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연재가 끝났다.

허영만 선생의 만화 ‘식객’이 오늘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마지막 장면은 다소 뻔하게도 진수의 배부른 장면이 나왔지만,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2002년 9월부터 총 164개의 이야기가 선보인 ‘식객’은 이미 극장영화 두개와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일본만화로 유행하기 시작한 음식 대결만화가 될까 걱정했지만, 우리 음식을 찾아 여행하는 제목 그대로의 ‘식객’을 보여주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오히려 영화와 드라마판 식객이 일본의 음식대결 만화를 답습한 것이 아닐까.) 우리나라 만화가 점점 가벼운 웹툰쪽으로 옮겨가는 시점에서, 식객은 내 최고의 읽을 거리였고, 진지하면서 재미있는, 그리고 가장 우리나라 다우며 현대적인 이야기였다.

마구마구 더 찬양하고 싶지만, 어휘력 달려서 이만.

허영만 선생께 존경을. 만화책은 전집 나오면 살께요. (급하게 낱개로 사면 피본다는 걸 DVD에서 배워버린;;)

인터넷은 위대하고 두렵다.

허영만 화백의 만화중에 이런 것이 있다.
http://image.fnn.co.kr/news/2008/04/14/etc/b3566096c77e49f4ace0ac5254b3f58f_Untitled-5.jpg
주인공 철수의 머리속에 “1894년부터 1901년까지 셜록홈즈는 몹시 바쁘게 일했다”라는 문장이 머리속에 맴도는데, 이 문장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떠오르지 않아 미치겠는 것이다. 결국 며칠후 자료에 대한 도사인 사람이 대신 출처를 찾아준다.

이건 솔직히 PC통신 시대의 이야기다.
시험삼아 아마존닷컴에 “sherlock holmes 1894 1901 busy” 정도의 키워드를 넣어보다 바로 답이 나와버린다.

인터넷은 위대하다.
지식을 외울 필요가 없다. 찾는 방법과 단서만 알면된다. 한없이 게을러질 여지가 크다.
그러나 지식을 활용하고 있으려면 어느정도 알고 있어야 활용할 수 있는 법이다.

인터넷은 위대한 도구이자 깨어나기 싫은 꿈일지도 모르겠다.
여러면에서 참 무섭다.

식객. 감정이라는 잘못된 양념이 아쉬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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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맛은 오직 하나'라는 포스터 카피 자체가 만화판 식객과의 괴리를 예고한다.

영화 식객을 보았다. 타짜와 같이 허영만 화백이 수년간 연재하며 걸작으로 평가받는 동명 만화를 영화화 한것이다. 만화 식객은 요리 고증과 자료조사를 통한 세밀한 한국 음식의 표현, 라면이나 부대찌개등도 한국음식으로 치는 자유로운 사고, 경쟁이나 대결구도에 얽매이지 않고 승부를 무의미하게 하거나 초월해버리는 스토리와 주제, 그리고 주인공들의 재치있는 코믹요소가 어우러진 작품이다.

영화 식객의 경우는 만화 식객과 스토리가 매우 다르다. 운암정에서 경쟁에 밀려난 성찬과 기자 진수, 그리고 오봉주라는 요소는 그대로 가져갔으나, 숙수의 칼을 상품으로 걸고 벌이는 대회가 가장 핵심 줄기이다. “최고의 맛은 어머니 만큼이 많다”라는 주제가 소믈리에 같은 어색한 과장법을 연발하며 승부를 가르는 심사위원에 의해 빛을 잃는다. 가장 아쉬운것은 만화에서는 승부에 집착하지만 “음식가지고 장난한 내가 졌다”라면서 부하의 실수까지도 자신의 패배로 인정하고 깨끗하게 뒷모습을 보이는 쿨가이 오봉주가 영화에서는 이기기 위해 라이벌의 음식에 복어알의 독까지 넣는 더러운 사람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임원희라는 희극 배우를 오봉주로 캐스팅해놓고 어설픈 몸개그로 캐릭터를 가볍게 만든것도 참 문제다. 웃길려면 제대로 웃기던가. 만화의 핵심 코믹 캐릭터인 거지(?) 할아버지, 그리고 보광 레스토랑 식구들이 사라진것도 아쉬움이다.

하지만, 원작과 다르게 만드는것은 허영만 화백도 바라는 일이라고 하니, 그것만가지고 탓하긴 뭐하다. 하지만 더 큰 탓이 있다. 이 영화에서는 황복어의 알을 가지고 짜릿한 맛을 내는 것을 사람의 생명을 놓고 칼끝에 놓는 위험한 짓이라고 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영화 자체도 감정이라는 ‘양념’으로 말초신경을 자극하려고만 하는 위험한 짓을 하고 있다. 민족주의와 반일감정이라도 낚으려는 듯한 일제시대의 비극이라는 미끼와, 일본인의 좀 오버스러운(?) 사죄와 회상, 스승의 자결, 제자의 죄의식, 선조에 대한 오봉주의 잘못된 생각과 집착, 제대로된 고수들의 대결이 아닌 조선대표 서민음식과 일본 관료가문의 전래음식(?)의 승부가 되어버린 어이없는 마지막 대결, 성찬이 기르던 소의 슬픈 희생, 사형수 이야기까지… 영화는 맛과 향기의 향연이 아닌 눈물의 향연으로 만들려고 꾸준히 시도한다. 상업영화니까 그렇게 만든거겠지만 마치 선생 김봉두의 마지막에서 억지 눈물을 자아내게 했던것같은 거북함은 어쩔수 없이 느껴진다. 그것도 마지막이 아닌 영화 내내.

‘양념’이 잘못되어 요리는 좀 어긋났지만, 이 영화의 ‘재료’는 그야말로 최상급이다. 황복회, 쇠고기 정형, 고기 굽기, 숯이야기, 사형수와 고구마등의 이야기가 원작 팬들에게 큰 재미를 준다. 배고픈 채로 보면 미칠거 같은 화려하고 맛깔나는 음식들, 청각을 자극하는 도마질소리와 탕이 끓는 소리, 원작과 느낌이 무척 닮은 배우들도 큰 점수를 받을 부분들이다. 마지막에 허영만 화백의 카메오 등장도 놓치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