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워를 보고나서

(주의 : 이 포스팅은 스포일러를 기본 양념으로 사용합니다)

스토리는 다 알 아시다시피, 어깨에 로크럭스 담배갑 문신을 하고 여의주를 품은 여자와, 그녀를 호위하는 느끼남이 500년마다 태어난다는 것과, 나쁜 이무기 브라퀴가 이 여자를 노린다는게 핵심 설정이다. 근데 500년전에는 조선에서 태어나다 지들끼리 눈맞아서 낙화암에서 폴짝거려 죽고(500년전이면 조선초기인데 왜 옷들은 조선 후기옷들 + 개량한복이야?), 이 년놈들이 미국에서 환생해서 이무기가 얼김에 미국에서 용쓴다라는 이야기이다.

생각외로 영화에서 표현된 스토리는 나쁘지 않았다. 단순명료하고 이해하기 쉬웠으며, 조선시대 표현도 어색하지 않게(배우들 연기 빼고) 배경지식을 전달해준다. 병원에서 도망치고 갑자기 해변에서 데이트 무드라던지, 최면술 요법을 한다던지 하는 맥 빠지는 편집상의 문제가 있지만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 스토리상의 개연성 문제도 있기는 있다. 뒷북치던 FBI 대장이 갑자기 여의주에 대해 박사가 되서 주절거리다 여자를 죽이려 한다거나, 총맞은 이던이 펄펄 날고, 난대없이 악당꺼라고 써 붙여 놓은 듯한 성이 허허벌판에 불법건축되어 있고 등등.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스토리보다는 특수효과가 더 많이 어색했다. 순수하게 CG로 작업된 장면은 우수했지만, 실사 합성을 한 부분은 괴물들이 다소 밝거나, 배경보다 흐릿하거나, 아니면 그 반대이거나, 스케일이 다소 안 맞는 등 조금씩 어색함이 있었다. 반지의 제왕 1편에서의 트롤 전투등의 장면이 연상되는 수준이랄까? 트랜스포머의 경우는 딱딱한 물체들이라 교정하기 쉬웠을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디워가 확실한 판정패인거 같다. 하지만 이 점은 아파치 헬리곱터의 공중전투와 마지막 용과 이무기의 전투가 워낙 멋있었기 때문에 무마가 될것이다. 그리고 LA에서 야외 촬영된 장면들의 화질이 꽤 좋았는데, 그외의 부분과 약간 화질 차이가 나서 어색한 점도 있었다.

밀리터리 매니아로써 보면 아파치가 헬파이어 미사일도 아니고 로켓도 아닌 연기를 끌며 왔다 갔다하는 무기를 발사한다는 것과 기관총 발사때 조종사 턱이 과도하게 덜덜 거리는 것, 그리고 미국에선 퇴역한 구식 M113 장갑차와 M1전차가 같이 나오는 어설픔(게다가 사막 위장색으로), 경찰과 FBI의 위버 자세도 아닌 어설픈 총 사격등이 많은것이 아쉽지만, 어차피 밀리터리 영화가 아니니까 지나가자.

가장 맘에 드는것은 유머 코드이다. 심씨네 동물원이라거나, 큰 뱀을 봤다고 해서 병원에 잡혔다가 미친놈이되는 동물원 경비원이나, 철조망을 통과해보려고 하는 할머니 등, 이래저래 웃음을 준다. 이런 부분이 역시 심형래, 라고 할수 있는 장면일거 같다.

이 영화는 주변에서 듣던 것처럼 단점은 아주 많았지만, 의외로 볼만했던 영화다. 하지만 정말로 정말로 3가지만 고쳤으면 확실히 좋은 영화가 될뻔했다.

  1. 악역 캐릭터가 너무 부실하다. 잊을만 하면 나와서 악악 거리기만 하는 부라퀴는 ‘아나콘다’만큼도 못한 공포감을 줄 뿐이다. 부라퀴의 행동대장격인 부하는 맨날 폼만 잡다가 차에 두번 연속으로 치여 날라가 웃음만 준다. 괴수영화나 공포영화는 아무래도 제대로 절대악이나 너무 똑똑하거나 집요한 악역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이 둘은 그에 비하면 부족하다.
  2. 지나치게 장소 변화가 많다. 몇초전까지 등뒤에 부라퀴가 따라오다가, 갑자기 다른 사람들이 태연히 식사하는 식당이 나오질 않나, 꼭 필요성이 없이 장소가 계속 바뀐다. 도시 좀 부순다 싶었더니 갑자기 한적한 성으로 가서 결판 내는것도 좀 그렇다. 이런 요소와 1번이 합쳐져서 중반부 중요 컨셉인 쫒고 쫒기는 것에 대한 긴박감이 사라졌다.
  3. 멋진 마지막 전투와 주인공들의 이별후에……커다랗게 심형래씨 사진 나오면서 “나는 디워로 성공할 것이다”라는 식의 성공신화의 비밀 분위기의 글들이 올라오는거…..정말 깬다. 성룡의 영화처럼 엔드 크레딧이 올라오면서도 조그만 화면으로 자신의 고생을 표현하는 방법도 있다. 굳이 여운을 깨면서 자기 고생 알아달라고 분위기 잡아야 했는지 의문이다.

아무래도, 심형래씨는 대자본을 들인 독자적인 스토리의 저연령 취향 영화를 만들게 아니라, 히트를 기록한 국내 여려 환타지 소설이나 만화들을 영상화 하는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되면 나름대로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도 얻을 수 있고, 특수효과도 활용할 수 있으며, 고정팬도 있고, 중요한 ‘용’도 나온다;;;

어째튼 볼만한 국산 영화를 만들어줘서 심형래씨와 기타 제작진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ps. 감상 포인트 3가지

  1. 용과 브라퀴의 마지막 대결의 CG는 압권.
  2. 유머러스한 장면 몇가지.
  3. 아파치 전투헬기들과 날개달린 괴물들의 사투

D-War의 마음에 안드는 점. 두번째.

관련글 : D-War의 마음에 안드는 점d00

대한민국 SF의 시작”

대한민국 영화의 새로운 신화”

“CG는 100% 대한민국 우리 기술로 만들었다”

“영화 마지막 마무리는 아리랑

분명 외국에서는 저렇게 홍보하지 않을것이다. Youtube에 있는 몇몇 영상을 보니 전설을 설명하는 부분이 주가 되고, 배우들의 대화, SFX 전투씬, 추격전을 추가하는 식으로 구성이 되어 있음을 알수 있었다. 다른 포스터도 이무기의 공포스러운 스케일을 강조하는 식으로 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왜 애국심에 의지하는 홍보를 하는가? 영화 완성도보다는 애국심에 호소하는게 더 먹힐거라고 생각하는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있는 수단을 다 동원하는것 뿐인지 잘 모르겠다. 다만 최근에 성공한 우리나라 영화들이 대부분은 참신한 설정이나 영화내부적인 요소를 무기로 사용했지, 애국심에 호소하지는 않았던거 같다.(개봉하고 나서 외국에서 영화제에서 상받았다던지 흥행이 잘되고 있다던지 하는거 빼고는)

그리고 또 한가지, 아직 영화를 보지도 않은 일부 D-War 팬들은 영화를 보고 비평하는 블로거들에 맹렬히 비난을 하는지 참 의문이다. 영화를 본사람이 안본사람보다 모르는건 제작 배경이나 과정 정도일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상업영화를 가지고 영화 자체보다 그 외의 요소만으로 옹호를 한다는 이야기인데 참 아이러니 하다.

예전에 ‘에라곤’이라는 환타지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 몇가지 의문을 이글루스 블로그에 쓰자, 특수효과 예산이 얼마라느니 하며 금세기 최고의 환타지 영화라고 팬들(?)의 댓글이 잔뜩 달린적이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그다지였다. D-War가 그런 용두사미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로 3D그래픽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에 개봉하면 한번 봐야겠다.

D-War의 마음에 안드는 점

30d3b248D-War의 홍보 동영상에 이런 멘트가 나온다.

“대한민국 SF의 시작”

D-War는 SF(Science Fiction, Sci-Fi, 과학소설)장르가 아니다. 괴수영화, 환타지 액션, 재난 영화이다. 과학소설은 과학을 주제로 한 소설이며, 소설가 복거일씨는 “과학소설은 과학이 사람의 삶과 문명에 영향을 미치는 모습을 다루는 소설”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복거일씨의 영어 공용화 주장따위는 맘에 안들지만) 우리가 흔히 SF를 공상과학소설이라고 잘못 번역하여 비현실적인 소설이나 영화를 모조리 SF라고 하는 것은 다소 잘못된 것이다.

그런식으로 치면 “괴물”도 SF이고, 단군신화까지 SF다. D-War보다는 오히려 그 어설펐던 영화 ‘네츄럴 시티’나 ‘건축무한육각면체의 비밀’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 소재만으로는 SF에 더 가깝다.

SF는 특수 효과를 뜻하는 SFX(Special Effects)와도 구별지어야 한다. SFX만 사용하면 SF라고 홍보하는 영화계 관행도 있는 듯하다.

아직 한국영화에는 제대로 된 SF영화는 커녕 IT강국으로서 IT소재의 영화도 하나 제대로 없었다. 그런 상태에서 괴수영화나 재난영화에 해당하는 영화를 ‘대한민국 SF의 시작’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다.

어째튼 심형래씨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D-War가 성공하여 우리나라 영화계의 또 다른 도약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며, SF에 대한 잘못된 정의를 사용하는 관행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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