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털 엔진 (Mortal Engines, 2018)

원작을 읽지는 못 했지만, 설정이 흥미로워서 조금 알아 보긴 했던 작품인데, 개인적으로는 실사영화화 하기 가장 어려운 작품중 하나라 생각했다. 그게 영화화 되었으니 그것만으로도 대단.

볼거리가 많고 액션이나 스릴도 괜찮은 영화이다. 캐릭터들도 개성있고, 무엇보다 움직이는 도시라는 상상력의 극한이 정말 큰 매력이다.

다만, 복잡한 배경설정을 설명하며 이야기를 진행 하다보니 부자연스러운 점들이 많이 보인다. 나름 선방 했지만. 러닝타임상 남녀 주인공이 서로 좋아하게 되는 과정 묘사가 거의 없는데 갑자기 좋아하는 것이나, 여주인공이 꽤나 미인인데도 흉터 하나 있다고 노예시장에서 노인과 같은 가격에 팔리려 한다거나 등등 헛점도 많다.

가장 이해 안되는건 악역인 밸런타인이 반 견인도시 연맹을 공격하려는 것인데, 아무리 봐도 메두사 말고는 대단한 무기도 없거니와, 폭격으로 방어무기가 부서지는 걸 보면 다른 무기는 오히려 딸린다. 그 메두사도 한번 충전하고 쏘면 전략핵무기 정도의 위력에 불과한 것 같고, 서너번 쓰니 과열로 폭발한다. 어떻게 이긴다는 계산을 한것인지 불명.

기억에 남는 캐릭터는 슈라이크. 터미네이터인 줄 알았더니 딸 바보였어 T_T 딸이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에 충격받고 죽음…ㅋㅋㅋ

내 평가는 별 4개. 이런 작품들 더 나왔으면 좋겠다. 그런데 망해서 못 나올 듯.

퍼스트 어벤저 (Captain America: The First Avenger, 2011)

힘없고 비실비실한 주인공이 영웅이 되어가는 영화라니, 무척 재미있을 소재이다. 실제로 영화는 주인공의 올바른 마음가짐이나, 초인화되는 모습을 참 그럴듯 하게 표현한다. 걱정이 되었던 미국의 애국심 같은 것도 그럭저럭 잘 넘어간다. (사실 캡틴 어메리카는 국가보다는 정의를 우선하는 영웅이라지만 이름과 코스튬 자체가 미국이다.)

그런데 초인이 된 이후는 좀 재미가 없다.

적도 독일 나치와는 다른 광선총 쏘는 하이드라 녀석들이라 뭔가 현실감이 안 느껴지고, 싸우는데 별 다른 난관도 없다. 친구가 죽은걸 초인의 고민이랍시고 넣은거 같은데, 너무 전형적이다. 마지막 결전을 펼칠 때도, 초인 vs 초인의 싸움도 아니고 흐지부지 끝난다. 캠틴 아메리카의 희생도 너무 예상 범위이다.

김빠진 맥주, 용두사미, 밸런스가 안맞는 영화. 그냥 어벤져스의 배경 스토리 설명용 영화.

주인공 크리스 에반스는 전형적인 금발 미남이라 뽑은 듯 한데, 사실 전에 판타스틱4의 휴먼 토치역으로 나왔었다. 판타스틱4가 스파이더맨과 아주 친했던걸 생각하면, 스파이더맨이 어벤져스에 나중에 들어가면 동일한 인물이 캡틴 아메리카 하고 있는 것에 놀라겠지 ㅋㅋㅋ

휴고 위빙이 레스 스컬 역. 그다지 휴고 위빙의 매력을 보여주진 못했다. 반지의 제왕에서 휴고 위빙의 딸로 나왔던 리브 타일러가 인크레더블 헐크에서 헐크의 애인으로 나왔고, 브이 포 벤데타에서 휴고 위빙을 따랐던 나탈리 포트만이 토르의 애인으로 나왔던거 생각하면…이거 뭔가 커넥션이 ㅋㅋ

토미 리 존스가 나오는데, 딱 그가 보여줄 듯한 고집 있으면서 강한 농담을 하는 능력 있는 장군으로 나온다. 여배우 해일리 앳웰은 원래 예쁘다는 생각을 못 했었는데, 제복과 구식 헤어스타일이 어울려서 좋았던듯.

 

브이 포 벤데타 (V for Vendetta ,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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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 포 벤데타는 보기엔 재미있게 볼수 있는데, 감상을 쓰기에 참 어려운 영화이다. 이 영화에는 무수한 상상과 비유, 인용, 과장이 섞여 있다. 셰익스피어, 윌리엄 블레이크, 무정부주의와 전체주의, 폭압정치와 테러리즘, 현대의 영웅의 의미와 잔다르크, 집단 수용소, 생체실험, 집단 공포,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과 회의, 동성애, 민족주의, 공포에 의한 국민 제어와 매스미디어의 관계, 고전 음악, 고전 영화, 각종 문화적 아이콘들 등등, 다양한 요소들을 이용해서 단순할수 있는 ‘부당한 정권에 대한 테러리스트’ 영화를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쉬우나, 사실 그렇게 다 섞고나서도 복잡하지 않고 진국으로 느껴지는게 바로 기술인 것이다. 워쇼스키 형제(한때는 자매가 되었냐고 보도되고 난리였지만)는 그런면에서 매트릭스 시리즈 이후로 대단한 능력을 보여줘 왔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화려한 데이터 속에 가려진 헛점이 매우 많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의사당폭파를 보러 나오는 민중들은, 사실 그동안 공포에 질려서 꼼짝 못하던 그 민중이라고 볼 때, 갑자기 용기를 드러낸 동기가 불명확하다. 가면 때문일까? 아니면 브이가 보여준 방송국 테러때문에? 혹은 핑거맨이 아이를 죽여서? 브이는 나름대로 열심히 복수를 하러 다녔지만, 그게 민중에게 동기를 심어주었기엔 약하다. 무언가 하기는 했을텐데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고, 후반부에는 갑자기 나탈리 포트먼 능욕(?)으로 감정적으로 빠지다가 최종에는 총알 다 받아주기 액션을 펼친다음 전형적인 영웅 연애물 (영웅은 그녀 품에서 최후를) 로 마무리 지어진다. 독재정권에게 억눌린 민중의 봉기가 쉽지 않다는것과 단순히 군대 앞에 나서면 어떻게 되는지는 광주 민주화 투쟁을 겪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핀치 형사의 말대로 “총앞에 나서면 뻔하지”이다. 그걸 스스로 말하고나서 다르게 비켜가는 비현실적인 영화이다. 민중봉기의 어려움을 촛불시위 수준으로 착각하고 있다고나 할까?

배역들은 정말 멋지다. 휴고 위빙은 얼굴도 나오지 못하는데도 목소리와 가면만으로 상당한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다. 브이의 알듯말듯한 개성은 다 그의 노력이다. 나탈리 포트만은 일부러 그렇게 보여주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본 그녀의 영화중 가장 여성스러운 헤어스타일로 아름답게 나오다가 머리를 잘려서 너무 안타깝다. 그 나이에 몸을 안아끼는 연기를 하다니 정말 대단한 배우다. 제대로 형사 연기를 해준 스테판 리 아저씨는 이상하게 내가 안보는 영화에만 나오다가 오랫만에 보여서 반가웠고, 방송국 PD 인 스테판 프라이는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해리포터 영화에서 나레이터도 했었네..)

ps.
이 영화는 영국의 역사적 인물을 소재로 하고 있고, 영국 만화를 원작에다가 배경도 영국이고, 배우들도 영국인이거나 영국식 영어를 쓰고 있다. 최근 해리포터 시리즈를 비롯해서 미국과 영국이 합작을 하거나 미국영화이면서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가 많아지고 있는데, 과연 이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 혹시 영국 느낌이라는건 미국 사람들이나 영연방 사람들에게 우리나라의 근현대사 드라마를 보듯이 아련한 추억같은 느낌이라도 있는것일까?

IMDB http://www.imdb.com/title/tt0434409/
Wikipedia http://en.wikipedia.org/wiki/V_for_Vendetta (원작)
http://en.wikipedia.org/wiki/V_for_Vendetta_%28film%29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