 검색 기능으로 인한 랙을 기본옵션으로 처리하지 못해서 레벨검색을 제한(12-12로 설정하라는) 공지를 내보내고 있는것도 생각해보면 한심하다. 그렇게 확실히 문제가 된다면 기본옵션으로 처리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도 모르고 그냥 랙이 심한 채로 게임한다.

한글화
북미 서버를 해봤을때 가장 큰 문제는 영어의 압박이었다. 여러 NPC의 대화와 DM메시지로 이어지는 퀘스트 진행을 더듬더듬 절반정도만 이해하며 넘어가면 재미가 참 없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한국판 DDO의 한글화는 매우 잘된 편이다. 그 많은 방대한 번역을 대부분 분위기에 맞게, 말투가 달라지거나 끊어지는 어색함이 별로 없이 잘 완성되어 있다. 하지만 광역 공격에 대한 내성굴림을 표현하는 Reflex 를 반사 내성이라고 직역해 놨다던지, 어디서는 아크비샵”이라고 해놓고 어디서는 “대주교”이라고 번역한다던지 하는 게임상의 기준을 잘 정하지 않아 실수한 부분은 눈에 많이 띈다. 몬스터가 파티원을 발견해서 외치는 문장도 가끔 영어를 섞어서 말하거나, NPC이름이 “뭐뭐?” 이런식으로 글자가 깨져서 물음표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플레이어

대충 예상한 바지만, 이 문제가 아주 심각하다. DDO는 파티 중심적인 온라인 게임이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의 문화가 게임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플레이어들의 대부분은 DDO를 이상하게 몰아가고 있다. 몇가지를 꼽아 보자면

  • 빠른 성장만을 바라는 플레이. DDO에는 레벨마다 약 10~20여개의 퀘스트가 있음에도 사람들은 급수장, 스팀, 탱글루트, 귀란, 스톰, 델레라, 6인의 숭배자, 쓰레날, 레이드같은 경험치나 아이템이 좋은 퀘스트만 있는 것처럼 플레이 한다. 그 외의 퀘스트는 파티도 구하기 힘들다. 다른 퀘스트로 파티를 만들어도 사람들이 그런게 있었냐거나 어디서 하는지도 모른다. 드로우를 만들려고 평판 작업하는 사람이나 몇가지 간단한 퀘스트를 할뿐이다. 더 심한 경우는 파티에 들어와 놓고 “그거 별로니까 스톰이나 가자”는 식의 사람도 많다.
  • 빠른 플레이만 강요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퀘스트 수행에 있어서도 스토리를 즐기기는 커녕, NPC와의 대화는 그냥 넘기고, 선택 수행 목표도 그냥 넘기고, 전투보다는 달려서 돌파하고, 길을 찾기는 커녕 공략집 보고 하고, 길 아는 사람의 뒤꽁무니를 따라가며 빨리 깨서 경험치와 아이템을 먹는 것만 최대 목적이다. 늦게 따라오는 사람은 기다리지도 않고 진행하기도 한다.
  • 너무 공략에 의존한다. 공략 사이트에 없는 퀘스트는 하지도 않고, 파티의 리더가 이미 길을 잘 알거나 공략을 참고하지 않으면 망할 파티 취급을 한다. 심지어 선봉에 설 파이터나 바바리언이 탱커나 데미지 딜러로서의 역할 보다는 던전 공략을 얼마나 잘 아느냐를 최대 덕목으로 여긴다. 던전 길 모른다고 하면 인사도 없이 파티를 나가버리는 경우도 흔하다.

DDO의 현재 만렙(더 이상 올릴수 없는 한계 설정 레벨)은 12로 다른 게임에 비해 낮은 편이다.(D&D룰은 레벨이 좀 낮다. 26레벨인가가 이모탈이라고 해서 반쯤 신격화 할 수 있는 수준이다) 12레벨은 1,2주쯤 훼력을 발휘하면 달성할 수 있을 정도의 레벨이다. DDO의 설정상 레벨이 높으면 지나간 하위 레벨의 던전은 제대로 즐기지 못하도록 제한이 많이 걸려 있다.(파티원들에게 경험치가 안나온다) 그걸 그리 즐기지도 않고 전력질주 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빨리 올려서 레이드나 하려는건가?

DDO의 오픈베타는 아직 계속 되고 있고, 곧 다른 모듈도 업데이트 될 예정이라고 한다. DDO의 오픈 베타는 완성도 높으면서 우리나라 게임과는 또 다른 퀘스트 중심의 온라인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여러 문제가 해결되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