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스 (Eternals, 2021)

어제 디즈니+에 이터널스가 떴길래 봄.

MCU에서 새로운 우주 세계관을 그리는 작품 + 10명이나 되는 주인공 집단을 그리는 작품이다보니 150분이 넘는 러닝타임을 자랑한다. 그래도 표현할 내용이 많은 것에 비하면 잘 정리된 연출을 한 편. 거기다 장면장면이 감독이 실력 있다는 티가 난다. 다만 현대를 보여줬다 과거를 보여줬다를 서너번 반복하다보니 마눌님이 흐름을 못 따라가더라.

그리고 감독의 취향인지, 일부러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액션 장면도 적고, 액션 자체도 평이하다. 전투적인 히어로가 여럿 나오는 것 치고는 액션이 거의 없는 편. 그리고 마블 답지 않게 개그요소가 별로 없다. 마동석이 아기옷 입은 것 정도. 그리고 MCU특유의 ‘주인공들을 고생시킨 강한 악당이 의외로 한방에 끝’나는 단점은 여기도 존재한다.

세르시 역의 젬마 찬이 정말 예쁘게 나온 작품. 원래 예쁘긴 했지만 이정도로 예쁜 배우였나 싶을 정도로 나온다. 리처드 매든과 킷 해링턴이야 원래 잘 생겼고, 마동석도 딱 마동석 스럽게 나왔다. 안젤리나 졸리는 배우의 명성으로는 리더격일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대신 이터널스 버전의 치매환자(?)로 나와서 꽤 노련한 연기를 했다. 그 유명한 셀마 헤이엑은 이상하게 내 취향인 영화에 출연한 적이 없어서 못 본 배우인데 이제야 봤다. 나이 먹고도 정말 매력이 넘치시는구만.

참고로 마블영화에서는 거의 없던 주인공들의 정사장면이 나온다. 물론 상체만 보여주는 수준이지만. 바람둥이 토니 스타크도 장면 자체는 안나오고 아침에 여자가 침대에 누워있는 정도만 나왔던 걸 생각하면 파격적. 12세 관람가라고 부모들은 방심하지 말 것. ㅎㅎㅎ

이슈가 되었던 히로시마 원폭 장면은…글쎄. 영화 자체는 큰 문제될 여지가 아니라고 본다. 다만 일본계 각본가의 GR이 문제인데, 일본의 역사 덧칠이 계속 심해지는 것에 대한 경계가 필요할 듯.

내 평점은 별 4.5개. 난 설정 많이 나오는 게 좋더라.

알리타: 배틀 엔젤 (Alita: Battle Angel, 2019)

일본 만화 총몽의 헐리우드 실사화 작품. 2월 14일 어제 용산 아이맥스 3D로 봤다.

역시 해당 작품의 팬인 제임스 카메룬이 만드니, 원작의 제현율이 높은 편. 원작의 의도를 잘 못 살렸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이정도면 실사화 치고는 최고 수준이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3D 효과가 아주 훌륭하다. 아바타 제작진이어서 그런지 역시 고해상도 3D로 관람하는데 아주 쾌적하게 촬영되어 있었다. 알리타의 눈이 자주 클로즈업 되어 나오는데, 그 홍채의 텍스쳐 하나하나 다 보일 정도로 선명하고, 액션 장면에서도 디테일과 입체감이 아주 훌륭하다. 실사와 3D의 합성도 거의 티가 나지 않는 수준. 비주얼 적으로는 100점 만점의 100점짜리 영화다.

역시 스토리나 주제에서 아쉬운 평가가 많은데, 아까도 말했듯이 실사화 영화에서 이정도면 선방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작품의 주제는 후속작이 나올 예정이니 거기에서 깊게 다루어도 될 내용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라면, 원작 총몽이 나왔을 때는 전신 사이보그나 여러 면이 충격적이었겠지만(뭐 그때도 로보캅 생각하면 새로운 건 아니었다), 요즘 생각하면 그다지…라는 점. 좀 더 SF적인 개념을 더 강화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든다.

어째튼 SF와 액션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강추.
총몽 원작을 좋아하지만 너무 깐깐하지 않은 사람에게 강추.
잔인한 액션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비추.

내 평점은 별 5개.

ps. 에드 스크래인(데드풀의 프란시스 역)은 이번에도 싸움 잘하는 2류 악당 연기를 하는데, 재수 없는 연기가 데드풀 때랑 워낙 똑같아서, 얼굴만 나오는데도 바로 알아 볼 수가 있었다;;;

ps. 제니퍼 코넬리 누님 왤케 나이 드심. 하긴 70년 생이시지.

ps. 사지절단, 몸통 가르기, 인체 분해가 나오는 이 영화는 12세 관람가.
반면에 Apex 레전드 게임은 총 맞으면 피가 튄다고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에 비해 게임의 심의 등급이 차별당하고 있다고 생각이 되는데…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Spider-Man: Into the Spider-Verse, 2018)

보세요. 주변 극장에서 아직 상영하고 있으면 꼭 보세요. 이건 극장에서 봐야 하는 애니메이션입니다. 저는 사실 애니메이션은 실사 영화보다 디테일이나 현장감이랄까 그런게 덜해서 꼭 극장가서 봐야 한다고 생각 안하는 편입니다만, 이건 극장에서 봐야 해요. 정말 화려하고 색채감 넘쳐요. 그것도 만화적으로. 정말 만화(카툰)의 특징을 잘 살린 애니메이션입니다.

이해가 안가는게, 한국에서 12월 12일에 개봉했단 말입니다. 그런데 19일에 이미 상영시간이 조조와 심야밖에 없어요. 그리고 21일에는 이미 서울 CGV는 전멸하고 메가박스만 하루에 1회 상영하더라구요. 아무리 크리스마스 시즌에 돈 될 영화를 상영해야 한다지만, 이런 걸작을, 그것도 스파이더맨을, 너무 합니다!

오랫만에 별 5개짜리 스파이더맨이에요. 스파이더맨이 여럿 나오니 어벤져스 안부럽구요, 아무리 같은 스파이더맨들이라도 개성이 넘쳐요. 스토리는 약간 뻔하지만 캐릭터들의 성장이 재미있어요. 일부러 진부한 만화적 설정과 진행을 넣어놓고 캐릭터들끼리 진부하다고 깐다거나, 싸우는 도중에 쫑알대는 것도 스파이더맨답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앞서 말했듯이 비주얼이 정말 멋져요. 색상이 하나하나 그래피티 같고 화려합니다. 페니 파커나 스파이더 햄, 그리고 만화적 연출들은 애니메이션이 어떤 부분에서 실사영화보다 우월한지(특히 만화 원작 캐릭터를 다룰때) 확인시켜 줍니다.

황석희씨의 특징은 찰진 번역인데, 여기서는 찰진 번역이라기 보다는 각 캐릭터의 특성이나 분위기를 잘 살리는 식으로 번역한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설정을 많이 알아야 하는 작품들은 황석희씨가 최대한 맡아 주었으면 좋겠네요.

코믹스러운 장면도 꽤 많아서 신나게 웃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쿠키영상에 미래의 스파이더맨이 60년대 TV시리즈로 차원이동해서 삿대질 개그를 하는게 참 웃겼네요. 데드풀2에서 라이언 레이놀즈가 자신의 흑역사를 지우러 다니던 쿠키영상도 연상되고. 스탠리가 중간에 까메오 출연하는데, 무척 웃기는 장면이었지만 그의 유작이라 슬펐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스파이더맨 좋아하신 다면 꼭 보세요. 기존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좋아하셨다면 연상되는 장면도 많이 나옵니다. 무엇보다 그 시리즈를 뛰어넘을 유일한 스파이더맨 명작입니다. 듣도 보도 못한 흑인 꼬맹이가 스파이더맨으로 나오는게 걸린다고요? 이거 보고 나면 그를 스파이더맨으로 인정하게 될걸요?

소니가 시리즈로 계속 만들어 줬으면 좋겠습니다.

ps. 그웬 스테이시가 아주 매력적입니다. 목소리 연기한 헤일리 스타인펠드도 매력 넘치는 배우이자 가수죠.

ps. 니콜라스 케이지는 몇번째 슈퍼 히어로죠? ㅎㅎ

ps. 극장들이 이 작품을 조기 종영하는게 아니라 가늘고 길~~게 가기로 한것 인듯 합니다. 1월 초인데 계속 1~3회 상영은 유지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