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북(The Jungle Book, 2016)

정글북 실사화 영화. 넷플릭스에서 감상.

아이언맨 시리즈 감독인 존 페브로가 감독했는데, 역시 인물 한명에 중심을 잡고 진행하는 영화는 훌륭한 연출감각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언맨과 비슷한 요소가 좀 있다. 남들이 못하는 도구 사용 덕분에 비범한 주인공이 성장해서 자신보다 훨씬 강한 적에게 잔머리로 이기는 면이나, 자신이 사용하려면 무기(불)의 어두운 면을 알고 충격을 받는 면, 아버지의 죽음이나…

인간은 모글리 딱 하나 나와서, 배우인 소년이 꽤 고생했을 것 같은 영화이다. 한동안 초록색 세트장에서 살았을 듯.  생각해 보면 이게 ‘실사 영화’인지도 좀 의문. 모글리 빼고는 모든 캐릭터, 배경이 다 CG다.

동물들 목소리를 낸 배우들이 무척 쟁쟁하다. 벤 킹즐리, 이드리스 엘바, 루피타 뇽오, 스칼렛 요한슨, 크리스토퍼 워컨, 지안카를로 에스포시토 등등. 특히 크리스토퍼 워컨과 스칼렛 요한슨은 노래까지 불렀는데 꽤 괜찮다. 워컨은 정말 다재다능하구나.

영화는 전체적으로 잘 만들어졌는데,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애니메이션에 비해 많이 어둡다. 내용도 무서운 시어칸에게서 도망다니다가 결국 싸우는 내용이고, 배경도 대부분 어두운 밤과 정글, 비오는 날등이 주요 배경이다. 겁이 많은 애들은 보기 힘들어 할 수도 있다.

마지막 엔딩 크래딧에 나오는 ‘책’ 이 정말 재미있다. 아무래도 ‘정글북’이니까 책으로 이미지화 한거 같은데, 아기자기 해서 보다 보면 점점 ‘책’의 특성을 이용한 개그가 나온다. ㅋㅋㅋㅋ

 

ps. 또 몇명은 마블 배우구만. 하긴 감독도 마블 감독이었으니.

ps. 어릴때 정글북에서 가장 좋아하던 캐릭터가 ‘발루’였는데, 이 영화에서도 발루가 제일 재미있는 듯.

Final Fantasy : The Spirits Within (2001)

서기 2065년, 지구는 ‘팬텀’이라고 불리는 외계에서 온 존재들에 의해 침략당하고 소수의 인간들만 살아 남는다. 팬텀들은 투명하고 스치기만 해도 생명체들이 죽으며, 파편이 침입하면 거기서 다시 숙주를 죽이고 팬텀들이 자라났다. 생존자들은 방벽 도시에서 에너지 방어벽에 의해 팬텀들을 막아내며 겨우 생존하고 있었다. 여주인공 아키는 시드 박사와 함께 영혼의 파장들을 모아서 팬텀들을 무효화 시키는 방법을 추진하고 있었고, 장군의 지휘하에 있는 군부는 대형 에너지포인 제우스 캐논으로 팬텀을 공격하려 하고 있었다. 아키는 영혼을 채집하던중 예전의 연인이었던 그레이를 만나고, 둘은 예전의 감정을 다시 확인한다. 다른 영혼을 채집하던 중 아키는 몸안에 있던 팬텀에 의해 의식을 잃고 그레이의 도움으로 팬텀들의 정체를 파악한다. 군부는 도시의 일부를 팬텀에 침범시켜 의회를 자극하려다 되려 도시전체를 잃게 되고, 제우스 캐논을 써서 팬텀의 본거지를 공격하게 된다. 겨우 탈출해 팬텀의 본거지에서 영혼을 채취하던 주인공들은 그레이의 희생으로 영혼을 완성시키고 세상을 정화하게 된다.

21세기가 시작된 2001년, 3D그래픽의 발전을 느끼게 해주었던 영화, 파이널 판타지 극장판의 스토리이다. 이 영화는 당시 베타버전이었던 마야를 이용해서 놀라울 정도의 3D인물표현, 풍경, 메카닉 디자인, 액션등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토이스토리 같이 정말 장난감스러운 3D영화만 보던 시대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하늘과 땅차이의 그래픽수준이었다. 3D모션 캡춰를 통해 만들어진 애니매이션은 아주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성우도 화려해서, 시드 박사는 도널드 서덜랜드, 그레이는 알렉 볼드윈, 장난기 많은 네일 역은 스티브 부세미가 목소리를 연기했다. 다른 성우들도 나름 알려진 배우들.

하지만 정작 흥행에는 실패했다. 박스 오피스 통계에 의하면 미국 흥행에서 3천2백만불을 벌었고, 해외에서 5천2백만불을 벌었다. 제작비는 1억 3천7백만불로 나와 있다. 한마디로 쪽박. 우선 파이널 판타지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게임 파이널 판타지와는 전혀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북미시장을 고려했겠지만 덕분에 게임과 연관된 마케팅에 실패했다. 시나리오가 너무 교과서적인데다가, 3D제작의 한계인지 진행이 너무 무난하고 긴장이 없다. 계속 동료를 탈출시키기 위해 자기희생만 하는 그레이와 팀의 대원들을 보면 짜증 나기도 한다. 게임을 좋아하는 어린 관객도 놓치고, 액션을 좋아할 어른 관객도 놓친 형국.

그래픽도 한장면 한장면은 훌륭하지만 뭔가 어색하다. 인물들이 몸은 역동적으로 움직이는데, 표정은 마네킨이다. 표정은 모션캡춰가 안되니까 당연한가? 인간의 눈이라는 것은 매우 이상하다. 토이스토리라던가, 니모 같은 비현실적인 캐릭터도 귀여우면 자연스럽게 느낀다. 하지만 파이널 판타지 극장판 처럼, 사람과 아주 비슷하다가 살짝 어설픈 캐릭터를 보면 그 어색함이 너무 눈에 띄어 버리고 심지어 징그럽기 까지 하게 된다. 파이널 판타지는 그런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나중에 나온 반지의 제왕2편과 3편의 골룸캐릭터와 비교해보면 그점을 확인할 수 있다. 표정이 살아 있는 캐릭터와 그렇지 못하고 이쁘기만 한 마네킨의 차이를.

게다가 가장 실망한것은 DVD이다. 3D영화니까, 기본적으로 디지털이라 DVD가 매우 좋을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왠걸. 디빅파일을 다시 DVD로 구운것처럼 뭔가 화질이 뿌옇고 선명함이 부족했다. 옛날 복원필름을 스캔해서 리마스터링한 스타워즈 트릴로지 DVD보다도 더…아니 반도 못따라가는 화질을 자랑한다.

파이널 판타지가 개봉할때 각종 홍보에는 다양한 비전이 있었다. 실제 배우들이 영화에서 밀려날거라는 둥, 주인공 아키가 디지털 연예인으로 성공해서 다른 영화에도 나올것이라는 둥. 그러나 흥행 참패로 인해 물건너 가 버렸다. 그 당시 우리 나라에도 다양한 3D 극장판 영화가 시도되고 있었는데 제작이 중단되거나 흥행에서 역시 참패했다. 다만 파이널 판타지가 사람들의 눈높이만 높혀 놔인지, 그 후에 나오는 각종 애니매이션과 게임의 3D영상은 극도로 섬세해졌다. 하나의 유행을 만들어 낸것이었다. 파이털 판타지는 영화가 볼거리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것과 3D영화의 한계를 보여주었지만 3D그래픽 역사에는 기념비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ps.

파이널 판타지 극장판을 이야기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시계이다. 주인공 아키가 차고 있던 시계는 PPL인지 Seiko 마크가 그려져 있었는데, 실제로 Seiko에서는 같은 디자인의 시계를 만들어 자신들의 전시실에 전시하고 있다고 한다. 몰론 상용화된 모델은 좀더 실용적으로 디자인 된 다른 디자인의 모델이지만.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너무 SF적이고 독특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저런 개성적인 시계가 있다면 실용성은 2차로 치고 하나 사고 싶어질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