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모 리뷰 블로그에 대한 말들이 많은데, 그와 관련해서 제 경험이 연상되서 글을 써 봅니다. 제가 한때는 자알 나가던 디지털 기기 리뷰어였거든요. 블로그라는게 뜨기 전이라 아쉽습니다만.
제가 주로 글을 쓰던 사이트는 디아이진이라는 곳이었습니다. 이 곳에는 여러 종류의 리뷰와 글, 사진 갤러리 등이 혼재된 곳이었습니다만, 당시 중심이 되는 것은 두가지 디지털 카메라 리뷰였습니다.
하나는 “네이비블루”님이 작성하던 “스페샬리뷰”. 이것은 디아이진의 사이트 차원에서 대기업의 제작비 후원을 받아 신제품 디카를 리뷰하는 것이었습니다. 일반적인 분석을 하는 리뷰일 경우, 제품의 단점을 노출시키지 않을 수 없기에 그것을 싫어하는 삼성이나 소니등의 회사들을 위한 코너였죠. 디카를 분석하기 보다는 디카를 가지고 여행을 다니며 찍은 사진으로 만들어가는 스타일있는 잡지 같은 느낌의 리뷰입니다.
두번째는 저 “Draco”가 작성하는 “심층분석”이라는 코너였습니다. 이 리뷰는 dpreview.com 같은 스타일로, 상세 스펙부터 제품의 메뉴나 기능, 화질 분석, 장단점 나열까지 다루는 ‘요즘에 흔한 스타일의’ 리뷰였습니다. 업체에게는 제품 대여외에는 아무런 지원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작성하는 리뷰였죠.
결론부터 말하면 항상 제 “심층분석” 리뷰가 문제였습니다.
“스페샬리뷰”의 경우는 좋다 나쁘다를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기 때문에 논란거리는 없었습니다. 본질적으로 이 코너는 “네이비블루”님의 엄청난 내공과 쨍한 해외 풍경으로 인해 안좋은 카메라도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사기’를 였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사람들에게 그 제품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주고, 사진을 찍는데에 대한 자신감을 주었죠.
제 “심층분석”은 항상 시끄러웠습니다. 제품이 좋게 평가되면 왜 단점 갯수가 적으냐. 리뷰어가 캐빠(캐논 빠돌이란 뜻….사실 캐논이 디카초기엔 기술적으로 타회사보다 앞섰었죠.)다. 별의 별 악플과 반론이 달렸습니다. 제품이 안좋게 평가되면 그 제품이나 브랜드의 동호회가 우르르 달려와서 비난을 해댔습니다. 장점과 단점의 비중이 비슷하면, “기계적인 밸런스”를 억지로 맞춘 리뷰라며 비난이 날라왔습니다. 사실 제품 출시 직전이나 출시 직후에 발표한 리뷰일 경우 일반인은 사용 경험이 있을리가 없는데도, 사용을 해본 리뷰어의 정보를 비난해댄다는 건 참 뭐라 할말이 없긴 합니다. 물론 제 어설픈 작업과 대응도 한역할 했습니다만.
그런 식의 진행이 꽤 오래되다보니, 두가지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리뷰는 그것을 정보로 참고할 사람들을 위해 쓸 글이지, 그 리뷰 자체를 분석하고 비판하려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도저히 맞출수가 없다.”
“악플도 무플보다는 100배 고맙다” (별로 인기있는 사이트가 아니었기에…)
리뷰어는 리뷰를 쓰며 해당 제품에 일정한 가치를 매기게 됩니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는 리뷰어가 감정사같은 권위가 있을리도 없고, 다른 사용자도 그만한 리뷰를 쓸 수 있기도 하죠. 단지 전문 리뷰어란 좀더 경험이 많고 제품을 접할 기회가 많을 뿐입니다. 게다가 리뷰의 방향이나 초점을 어디에 맞추느냐는 사람마다 다 다르지요. 결국 리뷰어의 목소리도 여러 목소리 중 하나가 되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공감을 일으키게 될뿐, 전체를 만족시키긴 불가능합니다.
물론 비판이 불필요하다거나 해서는 안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그것은 리뷰의 내용에 대한 근거있는 반론이 되어야지, 그 리뷰어 자체나 리뷰의 배경을 가지고 따진다면 결론 안나는 싸움을 하자는 것 밖에 안된다는 말입니다.
저도 워낙 삼성이 홍보 방식에 대해 안좋은 일을 당해봐서 이번에 삼성의 블로거들에 대한 행동이 그리 좋게 보이진 않습니다만, 그 리뷰 블로거들에 대한 분위기 자체도 마음에 안들긴 마찬가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