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만든 Geeks

원제는 Revolution in the Valley, 즉 ‘실리콘 밸리의 혁명’쯤 되는 제목이다. 미래를 만든 Geek들이라니 어이가 없는 네이밍이다. 책에는 Geek이라는 단어가 한번도 안나온다. 게다가 Geek이라는 단어는 예전부터 있기는 했지만 요즘과 같은 의미로 쓰인건 얼마 되지 않는 단어다.

어째튼 그만하고, 이 책은 앤디 허츠펠드라는 유명한 프로그래머가 1980년대초에 애플사에서 맥킨토시를 개발할때 있었던 일화들을 모은 책이다. 컴퓨터 메모리가 256KB이고, 하드디스크도 없으며, 어셈블러나 베이직, 파스칼로 프로그래밍을 하던 시절이었지만, 낭만과 웃음이 있는 그런 내용들이다.

스타워즈의 주요 줄거리는 공화국과 제국의 흥망이지만, 진짜 이야기의 중심은 아나킨 스카이워커이듯이, 이 책의 주요 줄거리는 맥킨토시를 개발하던 이야기지만, 진짜 중심은 스티브 잡스이다. 스티브 잡스가 어떤 천재 괴짜이고, 얼마나 예술을 따졌으며, 맥킨토시 개발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는지, 나중에 애플에서 어떻게 몰락해 갔는지 까지를 다루고 있다. 읽다보면 왜 애플 제품은 디자인이 그렇게 예쁘고, 융통성이나 확장성은 하나도 없이 애플의 방식대로만 써야 하는지 딱 나온다. 다 잡스의 취향인 것이었다. ㅋㅋㅋ 그가 개발자들은 돕고, 혹은 개발자들이 그를 얼마나 무서워했는지 등등 꽤 재미있다.

전형적인 개발자인 책 저자가 팀의 규율을 중시하는 상관과 마찰을 겪는 이야기도 나온다. 당시는 소규모 개발팀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컴퓨터를 만들던 전성기가 끝나가고 대기업의 대규모 개발팀으로 바뀌고 있던 시점이어서 그런 문제가 특히 더 심했나 보다.

어째튼 애플과 잡스와 맥킨토시를 이해할 수 있는 책. 약간의 웃음과 재미. 그런 책이었다.

ps.

책 값이 22000원. 더럽게 비쌈.
펴낸곳 : 인사이트, 지은이 : 앤디 허츠펠드, 옮긴이 : 송우일
414페이지

내가 아이폰을 안 사는 이유

아이폰이 현존 최고의 스마트폰이라는 것은 인정합니다만, 제 취향엔 좀 안맞습니다. 아니…좀 안맞는다기 보단 싫어하는 요소들의 집대성에 가깝습니다. 스마트폰에 대해 이야기 하니 워낙 주변에서 아이폰을 권하길래, 일일이 답하기 귀찮아서 정리해봐야 겠군요.

번호는 중요도 순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옳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제 주관과 취향에 대한 이야기임을 알아주십시오.

  1. 커스터마이징에 대해 너무 제한한 것이 싫다.
    내 아이폰이든 남의 아이폰이든 별 차이 없어 보이는게 싫습니다. 물론 아이폰OS4.0에서는 배경화면도 바뀐다지만, 탈옥하면 된다지만, 원래 튜닝의 궁극은 순정인지라, 순정 상태에서 어느정도 커스터마이징이 되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우분투 리눅스를 좋아하는 이유중 하나도 바로 이것지요.
  2. 배터리가 교체 불가능한 것이 싫다.
    제가 가진 대부분의 휴대용 기기는 배터리가 2개입니다. 카메라도 배터리가 2개(4개도 가지고 다녀본적이 있음), 핸드폰도 2개, PMP도 2개. 저는 실제 사용할 시간보다 2배이상 전력을 휴대하지 않으면 불안감에 기기 활용률이 떨어지는 소심쟁입니다. 애플은 일체형 배터리 정책을 절대 포기하지 않지요…
  3. 난 구글빠다.
    최근 애플과 구글이 싸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 구글빠입니다. (간단명료)
  4. 아이튠즈를 사용하는 방식이 싫다.
    스티브 잡스가 플래시는 마우스를 이용하는 구식방식에 맞춰져 있다고 했죠. 그런데 무선 네트워크가 되는 기기에 유선을 연결해서 싱크하는 방식도 구식 아닌가요? 게다가 특정 프로그램이 없으면 파일도 못넣다니.
  5. 맥 없으면 개발도 못해.
    내 핸드폰에 프로그램 한두개 만들어 넣고 싶습니다. Hello World라도 좋아요. 그런데 아이폰용 앱 개발은 맥OS에 의존적입니다.
  6. 남들 많이 쓰는거 싫다.
    요즘 버스나 지하철 타보면, 죄다 아이폰들고 뭔가 하고 있습니다. -_-; 전 출퇴근하면서 30개 넘는 아이폰을 본적도 있습니다. 제 주변에 최근 스마트폰을 산 사람들 100%가 아이폰입니다. 이제 애플을 쓴다고 개성있는 시대는 끝났어요. 게다가 전 약간 반골성향이 있어서 삐딱하거든요. 블리자드 게임도 그런 이유 단 한가지로 안합니다. ㅋㅋㅋ
  7. 난 둥글둥글한거 싫다.
    전 각이 살아 있는 디자인이 좋습니다. 동글동글한건 싫습니다. 솔직히 HTC 디자이어도 그 점이 불만이에요.
  8. 오픈소스여 승리하리라.
    오픈소스의 지지자로서, 안드로이드가 파이어폭스 이후로 가장 성공한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되길 기대합니다. 오픈소스도 뭔가 대중앞에 성공한게 한가지는 있어야죠. 그래서 안드로이드쪽으로 갈겁니다.
  9. 애플의 성향.
    애플의 정책이 독재니, 약관이 독단적이니 하는 것도 있지만, 약간 범위를 줄여서, 사용자들에게도 자신의 방식을 강요하는 것이 싫습니다. 뭐랄까..애플의 모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애플의 방식’에 순응하고 따라가는 사람에게는 무한의 편리함을 주지만, 그외의 사람들에겐 답답함을 줍니다. 이건 아마 위의 1,2,4,5번과도 중복되는 이야기겠지요.
  10. 완성품은 재미없다.
    이건 가장 중요도가 낮은 것이지만, 1번이나 8번과도 약간 통하는 이야기입니다. 리눅스를 쓰는 이유중 하나가 점차 완성되고 더 좋아지는 과정을 지켜보고, 저도 거기서 약간이나마 즐기거나 참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애플은 그야말로 철저하게 완성된, 장인의 결과물입니다. 거기서 약간이나마 손을 대면 오히려 가치가 떨어질 그런 물건입니다. 사용하기엔 좋지만, 제 즐거움 중 하나가 빠집니다.

ps.
이런 글을 쓰면 제가 뭔가 오픈소스나 리눅스에서 큰일 하는 줄 오해하시는 분이 있을까 싶은데, 그런거 쥐뿔도 없습니다. 그냥 우분투 리눅스 동호회에 참여해서 과자나 술을 축내고 있지요.

아이폰 논란에 대한 씁쓸함

아이폰의 출시와 아이폰이 많이 팔리는 것을 두고 말이 많습니다. 아이폰이 삼성 옴니아보다 좋네, 나쁘네. 아이폰 사용하는게 비싸네 싸네, 아이폰 써봐야 애플만 좋네 나쁘네, 삼성의 GR이 어쩌고 저쩌고… 이런 논란을 보면서 사람들의 단순하고 피상적인 논점들에 기가 찼습니다. 아니, 사실은 논점이 단순하도록 유도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

아이폰 출시에서 중요한 점은 그런 점이 아닙니다. 아이폰의 출시는 이동통신 서비스 자체에 ‘다양성’을 증가시켜 주었고, 이 다양성의 향상은 모두에게 긍정적인 것입니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한두가지만 있는 상황은 모두에게 좋지 못합니다. ‘다양성’은 자유경쟁시장이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적용되는 기본 요건중 하나이고, 민주주의가 좋은 방향으로 가게 되는 기본 요건 중 하나이죠. 인류가 원시생명체에서 지금가지
진화해 온것도 다양성으로 인해 가능한 것입니다. 한가지만 있지 않았기 때문에 한가지 악조건에 의해 전멸하지 않았던 거죠. 근래 화제중 하나인 ‘오픈소스’도 바로 다양성의 긍정적인 면에 근간을 두고 있습니다.

일본의 이동통신은 최근 ‘갈라파고스 증후군’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뭐 크게 나을게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일본처럼 독립적인 인터넷 플랫폼에 의존적이지는 않지만, 오히려 핸드폰 사용 자체가 음성과 문자에만 의존하고 있는 낙후된 환경이었지요. 핸드폰 스펙은 세계최고이지만 그 이용실태는 원시적이었습니다. 어차피 이용할 컨텐츠도 없었구요.

아이폰의 출시는 이러한 환경에 큰 변화를 일으킬겁니다. 애플이 가져갈 작은(?) 이득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삼성이 피해를 볼 ‘작은’ 수익 감소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이폰 자체의 스펙이니 OS의 아름다움(-_- 훗) 따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이폰이 기존 핸드폰과 ‘다르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아이폰 출시로 인해 사람들은 기존과 다른 세상을 엿보게 될 것입니다. 자신의 핸드폰에서는 뭐가 되고 안되고 있었던 것인지, 혹은 스마트폰에서 돌아가는 프로그램이나 컨텐츠가 왜 유용한지 알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국내 이동통신 환경이 진화하는 기폭제가 될겁니다. 안드로이드폰이나 여러 방식의 핸드폰이 선보이고, 다양한 인터넷 사용 환경에 맞춰 우리나라의 기형적인 웹환경도 바뀌게 될것입니다.

아이폰은 그러한 파문을 일으키는 작은 돌맹이, 작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그런면에서 아이폰의 출시와 성공을 기원합니다. 그리고 헛소리 하고 갈등이나 일으키는 일부 사람들… 조용히 엿이나 드시길.

ps.
더불어 제가 핸드폰을 바꾸게 될 2011년 4월에 딱 마음에 드는 안드로이드폰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애플 아이팟이 유용한 무기?

새로 나올 영화 “퍼시 잭슨과 올림피안 : 번개 도둑(Percy Jackson & the Olympians: The Lightning Thief)”의 예고편중 마지막에 재미있는 장면이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주인공이 메두사같은 뱀머리의 여자를 상대하는데 아이팟의 뒷면을 이용해서 반사를 시켜 보는 장면이다.(아마 직접 보면 돌이 되니까, 신화에서는 방패에 비춰보았듯이 사용하는 듯)

이거 참 대단한 아이디어의 간접광고이다. ㅎㅎㅎ

모바일업계 99.5%가 아이폰을 카피하려 하기 때문이다

세계모바일업계 CEO들 “애플 폐쇄성 비난 “

위 기사에서 다른 내용은 별로 재미가 없다. 애플의 폐쇄성이야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다들 돈벌려고 이렇게 해달라 저렇게 하자 떠드는 것일 뿐.

흥미로웠던 부분은 밑에서 두번째 문단이다.

“아직 애플 점유율 적은데 왠 딴지여~~” 라는 질문에
“모바일업계 99.5%가 아이폰을 카피하려 하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웃음이 나면서도 웃을 수 없는 멘트랄까..

애플은 애플2 컴퓨터 이후로 시장 점유율면에서 마이너 브랜드가 된 이후로, 한번도 점유율의 승자가 된적이 없었다. 하지만 애플이 뭔가 만들면 몇달후부터 비슷비스한 제품이 세계 전체에서 나오기 시작한다.

여러모로 대단한 회사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아이팟 패키지를 디자인 한다면?

아이팟의 심플하고 쿨한 패키지 디자인이 글자와 로고와 다양한 표현으로 뒤덮혀 버린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직원이 어떤 목적인지 모르겠지만(아마도 자신들 스스로를 비판해보려고 만든것인듯 약간 과장되고 코믹하다) 만든 동영상이라고 한다. 2005라는거 보니 작년에 만든거 같다.

웃긴 동영상이지만, 마음놓고 웃을수만도 없는 일. 사실 심플하고 멋진 디자인은 어느 디자이너나 원하지만, 결국 자의반 타의반으로 모든 기능과 설명, 중요한 부분 굵고 큰 빨간글씨에 밑줄이 들어간 디자인이 완성되는건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멋있는 디자인을 할줄 알아서가 아니라, 실행 했기 때문에 멋있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