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일병 구하기 (Saving Private Ryan, 1998)

스티븐 스필버그는 여러 번 영화의 역사를 바꿨다. 죠스로 블록버스터 개념을 만들었고,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로 코믹 액션 모험영화를 시리즈화하고, ET와 미지와의 조우로 주인공과 교류하는 착한 외계인을 영화화하고, 쥬라기공원으로 특수효과의 한계를 깨고 등등. 그 중 하나가 라이언 일병 구하기이다. 전쟁영화는 이 영화의 전과 후로 나뉜다. 그리고 수많은 FPS와 전쟁 게임에서 이 영화를 참고했고 아직도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영화의 도입부에 가장 대규모의 전투장면을 넣어 관객의 혼을 빼버리는 구성은 정말 참신함 그 자체였다. 전투장면의 묘사, 리얼함, 고증 무엇하나 부족함이 없기도 했다. 장면 하나하나가 참혹한 전장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하게 하는 명장면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밀러 대위 팀의 라이언 일병 찾기. 사막에서 모래알 찾기인 이 과정에서 부하를 하나하나 잃고, 그에 대한 여러 갈등이 나오는 장면들에서 캐릭터 묘사의 장인인 스필버그의 솜씨가 나온다. 마지막에 라이언 일병을 찾고 최후의 전투까지. 이 영화는 버릴 것이 없이 모든 것이 최고이다.

이 영화는 발암 캐릭터인 업햄 마저도 소중하다. 업햄이 없었으면 이 영화는 김빠진 영화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 처음 영화를 볼 때는 가장 욕을 하게 되지만, 나중에 생각하면 평범한 자신들을 가장 투영되는 그런 캐릭터이다. 뭐 우리나라야 대부분의 남자가 군경험이 있어서 다를 수도 있지만 ㅎ

은근히 유명 배우들이 많이 나온다. 톰 행크스나 멧 데이먼 같은 주연 배우들이야 뭐 말할 것도 없지만, 같은 팀이었다가 죽는 역으로 빈 디젤, 여러 전쟁영화에서 듬직한 역으로 나오는 톰 시즈모어, 연기 잘하는 조연으로 윰여한 폴 지아마티가 잠깐 팀을 돕는 역으로 나오고, “세 남자와 아기”에서 유명했던 테드 댄슨, 파이어 플라이와 성우로 유명한 네이선 필리언 등은 잠깐 대화가 있는 역으로 나온다.

이 영화의 직계 후속 작품이 있는데, 바로 밴드 오브 브러더스와 더 퍼시픽이다. 이 드라마들도 걸작인데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찾을 수 있는 버전마다 자막이 엉터리라는 평이 많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도 그렇고. 우리나라 자막 번역 시스템은 예전부터 엉터리였지만, 이 영화들은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작품이라 더 그랬을 듯.

반론을 허용하지 않는 최고의 영화. 추억거리.

엘리시움 (Elysium, 2013)

닐 블롬캠프 감독이 기대주로 예산 팍팍 끌어와서 만든 SF 대작인데…좀 망했던 영화. 넷플릭스에서 감상.

역시 이 감독 특유의 ‘인간 이하를 사는 계층과 사회의 갈등’ 문제에 다른 작품들에서 본 듯한 내용을 섞어 요리했다. 대충 코드명J와 토탈 리콜, 총몽등의 요소가 보이는 작품.

액션과, SF적 요소들, 메카닉 디자인 등은 정말 볼만하지만, 이야기가 좀 맥락없이 급진전되거나, 개연성 없는 요소들이 너무 많은게 흠이다. 무엇보다 조디 포스터가 반란을 일으키는데 고작 해킹 프로그램 하나 믿는다던지, 해킹 프로그램이라는게 너무 만능이라던지, 보안이라는건 역시 대단한게 없다던지, 신체 개조 좀 했다고 먼치킨이 되는 점 등등.

이 감독이 디스트릭트9부터 채피까지 그다지 개선한게 없는 걸 보면, 그냥 특징이자 한계인 듯.

너무 뻔한 맷 데이먼의 주인공 캐릭터 보다는 개인적으로 첫 악역 연기를 한 샬토 코플리가 재미있었다. 원래 이 감독 작품에 매번 나오는 ‘지독하게 주인공만 미워하는 무식한 악역’ 포지션이지만 샬토 코플리는 살짝 웃기는 광기를 보여주는 배우라 조금 느낌이 달랐다. 신체만 계속 복구되어 장수하면 과연 건강한가에 대한 의문도 주는 캐릭터.

조디 포스터는 배우의 능력에 비해 너무 재미없는 캐릭터였던 것 같다. 아니 그냥 영화속 캐릭터들이 대부분 깊이가 없다.

내 평점은 별 3.5개.

다운사이징(Downsizing, 2017)

넷플릭스에서 서비스 중지 예정이라 본 작품. 사람을 작게 줄이는 영화는 꽤 있지만, 그로 인한 사회변화를 다룬 작품은 이게 최초인 듯.

문제는 아이디어는 좋은데 뭔소리를 하려는 건지 통 모르겠다. 지구환경의 위기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그건 결국 그건 상관없이 이야기가 흘러가고, 결국은 지하로 도피하는 걸 취소하고 나서야 주인공이 자리를 찾아간다. 다양한 인간들을 묘사하는 것도 좋지만 딱히 그게 주제 같지는 않다. 주제를 모르겠으니 결국 아이디어가 신선했던 초반만 좀 재미있고 후반은 별로.

주인공은 평범한 백인 남성인데, 이기적이지를 못하다. 세상 모든 사람이 지구를 망칠 정도로 이기적이고 본인의 행복을 추구하는데, 주인공만 그렇지 못하고 불행한 일상이다. 웬일로 자신이 관심 갖던 다운사이징을 하려고 했는데 그래서 이혼 당했다. 남의 주관대로만 끌려다니던 주인공이 결국 약간의 이기심을 택하여 행복해지는 그런 결말이다. 소심하고, 소소한 것 외에는 이기적이지 못하고, 환경이나 과학기술 같은 거창한 것을 보면 어린애처럼 좋아하는 남자들은 주인공에게 공감가는 것이 많을 듯.

내 평점은 별 2개. 그 소재를 뭐하러 쓴거냐. 차라리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추천. 크리스틴 위그도 거기서는 더 매력적으로 나왔다.

컨테이젼 (Contagion, 2011)

코로나19 판데믹 상황과 비슷하다고 해서 갑자기 유명해진 영화. 영화 자체는 아마 사스와 신종플루에서 영감을 받아서 만든 듯. 구글 플레이 무비에서 대여해서 감상.

영화는 거의 다큐멘터리식 영화에 가깝다. 딱히 핵심 주인공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개인의 활약이나 액션, 스릴 같은 것은 없다. 개개인이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과정과 또 개개인이 그 바이러스를 막으려 노력하는 모습, 희생과 악용 하는 과정, 그리고 극복 등을 각각의 인간적인 모습으로 그린다. 우리나라 영화 ‘감기’와는 무척 다르다. 감기는 흥행영화용 재난영화라면, 이건 리얼리티를 살린 쪽이다. 일반적인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코로나19 상황이 아니라면 크게 성공하지는 못할 영화다.

그런데 정말 코로나19와 비슷하다.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유래해 중국을 통해 전세계로 대 유행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사람들은 사재기를 하고 그 와중에 돈을 벌려고 정보를 왜곡하는 사람도 있다. 여러모로 현실적인 영화라 할 수 있다.

마지막은 백신이 생산되고 점차 사회는 회복되며, 맷 데이먼의 가족이 다시 안정을 찾아가는 장면, 그리고 바이러스 저장소를 통해 이 또한 인류에게 지나가는 바이러스 중 하나…라는 식으로 담담하게 끝난다.

배우들이 정말 네임드급들이 잔뜩 나온다. 이런 영화에 이정도 투자가 가능한가? 싶기도 한데, 아마 스티븐 소더버그 영화라서 그런 듯.

내 평점은 별 4개.

마션 (The Martian, 2015)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조연 배우들, 인터스텔라 조연 배우들이 무더기로 출연하는 SF판 캐스트 어웨이 영화. 구글 플레이 무비에서 신년 이벤트로 500원에 대여해서 봤다.

원작 소설이 워낙 치밀하게 고증을 해놔서 SF로서의 장점도 많고, 재미도 있는 영화였다.

인터스텔라에서 혼자 떨어져 외로움에 민폐를 끼치는 박사역을 했던 멧 데이먼이 또 비슷한 역을 한다. 이번에는 악의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매니아들이 보면 재미있는 요소들이 정말 많은 영화. 특히 숀 빈이 있는데서 반지의 제왕 엘론드의 비밀 회의 드립을 칠 때 정말 뒤로 넘어가는 줄 알았다.  ㅋㅋㅋㅋㅋ 숀 빈이 안 죽는 반전도 대단하고…;

예전 같으면 원작 소설부터 대뜸 사서 읽고 이 영화를 봤을텐데, 요즘은 책을 별로 못 봐서, 사놓고 못 본 책들이 한가득이다. 큰일이야.

ps. 붉은색, 주황색, 황토색 투성이인 화성에서 우주복을 왜 주황색으로 했을까. 실제라면 눈에 띄는 파랑이나 보라색계열로 해야 하지 않나. 지구에서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 때문에 눈에 띄게 주황색을 구조용으로 사용하듯이.

인터스텔라(Interstellar, 2014)

interstellar

역시 크리스토퍼 놀런의 영화다. 재미있고 현실감 있어 보이며 진지하지만, 무겁고 답답하고 어렵다.

극장에서 못 보고 늦게 구글 무비에서 빌려봤는데, 워낙 국내에서 흥행하는 바람에 간접적으로 많은 정보를 들었고, SF에서 흔하게 나오는 소재를 버무려 놨기 때문에 새롭고 놀라운 면은 별로 없었다.  마지막 무한의 방(?) 장면은 전작인 인셉션도 연상되고, 스페이스 오딧세이도 연상되고 하더군. 백 투 더 퓨처 같은 타임 패러독스 영화들도 연상되고. 어디선가 본 것같은 소재들을 잘 짜임새있게 엮어서 감독의 주제로 달려가는 치밀하게 만든 영화.

잘만든 영화이고 재미있게 봤기는 한데, 역시 크리스토퍼 논런 영화를 볼 때마다 느끼는 답답함이 계속 남는다.

영화 자체가 불친절하달까? 잔뜩 설명은 하지만, 전체적인 그림을 안보여주는 답답함이 있다. 개인 시점의 영화 같으면서도 아닌듯한 시점. 지구의 국가들은 현재 어떤 상태인지, 나사의 건물은 전체적으로 어떤 모양인지, 블랙홀이 있는 그 항성계의 전체 모양이 어떤지, 마지막의 우주정거장까진 보이는데 뭐가 어찌 되는건지 …궁금한건 많지만 드라마에 중요한것에 집중하라고 잡아 끄는 영화같다.

느끼한 로멘스 영화 전문인줄 알았던 매슈 매코너헤이를 다시 보게 된 영화. 앤 해서웨이도 공주 느낌은 더 이상 안드는 군. 맷 데이먼은 영원히 외롭고 ㅋㅋㅋ 마이클 케인은 저런 역할이 이제 좀 식상한 것 같다.

ps. 마눌님과 같이 봤는데, 상대성이론과 차원등 물리학에 대한 것이 많이 나오는 영화라 그런지 잘 이해가 안된다고 한다.

ps. 달 착륙이 잘못된 역사라는 부분에서 웃기는. 요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을 보니 더 의미심장.

ps. 중력을 타키온처럼 시간을 넘나드는 것으로 묘사하는건 좀 SF라 하더라도 너무 나갔다는 느낌. 그 외에도 좀 앞뒤가 안맞는게 몇가지 있지만(먼저 간 3사람의 통신은 지구에 도달하면서, 왜 주인공 일행은 지구로 송신을 못하나 라던지) 패스.

 

본 얼티메이텀 (The Bourne Ultimatum, 2007)

본 아이덴티티,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 무슨 윈도 패키지 이름같이 ‘본’ 뒤에 단어 붙여가며 시리즈로 팔아먹은 액션 영화의 마지막을 봤습니다.

본 시리즈의 특징을 잃지 않고, 쉴틈없는 도망(특히 쩔뚝거리는 빠른 걸음)과 맨손 격투, 두뇌싸움을 보여주는게 무척 매력적이더군요. 스케일은 더 크고 더 깊어졌으며, 적들은 더 교묘해지고, 제이슨 본의 감각은 더 날카로워졌으며, 드디어 근원으로 가서 제대로 끝맺음을 합니다. 게다가 시리즈 처음에는 단역에 가까웠던 닉키가 이제 여주인공 역까지 올라간것도 재미있구요. 그리고 제이슨 본이 2편 본 슈프리머시에서 러시아에서 도망치는 장면부터 3편이 시작해서, 3편 중간이 2편 마지막 파멜라 랜디와의 통화와 연결되는 편집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특징들은 잘 살렸지만, CIA하는 짓도 맨날 그저 돈과 장비 충분한 암살집단뿐인데다, 본의 근원도 그리 대단치 않았다는게 다소 아쉽긴 합니다. 1편 2편에서처럼 암살 당할뻔 하고 도망치고 반격하는게 반복되는 것은 몇년 차이를 두고 봐서 그렇지, DVD로 연속해서 보면 질리겠어요.

맷 데이먼은 역시 본에 어울립니다.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참고 싸우며, 여성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무뚝뚝하고 무섭지만 본성은 착한 그런 느낌이 여전히 이어지죠. 톰 행크스가 독일군으로부터 구해내길 정말 잘했습니다.(뭔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