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털 엔진 (Mortal Engines, 2018)

원작을 읽지는 못 했지만, 설정이 흥미로워서 조금 알아 보긴 했던 작품인데, 개인적으로는 실사영화화 하기 가장 어려운 작품중 하나라 생각했다. 그게 영화화 되었으니 그것만으로도 대단.

볼거리가 많고 액션이나 스릴도 괜찮은 영화이다. 캐릭터들도 개성있고, 무엇보다 움직이는 도시라는 상상력의 극한이 정말 큰 매력이다.

다만, 복잡한 배경설정을 설명하며 이야기를 진행 하다보니 부자연스러운 점들이 많이 보인다. 나름 선방 했지만. 러닝타임상 남녀 주인공이 서로 좋아하게 되는 과정 묘사가 거의 없는데 갑자기 좋아하는 것이나, 여주인공이 꽤나 미인인데도 흉터 하나 있다고 노예시장에서 노인과 같은 가격에 팔리려 한다거나 등등 헛점도 많다.

가장 이해 안되는건 악역인 밸런타인이 반 견인도시 연맹을 공격하려는 것인데, 아무리 봐도 메두사 말고는 대단한 무기도 없거니와, 폭격으로 방어무기가 부서지는 걸 보면 다른 무기는 오히려 딸린다. 그 메두사도 한번 충전하고 쏘면 전략핵무기 정도의 위력에 불과한 것 같고, 서너번 쓰니 과열로 폭발한다. 어떻게 이긴다는 계산을 한것인지 불명.

기억에 남는 캐릭터는 슈라이크. 터미네이터인 줄 알았더니 딸 바보였어 T_T 딸이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에 충격받고 죽음…ㅋㅋㅋ

내 평가는 별 4개. 이런 작품들 더 나왔으면 좋겠다. 그런데 망해서 못 나올 듯.

호빗 : 뜻밖의 여정 (The Hobbit: An Unexpected Journey,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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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빗, 뜻밖의 여정. 2시간 49분의 긴 러닝 타임동안 너무 재미있게 봤다.

일단 이야기가 좀 늘어지는 감은 있다. 반지의 제왕 영화는 2천페이지는 될 소설을 3부작 영화로 만드느라 이것저것 빼고 들어냈지만, 호빗은 300여페이지짜리 한권을 3부작으로 늘려서 영화화 하는 것이다. 그래서 소설에 없는 것이 더 들어가거나 세부적인 묘사를 하곤 한다. 리벤델이라던가 라다가스트라던가 등등. 그래서 이야기가 설명이 많고 맥이 끊긴다.

하지만 역시 원작은 어디 안가서, 좋은 스토리와 뉴질랜드의 풍경, 발달된 특수효과로 충분히 재미있었다. 전투 장면도 꽤 많이 나와서 볼만하다. 와이프의 평가로는 고블린 소굴을 간달프와 드워프들이 싸우며 탈출하는 장면들과 화려한 에레보르 왕국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듯.

드워프들이 13명이나 되니 구분도 안가고 혼란스러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다들 개성이 있고, 영화상에서 캐릭터를 세워주려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난장판인 초반 식사 장면이나, 여행중 행동과 대화에서 많은 공을 들인 티가 난다. 그리고 너무 개성적인 헤어스타일들도…-_-

여성이 너무 안나오는 영화. 원작에는 아예 여성이 없어서, 억지로 갈라드리엘을 출연시킨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하지만 그 장면은 드워프 원정에 참여한 간달프의 전략(드래곤을 제거함으로 북왕국 방어선 구축)이 너무 일찍 노출되어서 김을 빼게 만드는 것 아닐까 싶다. 게다가 당시엔 아직 타락하기 전의 사루만이 간달프에게 딴지만 거는 현명하지 못한 노인네 처럼 묘사된다. 그 장면은 일종의 사족 같은 느낌.

“Far over the misty mountain cold”로 시작하는 드워프들의 노래는, 드워프의 노래 답지 않게 너무 서정적인데, 마음을 파고 드는 슬픈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잃은 고향 그리워하는 노래니 그럴지도) 와이프는 이 노래 무섭다고 싫어한다.

어째튼 환타지를 좋아하는 사람들, 반지의 제왕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꼭 봐야할 영화.

 

ps. 와이프가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한 첫 평은 “프로도는 언제 모험에 합류해?”
…내가 이미 60년전 한세대 전 이야기라고 설명해 줬었는데 -_- 빌보가 샘인줄 알았다고…

ps. 글람들링과 오르크리스트가 빛이 나지 않는 것은 아쉽다. 반지의 제왕 영화에서 스팅만 빛이 나는걸 그대로 계승한 듯 한데, ‘엘프가 만든 검은 오크 근처에서 빛이 난다’라는 설명과 ‘오르크리스트는 오크를 죽이는 검’이라는 설명과 배치되는 것이라 더욱… 만약 세개의 검이 빛이 났다면 스타워즈 분위기가 났을지도.

ps. 빌보와 같이 떨어진 오크를 골룸이 죽이자, 빌보의 스팅이 빛이 꺼지는데, 마치 형광등처럼 깜빡이며 꺼진다. ㅋㅋㅋ

ps. 번역은 아쉽다. 아니, 그냥 엉터리가 아니라, 오래전에 나왔던 국내 번역본을 참고한 듯한 느낌도 있다. 글람들링을 설명할 때 적을 두두리는 망치라고 한다거나, 네크로맨서를 강령술사라고 하는 등의 표현이 그런 느낌을 준다. 어째튼 톨킨의 세계관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로 번역했다. 기대하는게 나쁜 것일지도.

디스트릭트9 (District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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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붙어 있는 홍보물은 무척 코믹한 느낌입니다만, 실제로는 잔혹한 분위기의 페이크 다큐 영화입니다. 인간의 비인간성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줄줄이 나열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주인공이 쏜 외계인의 무기에 맞고 사람이 터지는 장면이 수십번 나옵니다만, 그 보다는 외계인을 벌레취급하며 생체실험용으로 쓰는 인간의 모습이 더 잔인하게 느껴지는 것도 아이러니입니다.

SF로서 새롭거나 놀라운 장면을 보게 된다거나 하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도시에 외계인 비행접시가 떠 있는 것은 V에서, 타고 다니는 워커 로봇은 수많은 SF에서, 곤충모양의 외계인은 스타쉽 트루퍼스에서 봤던 것들이죠. 그밖에 다양한 작품들을 연상시킬 뿐. 특수효과의 수준도 역시 피터잭슨의 3D캐릭터 표현능력은 대단하긴 합니다만 합성이 왠지 어색하기도 하고 지저분한 카메라시점의 화면이 많아서 돈들인 티는 안납니다. 액션도 많이 나오긴 합니다만 그리 재미있는 액션은 아닙니다.

디스트릭트 9은 새로운 과학의 아이디어나 볼거리의 SF보다는 인간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하는, 그리고 과거에 있었던 비인간적인 일이 현재나 미래에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음을 경고하는 작품인거 같습니다.

닐 블롬캠프는 그리 알려진 감독은 아닌데, 대단한 작품을 찍었음에도 무명인 덕분에 홍보에서는 피터 잭슨만 쓰여서 불쌍했습니다. 주연인 샬토 코플리는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대부분의 장면에 나오는 원맨쇼를 보여주는데, 너무 고생하는 장면이 많아서 안쓰럽습니다.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거나 다큐 스타일인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께는 강추입니다.

ps.
어떻게 외계인 우주선의 ‘연료’가 쓰레기장에서 주워 모을 수 있는 것인지.
그 ‘연료’가 인간에게 노출되면 왜 외계인 유전자와 섞여 변이를 일으키는지….
기본적인 설정은 과학적 논리에서 한참 멉니다.

ps.
일요일 조조 시간대에도 만원이라니, 이 영화가 그렇게 대중적일 줄은 몰랐습니다.
우리나라 관객들 수준이 올라간건가? 아니면 입소문? 물량홍보?

….그런데 미성년자 관람 불가 영화인데도 중딩쯤 되보이는 학생들이 관람석에 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