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은 ‘실시간 모니터링은 기술적으로 불가능’이란 거짓말을 왜 하는 것일까?

최근 카카오톡의 검열 논란이 이슈이다. 검찰이 구속영장으로 대화내용을 가져 갔다고도 하고, 국정원이 실시간으로 감청했다고도 하고, 카카오톡 측에서 감시 대상의 대화를 판단해서 넘겨줬다는 뉴스 보도도 있다.

그 와중에 카카오톡은 여러번 해명을 했는데, 매번 부실하거나 완벽하지 못한 대응을 해 오고 있다. 특히 가장 이해 되지 않는 해명은 ‘실시간 모니터링은 기술적으로 불가능’이라는 부분이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5&oid=028&aid=0002248914
“카톡 대화내용을 실시간 모니터링 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카톡은 이를 제공할 기술적 설비를 갖추고 있지 않으며 앞으로도 지원하지 않을 것이다. “

문제는 이 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메신저나 대화방 서비스에서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는 방법은 기술적으로 아주 쉽다.

  1. 감시자가 사용할 모니터링용 아이디를 만든다. 이 이아디는 참여해도 참여여부가 표시되지 않고, 입력도 되지 않는 유령 아이디이다.
  2. 감시 대상자가 대화방을 만들거나, 초대되면, 감시자의 아이디도 같이 자동으로 초대된다. 물론 표시되진 않는다.
  3. 보이지 않지만 엄연한 대화상대이므로 모든 대화가 보여진다.

이 방식은 설사 종단간 암호화가 되어 있어도 가능할 것이다. 대화상대끼리는 암호키를 가지고 있으니 해석이 가능하다. (이 방식은 심지어 텔레그램에서도 가능하다. 단지 텔레그램은 완전하지는 않지만 오픈소스이기 때문에 저 방식을 쓰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방식은 대부분의 개발자라면 알만한 것이고, 원리도 간단해서 개발자가 아니라도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이 방식을 카카오톡이 사용하고 있는지 여부는 증거가 없다. 하지만 카카오톡 측이 말하고 있는 ‘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카카오톡은 다자간 대화가 가능한 메신저이므로 저 방식이 카카오톡에서 구현 불가능한 방식일리도 없다. 즉 해명은 거짓말이다.

카카오톡이 매번 저런 사실이 아닌 해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둘 중에 하나일 것이다.

  1. 실제로는 카카오톡에 저 방식을 비롯한 다른 방식의 모니터링 기능도 쓰고 있지 않지만, 사용자에게 무고함을 증명할 적당한 방법이 없으므로,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사실은 가능하지만 카카오톡은 안합니다’ 라고 하면 믿을 사람 없으니까.
  2. 실제로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솔직하면 망하는 것이니 안된다고 한다.

제발 2번은 아니길 바랄 뿐이다.

ps. 실제로 카카오톡이 실시간에 가까운 감청이 이루어진 사례
https://twitter.com/minix01/status/519189168178475009

상한 맥주 경험담

어제 마신 ‘카스’에서 소독약 향기가 났다?

위의 기사처럼 최근 맥주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논란이 있는데, 우리 부부도 2주 전쯤에 비슷한 일을 겪었다.

카스는 아니고, ‘필스너 우르켈’ 500ml 캔에서였다.

아파트 상가의 마트가 문을 닫더니 GS슈퍼마켓으로 바뀌었는데, 거기서 수입맥주를 4캔에 9800원에 할인판매중이었다. 거기에서 4캔을 사와서 냉장고에 시원하게 식혔다가 2캔을 개봉했는데, 와이프가 맛이 이상하다고 투덜댔다.

처음엔 와이프가 안주를 먹어서 입맛이 이상한가 했다. 그런데 계속 이상하다고 해서 바꿔 마셔봤다. 와이프의 맥주캔에서는 훨씬 강한 신맛과 떫은 맛, 그리고 살짝 탄맛 같은 것이 났다. 기분 나쁜 맛이었으니 아무래도 정상이 아니었고, 내가 마시던 캔과 비교해도 차이가 컸다.

GS슈퍼마켓에서는 캔은 상할리 없다고만 변명하면서 환불은 처리해줬다.

내 추측에는, GS마트가 이전 마트를 그대로 간판만 바꿔달고 1주일정도 영업했다가, 2주간 인테리어 공사를 다시 하고 재개장 했는데, 그 2주간 맥주를 잘못 보관한게 아닌가 싶다. 실제로 그동안 상가에는 음료나 술, 과자등의 박스가 여러개 묶여서 건물 구석구석에 보관되어 있었다. 그리고 당시는 35도에 이르는 찜통더위였다.

필스너 우르켈은 우리 부부가 호프향이 좋아서 즐겨 마시던 맥주였는데, 당분간은 손이 가지 않을 것 같다.

자동이체 시켜놨더니 수신측에서 돈은 못받은 경우?

회사 월급날은 25일. IBK기업은행으로 들어온다.
하지만 주거래 은행은 우리은행. 그래서 26일날 자동이체를 시켜놨다.

그런데 어제 25일 저녁, 아직 26일이 안되었는데 지정한 금액이 자동이체 되었다는 문자 메시지가 IBK기업은행에서 왔다. 그것도 이상한데 우리은행에는 돈이 안들어옴. 몇시간 기다려도 돈을 받지 못해서 IBK 기업은행에 전화 걸어봤지만 전화를 안받더라.

26일인 오늘도 돈이 안들어와서 전화를 걸었더니 겨우 받았는데, 답은 이랬다.
자동이체날이 휴일일 경우, 그 전날에 돈이 빠져 나간다.
돈을 받는 은행의 경우, 영업일이 되어야 들어간단다. 그러니 월요일에 확인해 보라고 한다. -_-
이거 좀 손해보는 느낌인데.
잔고 부족하면 큰일나겠네.

세줄요약.
– 자동이체 설정해 놓은 날이 휴일이면, 전날 빠져 나가고, 휴일 끝나야 들어간다.
– 밤에는 은행에 전화를 걸면, 사고신고만 가능하다고 하지만, 그마저도 전화를 거의 안받는다.
IBK기업은행은 20분 시도해도 실패했고, 우리은행은 10분 좀 넘으니 받더라.
– 편하려고 잔머리 잘못 쓰면 망함. 은행은 이해 못할 알고리즘이 많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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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의 부도덕함이 별로 문제가 안되는 이유

새누리당의 많은 정치인들이 각종 비리와 추문에 휩싸이지만, 다시 불사조처럼 되살아난다. 과거의 독재자들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상황들이다.

그 이유는 우리 사회가 당장의 정의보다 생존이 중요시 되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생존이 급한 환경에서 많은 사람들이 리더를 선택하는 기준은 정의로움이나 자애로움이 아니다. 그런건 친구를 선택할때나 적용되는 기준이다.

생존이 급한 환경에서 사람들은 생존능력이 좋은 리더를 뽑는다.
그리고 새로 선택된 리더가 자신을 데리고 생존시켜 줄거라 믿어 버린다.
그 리더가 비열한 방식으로 자신들과 같은 대중을 희생시켜 가며 생존해 왔다는 것은 애써 무시한다.
기여자인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것이라며 희망을 거는 것이다.

그래서 선거가 국민의 선택이 아닌, 일종의 권력자에게 줄서기로 변질된다.
어르신들이 가끔 ‘될사람을 뽑는다’ 라는 넌센스적인 말씀을 하시거나 사회적으로 성공여부를 인물의 됨됨이로 동일하게 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부도덕한 기업가나 강한 권력을 지녔던 독재자의 자손들은 그렇게 정치적 선택을 받으며 권력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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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인증서와 혼동되는 BC카드의 ISP 안전결제 창 디자인

isp

BC 카드의 경우 온라인 결제를 할 때, 안전결제, 혹은 ISP라 불리는 인증을 거치게 된다.

문제는 이 ISP인증 창의 구성이 ‘공인인증서’ 구성과 똑같다는 것. 카드 인증파일을 저장한 저장매체를 선택하고, 카드를 선택한뒤에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디자인이, 공인인증서를 저장매체에서 선택한 뒤에 인증서를 선택하고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쇼핑몰에 들어오는 ‘공인인증서 선택창에서 내 인증서가 안나와요’ 라는 문의의 대부분은 이런 경우이다. 내가 분명히 USB에 공인인증서를 넣어놨는데, USB를 선택해도 저 목록에 안나온다는 것이다. 당연하다. 저 목록엔 공인인증서가 아니라 ISP 카드만 보여주니까. 혹은 ‘내가 30만원이 안넘는 걸 결제하려는데 왜 공인인증서를 물어보냐’ 라는 문의도 들어온다.

또한 BC카드 결제시에는 세이브 서비스라던가 포인트 서비스등의 창을 같이 띄워서 혼동을 준다. 마치 그런 서비스를 가입해야만 결제가 가능한 것처럼 착각을 일으킨다.

혼동을 주는 디자인은 없어져야 할텐데, BC카드나 관련 결제 서비스들은 그런 배려가 전혀 없다.

App Ops 설정이 안드로이드폰을 리붓시키기도 하는군

이것은 이틀간의 삽질 기록이다.

내가 현재 쓰는 폰은 LG의 옵티머스G이다. 이 폰의 가장 큰 특징은 ‘외국에 발매된 옵티머스G와 롬이 호환된다’이다. 즉 커스텀롬이 넥서스폰 다음으로 많다. 덕분에 저렴하게(할원 0원에 풀릴때 구입했다) 행복한 롬질의 세계를 경험하고 있다. 특히 커스텀롬의 순정이라 불리는 CyanogenMod롬(일명 CM롬)을 그냥 올릴 수가 있는데, 그래서 쉽게 킷캣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일은 저번주에 벌어졌다. 최신 CM11 스냅샷 M6버전이 나와서 설치를 했는데, 불규칙하게 사용중에 터치가 먹통이 되거나, 느려지거나, 런처가 재시작되거나, 심하면 폰이 리붓이 되는 현상이 생겼다.

M5버전까지는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M6버전의 버그라 생각했는데, M6이라고 해도 초기화를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다가 앱들을 깔면 문제가 다시 생겼다. 어떤 특정앱의 문제 같은 현상이었다. 그 후 몇일간 별짓을 다 했다. 루트 권한을 사용하는 앱을 다 지워보고, 시스템 변경을 최소화 해보고, 다른 롬을 써보기도하고, 파티션을 다 포맷하고 깔아보기도 하고, 런처를 바꿔보기도 하고 등등. 커스텀롬을 종류별로 여러번 설치해보고 Gapps도 다른 것을 써보고….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그래도 빈도는 차이가 나더라도 문제가 생겼다.

해결이 안되면 포기하고 M5버전으로 되돌아가거나 폰을 바꿔버릴까 생각도 하던 와중에…문득 한가지가 떠올랐다. 안드로이드 4.3부터 있는 기능으로 App Ops 설정이라는 것이 있었다. ( 커스텀 롬에서는 Privacy Guard 라고 되어 있기도) 이것을 사용하면 설치되는 앱들의 권한을 세세히 제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불필요하게 주소록이나 위치정보를 사용하거나, 자동시작이 되는 앱들을 해당 권한을 빼앗아서 못쓰게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걸 꽤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지도 앱을 제외하고는 정확한 위치를 얻는 권한을 못쓰게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 기능을 전부 초기화 했다. 그랬더니 문제가 된 현상이 사라졌다. 괜히 삽질했다.

아직까진 CM11 M5와 그전 버전에서는 문제가 없었는지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어떠한 앱에서 문제를 일으켰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App Ops 설정을 좀더 제한적으로 써야 할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인터넷에서 잊혀지지 않을 권리는 없을까?

얼마 전부터 ‘잊혀질 권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인터넷상에는 자의나 타의로 개인 정보가 많기 마련이고, 해당하는 사람이 죽은 후에 그것이 자동으로 소멸되지 않으니, 그것이 삭제될 권리에 대한 논의였다.

그런데 반대로 ‘잊혀지지 않을 권리’는 없을까?

사람들은 잊혀지지 않고 싶은 욕구가 분명히 있다. 그래서 유서를 쓰고, 유품을 남긴다. 누군가는 아는 사람이 존재하는 한, 자신에 대한 것이 남아있기를 바랄것이다.

하지만 인터넷 서비스는 그리 길지 않다. 인터넷 도메인등의 서비스가 1년단위로 계약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인터넷 서비스들은 빠르면 1년, 오래 가면 5~10년이 수명이다. 구글이나 MS같이 승승장구하는 회사의 서비스도 현재의 서비스가 10년후에도 존재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개인 서버나 개인 홈페이지라면 말 할 것도 없다. 유지비용을 더 이상 납부하지 않으면 1년이상 유지되지 못하니까.

만약 어디선가 100년간 서비스를 유지하고, 가입자가 블로그를 만들어 원하는 시간까지 서비스를 유지해 준다면? 가입자가 죽었음이 알려지면 공개되는 유서형태의 홈페이지가 있다면? 혹은 손자의 인생동안 자동으로 유지되는 홈페이지가 있다면? 생일이나 죽은 날에 자동으로 새로운 글이나 이벤트가 올라온다거나? 후손들에게 제사상 차리라고 문자를 보낸다거나? ㅋㅋㅋ 나름 의미있지 않을까?

어딘가는 그런 서비스가 있을 것이다. (항상 내 아이디어는 누군가 이미 실행하고 있더라.) 물론 그 현존하는 서비스도 실제로 수십년간 유지될지는 불확실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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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폰으로 파이어폭스를 쓰면 넷피아가 열리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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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폭스는 크롬과 함께 가장 좋아하는 웹브라우저인데, 가장 불편한 점이 이것이다.

SKT 데이터망을 사용하는 폰에서 파이어폭스로 주소창에 검색어를 넣으면, 넷피아로 넘어간다. 설정에서 기본 검색엔진을 구글로 놔도 소용없고, 루팅해서 DNS를 바꿔도 소용없고, about:config 에서 설정을 만져도 소용없더라. 그냥 무조건 넷피아행.

와이파이로 연결되어 있거나, 크롬등 다른 웹브라우저를 쓸 땐 문제가 없다. SKT 데이터망과 파이어폭스 조합일 경우의 문제다.

아직 해결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데스크탑 파이어폭스는 DNS를 바꾸면 되는데, 안드로이드폰에서는 안되는 중.
해결하면 이 글을 갱신할 것이다.

ps. 2015년 후반 부터 파폭을 다시 설치한 이후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현대택배, 마눌님 운동화를 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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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내가 새 운동화(아식스 G1)을 샀는데, 그걸 본 어머니가 며느리도 새 신발을 같이 신어야 한다며, 운동화 살 돈을 주셨다. 덕분에 같이 G1을 온라인 주문.

그런데 위의 그림과 같이, 구로터미널에서 4일째 꿈쩍 않고 있는 중이다.

판매자에게 문의 했다. 답변이 없다.
택배회사에 문의 했다. 확인하고 연락 준다고 하더니 “문의주신 물품 배송건 확인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확인하는 데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라고 문자만 보내고 감감 무소식이다.

…이거 분실 예감이 ….

ps. 오후 2시 30분. 문의 5시간 반만에 현대택배 고객상담실에서 전화. 역시 택배기사나 대리점이나 터미널이나 아무도 상품의 소재파악 불가라고. 몇일 지나서 찾기 힘들단다. 더 확인하고 연락준다고 함. 왜 바로 누락되는걸 파악 못하고 고객이 연락해야 찾아보냐고 하니, 자체적인 분실 파악을 하는 시스템이 없고, 고객 문의가 들어와야 처리한다고 한다 -_-

ps. 결국 분실 판정. 현대 백화점 측에서 퀵 배송으로 운동화를 보내줬다.

[펌] “당신이 대통령이어선 안되는 이유….”의 원본 글

숱한 사회 운동을 지지했으나 솔직히, 대통령을 비판해본적은 거의 없다

그러나 처음으로 이번만큼은 분명히 그 잘못을 요목 조목 따져 묻겠다.
지금 대통령이 더 이상 대통령이어서는 안 되는 분명한 이유를.

대통령이란 직책, 어려운 거 안다. 아무나 대통령 하라 그러면 쉽게 못 한다. 그래서 대통령을 쉬이 비판할 수 없는 이유도 있었다. 그리고 대통령 물러나라 라는 구호는 너무 쉽고, 공허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가 아무리 무능해도 시민들이 정신만 차리면 그 사회를 바꿔 나갈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대통령은 대통령으로 임무를 수행 해야할 아주 중요한 몇 가지를 놓쳤다.

첫째, 대통령은 자기가 해야 할 일이 뭔지도 몰랐다.

대통령이 구조방법 고민 할 필요 없다.
리더의 역할은 적절한 곳에 책임을 분배하고, 밑의 사람들이 그 안에서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고, 밑에서 문제가 생기면 그 책임을 지는 것이 기본이다. 특히 아래 사람들끼리 서로 조율이 안 되고 우왕좌왕한다면 무엇보다 무슨 수를 쓰든 이에 질서를 부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안행부 책임 하에서 잘못을 했다면 안행부가 책임지면 된다. 해수부가 잘못했으면 해수부가 책임지면 된다. 그런데 각 행정부처, 군, 경이 모여있는 상황에서 가 책임소관을 따지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면, 그건 리더가 제 소임을 다하지 못한 거다. 나는 군 최고 통수권자이자 모든 행정부를 통솔할 권한이 있는 사람은 우리나라에서 딱 한 명 밖에 모른다.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했어야 할 일은 현장에 달려가 상처 받은 생존자를 위로한답시고 만나고 그런 일이 아니다. 그런 건 일반인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구조 왜 못하냐, 최선을 다해 구조해라’ 그런 말은 누구라도 할 수 있다. ‘잘 못하면 책임자 엄벌에 처한다’ 그런 호통은 누구나 칠 수 있다. 대통령이 할 일은 그게 아니다.
‘중국인들이 우리나라에서 왜 쇼핑을 못 한답니까?’ 그런 말 하라고 있는 자리 아니다.
공인인증서 폐기하라고, 현장에 씨씨티비 설치하라고, 그러라고 있는 자리 아니다.
일반인들이 하지 못하는 막대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대통령에 책임이 있는 거다. 대통령? 세세한 거 할 필요 없다. 대통령은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라.

일이 안 되는 핵심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점을 찾는 일, 뭐가 필요하냐 묻는 일. 그냥 해도 될 일과 최선을 다할 일을 구분하고 최선을 다해도 안 되면 포기할 일과 안 돼도 되게 해야 할 일을 구분해주고, 최우선 의제를 설정하고 밑의 사람들이 다른 데 에너지를 쏟지 않을 수 있도록 자유롭게 해주는 일, 비용 걱정 하지 않도록 제반 책임을 맡아 주는 일
영화 현장의 스탭들은 감독이나 피디의 분명한 요청만 있다면 아무리 어려운 일도, 안 돼는 일도 되게 한다.. 단, 조건이 있다. 어려운 일을 되게 하려면 당연히 비용이 오버 된다. 이 오버된 제반 비용에 대한 책임. 그것만 누군가 책임을 져 주면, 스탭들은, 한다.

리더라면 어떤 어려운 일이
‘안 돼도 되게 하려면’
밑의 사람들이 비용 때문에 망설일 수 있다는 것쯤은 안다.
그것이 구조 작업이던 뭐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면 무조건 돈이 든다. 엄청난 돈이.
만약 사람들이 비용 때문에 망설일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면’
그건 대통령이 정말로 누군가의 말단 직원인 적도 없었고 비용 때문에 고민해 본 적도 없다는 얘기다. 웬만한 중소기업 사장도 다 아는 사실이다.
만약 리더가 너 이거 죽을 각오로 해라. 해내지 못하면 엄벌에 처하겠다 라고 협박만 하고 비용도 책임져주지도 않고, 안 될 경우 자신은 책임을 피한다면, 그 누가 할 수 있겠는가?
사람을 구하는데 돈이 문제냐 하지만, 실제 그 행동자가 되면 달라진다. 유속의 흐름을 늦추게 유조선을 데려온다? 하고 싶어도 일개 관리자가 그 비용을 책임질 수 있을까? 그러나 누군가 그런 문제들을 책임져주면 달라진다
“비용 문제는 추후에 생각한다. 만약 정 비용이 많이 발생하면 내가 책임진다.”
그건 어떤 민간인도 관리자도 국무총리도 쉬이 할 수 없는 일이다.

힘 없는 시민들조차 죄책감을 느꼈다. 할 수 있었으나 하지 못한 일, 그리고 전혀 남 일인 것 같은 사람들조차 작게나마 뭘 할 수 있었을지를 고민했다.

그러나 그 많은 사람들을 지휘하고 이끌 수 있었던, 문제점을 파악하고 직접 시정할 수 있었던, 해외 원조 요청을 하건 인력을 모으건 해양관련 재벌 회장들에게 뭐든 요청하건, 일반인들은 할 수 없는, 그 많은 걸 할 수 있었던 대통령은 구조를 위해 무슨 일을 고민했는가?

둘째, 사람을 살리는 데 아무짝에 쓸모 없는 정부는 필요 없다

대통령은 분명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 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왜 지휘자들은 ‘구조에 최선을 다하지’ 안았을까?
그것이 한 두 번의 명령으로 될까?

날씨 좋던 첫째날 가이드라인 세 개밖에 설치를 못했다면, 이러면 애들 다 죽는다. 절대 못 구한다 판단하고 밤새 과감히 방법을 바꾸는 걸 고민하는 사람이 이 리더 밑에는 왜 한 사람도 없었는가? 목숨걸고 물 속에서 작업했던 잠수사들, 직접 뛰어든 말단 해경들 외에, 이 지휘부에는 왜 구조에 그토록 적극적인 사람이 없었는가?

밑의 사람들은 평소에 리더가 가진 가치관에 영향을 받는다. 급한 상황에서는 평소에 리더가 원하던 성향에 따라 행동하게 되어 있다. 그것은 평소 리더가 어떨 때 칭찬했고 어떨 때 호통쳤으며, 어떨 때 심기가 불편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리더가 평소에 사람과 생명을 최우선 가치로 두었던 사람이라면
밑의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던 말 하지 않아도 그것을 최우선으로 두고 행동한다.

쌍용차 사태의 희생자들이 분향소를 차렸을 때
박근혜에게 충성하겠다 한 중구청장은 그들을 싹 쫓아냈고
대학생들이 등록금 때문에 죽어가도 아무도 그걸, 긴급하게 여긴 적이 없고
모두 살기보다 일부만 사는 게 효율에서 좋고.
자살자가 늘어나도 복지는 포퓰리즘일 뿐이고.
세 모녀의 죽음을 부른 제도를 폐지하는 데에 아직도 대통령이 이끄는 당은 그토록 망설인다.
죽음을 겪은 사람들을 ‘징징대는’ 정도로 취급하고
죽겠다 함께 살자는 사람들에게 물대포를 뿌렸다.
이곳에선 한번도 사람이, 사람의 생명이 우선이었던 적은 없었다.
아직도 이들에겐 사람이 죽는 것보다 중요한 게 많고, 대의가 더 많다.
‘사람은 함부로 해도 된다’ 는 이 시스템의 암묵적 의제였다.

평소의 시스템의 방향이 이렇게 움직이고 있던 상황에서
이럴 때 대통령이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 라고 지시를 하면,
밑의 사람들은 대통령이
진심으로 아이들의 생명이 걱정되어서 그런 지시를 내린 건지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보여줘라 라는 뜻인지,
정부의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구조를 하라는 건지,
여론이 나빠지지 않게 잘 구조를 하라는 얘긴지,
헷갈리게 된다.
대책본부실에서 누가 장관에게 전했다.
“대통령께서 심히 염려하고 계십니다’
그러면 이 말이 ‘아이들의 안위와 유가족들의 아픔을 염려하고 있다는’ 건지
‘민심이 많이 나빠지고 있어 자리가 위태로워질 걸 염려한다는’ 건지
밑의 사람들은 헷갈린다.

대신 지시가 없어도 척척 움직인 건
구조 활동을 멈추고 의전에 최선을 다한 사람들
재빨리 대통령이 아이를 위로하는 장면을 세팅한 사람들
대통령은 잘했다 다른 사람들이 문제다 라고 사설을 쓸 줄 알았던 사람들.
재빨리 불리한 소식들을 유언비어라 통제할 줄 알았던 사람들.
구조에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보여지는데 애를 쓴 사람들.
선장과 기업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방향으로 여론몰이를 한 사람들과
순식간에 부르자마자 행진을 가로막고 쫙 깔린 진압 경찰들이다.

이것은 이들의 평소 매뉴얼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평소 리더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뭔지 알고 있었고 그것을 위해 움직였을 뿐이다. 그리고, 거기에 에너지를 쏟느라 정작 중요한 것을 놓쳤다.

내가 선거 때 박근혜를 뽑지 않았던 이유는 분명히 있다.
그가 친일파라서도 보수당이어서도 독재자의 딸이어서도 아니었다.
그녀가 남일당 사태 때 보여준 반응, 자신의 부친 때문에 8명의 사람들이 억울하게 죽었는데, 거기에 대해 일말의 죄책감도 안타까움도 갖지 않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사람의 생명에 대해 그토록 가벼이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대통령으로 뽑아선 안 된다는 그 이유 하나 때문이었다.

리더의 잘못을 여기에 있다.
밑의 사람들에게
평소 사람의 생명이 최우선이 아니라는
잘못된 의제를 설정한 책임.

셋째, 책임을 지지 않는 대통령은 필요 없다.
대통령이란 자리가 그토록 어려운 이유는 책임이 무겁기 때문이다. 막대한 권한과 비싼 월급, 고급 식사와 자가 비행기와 경호원과 그 모든 대우는 그것이 [책임에 대한 대가] 이기 때문이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조직에선 어떤 일도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리더가 책임지지 않는 곳에서 누가 어떻게 책임지는 법을 알겠는가?

자신이 해야할 일을
일일이 알려줘야 하는 대통령은 필요 없다.
사람을 살리는 데 아무짝에 쓸모 없는 대통령은 필요 없다.
결정적으로,
책임을 질 줄 모르는 대통령은 필요 없다.

덧붙임.
세월호 선장들과 선원들이 갖고 있다던 종교의 특징은
단 한 번의 회개로 이미 구원을 받았기 때문에
‘아무리 잘못해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것’ 이라 한다.
이거,
굉장히 위험한 거다.

죄책감을 느끼지도 못하는 대통령, 이들과 결코 다르지 않다.
사람에 대해 아파할 줄도 모르는 대통령은 더더욱 필요 없다.

진심으로 대통령의 하야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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