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정복은 가능한가

p_1292898287.jpg지은이: 오카다 토시오. 옮긴이: 레진. 일러스트: 굽시니스트. 2010년 12월 5일 초판2쇄. 총 199페이지, 값 12,000원.

지은이는 오타쿠킹이라는 가이낙스 설립자이고, 옮긴이와 그림 그린이는 우리나라에 알아주는 오덕들이다. 뭐 이걸로 이미 냄새가 풀풀 나는 책.

앞부분은 세계를 정복하려고 했던 만화/영화 악당들의 동경에서 시작해서, 중간에는 현실세계에서는 이래저래 힘들 악당들의 노력과 아이디어를 다루다가, 마지막에서는 “에이 이래저래 안되니까. 그냥 시민운동(?)정도로…이것도 기존체계를 반대하는것이니 훌륭한 세계정복이다!”하는 다소 어이없는 결말로 끝나는 책이다.

그럼 그렇지. 덕후가 현실에서 책을 내니 그런거야. 이미 현실과 타협한거지.

70,80년대의 만화에 대한 추억이 있다거나, 다소 덕력이 있는 자들에게 추천. 값도 싸고, 양도 적고, 가볍게 웃으며 읽기 좋은 책이다.

ps. 배경지식 없는 사람들을 위해 나름 열심히 주석도 달아놨는데, 오히려 그것이 비비 꼬아놓거나 농담으로 처리되어 있어서, 정말 덕후 아니면 올 알아볼 주석인 경우도 있다.

ps.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의 가고일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기뻤다.

미래를 만든 Geeks

원제는 Revolution in the Valley, 즉 ‘실리콘 밸리의 혁명’쯤 되는 제목이다. 미래를 만든 Geek들이라니 어이가 없는 네이밍이다. 책에는 Geek이라는 단어가 한번도 안나온다. 게다가 Geek이라는 단어는 예전부터 있기는 했지만 요즘과 같은 의미로 쓰인건 얼마 되지 않는 단어다.

어째튼 그만하고, 이 책은 앤디 허츠펠드라는 유명한 프로그래머가 1980년대초에 애플사에서 맥킨토시를 개발할때 있었던 일화들을 모은 책이다. 컴퓨터 메모리가 256KB이고, 하드디스크도 없으며, 어셈블러나 베이직, 파스칼로 프로그래밍을 하던 시절이었지만, 낭만과 웃음이 있는 그런 내용들이다.

스타워즈의 주요 줄거리는 공화국과 제국의 흥망이지만, 진짜 이야기의 중심은 아나킨 스카이워커이듯이, 이 책의 주요 줄거리는 맥킨토시를 개발하던 이야기지만, 진짜 중심은 스티브 잡스이다. 스티브 잡스가 어떤 천재 괴짜이고, 얼마나 예술을 따졌으며, 맥킨토시 개발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는지, 나중에 애플에서 어떻게 몰락해 갔는지 까지를 다루고 있다. 읽다보면 왜 애플 제품은 디자인이 그렇게 예쁘고, 융통성이나 확장성은 하나도 없이 애플의 방식대로만 써야 하는지 딱 나온다. 다 잡스의 취향인 것이었다. ㅋㅋㅋ 그가 개발자들은 돕고, 혹은 개발자들이 그를 얼마나 무서워했는지 등등 꽤 재미있다.

전형적인 개발자인 책 저자가 팀의 규율을 중시하는 상관과 마찰을 겪는 이야기도 나온다. 당시는 소규모 개발팀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컴퓨터를 만들던 전성기가 끝나가고 대기업의 대규모 개발팀으로 바뀌고 있던 시점이어서 그런 문제가 특히 더 심했나 보다.

어째튼 애플과 잡스와 맥킨토시를 이해할 수 있는 책. 약간의 웃음과 재미. 그런 책이었다.

ps.

책 값이 22000원. 더럽게 비쌈.
펴낸곳 : 인사이트, 지은이 : 앤디 허츠펠드, 옮긴이 : 송우일
414페이지

퓨처 워커

드래곤 라자의 후속작인 퓨처 워커…

드래곤 라자에서 가장 핵심인물 이었던 후치와 핸드레이크는 안 나오고(거론은 되지만), 기존의 인물들은 나오기는 하는데 할슈타일 후작을 제외하고는 거의 조연급이군요.  대신 미, 파, 쳉이라는 주인공들의 삼각관계, 신차이 선장 이야기, 철부지 아일페사스, 솔로쳐와 천공의 3기사 등 새 캐릭터들이 많이 나와서 재미를 더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드래곤 라자에서 최고의 악인이었던 할슈타일 후작과 시오네의 심경 변화가 여운을 남겨주는 군요. 후속작인데다가 인물들이 늘어난 만큼 드래곤 라자를 보지 않고는 좀 이해하는데 무리일 듯하기도 합니다.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만, 신스라이프가 부활하고 나서 거의 2권정도는 ‘시간’에 대한 개똥철학들이 너무 많아서 머리가 아프게 만드는 소설이군요.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라든지 인식론에 대한 철학책들을 나란히 놓고 읽으면 바로 미쳐버릴 수 있을 듯. ㅋㅋㅋ 게다가 엔딩이 “…멋있는 장면으로 끝. 뒤는 알아서 상상” 이라는 느낌이랄까요. 소설적으로는 나름 괜찮은 엔딩일 수 있지만 약간 배신감도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제 성격이 논리나 이성을 따지면서 남의 감정을 잘 이해 못하는… 성향인지라, 쳉에게 꽤 많은 동질감을 느꼈다고나 할까요. ㅎㅎㅎ 미의 어이없는 말 재주와 후반부의 닭살 커플 짓도 나름 웃겼구요. 소설에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쳉과 미가 나중에 잘 만나서 부부가 이루어졌기를 바랍니다. 안 그랬으면 쳉은 그 북해의 항구도시언덕에서 망부석(望婦石?)이 될테니 -_-;

드래곤 라자

사용자 삽입 이미지
“드래곤 라자”. 책을 사서 보진 않았고, 예전에 PC통신시절에 게시판에서 본 소설입니다. 당시 PC통신으로 ‘우와 이런게 가능하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있네요. PC통신/인터넷 문학의 효시가 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워낙 유명해서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만, 후치라는 시골 초장이 소년이 여행을 떠나게 되어 전설에 남을 영웅이 되어가는 (본인은 유명해지는거 싫어하지만) 내용의 환타지 소설입니다. 전체적인 종족이나 세계관은 톨킨의 ‘미들어스’와 비슷하지만 마법이나 몇몇 특징은 D&D와 유사하기도 합니다.

다만, 이루릴이라는 캐릭터로 표현되는 엘프 종족이 다른 환타지 소설과는 좀 다릅니다. 엘프가 정령과 친하고 마법에 능한건 다른 작품에서도 표현되지만, 드래곤 라자의 엘프는 다른 엘프들과 워낙 조화로워서 개체에 대한 차이, 즉 개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매우 논리와 이성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이루릴은 후치 일행과의 경험을 통해 인간다움을 배워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죠.

드래곤 라자가 결국 인간이라는 것은 무엇인지 고찰하는 주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설정을 넣었으리라 생각됩니다. 드래곤 라자는 앞부분은 이루릴을 통해, 뒷부분은 드래곤이라는 완전무결한 존재를 통해 인간의 모습을 대비해서 보여줍니다.

주제는 고상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밝은 소설입니다. 소설의 화자 역할을 하는 후치가 워낙 말장난이 심하고, OPG라는 힘만 쎄지는 아이템을 얻어서 여행을 하는 상태이기 때문이죠. 오크가 그를 ‘괴물 초장이’라면서 무서워하는 것도 꾸준히 웃겨주는 소재입니다.

개인적으로 후반부에 치밀한 면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예를 들어 ‘시오네가 후치를 협박해서 넥슨을 구출’하는 장면에서 캐릭터들은 깨닫지 못하지만, 정작 중요한 ‘시오네의 목적’은 상당히 뻔합니다. 왠만한 추리력을 가진 독자라면 ‘시오네가 굳이 넥슨을 구하려고 한다면, 넥슨이 드래곤 크라드메서와 뭔가 의미있는 중요한 인물이고, 크라드메서의 이전 드래곤라자가 넥슨의 삼촌(실은 친아버지)이므로, 넥슨도 라자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시오네는 라자를 데리고 할짓이 별로 없으므로, 결국 넥슨이 라자가 된후 죽여서 크라드메서를 다시 발광시키려는 것’이라는 정도는 예상이 가능합니다. 모든 면을 치밀하게 추리하고 지휘를 하던 카일이 ‘후치’라는 화자 캐릭터가 똑똑해짐으로서 상대적으로 출연비중이 낮아지고, 주제가 어려워지고 대사가 많아지면서 소설가가 꼼꼼히 챙기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읽어본 국내 환타지 소설 중에서 가장 재미있고, 가장 많이 웃으며 읽은 작품입니다.

구글 크롬 소개책자가 도착하다

얼마전에 구글 한국 블로그에서 구글 크롬에 대한 소개책자를 신청하면 보내준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링크

이 소개책자는 만화로 구성되어, 구글 크롬에 대한 개발 컨셉, 그리고 기능들을 설명해주고 있지요. 크롬에 대한 소식을 전하는 각종 블로그들에 많이 인용되어 왔습니다. 물론 소개책자는 온라인으로 볼수 있습니다만(링크), 아무래도 구글이 공짜로 보내준다는데 마다할것이 있겠습니까?

신청하고 2주 가까이 지난 오늘 낮, 외출해서 지하철 입구쪽으로 향하는데 우체부 아저씨께서 절 보시더니 부르시더군요. 싸인하고 받아야 하는 특급우편이 있다고… 제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시다니 대단한 분입니다.


뽁뽁이도 없이 책 한권 달랑 들어가 있는 듯한 익일특급 우편.
구글 코리아에서 보냈습니다.


구글 다운 간단한 디자인의 책


내용은 온라인에서 보던것과 같습니다.
영어라서 졸리죠…


안에 조그마한 편지가 같이 들어 있습니다.


간단한 인사말이 적혀있습니다.

소개책자를 읽고 나니, 몇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 구글은 여전히 개발자들의 회사구나. 소개책자라면서 일반인에게는 어려울 내용으로 가득.
  • 그래도 그런 내용을 쉽게 설명하려 노력한 만화가에게 경의를.
  • 그래도x2 이런걸 만화로 만들어 배포할 생각을 하다니, 역시 독창적이고 재미있는 짓은 잘하는 구글이다.

덧.
구글의 실체는 검색의 탈을 쓴 광고회사입니다. 그 광고는 웹을 통해 이루어지고, 이젠 웹브라우저까지 만들었죠.

그럼 그 웹브라우저에는 광고 차단 확장기능이 설치될리가 없겠네요? -_-;

이보다 더 극한을 다룬 소설은 없을걸? 타우 제로 (Tau Zero, 1970)

타우제로 – 폴 앤더슨 / 천승세 역 / (주)나경문화 / 1992년 초판 / 5,600원
표지에서 포스가 느껴지는가? ^^;

항공기 엔진중에 램제트 엔진이라는게 있다. 일반적으로 항공기의 제트엔진이란 압축기를 이용해 공기를 압축하고, 거기에 연료를 분사해서 폭발시킨 힘으로 추진력을 얻는다. 하지만 일정 속력 이상의 고속 비행을 하면 공기의 압력덕분에 압축기가 없어도 엔진 앞부분에서 공기 압축이 일어나고, 거기에 바로 연료를 분사해 폭발시킬수 있다. 그 현상을 이용해 압축기가 없는 제트엔진이 바로 램제트 엔진이다.

바사드 램제트 엔진이라는 개념도 있다. 별과 별 사이를 이동하는 우주선은 수소를 핵융합해야 할정도로 강력한 엔진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수소가 필요하고, 그러면 더 큰 엔진이 필요하고, 더 큰 엔진은 더 많은 수소가 필요한 모순이 생긴다. 바사드 램제트 엔진이란, 일정 속력 이상의 고속 비행하는 우주선이 우주공간에 미세하게 흩어져 있는 수소를 거대한 수집장치로 모아서 압축하여 핵융합에 이용하는 엔진이다. 이룰수만 있다면 연료를 싣지 않고도 무한히 핵융합 반응을 일으킬수 있는 꿈의 엔진이다. 로버트 W 바사드라는 물리학자가 생각해냈고, 속력을 이용해 기체를 모아서 사용하는것이 램제트 엔진과 비슷하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타우제로는 그 바사드 램제트 엔진을 장착한 ‘레오노라 클리스티네’라는 이름의 우주 식민지 건설을 위한 우주선 이야기이다. 이 우주선은 최고의 승무원들과 기술자들, 과학자들, 그리고 그들을 위한 완벽한 시설을 갖추고 33광년 떨어진 처녀자리 베타성계를 향해 날아간다. 만약 도착해서 사람이 살기에 적당한 조건을 갖추면 지구로 돌아오지 않고 거기에서 자손을 번식시켜 제2의 지구를 꾸미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우주선에는 남녀 각각 25명씩, 총 50명이 탑승해있다.


이 별이다. 어라, Stellarium에는 35.55광년으로 나오네…

레오노라 클리스티네는 램제트 엔진을 이용해 광속을 향해 가속해 가며 우주선 내 시간으로 5년후에 목적지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1년후 발견하지 못한 작은 성운과 충돌하게 되고, 우주선의 감속장치가 고장난다. 감속 장치를 고치지 못하면 목적지에 도착하더라도 멈출수 없지만, 감속 장치를 고치려면 수소를 수집하는 보호역장을 끄고 선외로 나가야 한다. 그러나 보호역장을 끄면 우주에 떠 있는 분자들과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충돌해 우주선과 사람들은 순식간에 증발하게 된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게 된 레오노라 클리스티네호는 은하계를 돌아 더욱더 가속을 계속하며 진로를 4천만 광년 떨어진 처녀자리 국부 은하군으로 바꿔 완벽한 진공상태인 우주공간을 찾기 위해 방황하게 된다. 그러나 우주선의 시간으로 몇년, 우주시간으로 몇천만년후에 도착한 그곳은 그다지 진공상태가 아니었다. 우주선은 더욱 진공인 곳을 찾아 초은하단과 그 사이의 빈공간들을 찾아가 거의 백억년후 역추진 장치를 수리하게 된다.

그러나 이미 광속에 너무 가까워진 우주선은 우주선 앞에 존재하는 물질로는 충분히 감속을 할수 없게 된다. (초은하단의 물질만으로는 약간의 속도를 줄인채 다음의 빈공간에 들어가게 되고, 약간 감속된 상태로는 그 거대한 빈공간에서는 다음 초은하단까지 도달하려면 선내 시간으로 몇백년이 흐르게 되니 감속을 시작할수 없는 것이다. -_- 아 설명하기 어려워) 결국 우주선은 이번엔 반대로 물질이 더 풍부한 곳을 찾아 방황하게 되고 우주의 시간으로 수백억년이 흐른다. 그리고 우주는 수명을 다해 팽창을 멈추고 수축을 시작하게 된다. ‘레오노라 클리스티네’호는 우주가 수축을 해 다시 빅뱅을 일으키는 천지창조의 순간에 겨우 감속을 시작하게 되며, 새로 생성된 우주에서 안식처가 될 행성을 발견해 정착하게 된다.

이 정도로 소설의 내용을 정리해도 머리속이 지끈거리고 말도 안된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이러한 우주선의 항행이야기는 소설의 1/3도 되지 않는다. 가장 핵심이 되는 내용은 우주선내 50명의 인원이 가망없는 무한한 우주비행(속도에 의해 우주에서 격리되어 다른 시간흐름속에서 살게 되며, 지구는 이미 멸망하고 사라졌을 시간에도 멈추지 못하고 약속된 종착지 없이 달려나아가야 하는)에서 어떻게 갈등하고, 방황하고, 절망하고, 의지하고, 사랑하는지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은 우주선내에서 보안 담당인 레이몬트이며, 갈등이 더욱 커지는 후반부가 될수록 우주선내에서 정신적 지주가 되어간다. 우주선은 절대적인 민주주의 사회이나 위기가 닥칠때마다 레이몬트는 독재나 전체주의적 요소를 살짝 도입했다(이부분은 개인적으로 좀 마음에 안들기도 한다) 풀어주는 식으로 자신에게 미움을 향하도록 해 다른 사람들의 정신적 긴장을 유지시킨다. 이 소설의 다른 요소는 사랑이다. 인류의 새로운 식민지를 위해 50명밖에 안되는 남녀는 완전하게 유전자를 공유해야 하고, 그것은 결혼같은 종속적인 개념이 아닌 프리섹스를 의미한다. 그런 상태에서의 사랑과 갈등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뭐 지극히 미국적인 소설이랄까.

타우제로는 폴 앤더슨의 대표적인 ‘하드SF’로 꼽히는 소설이다. 폴 앤더슨은 일반인에게 쉽게 다가갈수 있는 소재, 독창적이고 재치있는 주제, 과학적으로 세밀한 표현의 소설을 많이 썼다.(본인이 SF를 늦게 접한 물리학자라서 그런것일지도)그의 작품은 단순 코믹 SF에서 어려운 하드 SF까지 범위도 참 넓다. 시간여행의 모순을 막기 위해 움직이는 타임패트롤 같은건 나중에 여러 매체에서 그의 아이디어를 우려먹었다.

타우제로는 현대 우주에 대한 이론을 집대성한 소설이기도 하다. 바사드 램제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항성의 노화,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우주, 빅뱅, 물질과 반물질등에 대한 수많은 이론이 소설에 녹아있다. 소설이 집필될 당시에는 알려지지 않은 초은하단과 그 사이의 빈공간인 보이드에 대해서도 클란과 암흑공간이라는 식으로 소설에 예측되어 있어 읽는 사람을 놀라게 한다. 정작 바사드 램제트에 필요한 수소의 밀도나 바사드 램제트의 광속까지의 가속능력에 대해서는 현재 점차 비관적인 연구만 나오고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우주선이 중간에 3G로 가속할때 실내에 필요한 1G말고 나머지 2G를 어떻게 없앴는지는 아주 두리뭉실 설명하고 넘어가는 등 논리적인 아쉬움도 있다.

ps.
레오노라 클리스티네
는 17세기 덴마크의 공주의 이름이다. 정치적인 이유로 오랜기간 감금 상태에서 버틴걸로 유명하다고 한다. 우주선에 이 이름을 붙인것은 등장인물들이 광속항행상태에서 오랜기간 감옥에 수감된듯한 인내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ps.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다. 간단하게 필요한 것만 이야기 하자면, 우주선이 광속에 접근할수록 우주선의 질량은 늘어나고, 우주선 내의 시간은 느리게 흘러간다. 하지만 질량은 무한대가 될수 없고, 질량이 무거워질수록 가속에 더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기 때문에, 우주선은 광속에 무한히 접근할수 있지만 광속과 같아질 수는 없다.

ps.
제목에서의 타우는 소설내에서 쓰인 개념으로, v(속도)의 제곱을 c(광속)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1을 뺀다음, 그것을 제곱근을 한 값이다. 쉽게 말해 타우가 100분의 1이면, 우주선이 100광년을 이동하는 동안 내부 탑승자는 1년이 지난것으로 느낀다. 우주선의 속도가 광속에 무한히 접근할수록 타우는 무한히 0에 접근한다. 즉, 타우 제로란 광속,극한을 뜻한다.

ps.
나는 이 책을 고1때 사 읽었다. 나름대로 과학소년이었기 때문에 상대성이론등 과학적인 부분은 잘 이해했다. 그러나 야한 장면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이번에 다시 읽어보니 당시에는 전혀 다른 뜻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_-;

참고
http://en.wikipedia.org/wiki/Tau_Zero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The Moon Is a Harsh Mistress)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 로버트 A. 하인라인 / 임창성 옮김 / 도서출판 잎새 / 1992년 7월 12일 1쇄

내가 고등학생이었던 92,93년때 갑자기 해외 SF소설들이 많이 출간되기 시작했다. 덕분에 많은 걸작 SF들을 읽을 수 있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소설이 바로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이다. “여름으로 가는 문”등으로 유명하고 “스타쉽 트루퍼스”영화의 원작자로 유명한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소설이다. 500페이지나 되는 두꺼운 이 책을 6500원에 사서 읽던 날, 나는 밤을 새서 이튿날 고생해야 했고, 그후로 그 감동을 다시 얻고 싶어서 여러번 더 읽었다.

소설은 마치 호주처럼 죄인들이 달로 보내어져 달 세계가 개척되고, 세계연방에 의해 식민통치되며, 과잉 인구에 의해 식량이 부족한 지구를 향해 자력 사출기로 식량이 수출되던 그런 2075년의 달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달세계 컴퓨터 기사인 마뉴엘은 정부청사내의 중앙 컴퓨터의 수리기사 역할을 하고 있다. 그에게는 남들이 모르는 비밀이 있는데, 바로 정부청사의 컴퓨터가 살아서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마이크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이 컴퓨터는 인간의 문학과 유머에 관심을 가지고 주인공을 귀찮게 하는 친구가 된다. 주인공은 항의 집회에서 집회 발언자중 하나인 와이오밍이라는 미모의 여성을 알게 되었지만 행정부 소속 경호원들이 집회를 진압하자 탈출하게 된다. 주인공과 와이오밍, 그리고 그의 스승인 베르나르도 데 라 파스 교수, 이 세사람은 도피도중 컴퓨터 마이크를 알게 되고, 그로부터 7년후에 달세계가 식량수출에 의한 유기물 부족으로 식품폭동이 일어날것이라는 예측 계산을 얻어낸다. 세사람은 이를 막기 위해 세계연방으로부터 독립하는 혁명을 계획하고 마이크의 능력을 이용하여 조직을 불리고, 자금을 모으며, 행정부를 속인다. 주인공 마뉴엘은 마이크와 우정을 나누며, 그를 혁명의 지도자로, 또는 자신의 대리인으로, 동료로서 함께하고, 마침내 달세계 행정부를 무너트리고 독립을 선언한다. 그리고 독립선언을 무효화하기 위한 세계연방과의 전쟁을 치루게 되고, 끝내 성공하지만 대통령에 당선된 교수는 고생끝에 죽고, 마이크는 폭격을 당해 외부와의 연결을 잃어버리자 자아을 상실하고 일반적인 컴퓨터로 돌아가게 된다. 마뉴엘는 마이크의 어설픈 유머를 그리워하면서 소설은 끝난다.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은 미래 달세계(환경에 의해 생긴 가족제도, 인간의 습성, 관습등의 사회요소와 기술)와 사람들의 심리, 그리고 혁명이론, 엔지니어링, 천체물리, 인공지능 컴퓨터와 컴퓨터 네트워크에 의존하게 된 인간사회에 대한 치밀한 예상이 담겨 있는 소설이다. 마뉴엘이라는 똑똑하지만 권위적이지 않은 적절한 인물에 의해 표현되는 달세계는, 방대하고 지구와 전혀 다르면서도 쉽게 독자들에게 다가오게 하는 매력이 있다. 마치 어려운 추리과정을 왓슨박사에 의해 쉽게 풀이되는 셜록홈즈 소설처럼 말이다. (소설에서도 셜록홈즈에 대한 언급이 자주 나온다)

60년대 소설이기 때문에 시대적인 한계가 있기는 있다. 컴퓨터 네트워크라고는 인터넷이 아닌 전화선뿐이고, 지금처럼 수많은 서버가 아닌 마이크 혼자 모든걸 관장하며, 컴퓨터의 프로그램 입력은 천공 타이프를 해서 읽게 하는 방식으로 묘사된다. 마이크가 책을 읽는것도 전자책이 아닌 책을 도서관에서 꺼내서 페이지 넘겨가며 스캔하는 방식이다. 놀라운것은 아날로그적인 몇가지 묘사를 제외하고는 과학과 기술이 훨씬 발달한 현재 읽어도 전혀 어색하거나 유치하지 않다는 점이다. 지구에 곡물을 수출하는 강철통을 마이크가 컨트롤해서 미국의 경도와 위도가 만나는 격자선에 전략 폭격을 가하는 장면에서는 요즘의 밀리터리 스릴러를 읽어도 느낄수 없는 전률이 느껴지기도 한다.(마이크도 그 장면에서 오르가즘의 의미를 알았다느니 떠들어서 주인공을 난처하게 만들기도 한다)

마이크는 ‘멍청이가 아닌 친구’를 얻어 자신이 만든 유머를 보여주고 싶어했다. 여러분은 멍청이가 아닌가? 아니라면 한번 이 소설을 도서관에서라도 찾아서(절판된지 오래라 서점에는 없다) 마이크의 유머 친구가 되어 보기 바란다. 유쾌하면서도 외롭고 공평한 비평가인 그는 당신을 반겨줄것이다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wiki/The_Moon_Is_a_Harsh_Mist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