겟 스마트 (Get Smart 2008)

에반 올마이티의 스티브 카렐이 되는 일이 없는 초짜 첩보원으로 나오는 겟 스마트를 봤다. 역시 스티브 카렐이 연기하는 캐릭터는 능력은 있지만 재수 없지는 않고, 바보짓은 하지만 유치하지 않은 독특한 매력이 있다. 그리고 앤 해서웨이는 정말 인형같이 이쁘구나….벙… 뭐랄까, 좀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지는 요소가 있는 미모이다. 일부러 몸매와 속옷을 자주 보여줘서 땡큐…

요즘 시간이 없어서 영화 하나 제대로 못봤는데, 오랫만에 즐겁게 봤음. 시간 때우기 영화로 제격.

ps.
옛날에 미국에 “겟 스마트”라는 코믹 드라마를 리메이크 한거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고전 첩보영화를 연상시키는 장면들이나 흔해빠진 클리세를 코믹하게 엮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ps.
나무속에 있던 에이전트 13을 보고 먹던 것을 뿜을 뻔음. 빌 머레이의 까메오 출연…
그밖에도 낮익은 배우들이 많이 나와서 즐거웠다. ‘히로’인 마시 오카도 나오고.

http://www.imdb.com/title/tt0425061/

스필버그의 괴작 “1941″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해안에서 한 여성이 옷을 벗으며 바닷물에 뛰어듭니다. 그러나 수영을 하던 여성이 갑자기 겁을 먹습니다. 음산한 음악과 함께 물속에서 다가온 커다란 그림자는…바로…

일본 잠수함….. -_-

자신의 대 히트작인 영화 “죠스“의 오프닝 시퀀스를 스스로 패러디하고, 수많은 중견배우들과 당시로는 어마어마 하게 많은 미니어처 작업과 특수효과를 사용했지만 스필버그로서는 잊고 싶을지도 모르는 영화가 바로 1941입니다.

1941은 2차대전 당시 진주만 기습을 당한 미국인들의 히스테리 상황을 코믹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실제로 당시에는 일본군이 곧 본토를 습격할 것이라고 겁을 먹은 미국인들이 도처에서 일본군을 봤다는 신고를 해대고, 군인들도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오인 보고를 하거나, 서로 패싸움을 하기도 하는 상황이었죠. 스필버그는 여기에 착안해서 당시 상황을 코메디로 그려나갑니다.

아버지의 권유로 군인 위안행사에 참가한 여성과, 그 여성을 좋아해서 군인으로 위장하고 클럽에 들어가 춤을 추다 시비가 붙은 남자. 그 시비에 말려 서로 싸움박질하는 군인들. 비행기라면 사족을 못쓰는 여성을 꼬시기 위해 군의 항공기를 허락없이 빼내 도시 상공을 나는 장교와 그것을 일본기로 오해해 공격하는 전투기 파일럿. 아기 코끼리 덤보 애니메이션에 빠져 있느라고 일이 꼬여가는걸 방치한 장군. 나침판이 고장나서 엉뚱한 미국 해안에서 헤매는 일본 잠수함과 그 일본 잠수함에 대고 엉터리 사격을 하는 노인들. 도저히 요약이 안되는 이런 스토리들은 영화를 사공이 많은 배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영화를 보고나면, 이게 대 감독이 제정신으로 만든것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이 영화에는 눈에 익은 배우들이 많이 나옵니다. 일본 사무라이 영화의 대 배우인 토시로 미후네가 일본 잠수함 함장으로 나오고, 드라큘라와 사루만으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리가 일본 함장의 속을 계속 긁어대는 독일 함수함 함장으로 나오죠. 댄 애크로이드가 맛이 간 미군 전차 차장으로 나오고, 존 밸루시가 광적인 전투기 파일럿으로 나옵니다.

1941을 처음 본 것은 어렸을때 명절날 공중파 TV에서였습니다. 인상 깊었던 장면은 일본 잠수함이 나침판이 고장나서 고생하다 길을 물어보려고 미국인을 납치해왔는데, 그 미국인이 가진 과자에서 선물용 나침판이 나온것. 모두 즐거워하자 미국인이 나침판을 먹어버리고, 미국인은 볼일을 볼때까지 화장실에 갇히게 되는 장면이 있습니다. 또 미국인의 라디오를 잠수함에 가지고 들어오려는데 너무 크자 “이걸 작게 만들어야 되겠다”라고 일본병사가 말하죠. (일본 소형 음향기기에 대한 패러디) 헐리우드(사실은 작은 유원지)를 향해 일본 잠수함 함장이 “저 산업시설을 공격하라!”라고 말하기도 합니다.(일본회사의 헐리우드 영화사 매입에 대한 비꼬기)

이 영화는 장면장면은 정말 주옥같습니다. 그 집합이 작품이라고 할만하지 못해서 문제지. 제 생각에는 당시의 스필버그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수도 없이 떠올랐던거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게 체계적으로 잘 연결되면 인디아나 존스같은 걸작이 나오지만, 단순히 모아놓고 정리가 안되면 1941같은게 나오는게 아닐까요.

디워는 한국영화의 희망이 아니야. 전례일 뿐이지.

디빠니, 디까니, 진중권빠니, 평론가니 충무로니 하는 헛소리들은 다 저리 치워버리자. 무슨 이념이나 정치토론도 아니고 너무 배가 산으로 간 의미없는 싸움일뿐이다. 디워만 보자.

팩트만 나열해 보자면, 디워는 한국 극장가에서 대박을 터트렸다. (제작비 대비 대박인지 중박인지는 논란이 있지만.) 그리고 세계시장에서는 쪽박을 찼으며, 2차 미디어 시장에서 폐자부활전을 노리고 있다. 한국 극장가에서 성공한 이유는 여러 분석이 있지만, 실제 설문조사에 의하면 방학 가족영화를 보러 간 관객이 수가 가장 많다는 결과가 나온적 있다. 그리고 디워의 특수효과에 대해서는 훌륭하다는 평이 많지만(개인적으로 고르지 못한 퀄리티는 불만이 많다), 영화적인 스토리 진행이나 편집에 대해서는 대부분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일단 바닥 깔기고, 내 생각을 쓰자면.

희망이고 뭐고 웃기는 소리다.

디워가 한국 영화계에 준 교훈은 단 하나, “방학용 가족영화를 만들어라!”이다. 우리나라 영화계는 소비성향이 가장 강한 20대나 30대초 학생or커플들을 노리고 그동안 스타를 이용한 조폭, 코믹, 멜로 등 한정된 소재만 재생산해왔다. 나이 지긋한 어른들이나, 애들 데리고 다녀야 하는 부모들이 함께 즐길만한 영화는 무시해왔다. 그런 욕구불만족이 몇년간 쌓이고 쌓여 드디어 터진게 디워다. 각종 앙케이트나 설문조사 결과, 여러 정황이 이를 증명한다.

디워처럼 ‘스토리 단순하고 볼거리 많은 영화가 세계시장에서 먹힌다’는 명제 자체는 동의한다. 하지만 이건 위험한 발상이다. 헐리우드는 디워보다 돈 많이 들이고, 디워보다 볼거리 많고, 디워보다 블럭버스터 더 많이 만들어본 제작진에 의해 일년에 백개의 영화를 만들어 그중 30개를 성공시킨다. 우리는 그 규모를 따라갈수 없다. 돈을 들여도 경험과 노하우도 부족하고 마케팅에서 치여버린다. 기본적으로 그런 돈 들인 영화 10개 만들어 헐리우드와 같은 비율로 3개 성공시킨다 했을때 나머지 7개에 의해 우리나라 영화사나 투자가들 절반은 망해버릴거다. 그리고 그전에 중저가(?) 영화들은 투자할 돈이 모자라게 된다. 홍콩영화들도 한때는 헐리우드를 추격할정도로 기세가 등등했지만, 지금은 망해버렸다. 알려진 이유는 스타시스템 의존도나 지나친 코믹영화/폭력영화 일색등 여러가지지만 그 중 하나는 시장을 확대하려다 커진 투자를 관리 못한 요인도 있다. 무엇보다 ‘헐리우드스러운 영화’를 만들 요량이면 헐리우드에 투자하지 누가 한국 충무로에 투자하냐?

그렇지 않고 ‘스토리보다 볼거리에 치중한 영화’가 돈을 좀 덜들이거나 기술을 좀 덜들이면? 그 전례가 바로 디워다. 디워의 미국시장 결과. 그게 바로 ‘헐리우드에 비해’ 애매한 투자, 애매한 기술, 애매한 노하우, 애매한 완성도에 의해 이루어진 결과일뿐이다. 디워 수준인거 10개 만들어봐야 양놈 동네에서는 자기네들을 따라올려고 하는 영화수준으로 보지, 절대로 트랜스포머 수준으로 안봐준다. 특급 블럭버스터들이 난립하는 대목에 같이 틀면 피보는 영화, 볼거 없거나 시간 안맞을때 보는 영화. 그렇다고 미국이 블럭버스터 빼면 영화 없는것도 아니다. 풍부한 B급 영화들과 틈새시장 마케팅이 경쟁상대로 포진하고 있다. 영국 영화도 그 시장에서 어느정도 장사 잘하고 있다.

돈이나 시스템이 경쟁이 안되는 상황에서 무리한 희망 운운하며 뱁새가 황새 흉내내려고 하는 짓은 경계해야 한다. 우리가 제작 시스템이 뱁새 수준이라는 건 디워 스스로도 증명한다. 제작에 7년인지 6년인지 걸렸다는데, 헐리우드에서는 대부분 1~3년이면 블럭버스터를 만든다. 반지의 제왕 3부작이 6년인가 걸린걸로 알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멀리 보고 꾸준히 제작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점차 시장과 제작/투자/마케팅 여건을 동시에 키우는 것이다. 돈과 몸이 안되면 머리라도 굴려서 작품성이 뛰어나거나 참신한, 혹은 기획이 잘된 영화를 만들어 세계 영화제에서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다. 홍콩 영화는 예전 같지 않지만, 몇몇 홍콩 영화의 작품성과 참신함은 서양이든 동양이든 모든 사람들에게 홍콩영화만의 색채로 기억되어 있다. 매트릭스가 홍콩영화의 제자라는 점은 누구나 알것이다.

ps.
많은 디워팬들이 작품성은 중요하지 않다는 글을 써대는데, 난 작품성이 있으면 ‘더 좋다’고 본다. ‘선생 김봉두’처럼 마지막에 질질 짜게 만드는 억지 감동의 작품성이 아니라, 영화를 보고나서 ‘다시 생각해보니 좀 남는게 있네’싶은 정도의 작품성 말이다. 작품성과 볼거리, 흥행성은 절대 양립할수 없는 요소들이 아니다. 로보캅이나 블레이드러너나 에일리언이나 기타 등등 수많은 SF가 볼거리 외에도 작품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그렇게 여러면에서 잘 만드는게 ‘어려운 것’ 뿐이다.

그리고 한마디 더 하는데, 디워는 작품성이 아니라 완성도가 글러먹은 거야.

작품성(作品性) [명사]작품에 나타난 작가의 창조적 개성.

완성도(完成度)[명사]어떤 일이나 예술 작품 따위가 질적으로 완성된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