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 (The Hobbit: The Desolation of Smaug, 2013)

The Hobbit: The Desolation of Smaug

 목요일에 이수 메가박스에서 호빗 두번째 영화를 관람했다. 

끝없는 액션과 특수효과로 눈을 뗄 수 없는 작품이다. 1편에 느꼈던 화려한 액션을 몇배 강화해서 재미는 있는데, 서커스적인 액션이 많아져서 좀 그렇다. 엘프도 서커스를 하고, 드워프도 서커스를 하고, 호빗도 서커스를 하며 싸운다. 간달프도 높은데 오를 때는 좀 서커스 같은 짓을 하고… 그러면서 주인공들은 죽기는 커녕 하나도 안다치니(킬리가 활 맞는거 빼고)….

타우리엘이라는 원작에는 없는 여성 엘프가 있는데, 킬리와 은근한 러브라인이 생긴다. 킬리가 드워프치곤 잘생겼지만, 엘프와 드워프의 로멘스라니 ㅋ 어째튼 안그래도 여성캐릭터가 하나도 없고, 로멘스가 없는 작품이라 하나 넣은 듯한데, 나쁘진 않았다.

간달프는 사우론에 주로 신경을 쓰다 함정에 당하는데, 글쎄… 반지의 제왕 스토리를 호빗에 스며들게 한건 좋지만, 사족같은 느낌이 없는 건 아니다. 해리포터의 덤블도어가 연상되는 화려한 마법 대결도 볼 수 있다.

빌보의 도둑 소질(?)이 슬슬 빛을 발한다. 그런데 그것보다, 반지에 슬슬 사로 잡히는 묘사가 그럴듯하다. 괜한 벌레가 반지를 건드리자 분노해서 스팅으로 잔인하게 죽이고, 뭔가 이상하다는 듯한 곤란하면서 멍한 표정을 짓는데….마틴 프리먼의 최고의 연기가 아닐까 싶어졌다.

오랫만에 나온 인간 캐릭터 ‘바드’는 우리 와이프의 눈을 사로잡았다. 잘생겼다고 여러번 말하시더라 -_- 레골라스는 나이가 들어서 예리함이 줄어들은 외모를 보이는 바람에 미모 순위가 좀 밀렸다.

이 영화의 백미는 스마우그. 드래곤이 이렇게 멋지고 그럴듯하게 그려진 영화는 이것이 처음일 것이다. 잔꾀는 통하지 않는 드래곤의 지능과 강력함이 압도적으로 묘사된다.

문제는 드래곤이 날아오르고…달아오른 분위기가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 영화가 끝난다. 다음 편에 계속. 마치 싸구려 TV드라마가 다음편을 예고하듯, 딱 궁금한 곳에서 끝난다.

덕분에 이 영화의 평은 1년 뒤로 미루어야 겠다.

호빗 : 뜻밖의 여정 (The Hobbit: An Unexpected Journey,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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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빗, 뜻밖의 여정. 2시간 49분의 긴 러닝 타임동안 너무 재미있게 봤다.

일단 이야기가 좀 늘어지는 감은 있다. 반지의 제왕 영화는 2천페이지는 될 소설을 3부작 영화로 만드느라 이것저것 빼고 들어냈지만, 호빗은 300여페이지짜리 한권을 3부작으로 늘려서 영화화 하는 것이다. 그래서 소설에 없는 것이 더 들어가거나 세부적인 묘사를 하곤 한다. 리벤델이라던가 라다가스트라던가 등등. 그래서 이야기가 설명이 많고 맥이 끊긴다.

하지만 역시 원작은 어디 안가서, 좋은 스토리와 뉴질랜드의 풍경, 발달된 특수효과로 충분히 재미있었다. 전투 장면도 꽤 많이 나와서 볼만하다. 와이프의 평가로는 고블린 소굴을 간달프와 드워프들이 싸우며 탈출하는 장면들과 화려한 에레보르 왕국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듯.

드워프들이 13명이나 되니 구분도 안가고 혼란스러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다들 개성이 있고, 영화상에서 캐릭터를 세워주려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난장판인 초반 식사 장면이나, 여행중 행동과 대화에서 많은 공을 들인 티가 난다. 그리고 너무 개성적인 헤어스타일들도…-_-

여성이 너무 안나오는 영화. 원작에는 아예 여성이 없어서, 억지로 갈라드리엘을 출연시킨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하지만 그 장면은 드워프 원정에 참여한 간달프의 전략(드래곤을 제거함으로 북왕국 방어선 구축)이 너무 일찍 노출되어서 김을 빼게 만드는 것 아닐까 싶다. 게다가 당시엔 아직 타락하기 전의 사루만이 간달프에게 딴지만 거는 현명하지 못한 노인네 처럼 묘사된다. 그 장면은 일종의 사족 같은 느낌.

“Far over the misty mountain cold”로 시작하는 드워프들의 노래는, 드워프의 노래 답지 않게 너무 서정적인데, 마음을 파고 드는 슬픈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잃은 고향 그리워하는 노래니 그럴지도) 와이프는 이 노래 무섭다고 싫어한다.

어째튼 환타지를 좋아하는 사람들, 반지의 제왕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꼭 봐야할 영화.

 

ps. 와이프가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한 첫 평은 “프로도는 언제 모험에 합류해?”
…내가 이미 60년전 한세대 전 이야기라고 설명해 줬었는데 -_- 빌보가 샘인줄 알았다고…

ps. 글람들링과 오르크리스트가 빛이 나지 않는 것은 아쉽다. 반지의 제왕 영화에서 스팅만 빛이 나는걸 그대로 계승한 듯 한데, ‘엘프가 만든 검은 오크 근처에서 빛이 난다’라는 설명과 ‘오르크리스트는 오크를 죽이는 검’이라는 설명과 배치되는 것이라 더욱… 만약 세개의 검이 빛이 났다면 스타워즈 분위기가 났을지도.

ps. 빌보와 같이 떨어진 오크를 골룸이 죽이자, 빌보의 스팅이 빛이 꺼지는데, 마치 형광등처럼 깜빡이며 꺼진다. ㅋㅋㅋ

ps. 번역은 아쉽다. 아니, 그냥 엉터리가 아니라, 오래전에 나왔던 국내 번역본을 참고한 듯한 느낌도 있다. 글람들링을 설명할 때 적을 두두리는 망치라고 한다거나, 네크로맨서를 강령술사라고 하는 등의 표현이 그런 느낌을 준다. 어째튼 톨킨의 세계관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로 번역했다. 기대하는게 나쁜 것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