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Onward, 2020)

픽사 장편 애니메이션 중에 내가 유일하게 개봉당시 모르고 지나갔던 작품. 아니 개봉한 줄은 알았는데, 픽사 작품인 줄은 몰랐고, 픽사 것인 줄 알았을 때는 이미 극장에서 내려갔다. 코로나19 때문에 극장 가기도 애매했고. 이번에 디즈니+에서 봄.

이 작품은 인간은 없고, 엘프가 주역이고, 각종 환타지 종족(켄타우로스, 만티코어, 사이클롭스, 스프라이트, 유니콘 등등)이 있는 환타지 세상이 현대의 21세기 처럼 발전해서 마법을 잃어버린 세상이 배경이다. 길고양이 대신 유니콘이 쓰레기통을 뒤지고, 나는 법을 잃어버린 스프라이트는 오토바이 타고 폭주족 하고, 켄타우로스는 뛰기보다 차 타고 다니는 걸 좋아하고…등등. 그냥 미국에다 환타지 종족만 얻어놓은 설정이다.

주인공은 어릴 때 아빠가 돌아가셔서 엄마, 형과 사는데 형은 환타지 매니아 사고뭉치이고, 본인은 소심해서 아무것도 못한다. 그 와중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마법 지팡이와 주문을 남겨서 아버지 본인을 하루동안 소환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실수로 아버지는 다리만 소환된다. 이제 마법에 소질은 있지만 마법을 모르는 주인공과, 마법에는 빠삭하지만 마법 소질은 없고 디테일한 설정에만 빠져 있는 주인공 형이 하루동안 아버지를 제대로 소환하기 위한 모험이 펼쳐진다.

결국은 아버지가 그리워서 시작한 모험이, 아버지 자리에 형이 있었음을 깨닫게 되고 형제애, 가족애, 본인의 자신감등 많은 것을 회복하게 되는 이야기.

이야기도 좋고, 주제도 좋고, 캐릭터도 좋고, 웃기고, 그래픽도 좋고, 음악도 좋고 여러모로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다만 배경 설정이 너~~무 미국적인데 거기에다 미국식 환타지 설정이 가마되어 있어서, 우리나라에서 받아들이기는 좀 아쉽. 다만 철저하게 상업주의에 빠져 있다가 자신의 본성을 되찾고 엄마를 도와주기 위해 열일하는 착하고 무서운 만티코어 아줌마는 아주 웃겼다. ㅋㅋㅋ

내 평점은 별 4.5개.

카 3: 새로운 도전 (Cars 3, 2017)

역시 넷플릭스에서 감상.

진정한 카1편의 계승작. 2편 따위 흑역사.

화려한 경기나 멋진 감동은 없지만, 누구나 겪을 수 밖에 없는 끝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진짜 인생의 교훈을 알려주는 애니. 놓아줘야 하는건 놓아줘야 인생의 2막을 열수 있다고 알려주는 면에서 ‘업’하고도 통하는 면이 있다. 역시 픽사는 중장년층을 위한 작품을 잘 만드는 듯.

다만 카1편의 중요한 장면과 교훈을 그대로 입장 바꿔 보여주는 스토리이기 때문에 카1편은 무조건 관람 하고 봐야 하는, 독자적으로는 설 수 없는 작품이 되었다.

세대교체 주인공으로 나온 크루즈 라미레즈에 대해서는 좀 불만이다. 내용만 봐서는 트레이너보다는 역시 레이서에 재능이 있다. 훌륭한 트레이너로 인정 받는 모양이지만 그래서야 무슨 군기교육 교관 이상 이하도 아닌 느낌. 실전 경험이 거의 없는 트레이너이니 그런 것이겠지만. 스털링도 작품속 캐릭터로는 좀 애매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사장님들 많으니 패스.

그런데 레이싱에서 선수(카는 선수와 차량이 한몸이지만)교체 가능한 경우도 있나? 뭔가 이상. 하긴 뭐 사이버 포뮬러도 차량 교체했지.

 

카 2 (Cars 2, 2011)

왜 만든거야?

카에서 감초 개그연기를 해준 메이터를 주인공으로 뜬금없이 첩보 영화를 찍으면 딱 이건데…

바보의 운빨로 전문 첩보요원들을 능가해서 나쁜놈들 다 잡는다는 3류 이야기인데, 그냥 쟈니 잉글리쉬를 보는게 차라리 낫다 싶다.

중요한 메이터의 캐릭터도 미묘하게 바뀌었는데, 전에는 그냥 ‘바보스럽지만 할일 잘 하고 눈치는 좀 있던 웃기는 시골 아저씨’ 정도 느낌이었지만 카2에서는 ‘눈치 하나 없이 사고만 치는 그냥 바보’ 이다. 웃기는 컨셉만 가져와서 캐릭터 팔아먹으려는 냄새가 풀풀.

넷플릭스에 있길래 감상. 평이 안좋은거 알고 있어서, 3를 보려면 하는 수 없지 하고 2를 봤는데, 3의 스토리와도 관련 없더라.

비행기 2: 소방구조대(Planes: Fire & Rescue, 2014)

이거 나름 좋은데?

1편은 그냥 평범한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었는데, 2편은 다르다.

주인동 더스티가 기어박스가 손상되서 엔진 출력을 높히지 못하게 되자, 친구를 도우는 겸 소방 자격증을 따려 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 사람으로 치면 관상동맥질환에 걸려서 달리기를 못하는 상황? 어째튼 그런 패널티를 안고 소방비행대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하는데, 인물들이 전편보다 개성있고, 심리 묘사도 좋고, 갈등도 괜찮고 여러모로 좋은 애니가 되었다.

특히 마지막에 더스티가 불 사이로 날아가는 장면은 밀레니엄 팔콘 저리가라 하는 액션을 보여준다. 괜히 레이싱 챔피언이 아니었다. 소방비행기들의 활약이나 주변 풍경도 잘 묘사한 것이 1편보다 보는 재미도 많다.

단점이 있다면, 기어박스 문제가 의외로 소방대의 정비사가 몇일 손쓰면 대체품을 만들수 있는 것이었다는 점. 그 정비사가 뭐든 헌것으로 새것보다 좋게 만든다는 점은 여러번 강조되지만 그럼 그동안 더스티의 친구들이 전국에서 기어박스 찾느라 난리친건 뭐가 되는지 ㅋ

그리고 아무리봐도 이제는 아동용이 아니게 되버렸는데, 아동용 애니메이션을 1년만에 바꿔버린 문제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소방비행대를 다룬 스티븐 스필버그의 올웨이즈를 연상하게 해준 작품.

 

ps. 어디서나 승진만 추구하는 관료들이 문제구나.

인크레더블 2(The Incredibles 2, 2018)

개봉 한지 좀 됐는데, 이제야 보러 갔다. 따님과 함께 더빙판 관람.

1편에서 바로 이어지는 스토리도 마음에 들고, 결국 슈퍼 히어로의 합법화를 이끈 스토리도 마음에 든다. 개그도 엄청나게 많고, 액션도 더욱 화려해 졌다. 시대에 맞춰 여성의 활약을 보여주는 점도 좋았다. 윈스턴 데버 같은 이상주의자도 행동으로 슈퍼 히어로를 구해주는 점등 조연들도 나름 한 역할씩 하게 연출했다. 여러모로 작품 제작에 머리를 썼다는 생각이 든다.

아쉬운 점이라면, 일단 악당이 전편과 비슷한 컨셉이라는 점. 즉 슈퍼 히어로에게 개인적인 원한이 있어서 자신의 천재성을 이용해 슈퍼 히어로를 이용하고 함정에 빠트리는 악당이다. 그리고 전편은 80,90년대 컨셉이라는 느낌이 강했는데, 이제는 볼록한 브라운관을 제외하면 전체에 그런 느낌이 안든다. 요즘 애니메이션 작업하는 분들이 80,90년대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럴려나…

재미있고, 액션 좋고, 내용 좋고. 더빙도 괜찮다. 잭잭도 귀엽고…아…잭잭 최고다. 잭잭과 라쿤의 대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잭잭의 활약이 꽤 자주 나오고, 슈퍼 히어로의 최면을 벗어나게 한것도 잭잭의 초능력이었다. 3편 나오면 진주인공 될듯. ㅋㅋㅋㅋ

비행기 (Planes ,2013)

의 동일 세계관 스핀오프 영화.

농약 살포 비행기의 인생역전을 그렸다는 점 외에는 특별한 점이 별로 없다. 주인공은 갈등도 얇고, 역경도 쉽게 극복하고,  재능이 있어서 쉽게 이긴다. 캐릭터들도 다들 카의 등장인물들과 거의 매칭이 될 정도로 전형적이다. 아주 평범하고 무난한 어린이용 애니메이션.

단지 항공덕후들에게 특별한 영화일지도 모르겠다. 아주 쓸데 없이 높은 수준으로 실제 있는 항공기들을 만화 캐릭터로 재현해 놔서, 하나하나 찾아보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프로펠러 항공기들은 별로 잘 알지 못하지만, 그래도 몇개 알아 볼 지경. 슈퍼 호넷과 니미츠급 항공모함이 등장할 때는 아주 뒤집어지는 재미를 느끼며 봤다. 주인공 버프가 심하긴 하지만, 이래저래 항공관련 설정이나 비행기동도 잘 재현해 놨다.

넷플릭스에 2편까지 올라와 있음.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 2015)

사춘기 청소년의 내면과 갈등을 작품에 표현하는 방법은 많이 있겠지만, 그걸 전체관람가가 가능한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방법은…바로 이 인사이드 아웃 뿐 아니었을까? 싶은 애니메이션이다. 우리 몸의 장기나 마음을 의인화해서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학습만화나 여러 매체에서 사용하는 방법이지만, 그 것만으로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들다니, 대단하다고 할 수 밖에.

그리고 보는 사람을 울리고 웃긴다. 빙봉의 희생이나 슬픔의 중요성을 깨닫는 장면 등, 여러 감동이 있다. 웃기는 장면은 백 개는 될 듯 하다. 특히 머리속 감정의 세상은 가상의 공간이라 마음껏 만화적 연출이 가능해서, 많은 재미 거리를 보여준다.

부모라면 꼭 봐야하는 애니메이션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 애니메이션의 줄거리가 라일리의 마음이라는 것이 라일리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내용이다. 부모 입장에서는 더 생각하고 배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라일리 부모의 마음속을 보여주는 것이 또 다른 재미 ㅋㅋㅋㅋㅋ

미루고 미루다 구글 무비에서 대여해서 봤는데, 가족들이 다시 보고 싶다고 하는 애니라서 아예 구매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더빙 수준은 꽤 괜찮은 편이지만 구매는 되도록 자막판을 구매하고 싶은데.

ps. 우리 따님이 빙봉의 노래를 외우고 다닌다….

코코 (COCO, 2017)

지난 주말에 따님과 함께 극장 관람.

죽음과 조상, 가족에 대해 무섭지 않고 밝게 묘사한 좋은 작품이었다. (6살 따님은 헥터가 죽을 뻔 하는 장면에서 무서워 했지만)

멕시코 문화는 잘 모르지만, 외국인 입장에서 보기에 편견없이 잘 각색 된 것 같고, 받아들이기 수월했다.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이 매번 좀 뻔하거나 데우스 오브 마키나 스러운 면이 있었지만 그 외에는 훌륭.

우리나라도 비슷하게 저승에 대한 인식과 제사 등의 문화가 있으니,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기도. (그래봐야 달빛궁궐 정도 겠지만)

ps.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처’라는 단편을 틀어주는데, 20분 정도지만 노래가 잔뜩 나온다.

안나 성우 박지윤씨가 노래 실력이 더 늘었는지 더 테크닉하게 불러서 오히려 이질감이 느껴지긴 하는데(작품속 시기상은 원작에서 불과 몇개월 후니까) 노래도 좋고, 그래픽도 좋고, 올라프의 개그도 괜찮았던 듯. ‘열기’단편과 비슷하게 좀 정신 없지만.

도리를 찾아서(Finding Dory, 2016)

블루탱 도리가 자식으로서 도리를 다하기 위해 부모를 찾아 나서는 애니….는 농담이고.

어째튼 이번엔 잡혀간 도리를 찾는건 니모 부자 입장에서의 일이고, 주요 내용은 도리의 부모찾기(기억찾기)이다. 심지어 니모 부자는 등장 장면은 많지만 이야기 진행에 거의 역할이 없다.

꽤 감명깊게 봤고, 재미있었다.

아마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나, 장애를 가진 아이의 부모가 이 애니를 보면 눈물 펑펑 쏟을지도. 특히 모든 조개 껍질이 한방향으로 향해 있는 장면에서…

그래픽이 니모를 찾아서 때보다 엄청나게 발전해서, 니모의 피부가 반투명이고 디테일한게 장난 아니다. 기존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디테일업 한듯.

단점이 있다면, ‘니모를 찾아서’ 때보다 도리의 회상 장면이 너무 많고, 장소도 여기저기 많이 등장하며, 이야기 진행이나 장면 전환이 빠르다. 마지막은 거의 왠만한 인간의 액션영화에 버금간다. 그래서 5살 따님은 잘 이해를 못해서 ‘니모를 찾아서’ 때보다 평이 안좋았다. 그리고 행크의 각종 능력(위장, 물밖 움직일 수 있는 능력, 물체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에 진행이 너무 좌우된다. 수많은 문을 열고 다니는 영화가 있는데, 등장인물 하나가 만능키인 격. 반쯤 데우스 엑스 마키나.

ps.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니모를 찾아서’의 어항 패밀리들이 등장한다. 무려 배경시점이 1년 후인데 아직도 비닐봉투에서 못 벗어나 호주에서 캘리포니아까지 굴러왔다….

ps. 왓 어 원더풀 월드 ㅋㅋㅋㅋ

ps. 전편에서 도리의 각종 행동들(고래말 능력, 글 읽는 능력, 계속 헤엄쳐 노래, 자기가 단기기억상실증이라 말하는 버릇 등등)이 전부 왜 그러는지 설명되는 영화. 단지 단기 기억상실증이 가족력인거 같다는 발언은 사실이 아닌걸로. 도리가 엄마를 닮긴 했다. 여러모로. (그리고 고래상어는 상어지 고래가 아닌데…어째서 고래말을 걔한테 배웠냐.)

ps. 국내 포스터에는 “도리? 도리? 그게 뭐지? 아~ 내 이름이지!” 라는 카피가 붙어 있는데, 도리는 다른걸 다 잊어도 자기 이름은 잊은 적이 없다는 점에서 에러.

ps. 아기새의 이야기를 다룬 단편 ‘파이퍼’도 볼만하다. 아기 새가 무진장 귀엽다. 조나단 리빙스턴시걸 느낌도 나고(날기 기술이 아니라 잠수 기술이지만). 상당히 리얼한 그래픽이 인상적이지만, 화면에 너무 아웃포커스를 남발해서 좀 불만.

토이 스토리 3 (Toy Story 3, 2010)

toystory3

어렸을 때, 가장 많이 아버지와 충돌한 것은 장난감에 대한 것이었다. 아버지는 “10살 이후는 장난감이 필요 없다” “프라모델도 다 장난감" “공부와 관련 없는 것은 불필요" 등의 생각을 가지신 분이었고, 내가 정성들여 조립한 프라모델과 만화책, 추억이 깃든 물건들을 다 버리려고 하셨다. 나는 방어하는 입장이었고. 살아 남은 것은 책상 속에 숨길 수 있는 프라모델 권총 한 자루 뿐이었다.

 

장난감은 단순히 어린 시절의 놀이 기구가 아니라 추억이 깃드는 물건이다. 그 물건들을 버릴 때, 혹은 잃어 버렸을 때, 기억하려 해도 잘 기억이 안 날 때의 안타까움은 무척 크다.

 

토이스토리3는 그런 느낌의 애니메이션이다.

토이스토리는 1995년 작품이고, 그 때 애니메이션을 본 어린이들은 작품 속의 장난감 주인 ‘앤디’처럼 어른이 되어 장난감을 버려야 할 나이가 되었다. 장난감들은 갖은 모험 끝에 앤디에게 돌아가지만, 결국 헤어질 운명. 안타까움이 작품에 깔려있다.

 

UP에서 보여준 픽사의 연출력은 역시 대단하고, 여기에서도 안타깝지만 아름답게 끝을 맺었다. 긴 여운….

 

ps. 토토로 인형이 나오는데, 지부리에서 협찬이라도 한 건가. ㅎ

ps. 요즘 가장 안타까운 것은, 어렸을 때 즐겁고 흥미로웠던 것을 다시 봤는데 재미가 없는 것이다. 늙어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