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571 (2000)

극장 개봉했을 때 친구와 같이 본 영화인데, 넷플릭스에 있길래 오랫만에 다시 감상.

독일 유보트의 암호해독기를 탈취하려다 꼬여서 그 유보트 가지고 도망다녀야 하는 영국해군들의 모험담. 잠수함전에서 느낄 수 있는 스릴들(적의 폭뢰 공격, 적 잠수함과의 어뢰 교전, 깊은 잠항으로 인해 선체가 깨지는 위험)등을 총 망라해서 보여주는 영화이다.

매튜 매커너히가 아직 젊어서 기름 흐를때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 하비 카이텔 아저씨가 엄청 멋있게 나오는데, 왜 나중에 심형래에게 꼬여서 라스트 갓파더에서 망했는지… 나치 전문 배우라는 별명인 토마스 크레치만도 나옴. 감독 조나단 모스토우는 이 영화로 평이 좋았는데 나중에 터미네이터3 찍어서 망함.

이 영화는 밀리터리 고증 문제가 꽤 많은데, 주로 주인공 격인 유보트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다른 배들은 죄다 엉터리인 식이다. 보급용 잠수함이 어뢰를 쏘질 않나, 시대에 안맞는 배가 나오거나, 영국 구축함이라고 나오는게 미국 전함이거나… 마지막에 결전을 하는 독일 구축함도 전혀 독일 구축함처럼 안생겼다. 무슨 어선이나 경비함 같은거에 조금 개조해서 영화 찍은 듯한 느낌.

그래도 스릴 하나는 끝내주는 영화이다. 폭뢰 터질 때의 긴장감과 소리는 아직 다른 잠수함 영화가 못 따라간다. 별 4.5개.

인터스텔라(Interstellar, 2014)

interstellar

역시 크리스토퍼 놀런의 영화다. 재미있고 현실감 있어 보이며 진지하지만, 무겁고 답답하고 어렵다.

극장에서 못 보고 늦게 구글 무비에서 빌려봤는데, 워낙 국내에서 흥행하는 바람에 간접적으로 많은 정보를 들었고, SF에서 흔하게 나오는 소재를 버무려 놨기 때문에 새롭고 놀라운 면은 별로 없었다.  마지막 무한의 방(?) 장면은 전작인 인셉션도 연상되고, 스페이스 오딧세이도 연상되고 하더군. 백 투 더 퓨처 같은 타임 패러독스 영화들도 연상되고. 어디선가 본 것같은 소재들을 잘 짜임새있게 엮어서 감독의 주제로 달려가는 치밀하게 만든 영화.

잘만든 영화이고 재미있게 봤기는 한데, 역시 크리스토퍼 논런 영화를 볼 때마다 느끼는 답답함이 계속 남는다.

영화 자체가 불친절하달까? 잔뜩 설명은 하지만, 전체적인 그림을 안보여주는 답답함이 있다. 개인 시점의 영화 같으면서도 아닌듯한 시점. 지구의 국가들은 현재 어떤 상태인지, 나사의 건물은 전체적으로 어떤 모양인지, 블랙홀이 있는 그 항성계의 전체 모양이 어떤지, 마지막의 우주정거장까진 보이는데 뭐가 어찌 되는건지 …궁금한건 많지만 드라마에 중요한것에 집중하라고 잡아 끄는 영화같다.

느끼한 로멘스 영화 전문인줄 알았던 매슈 매코너헤이를 다시 보게 된 영화. 앤 해서웨이도 공주 느낌은 더 이상 안드는 군. 맷 데이먼은 영원히 외롭고 ㅋㅋㅋ 마이클 케인은 저런 역할이 이제 좀 식상한 것 같다.

ps. 마눌님과 같이 봤는데, 상대성이론과 차원등 물리학에 대한 것이 많이 나오는 영화라 그런지 잘 이해가 안된다고 한다.

ps. 달 착륙이 잘못된 역사라는 부분에서 웃기는. 요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을 보니 더 의미심장.

ps. 중력을 타키온처럼 시간을 넘나드는 것으로 묘사하는건 좀 SF라 하더라도 너무 나갔다는 느낌. 그 외에도 좀 앞뒤가 안맞는게 몇가지 있지만(먼저 간 3사람의 통신은 지구에 도달하면서, 왜 주인공 일행은 지구로 송신을 못하나 라던지) 패스.

 

콘택트 (Contact, 1997)

엘리는 홀아버지에게 창의적인 교육을 받으며 자라지만,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일찍 죽게 된다. 아버지와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천문학자가 된 엘리. 하지만 천문학은 드럼린같이 정치적 수완이 뛰어난 자나 인기있는 연구를 하는 학자만이 생존할수 있었고, 엘리같이 SETI프로그램을 하는 학자는 예산과 장비문제에 계속 시달려야 했다. 엘리는 해든이라는 모습을 숨긴 사람에게서 겨우 예산을 얻어 연구를 계속한다.

그러던중 엘리는 베가성에서 오는 신호를 접하게 되고, 그녀와 그의 연구팀은 그 신호에 인류가 처음 내보낸 “히틀러의 올림픽 연설”TV장면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신호에서 알수 없는 기호들을 분리해낸다. 해든의 도움으로 그 기호를 해석한 결과, 회전하는 고리들이 달린 거대한 장치였고, 운송장치 같은것으로 추정하게 된다.

세계 각국의 지원으로 운송장치를 완성하게 되었으나, 탑승자는 인기위주의 정책을 펼친 드럼린이 선정된다. 그러나 드럼린은 기계장치와 함께, 광신주의자의 테러로 폭발하게 된다. 엘리는 해든에게 일본이 건설한 또다른 장치가 있다는 것을 전해 듣고, 거기에 탑승하게 된다.

엘리는 장치를 통해 우주의 장대한 거리를 뛰어넘어 아버지의 모습을 한 외계인과 짧은 만남을 갖게 된다. 그러나 돌아온 엘리에게 돌아오는건 차가운 시선뿐. 그도 그럴것이, 외부에서 보기에 장치는 1초도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엘리와 배후 인물인 해든은 사람들에게 사기꾼으로 지목되게 되고, 엘리의 주장은 먹히지 않는다. 그러나 정작 엘리를 몰아세운 정부는 엘리가 찍어온 노이즈 밖에 기록되지 않은 영상이 18시간짜리라는 것을 숨기고 있었다.

콘택트는 그 유명한 천문학자이자 외계생물학자이자, 우주에 대한 진취적인 철학을 가지고 있던 칼 세이건 박사가 쓴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그가 영화 각색에도 참여했고 영화 개봉하기 몇달전에 죽었기 때문에 그의 유작으로 불립니다. 실제로 그는 SETI의 열렬한 후원자였고, 엘리만큼 무신론자였으며, 영화에 나오는 많은 내용이 그가 자신의 주장을 설명할때 쓰던 문장입니다. 그리고 그가 바라던 ‘인류의 느리고 꾸준한 성숙을 기다리는’ 지적인 외계인과도 만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엘리를 은근히 뒷바라지 하던 늙은 과학자인 해든이 그가 실제로 하고 싶었던 역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면에서 아서 클라크와 일맥 통하는 면이 있지만, 아서 클라크의 작품은 SF로서의 가치는 더 훌륭한 반면, 외계인이 인류를 아래에 두고 시험/실험하는 듯한 내용이 많아서 좀 거북한 면이 있습니다. 표현방식도 칼 세이건쪽이 좀더 순수하고 철학적이죠.)

하지만 그런면과는 반대로 영화는 엘리라는 순수하고 지적인 과학자의 입장에서 보는 모순적인 세상을 표현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합니다. 엘리의 아버지가 죽었을때 신의 뜻이라는 말밖에 못해주는 목사와, 그녀의 연구비나 깍아먹고 인기나 올리는 상사, 미국의 파워의 양면, 한심한 민주주의적 선발방식과 신을 믿지 않고 과학만 신봉한다고 선발에서 탈락하는 모습, 또 다른 믿음을 가진 사내의 테러 등 아주 많지요. 우주의 신호를 발견했다고 전파망원경(VLA) 근처로 모여든 군중들은 인류의 지저분함, 어리석음, 맹목적이면서 숫적으로 민주주의를 이용하는 인류의 어두운 면을 대변합니다. 칼 세이건이 과학자로 살아오면서 질려버린 것을 죄다 풀어놓은 듯합니다. 아빠 외계인은 그걸 흥미로운 면이고 악몽일뿐이라고 넘어가버리고 끝나지만. 하지만 그런 표현덕분에 SETI의 어려움이 알려졌고, 이 영화로 인해 많은 도움을 받은것도 사실이죠.

이 영화는 볼거리가 많은 영화입니다. 지적으로 보이는 금발 미녀가 VLA를 배경으로 피크닉하듯 연구를 하는 장면이나, 알레시보 전파망원경, 거대한 외계 기계, 웜홀 통과등의 CG등. 총쏘고 몸던지는 영화가 아니면서 이정도 볼거리가 많은 SF영화도 흔치 않지요. 게다가 한창 원숙하면서 아직 늙지 않은 30대 중반의 조디 포스터가 연구/우주탐사까지 원맨쇼를 펼칩니다. 느끼함이 절정이었던 시기의 매튜 맥커너히, 그리고 조연으로 잔뼈가 굵은 데이비드 모스와 윌리엄 피쳐 등 유명한 사람들도 줄줄이 나옵니다. 감독은 말이 필요없는 로버트 저메키스.

영화를 처음 봤을때가 제가 한 생각은, “역시 여행갈땐 시계를 꼭 차고 가야지”였습니다. 그러면 엘리에게 증거가 하나 생기는데 말이죠. 전자적인 교란이 없을 아날로그 테엽시계로.

ps. 가장 유명한 대사는 “우리 밖에 없다면 이 넓은 우주공간은 낭비다”입니다. 그리고 “별의 수 x 별에 행성이 존재할 확률 x 행성에 생명이 존재할 확률 x 생명에서 문명이 진화할 확률”이라는 고전적인 이야기도 과학연구를 관객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나옵니다. ㅋㅋ 사실은 거기에 “x 생명이 운석이나 우주적 재앙에 멸망하지 않을 확률 x 문명이 자멸하지 않을 확률 x 문명이 외계에 관심을 갖게 되어 연락해 올 확률 x 전파가 올때 하필 우연히 우리 안테너가 그쪽을 향했을 확률 x 피곤한 과학자가 그걸 노이즈로 오해하고 지나치지 않을 확률”을 곱해야 하지만요……

ps. 스필버그의 팬으로써, 그가 이 영화를 연출했다면 어땠을까 상상하곤 합니다. 아마 그였다면, 미스테리한 장면을 좀더 넣으며 조명 화끈하게 때려줬을테고, 정부의 음모로 중간 내내 떼우고, 엘리가 우주에서 (사실은 외계인 이었던) 아버지와 함께 행복하게 살며 끝나지 않았을까요? ㅋㅋㅋ

IMDB http://www.imdb.com/title/tt0118884/
Wikipedia http://en.wikipedia.org/wiki/Contact_%28film%29
위키피디아 한글 http://ko.wikipedia.org/wiki/%EC%BD%98%ED%83%9D%ED%8A%B8_%28%EC%98%81%ED%99%94%29
공식 사이트 http://contact-themovie.warnerbr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