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워는 한국영화의 희망이 아니야. 전례일 뿐이지.

디빠니, 디까니, 진중권빠니, 평론가니 충무로니 하는 헛소리들은 다 저리 치워버리자. 무슨 이념이나 정치토론도 아니고 너무 배가 산으로 간 의미없는 싸움일뿐이다. 디워만 보자.

팩트만 나열해 보자면, 디워는 한국 극장가에서 대박을 터트렸다. (제작비 대비 대박인지 중박인지는 논란이 있지만.) 그리고 세계시장에서는 쪽박을 찼으며, 2차 미디어 시장에서 폐자부활전을 노리고 있다. 한국 극장가에서 성공한 이유는 여러 분석이 있지만, 실제 설문조사에 의하면 방학 가족영화를 보러 간 관객이 수가 가장 많다는 결과가 나온적 있다. 그리고 디워의 특수효과에 대해서는 훌륭하다는 평이 많지만(개인적으로 고르지 못한 퀄리티는 불만이 많다), 영화적인 스토리 진행이나 편집에 대해서는 대부분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일단 바닥 깔기고, 내 생각을 쓰자면.

희망이고 뭐고 웃기는 소리다.

디워가 한국 영화계에 준 교훈은 단 하나, “방학용 가족영화를 만들어라!”이다. 우리나라 영화계는 소비성향이 가장 강한 20대나 30대초 학생or커플들을 노리고 그동안 스타를 이용한 조폭, 코믹, 멜로 등 한정된 소재만 재생산해왔다. 나이 지긋한 어른들이나, 애들 데리고 다녀야 하는 부모들이 함께 즐길만한 영화는 무시해왔다. 그런 욕구불만족이 몇년간 쌓이고 쌓여 드디어 터진게 디워다. 각종 앙케이트나 설문조사 결과, 여러 정황이 이를 증명한다.

디워처럼 ‘스토리 단순하고 볼거리 많은 영화가 세계시장에서 먹힌다’는 명제 자체는 동의한다. 하지만 이건 위험한 발상이다. 헐리우드는 디워보다 돈 많이 들이고, 디워보다 볼거리 많고, 디워보다 블럭버스터 더 많이 만들어본 제작진에 의해 일년에 백개의 영화를 만들어 그중 30개를 성공시킨다. 우리는 그 규모를 따라갈수 없다. 돈을 들여도 경험과 노하우도 부족하고 마케팅에서 치여버린다. 기본적으로 그런 돈 들인 영화 10개 만들어 헐리우드와 같은 비율로 3개 성공시킨다 했을때 나머지 7개에 의해 우리나라 영화사나 투자가들 절반은 망해버릴거다. 그리고 그전에 중저가(?) 영화들은 투자할 돈이 모자라게 된다. 홍콩영화들도 한때는 헐리우드를 추격할정도로 기세가 등등했지만, 지금은 망해버렸다. 알려진 이유는 스타시스템 의존도나 지나친 코믹영화/폭력영화 일색등 여러가지지만 그 중 하나는 시장을 확대하려다 커진 투자를 관리 못한 요인도 있다. 무엇보다 ‘헐리우드스러운 영화’를 만들 요량이면 헐리우드에 투자하지 누가 한국 충무로에 투자하냐?

그렇지 않고 ‘스토리보다 볼거리에 치중한 영화’가 돈을 좀 덜들이거나 기술을 좀 덜들이면? 그 전례가 바로 디워다. 디워의 미국시장 결과. 그게 바로 ‘헐리우드에 비해’ 애매한 투자, 애매한 기술, 애매한 노하우, 애매한 완성도에 의해 이루어진 결과일뿐이다. 디워 수준인거 10개 만들어봐야 양놈 동네에서는 자기네들을 따라올려고 하는 영화수준으로 보지, 절대로 트랜스포머 수준으로 안봐준다. 특급 블럭버스터들이 난립하는 대목에 같이 틀면 피보는 영화, 볼거 없거나 시간 안맞을때 보는 영화. 그렇다고 미국이 블럭버스터 빼면 영화 없는것도 아니다. 풍부한 B급 영화들과 틈새시장 마케팅이 경쟁상대로 포진하고 있다. 영국 영화도 그 시장에서 어느정도 장사 잘하고 있다.

돈이나 시스템이 경쟁이 안되는 상황에서 무리한 희망 운운하며 뱁새가 황새 흉내내려고 하는 짓은 경계해야 한다. 우리가 제작 시스템이 뱁새 수준이라는 건 디워 스스로도 증명한다. 제작에 7년인지 6년인지 걸렸다는데, 헐리우드에서는 대부분 1~3년이면 블럭버스터를 만든다. 반지의 제왕 3부작이 6년인가 걸린걸로 알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멀리 보고 꾸준히 제작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점차 시장과 제작/투자/마케팅 여건을 동시에 키우는 것이다. 돈과 몸이 안되면 머리라도 굴려서 작품성이 뛰어나거나 참신한, 혹은 기획이 잘된 영화를 만들어 세계 영화제에서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다. 홍콩 영화는 예전 같지 않지만, 몇몇 홍콩 영화의 작품성과 참신함은 서양이든 동양이든 모든 사람들에게 홍콩영화만의 색채로 기억되어 있다. 매트릭스가 홍콩영화의 제자라는 점은 누구나 알것이다.

ps.
많은 디워팬들이 작품성은 중요하지 않다는 글을 써대는데, 난 작품성이 있으면 ‘더 좋다’고 본다. ‘선생 김봉두’처럼 마지막에 질질 짜게 만드는 억지 감동의 작품성이 아니라, 영화를 보고나서 ‘다시 생각해보니 좀 남는게 있네’싶은 정도의 작품성 말이다. 작품성과 볼거리, 흥행성은 절대 양립할수 없는 요소들이 아니다. 로보캅이나 블레이드러너나 에일리언이나 기타 등등 수많은 SF가 볼거리 외에도 작품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그렇게 여러면에서 잘 만드는게 ‘어려운 것’ 뿐이다.

그리고 한마디 더 하는데, 디워는 작품성이 아니라 완성도가 글러먹은 거야.

작품성(作品性) [명사]작품에 나타난 작가의 창조적 개성.

완성도(完成度)[명사]어떤 일이나 예술 작품 따위가 질적으로 완성된 정도.

디워를 보고나서

(주의 : 이 포스팅은 스포일러를 기본 양념으로 사용합니다)

스토리는 다 알 아시다시피, 어깨에 로크럭스 담배갑 문신을 하고 여의주를 품은 여자와, 그녀를 호위하는 느끼남이 500년마다 태어난다는 것과, 나쁜 이무기 브라퀴가 이 여자를 노린다는게 핵심 설정이다. 근데 500년전에는 조선에서 태어나다 지들끼리 눈맞아서 낙화암에서 폴짝거려 죽고(500년전이면 조선초기인데 왜 옷들은 조선 후기옷들 + 개량한복이야?), 이 년놈들이 미국에서 환생해서 이무기가 얼김에 미국에서 용쓴다라는 이야기이다.

생각외로 영화에서 표현된 스토리는 나쁘지 않았다. 단순명료하고 이해하기 쉬웠으며, 조선시대 표현도 어색하지 않게(배우들 연기 빼고) 배경지식을 전달해준다. 병원에서 도망치고 갑자기 해변에서 데이트 무드라던지, 최면술 요법을 한다던지 하는 맥 빠지는 편집상의 문제가 있지만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 스토리상의 개연성 문제도 있기는 있다. 뒷북치던 FBI 대장이 갑자기 여의주에 대해 박사가 되서 주절거리다 여자를 죽이려 한다거나, 총맞은 이던이 펄펄 날고, 난대없이 악당꺼라고 써 붙여 놓은 듯한 성이 허허벌판에 불법건축되어 있고 등등.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스토리보다는 특수효과가 더 많이 어색했다. 순수하게 CG로 작업된 장면은 우수했지만, 실사 합성을 한 부분은 괴물들이 다소 밝거나, 배경보다 흐릿하거나, 아니면 그 반대이거나, 스케일이 다소 안 맞는 등 조금씩 어색함이 있었다. 반지의 제왕 1편에서의 트롤 전투등의 장면이 연상되는 수준이랄까? 트랜스포머의 경우는 딱딱한 물체들이라 교정하기 쉬웠을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디워가 확실한 판정패인거 같다. 하지만 이 점은 아파치 헬리곱터의 공중전투와 마지막 용과 이무기의 전투가 워낙 멋있었기 때문에 무마가 될것이다. 그리고 LA에서 야외 촬영된 장면들의 화질이 꽤 좋았는데, 그외의 부분과 약간 화질 차이가 나서 어색한 점도 있었다.

밀리터리 매니아로써 보면 아파치가 헬파이어 미사일도 아니고 로켓도 아닌 연기를 끌며 왔다 갔다하는 무기를 발사한다는 것과 기관총 발사때 조종사 턱이 과도하게 덜덜 거리는 것, 그리고 미국에선 퇴역한 구식 M113 장갑차와 M1전차가 같이 나오는 어설픔(게다가 사막 위장색으로), 경찰과 FBI의 위버 자세도 아닌 어설픈 총 사격등이 많은것이 아쉽지만, 어차피 밀리터리 영화가 아니니까 지나가자.

가장 맘에 드는것은 유머 코드이다. 심씨네 동물원이라거나, 큰 뱀을 봤다고 해서 병원에 잡혔다가 미친놈이되는 동물원 경비원이나, 철조망을 통과해보려고 하는 할머니 등, 이래저래 웃음을 준다. 이런 부분이 역시 심형래, 라고 할수 있는 장면일거 같다.

이 영화는 주변에서 듣던 것처럼 단점은 아주 많았지만, 의외로 볼만했던 영화다. 하지만 정말로 정말로 3가지만 고쳤으면 확실히 좋은 영화가 될뻔했다.

  1. 악역 캐릭터가 너무 부실하다. 잊을만 하면 나와서 악악 거리기만 하는 부라퀴는 ‘아나콘다’만큼도 못한 공포감을 줄 뿐이다. 부라퀴의 행동대장격인 부하는 맨날 폼만 잡다가 차에 두번 연속으로 치여 날라가 웃음만 준다. 괴수영화나 공포영화는 아무래도 제대로 절대악이나 너무 똑똑하거나 집요한 악역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이 둘은 그에 비하면 부족하다.
  2. 지나치게 장소 변화가 많다. 몇초전까지 등뒤에 부라퀴가 따라오다가, 갑자기 다른 사람들이 태연히 식사하는 식당이 나오질 않나, 꼭 필요성이 없이 장소가 계속 바뀐다. 도시 좀 부순다 싶었더니 갑자기 한적한 성으로 가서 결판 내는것도 좀 그렇다. 이런 요소와 1번이 합쳐져서 중반부 중요 컨셉인 쫒고 쫒기는 것에 대한 긴박감이 사라졌다.
  3. 멋진 마지막 전투와 주인공들의 이별후에……커다랗게 심형래씨 사진 나오면서 “나는 디워로 성공할 것이다”라는 식의 성공신화의 비밀 분위기의 글들이 올라오는거…..정말 깬다. 성룡의 영화처럼 엔드 크레딧이 올라오면서도 조그만 화면으로 자신의 고생을 표현하는 방법도 있다. 굳이 여운을 깨면서 자기 고생 알아달라고 분위기 잡아야 했는지 의문이다.

아무래도, 심형래씨는 대자본을 들인 독자적인 스토리의 저연령 취향 영화를 만들게 아니라, 히트를 기록한 국내 여려 환타지 소설이나 만화들을 영상화 하는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되면 나름대로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도 얻을 수 있고, 특수효과도 활용할 수 있으며, 고정팬도 있고, 중요한 ‘용’도 나온다;;;

어째튼 볼만한 국산 영화를 만들어줘서 심형래씨와 기타 제작진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ps. 감상 포인트 3가지

  1. 용과 브라퀴의 마지막 대결의 CG는 압권.
  2. 유머러스한 장면 몇가지.
  3. 아파치 전투헬기들과 날개달린 괴물들의 사투

D-War의 마음에 안드는 점. 두번째.

관련글 : D-War의 마음에 안드는 점d00

대한민국 SF의 시작”

대한민국 영화의 새로운 신화”

“CG는 100% 대한민국 우리 기술로 만들었다”

“영화 마지막 마무리는 아리랑

분명 외국에서는 저렇게 홍보하지 않을것이다. Youtube에 있는 몇몇 영상을 보니 전설을 설명하는 부분이 주가 되고, 배우들의 대화, SFX 전투씬, 추격전을 추가하는 식으로 구성이 되어 있음을 알수 있었다. 다른 포스터도 이무기의 공포스러운 스케일을 강조하는 식으로 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왜 애국심에 의지하는 홍보를 하는가? 영화 완성도보다는 애국심에 호소하는게 더 먹힐거라고 생각하는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있는 수단을 다 동원하는것 뿐인지 잘 모르겠다. 다만 최근에 성공한 우리나라 영화들이 대부분은 참신한 설정이나 영화내부적인 요소를 무기로 사용했지, 애국심에 호소하지는 않았던거 같다.(개봉하고 나서 외국에서 영화제에서 상받았다던지 흥행이 잘되고 있다던지 하는거 빼고는)

그리고 또 한가지, 아직 영화를 보지도 않은 일부 D-War 팬들은 영화를 보고 비평하는 블로거들에 맹렬히 비난을 하는지 참 의문이다. 영화를 본사람이 안본사람보다 모르는건 제작 배경이나 과정 정도일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상업영화를 가지고 영화 자체보다 그 외의 요소만으로 옹호를 한다는 이야기인데 참 아이러니 하다.

예전에 ‘에라곤’이라는 환타지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 몇가지 의문을 이글루스 블로그에 쓰자, 특수효과 예산이 얼마라느니 하며 금세기 최고의 환타지 영화라고 팬들(?)의 댓글이 잔뜩 달린적이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그다지였다. D-War가 그런 용두사미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로 3D그래픽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에 개봉하면 한번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