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 스토리 3 (Toy Story 3, 2010)

toystory3

어렸을 때, 가장 많이 아버지와 충돌한 것은 장난감에 대한 것이었다. 아버지는 “10살 이후는 장난감이 필요 없다” “프라모델도 다 장난감" “공부와 관련 없는 것은 불필요" 등의 생각을 가지신 분이었고, 내가 정성들여 조립한 프라모델과 만화책, 추억이 깃든 물건들을 다 버리려고 하셨다. 나는 방어하는 입장이었고. 살아 남은 것은 책상 속에 숨길 수 있는 프라모델 권총 한 자루 뿐이었다.

 

장난감은 단순히 어린 시절의 놀이 기구가 아니라 추억이 깃드는 물건이다. 그 물건들을 버릴 때, 혹은 잃어 버렸을 때, 기억하려 해도 잘 기억이 안 날 때의 안타까움은 무척 크다.

 

토이스토리3는 그런 느낌의 애니메이션이다.

토이스토리는 1995년 작품이고, 그 때 애니메이션을 본 어린이들은 작품 속의 장난감 주인 ‘앤디’처럼 어른이 되어 장난감을 버려야 할 나이가 되었다. 장난감들은 갖은 모험 끝에 앤디에게 돌아가지만, 결국 헤어질 운명. 안타까움이 작품에 깔려있다.

 

UP에서 보여준 픽사의 연출력은 역시 대단하고, 여기에서도 안타깝지만 아름답게 끝을 맺었다. 긴 여운….

 

ps. 토토로 인형이 나오는데, 지부리에서 협찬이라도 한 건가. ㅎ

ps. 요즘 가장 안타까운 것은, 어렸을 때 즐겁고 흥미로웠던 것을 다시 봤는데 재미가 없는 것이다. 늙어가나…

카(Cars,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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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스토리와 주제에서 재미와 감동을 이끌어내는 픽사의 재주는 참 대단합니다.

카에서도 빠르게 가는 것과 승리만이 인생의 목적이 아니라는 단순한 주제지만, 그 주제를 빼고도 즐겁고 재미있는 애니이고, 그 주제를 생각해도 잔잔하게 감동을 받는 그런 작품이죠.

줄거리는 위키 링크 참고. 그런데 저 위키의 줄거리는 좀 잘못 되어 있습니다. 영화 보고 요약한게 아니라 영문판 위키보고 번역한 듯 -_-; 어째튼.

물론 이건 만화영화니까 저런 엔딩이 가능한것이지, 실제로 저런 일이 있었다면 맥퀸은 뻘짓한 레이서가 되었겠지만…

또 하나 대단한 점은, 이 애니는 꼬마자동차 붕붕이 연상될 정도로 자동차를 심하게 의인화 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자동차들의 특징이 너무 잘 살아 있다는 것입니다. 저같이 차에 대해 무식한 사람도 아는 프로쉐 911이나 포드T도 너무 귀엽게 바뀌었지만,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었고, 다른 차들도 영화나 TV에 자주 보던 외국 차량들 그대로였습니다.

알록달록한 차량들과 단순한 줄거리로 애들에게 보여주면 좋을듯 하네요.

감동적인 애니매이션, 업(UP)

사용자 삽입 이미지(스포일러가 다소 포함된 글입니다)

픽사의 새 3D 애니매이션 업(UP)을 보았습니다.

탐험의 꿈을 가지고 어린시절부터 같이 지내온 아내의 추억이 깃든 집. 집도 버릴수 없고 아내와의 못 이룬 약속도 지키고, 자신을 못살게 구는 주변환경으로부터 떠나기위해 풍선을 잔뜩 매달아 집을 날리는 칼 할아버지에 대한 애니매이션입니다. 그의 집과 약속에 대한 집착은 러셀이나 강아지 더그등의 동료가 생기는걸 귀찮아하게 되고 그들의 위험도 외면하게 됩니다. 하지만 결국 아내가 자신과 함께 해서 행복했음을 알게 되고, 집에 대한 집착을 버려 오히려 자신의 꿈에 대한 집착으로 악인이 된 찰스 먼츠를 물리칩니다. 일종의 교훈적인 성장 영화랄까요.

이 애니매이션, 웃기는걸 기대하고 갔더니 요소요소 웃기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슬프고 감동적인 애니매이션이었습니다. 칼의 집에 대한 집착이 아내와의 추억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아이들은 잘 이해를 못할 줄 알았더니 주변에 우는 꼬맹이들이 꽤 되더군요.

앞부분에 상영된 파티클리 클라우드라는 단편도 꽤 감동적이었습니다. 황새 하나가 너무 불쌍했지만……ㅎㅎㅎ

픽사는 이제 애니매이션 제작에 경지에 이른거 같군요. 그들의 실패없는 성공 행진이 좀 무섭습니다.(흥행 성공이 아니라 작품성공)

ps.
개에게 추격당하는 장면은 인디아나 존스, 개들의 전투기 3대가 공격하는 장면은 스타워즈를 패러디 했더군요. ㅎㅎㅎ

ps.
많으 분들이 호평하신 이순재 선배님(저는 서울고 47회, 이순재 선배님은 5회…졸업생)의 연기는 확인을 못했습니다. 가까운 극장에 더빙판은 디지털 상영이 없더군요.

월E, 사랑스러운 21세기의 ET

월E는 E.T.와 아주 붕어빵 외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로봇이라는 점만 빼구요. 그도 식물 채집을 했다가 사건이 벌어지고, 죽었다 살아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점이 전부는 아니죠.

월E는 우리가 잊고 있던 중요한것들을 일깨워줍니다. 상대가 보지 않아도 믿고 성심을 다하는 순진한 사랑, 끝까지 함께하는 우정, 어린시절에 좋아하다 어느순간 잊은 장난감들, 한때 빠져서 봤던 옛영화들… 단순히 쓰레기를 압축해서 버리는 역할이어야 하는 로봇이 그런 것들을 소중히 한다는 점은 우리의 잃어버린 어린시절을 떠오르게 합니다. 누구나 어렸을때 …지금 생각하면 시시한 선물 케이스나, 광고지 같은거 모아본 경험이 있지요. 그때의 마음은 어디간걸까요.

아주 재미있게 본 애니매이션입니다. 역시 픽사는 실망시키지 않는군요. 감동과 유머, 로맨스, 액션이 골고루 배합된 걸작입니다.

약간 거슬리는 장면들이 있다면…토성의 고리라던지, 쉽게 다시 지구중력에 적응하는 엑시엄 사람들이라던지..등등 비과학적인 부분이 여러가지 있지만, 뭐 SF를 소재로 쓴거지 진짜 SF는 아니니 패스해주죠.

로봇들의 눈빛연기를 보고 싶다면 꼭 보십시오. 별 5개중 5개.

ps.
월E는 5호파괴작전의 저니5하고도 무척 비슷합니다. 저니5가 ET디자인을 따라한 점도 있지만요.

ps.
월E는 소년스럽다면, 찾을거 못찾아서 짜증내는 EVE는 정말 인간(혹은 여성)스럽습니다. ㅋㅋㅋ

ps.
최고의 조연은 MO입니다. 너무 귀여워요.

ps.
밟아도 죽지 않는 -_- 월E의 친구 바퀴벌레(?)는 번식하게 되면 지구에 복귀한 엑시엄 사람들에게 큰 재앙이 될겁니다. ㅋㅋ

라따뚜이 (Ratatouille)

픽사의 3D 애니매이션 “라따뚜이”. 스토리는…절대 미각과 후각을 가진 쥐 레미가 평소에 동경하던 요리사 구스토가 세웠던 레스토랑에 흘러가게 된다. 그 레스토랑은 구스토가 죽은 뒤 비평가들의 혹평과 냉동식품등 자잘한 사업에만 욕심이 있는 주방장에 의해 점차 수준이 낮아지고 있었다. 레미는 허드레일을 하던 구스토의 아들 륑귀니와 친해지게 되고, 그를 도와 요리의 꿈을 펼친다는 내용이다.

영화의 내용은 지극히 교과서적이고 전형적이다. 신분이 낮은 주인공이 타고난 재주와 의지, 인간애, 우정을 가지고 성공한다는 내용이니까. 하지만 그 것을 풀어내는 방법이 너무 재미있고, 쉴틈없이 긴장하게 하며, 재치가 있다. 륑귀니의 머리카락으로 로보트 조종하듯이 조종하는 장면이나, 요리에 빠져 있다가 들키는 장면, 코믹한 샷건 할머니 등 재미있는 요소도 끝이 없다.

무엇보다도, 3D그래픽은 그야말로 환상이다. 음식 재료들, 풀, 과일들이 저렇게 깔끔하게 표현될 줄 예상도 못했고, 음식에서는 각각의 향미마저 느껴질 지경이다. (아니, 서양음식 경험이 적어서 저런 음식들의 향기를 전부 상상하지 못하는게 한이었다.) 캐릭터들도 실리콘으로 만든 듯이 유연하고, 투명하지 않으면서 빛이 적절히 투과하는 피부를 가지면서도, 미국식 만화 캐릭터의 특징을 잃지 않고 있다. 레미의 요리하는 모습과 륑귀니의 허우적 거리는 모습, 장면전환은 리드미컬하고, 도시의 풍경, 하수구 물의 흐름, 쥐들의 세밀한 움직임 같은 것마저 입이 벌려지게 만든다. 라따뚜이의 3D그래픽에 비하면 디워의 3D그래픽은 장난일 뿐이다.

영화의 주제도 디즈니답게 매우 보편적이면서 교훈적인 가치관으로 차 있다. “누구나 요리를 할 수 있다”라는 평등 원칙부터, 종족을 뛰어넘는 우정, 사랑, 가족애, 남을 존중하는 비평에 대한 이야기까지.

디즈니가 미키마우스 이후로 쥐를 또한번 걸작으로 그려냈다. 적극 추천. 애니 좋아하는 사람, 음식 좋아하는 사람은 꼭 보길 바란다.

ps. 시나리오적 결함이 하나 있는데, 키작은 주방장은 주인공을 음해하려고 고심하는 정도는 보여주지만, 평소 레스토랑 직원들은 주방장에게 별다른 불만이 있는걸로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륑귀니가 정통성 있는 계승자라는게 판별되자 직원들은 기회라는 듯이 주방장을 배신한다. 냉동식품 불태우는 장면이 있기는 하지만 개연성이 부족하다.

ps. 영화 상영하기 전에, 스필버그 영화식의 외계인이 륑귀니와 비슷한 지구인을 납치하려는 애니를 잠시 보여준다. 이것도 제대로 걸작이다. 하하하하. 웃기기는 라따뚜이보다 2.54배 정도 웃긴다.

ps. Wall-E 라는 신작 애니를 잠깐 소개해주던데, 이거 로봇 디자인이 80년대에 미국영화에 나왔던 로봇과 비슷하다…관련 있나?

ps. 라따뚜이가 뭔 음식인가 했더니…(쥐가 휘젓는다는 단어 분해도 있어서 사용했겠지만)

이런 프랑스의 평범한 음식이라고 한다…. 부침 재료 준비해 놓은거 같은데?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