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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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왕을 늦게 사먹어봤네요.
조리방법이나 구성은 딱 짜파게티인데, 맛은 전혀 달랐습니다.
일단 면이 두껍고 칼국수처럼 납짝한데다, 불어도 적당히 탄력이 있을 정도로 질감이 좋았어요.
스프도 짜파게티의 두배는 풍성하고(그래서 그러지 약간 짠듯 하지만). 건더기도 많고, 맛도 짜파게티보단 간짜장에 가까웠습니다. 짜파게티와 간짜장을 한 1:3정도로 섞은 느낌. 먹고 나서 느끼함이 부담스러운 짜파게티에 비해 더 담백했구요.
다만 너무 비싸서 다시 먹기 그렇네요. 4개에 5천원꼴인데, 맛에 비해서는 비싸단 느낌은 아니지만, 다른 라면과 비교하면 좀 그렇습니다.

진짜 짜장면 맛! 팔도 일품 짜장면

얼마전에 올블로그 5주년 기념파티에 참석해서 특템한 것중 하나가 바로 “팔도 일품 짜장면”입니다. 팔도라면 하면 어렸을때 특이한 맛의 녹색 라면을 먹었던 추억이 떠오르는군요. 팔도 비빔면이야 뭐 이미 비빔면의 진리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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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짜장면”!!!
겉표면에 어색한 표준말인 자장면이 아니라 짜장면이라고 바르게(?) 적혀 있습니다.
무척 마음에 듭니다.

그 옆에 “큼직 큼직한 건더기와 깊고 풍부한 맛의 짜장소스”라고 써 있는데 어디 두고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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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면… 요리법은 짜파게티와 비슷합니다. 가격은 좀 비싼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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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이 분말스프가 아닌 소스형태로 담겨 있습니다.
설명을 봐서는 같은 소스를 쓰는 봉지면이 아닌 용기면도 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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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완료. 겉보기에는 짜파게티와 비슷한데, 냄새가 짜파게티만큼 자극적이진 않습니다.

봉지 표면에 거론되었던 굵직 굵직한 건더기는 저 구석에 조금 보입니다 -_-; 아무리봐도 “3분 짜장” 수준의 건더기인데….

과연 맛은?

-_-)b 내가 별 4개 반 주마.

짜장라면의 지존인 짜파게티는 사실 짜장면이라기 보다는 그냥 짜파게티 그 자체일뿐이죠. 짜장면과는 무척 다릅니다.
그런데 “일품 짜장면”은 춘장을 잘 사용하는 중국집의 짜장면 맛이 엇비슷하게 납니다. 카라멜과 기름 범벅인 동네 짜장면 말구요, 어디어디 유명한 짜장면집 맛이 나요.

면도 짜파게티의 면과는 달리 조금 더 수분이 차 있고 통통한 짜장면 면발 느낌이 납니다.

“이건 진짜 짜장면을 80% 수준으로 재현한 라면이다!” 라는게 제 총평입니다.

거의 만점을 주고 싶지만 건더기가 기대치보다 별로 없었던게 감점요인.

사용자 삽입 이미지그리고 하이라이트. 찬밥 비벼 먹기! 냠냠냠.

짜파게티에 대한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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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모든 라면을 삼양라면으로 개종(?)한다 하더라도, 나방이든 벌레든 나온다 해도, 절대로 농심것을 먹어야 하는 것이 2가지 있다. 바로 ‘짜파게티’와 ‘너구리’이다. 그중 짜파게티는 20년 넘게 내가 좋아하는 라면의 Best1이다.
 
20년 넘게 먹다 보니 몇 가지 추억을 가지고 있다.
 

1. 국물에 집착하시는 할머니

어렸을 때 어머니는 자주 편찮으셔서 병원을 드나드셨다. 한번은 할머니께서 와서 우리 남매를 돌봐주고 계셨는데, 나는 입맛이 없어서 또 짜파게티를 끓여 먹으려고 했다. 시골 산구석에서 보고 들은거 없는 할머니에게 ‘집에서 자장면도 만들어 먹을 수 있다’라고 최첨단식품(?)을 자랑(?)을 하려는 욕심도 있었다.
 
그런데 짜파게티는 면을 삶고 물을 덜어내야 한다. 내가 국자로 냄비의 물을 떠서 싱크대에 버리는 것이, 평생을 버리는 것 없이 살아오신 할머니 생각에는 하얀 국물을 낭비하는 것으로 보였나 보다.
 
“아니 왜 아깝게 뽀얀 멀국(국물의 충청도 사투리)을 버리니!”
 
나는 그것을 원래 버려야 하는 것이고, 국물이 아니라 기름과 밀가루가 녹아 나온 것 뿐이라고 설명드렸지만, 할머니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우리 둘은 옥신각신했으나 결국 할머니의 승리.  할머니는 그 국물(?)을 받아서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_- 밥을 말아 드셨고, 나는 할머니와 시간을 끄는 동안 퉁툴 불어 퍼져버린 짜파게티를 먹어야 했다.  

 2. 짜파게티와 계란

짜파게티에는 원래 계란이 들어가지 않는다. 자장면에도 안들어가니까. 그리고 봉투 뒷면에 계란 넣으라는 말이 없으니까.

그런데 이런 고정관념(?)을 깨어준 고등학교 친구가 있었다. 어느 날 그 친구네 가서 놀고 있는데, 그 친구가 맛있는 걸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짜파게티에 계란을 넣어(그냥 넣은것도 아니고 계란 2개를 완전히 풀어서 면과 범벅을 해 익혔다.) 요리해 가지고 나왔다. 뭐랄까….엄청나게 느끼하면서도 단백질이 넘치는 느낌을 가진 참 괴상한 맛이었다. ㅎㅎㅎ (나중에 거기에 치즈까지 넣어 먹는 분들이 있다는 소리도 들었다. 우욱…)

계란을 풀어 익힌 짜파게티는 지금까지 느끼한 것을 먹고 싶을 때, 가끔 해 먹는 별미이다. 그리고 어떤일이 정해져 있는 대로 하지 않았는데 더 좋은 결과를 보여줄 때는, 그 친구가 연상되고는 한다. 그 친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락해보지 못했는데, 요즘 뭐하고 지내나 모르겠다. 외국으로 왔다갔다 하면서 사업을 한다는 이야기는 들은 것 같은데.
 

3. 아버지의 한 입

아버지는 평소에 “라면은 가끔 간식으로나 먹는 것이지, 밥대신 먹으면 몸에 안 좋은 것” 이라는 지론을 가지고 계셨다. 그래서 우리 남매가 라면을 먹을 때도 몇 마디씩 잔소리를 하곤 하셨다. 하지만 정작 아버지는 그 ‘간식’들을 너무나 좋아하시는, 먹성이 좋은 분이셨다.  아버지는 평소에도 식사외에 과자나 아이스크림, 라면등을 즐기셨다. “이런건 방부제나 색소도 있어서 자주 먹으면 안 좋은거야”라고 하시며.

내가 고등학생때 어머니께서 병원에 진찰을 받으러 가셨는데, 예상보다 너무 늦게까지 안오시는 것이었다. 저녁때이지만 밥을 챙겨줄 사람이 없어서, 아버지와 나는 굶고 있었다. 나는 당연히…할 줄 아는 요리는 라면뿐.

“아빠, 난 라면 끓여 먹을건데, 아빠 것도 끓일까요?” (문장끝에만 존대하는 전형적인 어린놈의 표현법)

아버지는 평소의 지론대로 “밥을 먹어야지, 무슨 라면이냐. 난 됐다” 라고 하셨다.

먹지 말라고 하지 않으신 것만도 다행이라 생각한 나는, 배고픈 나머지 두 번도 묻지 않고 짜파게티를  끓였다. 2봉지나. 느끼한 짜파게티 냄새가 진동을 했고, 나는 냄비채로 짜파게티를 식탁에 놓고 먹으려 했다.

그런데 막 한 젓가락을 입에 넣었을 때, 아버지께서 다가오셨다.

“아빠도 한입만 먹자. 한입만.”

역시 배고프셨나 보다. 2봉지나 끓였기 때문에 어차피 나에게도 좀 많다고 생각한 나는, 한입 드시라고 했다. 한입만!…. 그리고…

아버지는 진짜 한입을 드셨다. 특유의 큰 폐활양을 활용하셨던 것만이 문제였다. 후루루루루루룩~~~

남은 것은 두세 젓가락도 안되는 부스러기 면들과 양념 뿐. 단단히 삐진 나는 “그렇게 시장하시면 하나 더 끓이라고 하시지” 라고 투덜거리며 새로 짜파게티를 끓여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 두번 더 안 여쭤본 내가 잘못한 거 같다. -_-; 아버지가 평소 지론을 누를 정도의 정당성을 확보하시려면 아들의 반복된 권유가 필요했을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