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돼지(紅の豚, 1992)

천공의 성 라퓨타로 대표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절정기 때, 자기 자신의 취향과 생각을 가장 많이 담아낸 작품.

전직 군인이지만 조국과 사람들에게 환멸을 느낀 파일럿 포르코 롯소는 돼지의 모습으로 아드리아해에서 현상금 사냥을 하면서 살아간다. 포르코의 오랜 친구인 지나는 아름다움으로 모든 파일럿들의 연모의 대상이자, 호텔 아드리아노의 운영자이다.

어느날 공적연합은 계속 포르코에게 당하는 것을 만회하고자 미국의 에이스 파일럿 도널드 커티스를 고용하고, 비행기를 수리하러 가던 포르코는 커티스에게 기습을 당해 격추 당한다.

포르코는 걱정하던 지나에게 “날지 않는 돼지는 그저 돼지일 뿐이지”라는 전화나 해서 지나를 화나게 한다. 포르코는 단골 항공기 제조사인 피콜로 사에 가서 새 비행기를 제작 의뢰하게 되고, 설계기사인 사장의 손녀 피오를 만나게 된다.

비행기는 준비되어 가지만, 이탈리아는 끝내 협조하지 않는 포르코를 체포하려 하고, 도망치기 위해 급하게 비행기를 이륙시키게 된다. 피오는 비행기의 완성 겸, 형식적인 인질이 되기 위해 포르코와 비행기에 같이 타 여행길을 떠나게 된다.

옛 전우의 도움으로 아드리아해에 돌아온 포르코는 커티스와 피오를 걸고 리턴매치를 약속하게 된다. 그날 밤 포르코는 전쟁당시 친구들을 잃은 이야기를 피오에게 들려준다.

다음 날 무인도에서 공적연합의 주관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앞에서 포르코와 커티스의 대결이 펼쳐지고, 총알까지 다 쓴 둘은 주먹싸움까지 하게 된다. 겨우겨우 포르코가 이겼을 때, 지나의 비행기가 와 공군이 습격하려 오고 있다는 것을 알려 행사는 끝난다. 포르코는 피오를 지나의 비행기에 태워 보내는데 피오가 기습적으로 포르코에게 키스를 하며 떠나고, 포르코는 모자로 얼굴을 숨긴다. (사랑의 키스를 받은 동물로 변한 주인공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클리세를 연상시키려는 듯)

그 이후 각자 인물들의 뒷 이야기를 소개하며 이야기는 끝.

정말 미야자키 하야오가 좋아하는 소재들로 가득한 작품이다. 비행기, 악의는 없는 악당, 순수하고 능력있는 소녀, 구름, 바다, 그리고 전쟁과 파시즘에 대해서는 반대하지만 남자들의 로망인 공중전과 총질은 좋아하는 그런 작품. 이런 소재들을 세상에 지치고 사람이 싫어 은둔하는 중년 남자의 시각과 로망으로 그려냈다. 주인공이 소년 소녀가 아닌 얼마 안되는 작품. 그래서 그런지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중에서 가장 남성 취향적이고, 중간중간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작품이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얼마나 비행기를 좋아하는지 알 수 있는 것이, 이 작품에는 항공기를 장인정신을 가지고 제작하는 과정이 나오고, 공중전도 실제 공중전 전술에 맞게 세밀하게 그려지고 있다. 심지어 항공기와 구름들과의 상관관계도 상당히 세밀하게 묘사 된다. 포르코가 아니라 하늘을 나는 붉은 비행기가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

그밖에도 미야자키 하야오의 인터뷰나 그의 친구를 모티브로 포르코를 디자인 했다는 것, 지나의 성우를 담당한 카토 토키코라는 가수의 배경 등을 보면 작품내에 자신이 생각한 여러 의미를 함축하려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가벼워 보이고 웃기는 상황이 많은 작품이면서도 깊이가 있어 보이는 지도.

음악은 역시 히사이시 조가 담당해서 명랑한 장면과 세상을 등진 주인공의 고독함이 왔다갔다 하는 느낌을 잘 살리고 있다.

ps. 이 작품은 90년대에 친구와 처음 보았는데, 그 친구와는 얼마전 크게 싸워 멀어지고 말았다. 애석하다.

ps. 어렸을 때 사람들 사이에서 돼지가 돈까스를 먹는다!라고 말이 나왔던 장면

고기 결로 봐서는 돈까스보다는 생선까스가 아니었을까 싶은데… ㅎㅎㅎ

ps. 9살인 따님이 얼마전에 넷플릭스에서 감상하고 무척 재미있어했다. 돼지가 주인공이라는 점이 재미있었던 듯.

무인 군용기의 발전과 양날의 검

항공기의 역사는 군용 항공기의 역사와 그 흐름을 같이 한다. 라이트형제가 실용 항공기를 만들고 발전시킬 때 스폰서를 해준 것도 군대였다. 그리고 항공기는 정찰기로 쓰였다가, 총을 달거나 폭탄을 손으로 던지는 공격기/ 폭격기를 거쳐, 나중에 전투기까지 발전했다. 그리고 뭐 그 후 기술이 발전하면서 용도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쓸 수 있는 전천후 다목적 전투기 같은 걸로 발전했다.

무인 군용기도 그 발전 과정을 그대로 따라 가는 중이다. 처음에 이스라엘 등 몇몇 국가에서 정찰기로 쓰였다가, 서서히 정밀 폭격이 가능한 미사일이나 로켓포를 장착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앞으로 무인 전투기도 나올 것이다. JSF인 F-35의 경우는 미 공군이 ‘최후의 유인 전투기’라고 타이틀을 붙일 정도니 F-35가 노후화 될 2,30년후면 무인 전투기가 실용화 되지 않을까 싶다. 전자 기술과 무선통신기술, 소프트웨어 기술 등의 발전에 따라 가장 눈부시게 발전하는 군사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무인 군용기는 여러 장점이 있다. 가장 중요한 조종석의 생명유지, 보호, 탈출장치 등이 없으니 무게와 크기, 가격등이 훨씬 줄어든다. (가격이야 아직 초기 개발 중이니 비쌀지도) 조종사의 신체적 한계와 상관없으니 무인 전투기가 나오면 9G이상의 급격한 기동도 가능해질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위험한 전투에서 조종사의 생명을 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항상 무기의 발전에 따르는 문제가 있다. 새로운 무기를 만들면 실험해보고 싶은게 사람의 심리. 써먹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

‘눈먼 학살자’ 무인공습기

무인정찰/공격기의 오폭에 많은 무고한 사람이 죽어간다는 기사이다. 물론 똑같은 작전에 유인 항공기를 내 보냈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최근의 전투 경향은 고공이나 장거리에서 JDAM이나 미사일을 쏘는 식이므로, 오폭은 잘못 보고 쏜 게 아니라, 잘 못 알고(정보를 잘못 알거나 분석해) 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무기이자 무인 항공기이므로 더욱 적극 써먹고 있다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새로운 무기를 만들면 써먹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일 것이므로.

무기의 발전은 국민들을 지키고, 군인들을 보호하고, 밀리터리 매니아들을 즐겁게 하고(응? 이건 아닌가)… 어째튼 좋은 것이지만, 역시 양날의 검이라 그만큼 또 다른 누군가 죽는다. 생명을 지키고 보호하려고 발전한 무기는 누군가를 죽여서 발전하고, 누군가를 죽여서 생명을 지킨다. 기술은 발전하고 있는데 사용하는 인간은 그대로라서 그런가? 저 기사를 읽다 보니 참 여러 생각이 들었다.

마크로스 제로 (マクロス ゼ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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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마크로스를 보긴 봤는데….원작으로 본게 아니라 미국을 거쳐서 온 것을 방영한…”출동 로보텍”을 봐서 전체적인 스토리가 머리 속에 정리되어 있지 않다.  “마크로스 제로”는 아마 오리지널의 이전 스토리, 일종의 프리퀄 인 듯. ‘로이’라는 전투기 조종을 잘 하는 캐릭터가 아마 마크로스에서의 ‘로이’와 동일인인가 보다.

역시 프리퀄이라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원작보다 더 현란하고 세밀한 전투장면을 보여주는…. 어디가 미래인지 모를 퀄리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전쟁의 해결책은 사랑이라는, 그리고 인류는 외계인에 의해 진화 되었다는… 식상한 떡밥으로 내용을 채워져 있다. 캐릭터들도 왠지 전형적이고 마지막에 남녀 주인공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_- 시원치 않은 것도 좀… 아쉽다.

적군 아군 구별 없이 주인공하고 친한 놈들 빼고는 다 나쁜 놈이었다는 것, 그리고 여주인공이 노래를 부르기는 하지만 아이돌 가수는 아니라는 것이 다른 마크로스와는 좀 다른 것인가? 마크로스 프론티어와 연결되는 이야기가 있는 모양이지만, 프론티어는 안 봤으니 모르겠다.

마크로스 팬이 아니어서 그런가…왠지 좀 식상하고 재미없고 허무하고 그랬다.

ps.
배경이 2009년이라는데….현실에서는 F-14전투기는 이미 몽땅 퇴역. 다른 퇴역 기체들도 꽤 많이 나온다.

ps.
예전 작품의 설정을 깰 수 없는 프리퀄의 한계란 …구경하는 사람에게 흥미로움을 준다.
발키리는 원래 마크로스 애니매이션이 만들어졌던 당시 가장 혁신적인 다지인의 기체였던 F-14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F-14는 구닥다리 기체이고(스펙은 지금도 대단하긴 하지만) 그래서 발키리나 제로의 디자인도 차세대 기체라기엔 최근의 전투기 디자인 경향(F-22나 F-35)와는 매우 동떨어져 있다.
특히 최근에는 미사일의 성능이 너무 진보하여 전투기의 근접전 성능이 무시되기 시작하는 제2의 미사일 만능주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전함의 방어도 최근엔 총알이 아니라 미사일로 한다(RAM) 그런 것에 비하면 비처럼 쏟아지는 미사일을 다 피하고 총으로 싸우는 로망에 사로잡힌 마크로스 시리즈의 전투는 마치 서부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하긴 스타워즈도 레이저총 놔두고 칼싸움판이니…인간의 로망은 거기서 거기인가.

ps.
섬의 원주민에게는 ‘다툼’이나 ‘전쟁’이라는 단어가 원래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부활한 ‘조인’은 여주인공에게 ‘인간이 싸움과 전쟁을 하는지’ 물어본다.
….어떤 언어로 물어본 것일까.
텔레파시로 물어본 것이라고 해도, 듣는 사람이 단어나 개념이 없었다면 이해하지 못할 텐데 ㅎㅎ

ps.
엔드 크레딧에 상당히 많은 한국 애니매이션 스텝 이름이 ‘한글’로 나온다.
그중에는 내와 동명이인도 있더라.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