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이트 스카이 (The Midnight Sky, 2021)

조지 클루니도 이제 60대이고, 펠리시티 존스도 이제 40 직전의 나이라는게 더 충격이었던 그런 재난 영화.

농담이고, 기존 재난 영화와는 사뭇 다른 영화였다. 이미 지구의 파국과 인류의 멸망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고, 영화는 지구 최후의 생존자인 조니 클루니와 그와 연락중인 우주 탐사선의 인물들, 그리고 조지 클루니의 과거에 대해 다룬다. 조지 클루니는 극지방 연구소에서 남아 있는 한 여자 아이를 발견하고, 라스트 오브 어스를 찍나 했더니 그게 반전, 결국은 그 3가지 이야기가 다 이어져 있었다는 이야기.

재난 영화 치고 스릴은 없고, 내용은 잔잔하다. 그나마 있는 반전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수준. SF팬으로서는 최신 개념으로 설계된 유인 우주 탐사선이 묘사되는 점이 재미가 있었던 영화. 다만 그 우주선이 나오는 장면들이 대충 그라비티를 연상하는 점들이 많아서 일반적인 관객에게는 큰 재미는 없을 듯.

영화 마지막에는 우주선에 남녀 한명과 뱃속의 아이가 살아 남았지만, 그 숫자로는 인류의 미래를 기대하기에는 힘들 듯 하다. 그냥 아담과 이브에 대한 패러디.

내 평가는 별 3.5개.

ps. 임신한 상태로 우주선에서 생활하는 것은 둘 째치고 우주 유영까지 한다? 방사선은?

투모로우랜드 (Tomorrowland, 2015)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처럼, 동명의 디즈니의 놀이기구에서 아이디어를 따 영화로 만든 작품. 넷플릭스에서 감상.

캐릭터들도 좋고, 배우도 좋고, 스팀펑크 같은 가상의 첨단 세계와 여러 음모론을 이용한 소재도 좋다. 그런데 그걸 엮어 나간 전개가 정말 놀이기구들 이어 놓은 것처럼 엉터리다. 여기서 볼거리 보고, 관계없는 걸 억지로 엮어서 다음 볼거리로 옮겨가는 느낌.

더군다나 주인공들을 죽이지 못해 안달이던 악당도 결국 보스를 만나자 ‘사이 나빠진 친구’ 수준이고, 사태의 해결도 상당히 뜬금 없고, 아테나의 희생도 뜬금없다.

70, 80년대 어린시절을 보낸 공돌이가 어렸을 때 한번쯤 그려 봤을 21세기를 영화에서 보고 싶을 경우에만 추천. 하지만 나는 그런 경우라서 별 3.5개는 준다.

ps.

아테나 역할을 했던 아역 배우 래피 캐시디가 머리를 뒤로 묶었을 때 모습이 무척 귀엽다.

그래비티 (Gravity, 2013) 관람기

GRAVITY

요즘 인기 1위인 영화 그래비티를 결혼기념일날 3D로 관람했습니다.

한마디로 ‘3D로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입니다.

그래비티는 그렇게 짜임새가 좋거나, 작품성이 최고인 영화라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하지만 시각적인 면에서 이 영화는 최고입니다. 그리고 과학적이나 논리적으로 사실성이 있다고 하기엔 문제가 많은 영화입니다. 하지만 시각적인 사실성이랄까…시각적으로 관객이 빠져들고, 거기에서 진짜 같다고 느끼게 하는데는 최고인 영화입니다. 그 시각적인 면을 위해 모든 것이 잘 맞아 떨어지게 만들어진 훌륭한 영화입니다.

주인공인 샌드라 블럭이 사고를 당하고 귀환하기 까지 걸리는 시간이 약 3시간인데, 상영시간은 90분입니다. 그리고 조연 1명을 제외하고는 등장인물이 주인공뿐입니다. 즉 별로 크게 시간이 요약되지 않고, 관객은 처음부터 끝까지 샌드라 블록과 함께 합니다. 샌드라 블록의 고생과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함께하게 되죠. 그런 점도 영화에 무척 흡인력을 주네요.

SF를 좋아하거나, 재난 액션 영화를 좋아하거나, 어렸을 때 우주에 대한 꿈을 가지셨던 분들은 꼭 보시기 바랍니다. 3D나 4D로 보시기 바랍니다.

—여기서 부터 스포일러 주의

ps. 인공위성이나 우주유영에 대해 지식이 많은 사람에게는 참 많은 것이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게 하는 영화입니다. ㅎㅎㅎ 캐슬러 신드롬이 그렇게 쉽게 나지도 않구요, 우주정거장들이 너무 가까이 있고, 샌드라 블록이 나중에 입은 러시아 우주복은 우주유영이 원래 안되는 옷이죠. 등등. 그렇지만 다 넘어가고 집중하게 하는 흡인력이 있습니다.

ps. 죽은 조지 클루니가 갑자기 살아서 나타나는 장면은(결국 환상이었지만)…생각하면 참 말도 안되고 유치한 연출인데, 조지 클루니의 능청스런 연기와 연출로 그럴듯하게 넘어갑니다. 오히려 좋았습니다.

ps. 샌드라 블럭이 조지 클루니에게 죽은 딸에게 빨간 신발을 찾았다고 전해 달라며 살아야 겠다고 다짐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ps. 원래 조지 클루니 대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샌드라 블럭 대신 나탈리 포트먼을 섭외하려고 했었다는데, 그랬어도 캐릭터가 충분히 어울리긴 했을 듯 합니다. 특히 능글맞는 연기는 로다주가 최고긴 하죠. 하지만 너무 마블 세계관이 연상되었을 듯 하군요. 샌드라 블럭과 조지 클루니도 더할 나위 없이 연기를 잘 해주었구요.

ps. 중국 우주정거장 텐궁은 별로 당한것도 없는데 추락하네요. 이유가 설명 안되는…

ps. 아폴로 13호 영화가 다시 보고 싶어졌습니다. 에드 해리스 목소리 때문인가…

ps. 우주왕복선이 퇴역했으니, 우주왕복선이 나오는 영화는 이제 이것이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안타깝네요. 어렸을 때의 꿈의 우주선인데…

솔라리스 (Solaris, 2002)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 제임스 카멜론 제작, 조지 클루니, 나타샤 맥켈혼 주연. 스타니스아프 렘의 원작소설이나 거장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1972년판 솔라리스는 평이 몇배로 좋으나 못봤으니 패스.

과거에 주인공의 실수로 마누라가 자살했는데, 솔라리스라는 별의 연구용 우주선이 심상치 않아서 가보니, 그곳에서는 마음속 인물들이 되살아나는 엽기 상황. 자신의 기억을 바탕으로 불완전하지만 겉보기엔 똑같은 마누라가 부활했으니 어쩌면 좋나? 라는게 영화의 컨셉. 복제된 마누라는 ‘자살한 마누라’라는 주인공의 기억때문에 자살을 계속 시도하고, 주인공은 마누라에게 잘못한걸 되돌리고 싶은 마음에 우왕좌왕하다가 끝내 탈출하지 않고 솔라리스에게 안겨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지만 마누라랑 영원한 행복속에 엔딩이라는 결말.

캐스팅 좋고, 편집 좋고, 시나리오 깔끔한데, 뭐랄까…이루지 못하는 로멘스를, 죽어서 저승세계나 환상속에서 이루는 뭔가 맥빠지고 찝찝함이랄까, 그런 영화였다.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나 “판의 미로“와 일맥 통하기도.

부활한 마누라를 어떻게 살려서 못이룬 사랑을 이루나에 대한 로멘스 영화이고, SF적인 분위기는 그냥 배경일뿐이다. 우주선과 모니터와 유리로된 세트만으로 SF의 분위기를 만든 실력은 깔끔하지만, 역시 SF팬으로써는 아쉬운 영화다. 기대한 사람이 잘못이지만. (사실 포스터의 파란색과 보라색이 섞인 솔라리스 이미지가 너무 예뻐서 본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