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범인은 조현병…예전말로 정신분열증 환자라고 하는데, 많은 면에서 예전 옆집 조현병 환자를 떠올리게 한다.(이 아저씨의 아들이다!)
40살 정도인 그놈은 교통사고를 당하고 머리를 다친 후 조현병이 생겼다고 한다. 특징은 피해망상이 심하고, 환청을 들으며, 공격적이고 분노를 자주 느낀다. 특히 비가 오거나 약을 안먹은 날에 심했다. 특히 그 녀석 방에서 우리집이 바로 내려다 보였기 때문에 우리집 가족들이 분노의 타겟이 된 경우가 많았다.
웃기는건 이 놈이 분노 대상은 ‘약해 보이는’ 사람뿐이다. 나와 아버지는 덩치가 있으니 건드리지 않았다. 몸집이 가장 작은 우리 어머니가 주로 타겟이 되었는데, 자신이 면접보러 가는 회사들에 어머니가 미리 전화를 걸어서 취직을 막았다느니 욕을 했다느니 하며 시비를 거는 경우가 많았다. 한번은 아버지가 차고에 계실 때, 어머니 혼자 길에 나와 있는 줄 착각하고 어머니의 멱살을 잡았다가, 아버지가 바로 달려들어 내던져 버린 경우도 있었다. 마른 체격의 막내동생도 주로 시비 대상이었는데, 그놈의 실수였다. 막내는 싸움을 잘하는 편이었고, 참다 참다 끝내 폭발한 막내에게 크게 맞고 나서는 그 다음부터 건드리지 않았다. 그 외에 덩치가 작은 사람들은 남녀 가리지 않고 시비를 걸었고, 강해 보이는 사람에겐 피하거나 예의를 갖췄다.
이런 경험을 볼 때, 이번 사건의 범인이 그놈과 비슷한 증세라면, 아마 여성을 노렸다기 보단 약해보이는 상대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어린이 같이 약해 보이는 상대가 그 자리에 있었으면 여성 대신 피해자가 됐을 가능성이 크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이번 사건이 단순히 여성혐오라며 희석되지 말고, 한국에서는 숨기기만 하는 우울증과 조현병에 대해 끄집어내서 체계적인 치료를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안전한 길거리를 만들고 싶다면 그게 더 나은 방향일 것이다.
여성혐오 문제는 다른 경우들을 분석해서 해결해야지, 이번 사건이 이슈가 되니 낼름 같다 붙이려는건 과연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질지 의문이다.
희생자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