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젼 (Contagion, 2011)

코로나19 판데믹 상황과 비슷하다고 해서 갑자기 유명해진 영화. 영화 자체는 아마 사스와 신종플루에서 영감을 받아서 만든 듯. 구글 플레이 무비에서 대여해서 감상.

영화는 거의 다큐멘터리식 영화에 가깝다. 딱히 핵심 주인공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개인의 활약이나 액션, 스릴 같은 것은 없다. 개개인이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과정과 또 개개인이 그 바이러스를 막으려 노력하는 모습, 희생과 악용 하는 과정, 그리고 극복 등을 각각의 인간적인 모습으로 그린다. 우리나라 영화 ‘감기’와는 무척 다르다. 감기는 흥행영화용 재난영화라면, 이건 리얼리티를 살린 쪽이다. 일반적인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코로나19 상황이 아니라면 크게 성공하지는 못할 영화다.

그런데 정말 코로나19와 비슷하다.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유래해 중국을 통해 전세계로 대 유행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사람들은 사재기를 하고 그 와중에 돈을 벌려고 정보를 왜곡하는 사람도 있다. 여러모로 현실적인 영화라 할 수 있다.

마지막은 백신이 생산되고 점차 사회는 회복되며, 맷 데이먼의 가족이 다시 안정을 찾아가는 장면, 그리고 바이러스 저장소를 통해 이 또한 인류에게 지나가는 바이러스 중 하나…라는 식으로 담담하게 끝난다.

배우들이 정말 네임드급들이 잔뜩 나온다. 이런 영화에 이정도 투자가 가능한가? 싶기도 한데, 아마 스티븐 소더버그 영화라서 그런 듯.

내 평점은 별 4개.

캡틴 마블 (Captain Marvel, 2019)

마블이 좀 타락하기 시작한거 아닌가? 하고 고민하게 된 영화. 타락이 아니라면 좀 머리가 어떻게 되었거나. 이게 페미니즘 영화로 포장을 한 모양인데, 어디가 페미니즘인지 모르겠다. 여자인데 킹왕짱 쎄서?

히어로들은 그들이 히어로인 합당한 이유들이 있다. 캡틴 아메리카는 슈퍼솔저인 것이 큰 이유이지만, 그보다는 그의 이상과 정의에 대한 의지가 더 큰 이유이다. 스파이더맨도 역시 초능력과 거미줄이 큰 이유이지만, 10대 소년에서 어른이자 히어로로 점차 성장하는 점이 스파이더맨인 이유이다. 데드풀은 그의 입담일까? 어째튼 그 이유들은 그 히어로의 아이덴티티이다.

캡틴 마블은 왜 히어로일까? 왜 캐럴 댄버스가 캡틴 마블일까? 뭔가 상당히 애매하게 표현한다. 강한것도 알겠고, 의지가 강한 것도 알겠고… 강해지는 과정도 다른 히어로들보다는 거의 꽁으로 힘을 얻은 느낌이다. 폭발에 휘말린게 그녀가 아니라 다른 사람(혹은 남자)이었으면 그 사람도 힘을 얻지 않을까? 물론 진정한 풀파워를 봉인해제하는 과정을 보여주긴 하지만 그것도 좀 애매하다. 억압된 여성이 본래의 힘을 얻는다. 그림은 좋다. 하지만 그 힘이 운으로 얻은 것이다.

애매한 느낌이 들게 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강한 주인공에 비해서 악당이 빈약한 것도 크다. 주드 로라는 대배우를 갖다 놓고 그녀가 특별해서 데려와 기억을 지우고 부하로 쓰더니, 셈이 나서 포톤캐논 쓰지 말고 싸우라고 개소리나 하는 찌질남으로 묘사해 놨다. 결국은 그냥 한방감으로 이긴다. 대표적인 악당 종족인 스크럴은 MCU에서는 그냥 우주난민일 뿐이었고, 힘 좀 보여줄까 싶었던 로난도 주인공이 힘 한번 쓰니 도망가는 찌질남2이다.

또한 지구를 중심으로 하는 외계인들의 역학 관계를 보여준 것은 좋은데 결국은 주인공들 앞에서는 피라미들…이다. 음…. 그 정도로 쎈 주인공이라면, 그 후 수십년 동안 우주에서 뭘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 악당들 같은 크리 제국 좀 주물러 주고, 잔다르가 위기에 있을 때 로난도 처리하고, 우주에 자기 씨앗 심고 다니는 에고도 한대 치고, 타노스도 정신병원에 집어넣고…경찰 놀이 좀 하면 안되나?

마블 영화들이 개연성이 훌륭한 건 아니지만, 여러모로 개연성에 문제도 많은 영화. 물론 마블 영화답게 특수효과와 개그, 액션, 디자인 등은 훌륭하다.

별 3개. 극장에서 보지 않아서 다행.

셜록 홈즈 (Sherlock Holmes, 2009)

사용자 삽입 이미지전 어렸을 때 셜록 홈즈의 팬이었습니다.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시절 학교 도서관에 있는 모든 셜록 홈즈 소설을 다 읽었죠.지금은 별로 기억이 안나지만.

사실 현대의 기준으로 보면 셜록 홈즈 소설은 그리 논리적이거나 치밀한 추리 소설은 못 됩니다. 사건에 대부분의 단서는 셜록 홈즈만 알고 있고 독자에게 보여주지 않다가, 막판에 줄줄줄 나열해서 독자들에게 ‘셜록 홈즈는 별걸 다 관찰하는 구나’ 식의 탄복을 일으키며 소설을 마무리 하지요. 단서에 대한 홈즈의 해석도 다소 넘겨 짚어버리는 것이 많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소설의 진행이 단순해지고, 지나친 추리보다는 인물들에 집중할 수 있는 소설입니다.

영화 ‘셜록 홈즈’도 딱 그런 느낌입니다. 탐정 영화지만 추리는 그저 양념이고, 셜록 홈즈의 무모함과 괴팍함에서 오는 유머와 닥터 왓슨의 악연(?), 그리고 홈즈의 라이벌이자 유일하게 마음을 둔 여인인 아이린 애들러, 숙적인 모리아티 교수와 영화상의 적인 블랙우드의 인물 표현과 모험/액션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다소 산만한 진행을 하고는 있지만, 머리를 쓰기 보다는 웃으며 볼 수 있는 영화라 이겁니다.

소설과는 인물들의 성격이 다소 다른데, 실제로는 저런 성격이고, 왓슨이 기록할 때는 다소(?) ‘미화’했다면 저럴 수도 있겠구나 싶은 정도입니다. ㅎㅎㅎ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연속으로 연기를 해서 그런지 약간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 느낌이긴 합니다만. 주드 로는 많이 삭았군요. 뭘 하든 반질반질 윤기가 나던 미모가 많이 사라져 있어서 아쉬웠습니다.

ps.
“역사상 가장 위대한 탐정이 온다”라는 광고 카피는 잘못되었습니다. 셜록 홈즈는 실존 인물이 아니죠.
“문학 역사상”이라면 모를까…

ps.
처음 이 영화의 캐스팅 소식이 전해 졌을 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아니라 주드 로가 셜록 홈즈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_-; 기존 셜록 홈즈의 초상화에 대한 고정관념이 강하게 작용했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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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미 앳더 게이트 (Enemy at the Gates,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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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스탈린그라드, 독일과 소련은 서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희생을 감수하며 도시를 차지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 와중에 장교 다닐로프(조셉 파인즈)는 뛰어난 저격 능력을 가진 바실리(주드 로)를 만나게 되고, 그를 스탈린그라드의 영웅으로 홍보해 자신도 쿠르시초프(밥 호스킨스)의 신임을 얻고, 소련군의 사기를 올릴 방법으로 이용한다. 한편 독일은 바실리의 활약으로 수백명의 장교가 죽어나가자 저격의 명수인 쾨니히소령(에드 헤리스)을 파견한다. 노련한 쾨니히는 서서히 바실리의 손발을 묶고, 바실리의 지원자였던 다닐로프는 바실리를 좋아하는 타냐(레이첼 와이즈)의 마음을 빼앗으려 바실리를 질투하게 된다. 그러나 결국 타냐의 죽음(나중에 살아있는게 밝혀지지만)으로 충격받은 다닐로프가 잘못을 뉘우치고 희생하여 바실리는 쾨니히를 이기게 된다.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영화다. 이 영화는 여러모로 매력이 넘친다.

우선 눈빛의 깊이와 깔끔한 외모의 주드 로가 주연이고, 에너지 있는 연기를 하는 레이첼 와이즈와 카리스마 최강인 에드헤리스가 나온다. 밥 호스킨스도 나오고, 여러 액션 영화에서 질 낮고 싸움 잘하는 역으로 나오는 론 펄맨도 바실리에게 하나 가르치려다 하인즈에게 해드샷 맞고 죽는 스나이퍼 역으로 나온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스탈린그라드는, 스탈린의 도시라는 이름대로 스탈린이 무척이나 아꼈던 도시다. 그래서 스탈린은 승승장구하는 독일군으로부터 사수를 명했다. 결국 엄청난 희생을 치뤘지만 스탈린 그라드를 기점으로 소련은 독일에 반격을 시작 하게 된다. 영화의 시작부분에 나오는, 10명 보내서 1명도 도달 못하는데도 끝없이 밀어넣는 무모한 상륙작전이라든가, 독일의 기관총앞에 ‘2명당 총 1개, 앞사람이 죽으면 뒷사람이 총을 들고 쏜다’라는 무슨 카운터 스트라이크스러운 돌격 장면, 총성만 올리는 폐허뿐인 도시의 모습들은 그런 암담한 상황을 잘 그려내고 있다. (상륙작전 부분은 Call of duty 라는 게임의 도입부분으로 그대로 재현되서 나오기도 한다)

명 저격수 바실리 자이트제프는 실제로 소련의 영웅이다. 그는 232명의 독일 장교만 골라서 저격을 했고, 독일군은 하인즈 토왈트라는 장교로 대응했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소련은 당시 바실리를 영웅으로(영웅답긴 했지만)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국가적으로 이용했고, 영화에도 그런 프로파간다의 허상이 잘 드러난다. 여기에 형제같은 친구가 된 다닐로프와 매력적인 타냐라는 여성과 삼각관계가 되고 갈등하게 된다는 내용은 영화의 양념이다.

이런 삼각관계에 대한 표현때문에 영화가 약간 2가지 갈래로 (저격수끼리의 대결 + 사랑타령)으로 엇박자가 나는 느낌은 좀 있지만, 워낙 두 이야기가 팽팽하다보니 둘 다 놓칠수 없이 빠져들게 되는 그런 영화이기도 하다. 다닐로프가 광기의 눈물을 흘리면서 바실리를 저주하는 글을 뉴스에 타이핑 하도록 명령하는 장면과 바실리와 타냐가 주변에 잠든 동료들 눈을 피해 몰래 힘들게 정사를 나누는 장면, 쾨니히가 순진한 소년을 목매달아 바실리를 유인하는 장면은 심금을 울리는 안타까움이 있다. 유명한 장 자크 아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서 그런지 그런 드라마의 연출에는 매우 탁월하다.

IMDB http://www.imdb.com/title/tt0215750/

Wikipedia http://en.wikipedia.org/wiki/Enemy_at_the_Gates

ps. 주드 로와 조셉 파인즈의 머리 크기는 상당히 차이가 나는 편이다. 주드 로는 배우치고는 주걱턱이고 머리가 긴데(동포여!) 안그래도 머리가 작고 둥근 조셉 파인즈와 머리 크기를 맞춘 포스터를 만들었으니… 눈동자 크기가 2배나 차이가 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