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시사저널 같은 일을 당한적이 있다

시사저널 사태가 결국 파국으로 가면서 기자들이 전부 참언론실천시사기자단으로 독립해버리는 결과까지 이르렀다. 이런 것을 보니 뭐 그정도로 심각한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무서웠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2004년, 전해듣기로는 이건희 회장이 직접 삼성 테크윈과 삼성 전자에 각각 디카와 MP3P를 육성하도록 명령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추상같은 명령에 삼성 직원들은 전력을 다했고….결국 이런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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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디카 변신의 시작, U-CA 3

당시 나는 모 하드웨어 관련 사이트의 디카 리뷰를 담당하고 있었고, 많은 디카들을 제품 출시 전에 받아 테스트해볼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삼성의 U-CA3도 미리 받아서 테스트할수 있었다. U-CA3는 기존의 투박하고 기능과 화질이 떨어지던 삼성 디카의 변신을 알리는 시작이었다. 디자인도 이쁘고, 크기도 작고, 음성녹음등의 다양한 기능도 있었고, UI나 처리속도도 당시 일제 카메라보단 못하지만 기존 삼성 디카들에 비하면 혁명이라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디카 기본 기능에 문제점들이 있었다.

비교

당시에 나온지는 2년넘은 같은 300만화소 디카인 캐논 S30과 같이 자동으로 찍은 사진이다. 한눈에 봐도 어느것이 더 나은 사진인지는 뻔하다. 게다가 U-CA3는 그냥 그자리에서 여러장 찍어도 매번 다른 사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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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같은 카메라로 두번씩 찍은 사진이다. -_-; 화이트 밸런스, 노출, 초점까지 제각각이다.

U-CA3는 이정도로 화질이 불안정한 카메라였다. 그 외에 몇 가지 문제점이 더 있었다. 나중에 펌웨어 업데이트 등으로 기능이 개선될지 여부는 삼성측에서 밝혀주지 않았지만, 이대로라면 차라리 같은 가격의 일제 카메라를 사는것이 더 유리했다.

내 리뷰에는 이러한 사실들을 빠짐없이 기록했고, 의견을 듣기 위해 그 초고가 삼성측에 제공되었다.

그리고 삼성측에서 보스에게 전화가 왔다. “이번 제품 출시는 회장님과 사장님까지 주목하고 있다. 이런 내용은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회장님이 보고 계시다라…

회장님이보고계셔

이런 느낌?

우리나라 어떤 기업인이 이건희 회장이 주목하고 있다는걸 무시할 수 있을까? 결국 10일 가까이 고생했던 U-CA3리뷰는 공개불가가 되었다.(삼성측은 대폭 수정을 원했는데, 여러 사정으로 우리회사 보스가 공개불가 처리를 결정했다고 들었다) 물론 시사저널 기자분들 처럼 회사를 뛰쳐 나오지는 않았지만,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삼성디카 리뷰는 당분간 맏지도 않았던 기억이 난다.

곧이어 다른 하드웨어 사이트에는 일제히 U-CA3에 대한 칭찬 일색인 리뷰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삼성 디카들이 일제와 동급이나 그 이상으로 좋으니 좋다고 쓸 수 있지만, 그당시 똑같은 샘플 U-CA3을 받고 좋다고 쓴 리뷰어들은 무슨 사정이었던 것일까?

우리나라의 표현의 자유는, 이미 대통령에게 막말을 할수 있을정도로 변화했다. 하지만, 삼성에 대한 글은 그보다는 훨씬 쓰기 어렵다. 그게 바로 우리나라의 한계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