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E, 사랑스러운 21세기의 ET

월E는 E.T.와 아주 붕어빵 외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로봇이라는 점만 빼구요. 그도 식물 채집을 했다가 사건이 벌어지고, 죽었다 살아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점이 전부는 아니죠.

월E는 우리가 잊고 있던 중요한것들을 일깨워줍니다. 상대가 보지 않아도 믿고 성심을 다하는 순진한 사랑, 끝까지 함께하는 우정, 어린시절에 좋아하다 어느순간 잊은 장난감들, 한때 빠져서 봤던 옛영화들… 단순히 쓰레기를 압축해서 버리는 역할이어야 하는 로봇이 그런 것들을 소중히 한다는 점은 우리의 잃어버린 어린시절을 떠오르게 합니다. 누구나 어렸을때 …지금 생각하면 시시한 선물 케이스나, 광고지 같은거 모아본 경험이 있지요. 그때의 마음은 어디간걸까요.

아주 재미있게 본 애니매이션입니다. 역시 픽사는 실망시키지 않는군요. 감동과 유머, 로맨스, 액션이 골고루 배합된 걸작입니다.

약간 거슬리는 장면들이 있다면…토성의 고리라던지, 쉽게 다시 지구중력에 적응하는 엑시엄 사람들이라던지..등등 비과학적인 부분이 여러가지 있지만, 뭐 SF를 소재로 쓴거지 진짜 SF는 아니니 패스해주죠.

로봇들의 눈빛연기를 보고 싶다면 꼭 보십시오. 별 5개중 5개.

ps.
월E는 5호파괴작전의 저니5하고도 무척 비슷합니다. 저니5가 ET디자인을 따라한 점도 있지만요.

ps.
월E는 소년스럽다면, 찾을거 못찾아서 짜증내는 EVE는 정말 인간(혹은 여성)스럽습니다. ㅋㅋㅋ

ps.
최고의 조연은 MO입니다. 너무 귀여워요.

ps.
밟아도 죽지 않는 -_- 월E의 친구 바퀴벌레(?)는 번식하게 되면 지구에 복귀한 엑시엄 사람들에게 큰 재앙이 될겁니다. ㅋㅋ

로봇의 취향?

휴머노이드 로봇 – 일본의 펨봇 (여성 로봇) 라는 글을 보니 생각난 이야기가 있다. 오래전에 아는 친구들이랑 인간형 로봇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 한적이 있다. 거기서 나는 이런 농담을 했었다.

“미국 사람들이 로봇을 만들면 아이로봇의 써니가 되고

일본 사람들이 로봇을 만들면 쵸비츠의 치이나 메이드로봇이 될걸?”

같이 있던 사람들은 모두 박장대소를 했다.

물론 어리석은 말이다. 미래에는 미국사람들도 여성및 남성로봇을 만들어 연인이나 성인용품 대용으로 사용할 것이며(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시리즈를 비롯해 몇몇 작품에서 이런 내용이 표현된다), 일본은 오히려 실용적이고 지능적인 로봇을 산업과 가정에 먼저 투입할 나라이다. 아이로봇 영화와 쵸비츠 만화도 그저 밑바닥을 파면 각각 남성의 폭력적인 환상과 성적인 환상을 만족시켜준 작품일뿐일수도 있다. 다만, 이 농담은 문화적인 배경을 반영하는 뼈있는 말이다.

미국 SF문학과 영화 등에는 예로부터 로봇(혹은 인공지능체)가 인간의 충실한 노예로 시작해서 반란을 일으키거나 친구, 혹은 인류가 동급이 되는 내용이 참 많았다. 거론한 아이로봇은 최근것이고,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 매트릭스, 200세 먹은 남자라거나 뭐 아주 많다. 아무래도 노예해방이나 개에 대한 동료의식등이 상상의 배경이 된것 같기도하다. 특이한건 표현된것중 거의 90%는 남성형이나 남성형에 가까운 성별이 없는 로봇이다. 건물이나 우주선, 배, 항공기 등의 경우 여성으로 지칭하는 서양의 특징상 해당 AI일경우 목소리는 여성을 사용하긴 하지만 별로 많이 표현되지 않고 있다.

일본 만화나 애니매이션에는 로봇이 메이드나 보디가드로 시작해서 연인(?)이 되는 스토리가 아주 많다. 일본 만화나 애니에 대한 지식은 별로 없지만 손에 꼽을수 있는 것만 해도 열가지는 된다. 게다가 거의 90%는 여성로봇이다. 남성로봇은 아톰이나 비슷한 아류, 전투로봇을 빼고는 조연밖에 못봤다;; 그리고 특히 일본 작품들에 표현되는 로봇들은 주인을 위해 희생하는 장면이나 과잉 봉사하는 장면이 많다. 일본 남성이나 만화 독자들은 대가없이 사랑을 주는 대상이 필요한것일까?

“신은 자신의 모습으로 인간을 만들었다”라는 말이 있다. 그것이 바로 미래의 인간형 로봇을 표현해주는 가장 좋은 답일 것이다. 하지만, 그 만들어질 로봇을 지금 상상하는 방법은 문화적인 취향이 드러나는것 같다. 그런데 한국 작품들에 나타난 인간형 로봇들은 뭐뭐가 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