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9일에 봤는데 게을러서 이제야 소감을 쓴다. 스포일러가 좀 있으니 영화를 안 보신 분들은 보지 말길.
호빗의 세번째이자 완결, 다섯 군대 전투를 봤다. 여러모로 만족스러웠다. 원작에서 가장 부자연스러운 ‘스마우그의 약점이 갈가마귀에 의해 알려지고, 활 한방에 죽는 장면’을 그럴듯하게 각색해서 현실감 있게 바꿨다. 대규모 전투도 여러모로 눈을 만족시켜줬고, 전쟁의 상황을 한눈에 파악하기 쉽게 연출한 것도 큰 점수를 줄 만 하다. 그리고 소린의 타락과 복귀도 그럴듯 하게 연출했다.
원작 팬들은 좀 열받을 장면이 여럿 존재할 듯. 타우리엘의 비중이 더욱 늘어나고, 자신의 왕에게 반란(?)수준까지 가는 것도 있고. 갈달프가 또 너프 당해서 사우론에게 허무하게 지고, 그걸 갈라드리엘이 물리치고. 간달프가 위치킹에게 당한 것 이후로 설정파괴급 장면이라 비난이 있을 듯.
내가 가장 마음에 안 드는 것 중 하나는 간달프가 빌보의 ‘마법 반지 사용’을 마지막부분에서 알아보고 함부로 쓰지 말라고 충고한다는 것이다. 그게 절대반지라는 건 알지 못했지만, 그것만으로도 반지의 제왕 1편과 연결이 부자연스러워진다. 반지의 제왕 1편의 빌보 생일잔치에서 빌보가 반지를 써서 사라질때 간달프가 놀라고, 다시 빌보의 집에서 반지에 대해 함부로 쓰면 안된다고 충고하는 장면은 무엇이 되나?
소린의 죽음은 소설로 인해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소설을 안 본 사람들은 잘 이겨놓고 마지막에 죽는 것으로 인해 안타깝고 어이없고 그럴 듯 하다. 특히 바로 전 장면에서 얼음을 이용해서 어이없게 이겨서 사람들에게 웃게 만들어놓고 바로…
하지만 어째튼 최고의 환타지 영화였다. 와이프가 바르드를 멋지다고 하는 점 빼고. ㅋ 톨킨의 환타지를 영화로 본다는 것, 그리고 영화에서 드워프와 드래곤의 묘사가 저렇게 자세한 것 자체가 보기 쉬운 것은 아닌데다, 이것이 아마 마지막 톨킨 영화가 될 것이니까.
이제 스타워즈 3번째 3부작을 기다려야 할까.
– 오크들은 정말 불쌍하네. 전술이든 전략이든 숫적이든 다 훌륭했는데, 갑툭튀한 독수리 지원군에게 털리다니.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따로 없음.
– 절대반지든, 보석이든 인간을 욕심으로 물들이는 힘을 가진 걸 잘 묘사한게 특히 마음에 든다.
– 사루만이 그런 무예(?)를 펼칠건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 ㅎㅎㅎ 아니 그정도면 왜 반지의 제왕에서 간달프랑 맞짱 뜰때 그렇게 굼뜬 할배들 액션만 펼치신건지.
– 킬리와 필리의 죽음 장면은 …영화 역사상 가장 슬픈 ‘난쟁이 죽음’으로 기록될것이다….어째서 드워프는 잘생길 수록 일찍 죽나. 반면 타우리엘은 안죽었네.
-레골라스의 서커스 액션은 너무 심해서 ㅎㅎㅎ 이젠 반지의 제왕때는 아무것도 아닌 듯 할 정도. 아주 경공술을 펼치시니…. 다만 아버지보다 나이드셔 보이는….
반지의 제왕1편을 연달아 보면, 간달프와 레골라스가 갑자기 회춘하는 걸 볼 수 있다 ㅎㅎ
-베오른은 딱 3초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