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 마키나 (Ex Machina, 2015)

개인적으로 알렉스 가랜드가 직접 감독하고 각본까지 만든 영화를 싫어하는데, 현실에서는 있기 힘든 몇몇 설정과, 실험실 같은 특유의 갑갑하고 몽환적인 분위기, 느린 진행 등이 내 취향과 안 맞는다. 반대로 단편 SF에 어울릴 소재를 장편 영화로 연출해 내는 것에는 능력이 꽤 있어 보이지만.

이 영화도 마찬가지인데, 그동안 AI의 인권, 자아, 튜링 테스트에 대한 작품도 많고, 반란에 대한 작품도 많기 때문에 소재 자체는 딱히 새로울 것이 없다. 다만 그걸 그럴 듯하게 연출해 냈고, 주제가 희미한 액션영화나 매니아들만 보는 어려운 영화가 아닌 그 중간 어딘가로 만들어 냈다는 점이 특이 점인 듯.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정말 매력적으로 나온 영화이지만, 씬 스틸러는 아무래도 소노야 미즈노였다. 주인공이 후반까지 사람인줄 알고 있던 캐릭터이기도 하고.

한번 쯤은 볼만한 영화. 평점은 별 3개

ps. 그러니까 로봇 3원칙을 적용 했어야지.

ps. 네이든의 가장 큰 실수는 다른 사람들을 자신보다 낮게 생각한 것 아닐까. 칼렙이 자기 손안에서 놀아난다고 생각했지만, 취해 있을 때 코드를 변경해 놨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사랑에 빠진 놈들은 항상 예상을 초월하는 법인데, 네이드는 너드라 몰랐을거야 ㅋㅋㅋ

ps. 여성보다 남성을 먼저 만든 창조주가 묘사된 종교가 많은데, 과연 창조주가 남자 맞냐 ㅋㅋㅋㅋ 음, 그렇게 보면 그리스신화의 피그말리온은 현실적이네?

넷플릭스, 서던 리치: 소멸의 땅(Annihilation, 2018)

‘테세우스의 배’라는 역설이 있다.
유명한 테세우스가 타던 배를 낡아서 다른 나무로 교체하다가, 전부다 교체를 하면, 그것은 여전히 테세우스의 배가 맞는가?
절반쯤 교체 했을 때, 남은 재료와 새 나무로 다른 배를 만들면, 어느 것이 진짜 테세우스의 배인가?
우리 신체도 몇 년이면 대부분의 세포와 원소가 새 것으로 교체되기 때문에, 존재에 대한 같은 역설이 존재한다.

이 영화는 그 역설을 SF적으로 풀어낸 것 같다.
영화 제목은 멸종인데, 원작 소설이 서든 리치이고, 1부 제목이 소멸의 땅이라고 한다. 하지만 원작 소설은 보지 못했으니 원작 재현 부분 판단은 패스.

영화는 다소 지루하다. 전작을 보면 알렉스 가랜드 감독 특유의 템포인 듯, 아주 느리고 몽환적으로 흘러가며, 긴장이 있어야 할 장면도 다소 멍한 느낌으로 처리된다. 약간 열린 결말이긴 하지만 결말도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게 끝난다. 흔한  외계인 침략이나 재미있는 SF 영화라고 보기엔 무리이다. 스토리나 액션, 주제보다는 몽환적이고 기괴한 비주얼이나 느낌을 위해 만들어 진 영화이다.

나탈리 포트만의 평소 행동을 보아, 왠지 주인공들이 전부 여자라서 참여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제니퍼 제이슨 리의 나이든 모습은 다소 충격. 이제는 할머니 느낌이네.

ps. 나탈리 포트만, 오스카 아이작, 테사 톰슨, 베네딕트 웡이 마블에서 배역을 했던 사람들이다.
마블 세계관에 참여한 배우들이 워낙 많다 보니, 이제 마블과 관련 없는 영화여도 마블 배우들 몇 명씩 나오는 것은 기본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