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하게 속내를 감추는 사용기 쓰기

리뷰나 사용기를 쓸때는 되도록 객관적인 사실을 나열하고 그것을 평가해야 한다. 하지만 평가라는것은 아무래도 리뷰어의 주관이 들어가기 마련. 게다가 사람들은 리뷰를 개관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자신들의 주관에 맞춰 잘못되었다고 평가한다.

그래서 간혹 ~빠들이 있는 제품이나 작품은 사용기를 적기가 두렵다. 아니 두렵다기 보단 그 사람들을 상대하기가 귀찮다.

그럴때 쓰던 별로 안좋은 방법이 하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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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삼모사...

사람들은 결론에 이르는 과정보다는 결론을 중시한다. 결론과 첫머리만 긍정적인 뉘앙스로 글을 쓰면, 중간 과정은 거의 무시한다. 단점이란 단점은 죄다 까발려도 “이 작품은 무슨무슨 첫 작품으로서 의미가 크다”라고 하면 긍정적인 평가로 인식된다. 사람들은 장단점을 항목별로 정리해주지 않으면, 이 리뷰어가 장점을 많이 이야기 했는지 단점을 많이 이야기 했는지 판단을 잘 못한다.

이 방법은 논란을 피하는 효과는 좋은 편인데, 주제를 산만하게 표현하는 것이라 본래의 글을 쓴 목적이 무의미해진다. 그래서 서너번 알차게 써먹은 뒤로 최근에는 별로 안쓰고 있다. (어차피 요즘은 제품 리뷰도 안하고 있고..)

어설픈 자기고백 끝..

리뷰는 리뷰를 비판하는 자를 위한 글이 아니다

요즘 모 리뷰 블로그에 대한 말들이 많은데, 그와 관련해서 제 경험이 연상되서 글을 써 봅니다. 제가 한때는 자알 나가던 디지털 기기 리뷰어였거든요. 블로그라는게 뜨기 전이라 아쉽습니다만.

제가 주로 글을 쓰던 사이트는 디아이진이라는 곳이었습니다. 이 곳에는 여러 종류의 리뷰와 글, 사진 갤러리 등이 혼재된 곳이었습니다만, 당시 중심이 되는 것은 두가지 디지털 카메라 리뷰였습니다.

하나는 “네이비블루”님이 작성하던 “스페샬리뷰”. 이것은 디아이진의 사이트 차원에서 대기업의 제작비 후원을 받아 신제품 디카를 리뷰하는 것이었습니다. 일반적인 분석을 하는 리뷰일 경우, 제품의 단점을 노출시키지 않을 수 없기에 그것을 싫어하는 삼성이나 소니등의 회사들을 위한 코너였죠. 디카를 분석하기 보다는 디카를 가지고 여행을 다니며 찍은 사진으로 만들어가는 스타일있는 잡지 같은 느낌의 리뷰입니다.

두번째는 저 “Draco”가 작성하는 “심층분석”이라는 코너였습니다. 이 리뷰는 dpreview.com 같은 스타일로, 상세 스펙부터 제품의 메뉴나 기능, 화질 분석, 장단점 나열까지 다루는 ‘요즘에 흔한 스타일의’ 리뷰였습니다. 업체에게는 제품 대여외에는 아무런 지원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작성하는 리뷰였죠.

결론부터 말하면 항상 제 “심층분석” 리뷰가 문제였습니다.

“스페샬리뷰”의 경우는 좋다 나쁘다를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기 때문에 논란거리는 없었습니다. 본질적으로 이 코너는 “네이비블루”님의 엄청난 내공과 쨍한 해외 풍경으로 인해 안좋은 카메라도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사기’를 였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사람들에게 그 제품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주고, 사진을 찍는데에 대한 자신감을 주었죠.

제 “심층분석”은 항상 시끄러웠습니다. 제품이 좋게 평가되면 왜 단점 갯수가 적으냐. 리뷰어가 캐빠(캐논 빠돌이란 뜻….사실 캐논이 디카초기엔 기술적으로 타회사보다 앞섰었죠.)다. 별의 별 악플과 반론이 달렸습니다. 제품이 안좋게 평가되면 그 제품이나 브랜드의 동호회가 우르르 달려와서 비난을 해댔습니다. 장점과 단점의 비중이 비슷하면, “기계적인 밸런스”를 억지로 맞춘 리뷰라며 비난이 날라왔습니다. 사실 제품 출시 직전이나 출시 직후에 발표한 리뷰일 경우 일반인은 사용 경험이 있을리가 없는데도, 사용을 해본 리뷰어의 정보를 비난해댄다는 건 참 뭐라 할말이 없긴 합니다. 물론 제 어설픈 작업과 대응도 한역할 했습니다만.

그런 식의 진행이 꽤 오래되다보니, 두가지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리뷰는 그것을 정보로 참고할 사람들을 위해 쓸 글이지, 그 리뷰 자체를 분석하고 비판하려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도저히 맞출수가 없다.”
“악플도 무플보다는 100배 고맙다” (별로 인기있는 사이트가 아니었기에…)

리뷰어는 리뷰를 쓰며 해당 제품에 일정한 가치를 매기게 됩니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는 리뷰어가 감정사같은 권위가 있을리도 없고, 다른 사용자도 그만한 리뷰를 쓸 수 있기도 하죠. 단지 전문 리뷰어란 좀더 경험이 많고 제품을 접할 기회가 많을 뿐입니다. 게다가 리뷰의 방향이나 초점을 어디에 맞추느냐는 사람마다 다 다르지요. 결국 리뷰어의 목소리도 여러 목소리 중 하나가 되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공감을 일으키게 될뿐, 전체를 만족시키긴 불가능합니다.

물론 비판이 불필요하다거나 해서는 안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그것은 리뷰의 내용에 대한 근거있는 반론이 되어야지, 그 리뷰어 자체나 리뷰의 배경을 가지고 따진다면 결론 안나는 싸움을 하자는 것 밖에 안된다는 말입니다.

저도 워낙 삼성이 홍보 방식에 대해 안좋은 일을 당해봐서 이번에 삼성의 블로거들에 대한 행동이 그리 좋게 보이진 않습니다만, 그 리뷰 블로거들에 대한 분위기 자체도 마음에 안들긴 마찬가지네요.

인터넷 시대에 책임을 강조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

세상에는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라는게 있다.

예를 들어 ‘악플’이 그렇다. 악플은 분명 잘못된 것이고, 그 악플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지만, 악플은 없앨 수가 없다. 오히려 증가할 것이다. 실명제고, 사이버 모욕죄고 뭐고 도입해봐야 그런 흐름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악플러를 비난해봐야 효과는 없다.

스팸같은 것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스팸을 막는 방법은 발달하고 있지만, 역시 스팸을 뿌리는 방법도 발달하고 양도 늘어나고 있다. 어떠한 법이나 기술로도 이 흐름은 바꿀 수 없다.

그럼 어쩌라구? 최선의 방법은 자신이 필요한것만, 믿을 수 있는 것만 가려서 받아들이는 것이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하면, 인터넷 시대에, 인터넷 상에서 “책임”을 강조하는 것 자체가 공염불일 수도 있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이다. 그리고 정보를 만들어내는 것보다, 정보를 읽고 판단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이다.

최근 ‘대가’를 받고 핸드폰 리뷰를 써준 파워 블로거들의 책임 논쟁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을 비난한다고 그런 일이 없어질까? 블로그 스피어가 쓸모없다고 판단되지 않는 이상, 영향력 있는 매체를 가만히 놔둘 자본주의가 아니다. 앞으로도 상업적인 정보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우리는 기성 언론과 블로그의 구별이 애매해졌다고 생각했듯이, 기존 신문의 제품 소개 기사와 블로그 포스트의 구별, 광고와 리뷰의 구별도 애매하다고 판단내리는 것이 필요할지 모른다. 그렇게 보면 블로거에게 기성 신문이상의 순수성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블로그 글은 “사실”이나 “진실”이 아닌 “정보”로 보고, 우리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인터넷에 떠도는 많은 소문과 음모론도 그렇다. 정보의 진실성은 매우 주관적이고 상대적이다. 미네르바는 어떤 사람에게는 예언자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사기꾼에 불과하다. 우리는 덥석 맛보았다가  맛을 보고나서 미끼를 던진 사람에게 화를 내기보다, 한발짝 물러나서 의심하며 곰곰히 생각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마 앞으로 더욱 더 필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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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은 해야지...바보.

요약 : 남탓 하지 말고 자기가 가려 읽자.

나도 시사저널 같은 일을 당한적이 있다

시사저널 사태가 결국 파국으로 가면서 기자들이 전부 참언론실천시사기자단으로 독립해버리는 결과까지 이르렀다. 이런 것을 보니 뭐 그정도로 심각한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무서웠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2004년, 전해듣기로는 이건희 회장이 직접 삼성 테크윈과 삼성 전자에 각각 디카와 MP3P를 육성하도록 명령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추상같은 명령에 삼성 직원들은 전력을 다했고….결국 이런게 나왔다.

2-01

삼성 디카 변신의 시작, U-CA 3

당시 나는 모 하드웨어 관련 사이트의 디카 리뷰를 담당하고 있었고, 많은 디카들을 제품 출시 전에 받아 테스트해볼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삼성의 U-CA3도 미리 받아서 테스트할수 있었다. U-CA3는 기존의 투박하고 기능과 화질이 떨어지던 삼성 디카의 변신을 알리는 시작이었다. 디자인도 이쁘고, 크기도 작고, 음성녹음등의 다양한 기능도 있었고, UI나 처리속도도 당시 일제 카메라보단 못하지만 기존 삼성 디카들에 비하면 혁명이라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디카 기본 기능에 문제점들이 있었다.

비교

당시에 나온지는 2년넘은 같은 300만화소 디카인 캐논 S30과 같이 자동으로 찍은 사진이다. 한눈에 봐도 어느것이 더 나은 사진인지는 뻔하다. 게다가 U-CA3는 그냥 그자리에서 여러장 찍어도 매번 다른 사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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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같은 카메라로 두번씩 찍은 사진이다. -_-; 화이트 밸런스, 노출, 초점까지 제각각이다.

U-CA3는 이정도로 화질이 불안정한 카메라였다. 그 외에 몇 가지 문제점이 더 있었다. 나중에 펌웨어 업데이트 등으로 기능이 개선될지 여부는 삼성측에서 밝혀주지 않았지만, 이대로라면 차라리 같은 가격의 일제 카메라를 사는것이 더 유리했다.

내 리뷰에는 이러한 사실들을 빠짐없이 기록했고, 의견을 듣기 위해 그 초고가 삼성측에 제공되었다.

그리고 삼성측에서 보스에게 전화가 왔다. “이번 제품 출시는 회장님과 사장님까지 주목하고 있다. 이런 내용은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회장님이 보고 계시다라…

회장님이보고계셔

이런 느낌?

우리나라 어떤 기업인이 이건희 회장이 주목하고 있다는걸 무시할 수 있을까? 결국 10일 가까이 고생했던 U-CA3리뷰는 공개불가가 되었다.(삼성측은 대폭 수정을 원했는데, 여러 사정으로 우리회사 보스가 공개불가 처리를 결정했다고 들었다) 물론 시사저널 기자분들 처럼 회사를 뛰쳐 나오지는 않았지만,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삼성디카 리뷰는 당분간 맏지도 않았던 기억이 난다.

곧이어 다른 하드웨어 사이트에는 일제히 U-CA3에 대한 칭찬 일색인 리뷰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삼성 디카들이 일제와 동급이나 그 이상으로 좋으니 좋다고 쓸 수 있지만, 그당시 똑같은 샘플 U-CA3을 받고 좋다고 쓴 리뷰어들은 무슨 사정이었던 것일까?

우리나라의 표현의 자유는, 이미 대통령에게 막말을 할수 있을정도로 변화했다. 하지만, 삼성에 대한 글은 그보다는 훨씬 쓰기 어렵다. 그게 바로 우리나라의 한계일지도 모르겠다.

Draco가 쓴 디지탈 카메라 리뷰들 Vol.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