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드런 오브 맨(Children of Men, 2006)

얼마전 넷플릭스에서 감상.

이 영화가 개봉 할 때 엄청나게 신기해 했던 기억이 난다. 오래전에 애를 못 낳아 인류가 멸망해 가는 것에 대한 비슷한 내용의 꿈을 꾼 적이 있어서. 개꿈이지만.

여러 암울한 사회 현상을 패러디하고 예측한 내용이 들어 있는 영화이다. 그런 상황에서 인류가 2세를 낳지 못하는 와중에 한 아기가 태어나고, 그로 인한 주인공의 희생을 묘사하고 있다.

영화의 연출은 핸드헬드 카메라나 원테이크등 여러 기법을 사용해서 리얼하게 묘사하고 있지만, 차로 도망가는 부분은 여러모로 주인공 버프가 심한 느낌이 들어서 다른 영화 부분인 것 같기도 하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아이를 알게 된 군인들이 쳐다보며 길을 비켜주는 부분.

주인공인 클라이브 오웬의 연기도 좋고, 줄리안 무어와 마이클 케인은 왠지 이전에서 비슷한 역을 연기한 걸 본 것 같은 친숙함이 있다. 추이텔 에지오포도 협력자였다가 배신자였던 것이 다른 영화에서랑 비슷하다.

세상이 뭔가 잘못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한번 쯤은 볼 영화.

내 평가는 별 4개.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Kingsman: Secret Agent, 2015)

여러모로 같은 감독의 작품인 킥 애스와 쌍둥이 같은 영화다. 비밀스러운 악당과 대치하는 비밀스러운 히어로, 빠르고 잔인하고 아크로바틱한 액션, 비밀 무기, 만화 같은 설정, 영웅이 되고 싶어하는 어린티 나는 주인공, 주인공보다 100배 멋진 선배 히어로가 나와 주인공을 돕다가 나중에 죽음을 당하고 주인공이 각성한다는 점, 히어로 앞에서 똥폼 잡다가 쉽게 쉽게 발리는 잡졸 악당들, 비도덕적으로 보일 수 있는 훈련이나 테스트 기타 등등. 수없이 나열 할 수 있을 정도로 두 영화는 닮았다. 감독의 취향인듯.

킹스맨만의 특징이라면 고전 스파이 영화들을 마음껏 패러디 하고 있다는 것. 아마 제임스 본드 같은 것들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볼듯하다. 그리고 영국식 영어 발음(잘은 모르겠지만 콜린퍼스등 귀족이 쓰는 영국 영어가 다른 영국 영어와 다른듯 하다)으로 도배된 영화라는 거 정도?

단점이라면 사무엘 잭슨이 에코 파시즘을 주장하는 악당으로 나오는데, 그런식의 인류 청소에 세계 상류층들이 찬성하는 개연성이 너무 없다. 사실 그 상류층들은 자신들을 정치/경제적으로 떠 받쳐주는 많은 사람들로 인해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인데, 사람들을 없애서 무슨 이득이 생길까?

뭐 어째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고전스타일 스파이 액션물임에는 확실하다.

ps. 마크 해밀, 참 바보 연기도 잘하네

ps. 소피아 부텔라가 정말 멋지다. 콜린 퍼스와 대결했다면 더 멋졌을 것 같은데… 주인공 보정에 당함.

ps. 마크 스트롱, 이 사람도 참 변신 영역이 넓구나.

인터스텔라(Interstellar, 2014)

interstellar

역시 크리스토퍼 놀런의 영화다. 재미있고 현실감 있어 보이며 진지하지만, 무겁고 답답하고 어렵다.

극장에서 못 보고 늦게 구글 무비에서 빌려봤는데, 워낙 국내에서 흥행하는 바람에 간접적으로 많은 정보를 들었고, SF에서 흔하게 나오는 소재를 버무려 놨기 때문에 새롭고 놀라운 면은 별로 없었다.  마지막 무한의 방(?) 장면은 전작인 인셉션도 연상되고, 스페이스 오딧세이도 연상되고 하더군. 백 투 더 퓨처 같은 타임 패러독스 영화들도 연상되고. 어디선가 본 것같은 소재들을 잘 짜임새있게 엮어서 감독의 주제로 달려가는 치밀하게 만든 영화.

잘만든 영화이고 재미있게 봤기는 한데, 역시 크리스토퍼 논런 영화를 볼 때마다 느끼는 답답함이 계속 남는다.

영화 자체가 불친절하달까? 잔뜩 설명은 하지만, 전체적인 그림을 안보여주는 답답함이 있다. 개인 시점의 영화 같으면서도 아닌듯한 시점. 지구의 국가들은 현재 어떤 상태인지, 나사의 건물은 전체적으로 어떤 모양인지, 블랙홀이 있는 그 항성계의 전체 모양이 어떤지, 마지막의 우주정거장까진 보이는데 뭐가 어찌 되는건지 …궁금한건 많지만 드라마에 중요한것에 집중하라고 잡아 끄는 영화같다.

느끼한 로멘스 영화 전문인줄 알았던 매슈 매코너헤이를 다시 보게 된 영화. 앤 해서웨이도 공주 느낌은 더 이상 안드는 군. 맷 데이먼은 영원히 외롭고 ㅋㅋㅋ 마이클 케인은 저런 역할이 이제 좀 식상한 것 같다.

ps. 마눌님과 같이 봤는데, 상대성이론과 차원등 물리학에 대한 것이 많이 나오는 영화라 그런지 잘 이해가 안된다고 한다.

ps. 달 착륙이 잘못된 역사라는 부분에서 웃기는. 요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을 보니 더 의미심장.

ps. 중력을 타키온처럼 시간을 넘나드는 것으로 묘사하는건 좀 SF라 하더라도 너무 나갔다는 느낌. 그 외에도 좀 앞뒤가 안맞는게 몇가지 있지만(먼저 간 3사람의 통신은 지구에 도달하면서, 왜 주인공 일행은 지구로 송신을 못하나 라던지) 패스.

 

인셉션(Inception)을 봤습니다.

!! 주의 : 이 글은 스포일러가 다소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즘은 감독이 ‘나 사실은 이걸 오랫동안 구상했는데 이제야 만들었어’가 유행인가 봅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도 그랬고, 봉준호감독의 ‘마더’,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도 그랬다죠. (사실 카메론 감독은 어비스때도 그랬고 터미네이터때도 그런 소리해서…ㅋㅋ)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인셉션’을 오랫동안 구상했다네요.

영화 소재 자체는 많이 익숙한 소재입니다. 특히 동양사람이라면 장자의 호접몽이라면 뭐 척척 몇마디 말 할정도는 다 알고 있죠. 거기에다 미션 임파서블, 매트릭스, 기타 많은 영화가 연상되는, 어찌보면 그리 참신한 영화는 아닙니다.

다만 주인공 코브의 내면과 그 갈등을 소재에 어울리게 잘 풀어내고, 그 극복 과정이나 표현 방법이 참 능수 능란 하더군요. 게다가 킥이라던지 꿈속의 세상을 만들어낸다는 어려운 개념을 영화 흐름에 거슬리지 않게 잘 설명하는 것도 크리스토퍼 놀란은 제임스 카메론이 하던 방식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훌륭합니다. 영화는 훌륭했고, 재미있었습니다. 올 여름 휴가철에 가장 훌륭한 영화라고 할 수 있을겁니다.

영화 내용이 어려울까봐 보기전에 걱정하는 분들이 있던데, 개인적으로는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만 여친은 어려워하더군요. 음… 이해에 대한 난이도는 매트릭스정도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될겁니다만, 4, 5군데의 진행이 동시에 일어나서 매트릭스보다는 좀 산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영화를 볼때보다는 영화를 보고 난 뒤에 결말이나 진실에 대한 해석이 수십가지로 다양하게 가능해서 그 점에서 혼동이 심할듯 하네요 -_-; 확실한 결말을 원하는 분들에겐 비추.

네오처럼 초현실적인 초능력을 부리거나 액션을 기대하시면 실망할 듯. 그런건 영화 홍보영상에 나오는 장면이 거의 전부입니다. 영화의 중심 줄기는 주인공 코브의 내면 문제와 동시에 여러 꿈에서 이루어지는 작전에 중심을 두고 있지, 멋진 영상이나 액션은 그리 중심이 아닌듯 했습니다.

한가지 실망한 것은 초반에 엄청난 능력을 보여준 아리아드네라든지, 시시껄렁한 임스라던지, 약에 대해서는 뭔가 긱스러운 유서프라던지…꽤 한가닥 해줄 것 같았던 캐릭터들이 나중에는 생각보다 작전상의 유용한 동료 그 이상이 없이 영화가 진행이 된다는게 아쉽습니다. 아리아드네야 뭐 주인공이 트라우마를 극복하는데 큰 역할을 했지만, 초반에 보여주던 시각적인 능력 때문에 너무 큰 기대를 하게 했거든요. 어째튼 그랬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팽이가 돌아가는 장면…. 제기랄… 관객들이 죄다 웃거나 궁시렁 거리더군요. 애들의 모습이 너무 그대로라거나 갑자기 마일스 교수가 나타난 것들 때문에 충분히 꿈으로 의심되는 상황에서, 답을 안주니 속터지네요 ㅎㅎㅎ 오픈된 결말을 위해 감독이 의도적으로 연출한 것이겠지만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영화는 캐치 미 이프 유캔 이후로 처음 봤습니다. 그래서 세월의 흐름이 참 실감나네요 -_-; 하긴 플래툰, 매이저 리그 이후로 처음 본 톰 배린저도 참… 반대로 엘런 페이지는 나이로 치면 대학생으로 나오는게 맞긴 맞는데, 아무리 봐도 고딩정도로 보이니 원…

어째튼 머리쓰는 미스테리가 섞인 스케일 큰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강추일 영화입니다.

ps.
한가지 생각.

매트릭스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많았지만, 이 영화에서 꿈을 온라인 게임에 대입해보면 재미있을 듯 합니다.

유서프의 가게에서 현실을 잊고 꿈을 공유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피씨방에서 온라인 게임에 빠진 사람들. 꿈에 중독되어 못 나오는 멜은 중증 중독자. 게임에서 정보를 훔치는 사람들은 해커.

그럼 킥은 뭘까요? 콘센트 뽑기? 부모님의 잔소리? 현실의 급한 볼일? ㅋㅋㅋ

ps.

이 영화 최고의 대사.
팀원들이 항공기 직원들을 매수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데 사이토 왈 “내가 그 항공사 인수했어.” ㅋㅋㅋㅋ 가진자의 방법. 사이버 포뮬러에서 란돌이 하던 짓을 영화에서 볼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