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게임에 과몰입 하는 이유

요즘 게임의 부작용에 대한 이슈가 커지고 있다. 문광부 담당이었던 게임이 여가부가 가세해서 셧다운제 같은 규제를 내놓더니 교육과학기술부까지 나서서 또 다른 규제를 내놓았고, MBC의 삽질부터 시작해서 각종 언론 매체에서 게임을 잡아 족치고 있다.

여기에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서 진실이나 다양한 의견은 신경도 안쓰는 듯하다. 오직 누구 책임이냐 아니냐만 따지는 느낌.

아이의 게임 과몰입은 분명 존재한다. 때로는 심각한 수준이 되기도 한다. 그게 게임 탓일까? 내 생각엔 아니다. 손가락을 유독 심하게 빠는 아기가 있다면 손가락이 죄일까?

‘위생가설’이라고 들어 봤는지 모르겠다. 오래전에 의사나 과학자들이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오히려 깨끗한 도시 사람들이 알러지나 천식, 아토피 같은 애매한 질병들이 많은 것이었다. 공해때문이라 생각했으나 공해만이 원인은 아니었다. 어린시절 개발이 덜된 시골에서 자란 아이들은 도시에서도 그런 질병에 강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가설이고, 여러차례 검증도 된 것이 바로 ‘위생가설’. 어린 시절 흙과 풀과 함께 자란 아이들은 미생물과 오염물질을 ‘적당히’ 접하게 되고, 적절한 면역 반응을 익히게 된다. 깨끗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이런 경험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중에 겪은 오염에 과민반응을 하게 된다. 알러지등의 질환은 우리 몸의 면역 기능이 오염물질에 과민반응해 정상 세포를 공격해서 생기는 질환이다.

게임에 과몰입 하는 것도 같은 현상이 아닐까? 어렸을 때 부터 아이들은 끼리끼리 놀고, 서로 싸우고, 부모와 친척들과 놀면서 자라야 올바른 오락과 사회성을 익힌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그럴 틈이 없다. 3살때부터 영어를 가르치고, 유아원과 학원 뺑뺑이를 돌리고, 집에 오면 부모들은 없거나 늦게 돌아와 서둘러 집안일을 하다 피곤해 쓰러져있다. 다른 친척도 없고, 주변에 친척 형제들도 없으며, 같은 고생중인 친구 몇명과만 학원 오고 유치원과 학교 가다 장난칠 뿐이다.

적절히 오락을 즐기고 그만둘줄 모르며, 인간 관계에서 즐거움과 절제를 배우지 못하고, 스트레스와 부족감만 느끼는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 게임은 어떻게 다가올까? 장소 제한 없이 놀아주는 게임속 친구들, 영웅이라 치켜 세우며 마왕을 물리쳐달라고 치켜세워주는 NPC들이 가득한 게임 말이다. 현실에서 즐겁게 놀다가 그만두는 걸 배운적 없는데, 게임속에서 배울 수 있을까?

…그리고 그걸 셧다운제로 로그아웃하게 만들면 배울수 있을까?

…어리석은 인간들은 감기에 걸리면 손 씻고 잘먹고 운동할 생각을 하지 않고, 주사 한방, 약 한 줌으로 해결하려 한다. 그리고 또 감기에 걸리며 감기를 욕한다.

글쓴이 : Draco (https://draco.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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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개

  1. 음.. 저랑은 조금 미묘한 차이가 있는 생각이네요

    저는 어른들이 삶이 팍팍해서 맞벌이를 하고
    맞벌이로 인해 생기는 죄책감(자주 못봐줘서 미안해 대신 돈으로 해줄께)을 돈과 교육으로 커버함으로서 부모의 칭찬과 관심을 받지 못해 그러한 만족감을 쉽게 얻을수 있는 게임으로 빠지는게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우리 세대에서 경험했던 사회부적응자들의 게임 고렙화 현상(?)과 비슷하게 현실은 주옥같아도 게임에서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군림을 하고 그로 희열을 느낄수 있으니 말이죠.

    가장 큰 문제는 아이들이 이러한 희열에 중독이 된게 아니라
    이런 중독의 원인인 아이들에게 관심이 주어지지 않다는 것인데
    여가부나 여성부등은 중독을 빌미로 돈을 요구하고 있고
    그 돈은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죠.

    솔찍히 데톨부터도 위생이라는 공포를 이용해서 놀이터도 빼앗고 돈도 빼앗고 건강도 빼앗는 느낌이긴 해요 -_-

    에.. 결론은 정리하자면
    아이들이 삐뚜러지는건 우리 세대와 부모의 책임이고, 이러한 책임 회피를 위해 돈으로 아이들의 시간과 관심을 돌리려는 이상 문제는 해결될수 없다 라는 겁니다. 여성들에게 들으면 돌맞겠지만 가정에서 엄마들이 집을 우리 어머니 세대처럼 지켜주고, 아빠는 돈을 벌어오는 시스템으로 회귀하면 좋겠습니다.

    1. 네. 구차니님 말씀이 옳아요. ㅎㅎ
      저는 아이들이 너무 빠져드는 면만 지엽적으로 생각해 본것이구요, 구차니님이 더 포괄적이고 근원적으로 말씀해주신거죠.

      1. 하하하하하하. 집안일도 힘들어요.
        어째튼 누가 되었든, 적당히 일하고, 집과 가족에게 충실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많은 사회 문제가 해결되요.
        우리나라는 병이나 노후, 육아, 교육등 많은 부분을 제도보다는 가정에 의지하고 있는데, 반대로 교육이나 직장에서의 경쟁과 시간 부족으로 가정의 비중은 너무 많이 축소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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