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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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3일날 노을은 참 멋졌습니다. 하늘에서 뭔가가 불을 토하는거 같았지요.

좋은 자리에서 멋진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이야 간절했지만 시간이 없어서 지나가면서 두장을 찍는데 그쳐야 했습니다.

리눅스에서 피카사2.7베타 한글 깨짐 해결하기

구글은 리눅스용 피카사는 따로 재개발하지 않고 Wine을 통해 에뮬레이션하는 방식으로 제공하고 있는데, 항상 한글이 깨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작년 12월에 발표된 피카사 리눅스용 2.7 베타도 공식적으로는 아시아권 문자를 지원한다고 했지만, 깔아보자 한글이 깨져서 많은 분들에게 버림 받았죠. 그런데, 한달전에 이리저리 만져보다가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그동안 써보니 별 문제가 없기에 방법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1. Picasa 2.7 Beta 다운로드와 설치

다운로드 위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picasa.google.com/linux/download.html

2.7 Beta에서 맞는 파일을 다운받고 설치합니다. 우분투에서는 맞는 CPU의 deb파일을 받아 더블클릭하면 설치할 수 있습니다.
설치중 약관에 동의하는 장면에서, 한국 Locale을 읽어들여 깨진 한글로 된 약관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만, 무조건 동의하고 넘어갑니다…

2. 설치후 Picasa Font Settings 실행

설치후 메뉴를 보면 이전 버전과 달리 폰트 설정 프로그램이 따로 존재합니다.

3. 설정 프로그램이 실행되면, Add 버튼을 누릅니다.


4. 한글 폰트 고르기

한글 폰트를 설정해야 하는데…이름이 깨져서 난감하죠. 각자 원하는 글꼴이 있겠지만 우선 ‘은 돋움’을 고르시길 추천합니다. 폰트를 추가로 설치하지 않은 시스템에서는 네모네모(-_-)중 7번째에 있는 폰트일껍니다. 아니면 눈치로 고르시길.

고르고 OK두번.

5. 한글 폰트 적용 확인

폰트 설정 프로그램을 종료했다가 다시 실행하면 한글 폰트를 제대로 적용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은 돋움외에 다른 한글 폰트를 원하신다면, 여기서 다시 Add버튼을 눌러 추가하시면 됩니다. 이전엔 네모네모로 나왔던 한글 폰트 이름들이 잘 보일테니 고르기 쉬울겁니다.

6. 피카사 실행

이제 피카사를 실행해보면, 인터페이스도 완전 한글화되고, 디렉토리나 파일명들도 전부 한글이 잘 나옵니다. 멋지군요.

7. 최적화

리눅스용 피카사는 Wine이라는 일종의 윈도 API에뮬레이션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느립니다. 옵션의 기본에서 특수효과등 필요없는 옵션을 꺼버리고, 파일 유형에서도 TIF, RAW, 동영상등 퍼포먼스가 많이 필요한 파일들을 제외하면 매우 쓸만해질겁니다.

숭례문의 추억

어제 저녁 일찍 잤기 때문에 몰랐다가, 아침에 일어나서 어이가 없었습니다. 숭례문이 전소되는 화재가 생기다니. 관련뉴스와 사진들

제가 어렸을 때는 숭례문 (최근까지는 ‘남대문’이라고 불렀죠)이 그저 국보 1호이고, 버스타고 가다보면 서 있는 낡은 문짝일뿐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수시로 보수공사를 하더니 예쁘고 깔끔하게 변하더군요. 하지만 제가 그 아름다움을 알게 된건 카메라를 사고 나서였습니다.


언제인지는 확실치 않은데, 캐논 S30이라는 300만화소 카메라로 찍은 사진입니다.

저 사진들을 찍을 때만 해도, 숭례문 주변을 도로들이 빙 둘러 있었기 때문에, 차들이 주변을 돌았습니다. 그래서 꽤나 예쁜 야경사진이 나왔고, 가까이 접근하기도 쉽지 않았죠. 대신 저 사진을 찍은 위치에 포토존이라고 “여기서 찍으면 남대문이 가장 예쁘게 나온다”는 위치에 쇠로된 동그란 맨홀뚜껑 같은게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숭례문의 야경을 찍으려고 어두워지길 몇시간씩 기다리다가 추워서 근처 PC방에 들어가서는 할 게임이 없어서 IRC나 하기도 하고, 좀 떨어진 YTN건물의 스타벅스에 들어갔다가 커피를 안좋아해서 주문할게 마땅치 않았던 기억도 나는군요. 그리고 여름에는 주변에 노숙자들이 많았는데, 노숙자 가족의 꼬마 여자아이가 디지털 카메라에 호기심을 가져서 이것저것 대화했던 기억도 납니다.


같은 위치에 캐논 IXUS 430이라는 카메라를 놓고 찍어서 애니매이션으로 만든 사진.
좀 흔들려서..오래보면 어지럽습니다..;;

IXUS 관련 디지털 카메라 동호회에서 이 사진때문에 야경을 찍어보겠다는 분들이 생겨서, 같이 모여서 사진을 찍었던 기억도 나는군요. 카메라를 가지고 남을 가르친다는게 무척 어렵고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도 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야경을 찍는 것에 재미가 들려서 디지털 카메라 리뷰를 할때 야경테스트를 한다고 저 장소에 자주 가던 기억도 나는군요. 제가 예전에 쓴 디카 리뷰들 보신 분들은 남대문과 경복궁이 좀 지겨웠을 겁니다. ㅎㅎ

나중에는 이명박 시장이 관광자원을 발굴한다고 남대문 주변을 새로 단장하는 공사를 해서 한참동안 사진찍기 불편했던 기억도 납니다. 그후로는 남대문 사진이 흔하고, 뭔가 ‘손에 닿지 않는’물건이라는 느낌도 약해져서 주변을 지나가다 수문장 교대 의식을 한두장 찍는것 외에는 안찍었네요.

이런 추억들이 남아 있는 숭례문이…그을린 돌맹이와 재로 변했다는게 정말 슬프군요.

비온후 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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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비가 온 뒤의 날씨는 이런 느낌이여야죠. ^^
괜히 상쾌해 보여서 (실제론 덥지만) 찍어본 하늘입니다.

해가 질때 뒤돌아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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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그림자에 달이 가려지는 것이 월식(蝕)인데
지구의 그림자에 구름이 가려지는 것은 그냥 해가 지는것이다.
하지만 저런 모습도 엄연히 지구가 둥글다는 증거이다.

잠시 뒤돌아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해 이름도 안붙이고 지나쳐버린 모습들을
자연은 그냥 그렇게 보여준다.

내가 사랑했던 디지털 카메라들

지금까지 수백개의 디지털 카메라를 테스트하느라고 수백장씩 촬영을 하거나, 빌려서 개인적인 촬영에 사용했었다. 하지만 내가 내 돈으로 구입한 ‘사랑스러운 내 디카’는 3개에 불과하다. 이 3개의 디카는 나름대로 유명한 것이라 객관적인 정보는 인터넷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이번에는 내가 디카를 쓰면서 받은 느낌을 중심으로 추억을 정리해보고 싶다.

Canon IXUS-V

내가 디카를 처음 구입한 것은 2001년 가을이다. 기종은 캐논의 컴팩트 카메라인 IXUS-V.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라는 광고 카피로 유명한 IXUS시리즈의 두번째 기종.

IXUS-V시절 광고를 못구해서 V3시절 광고. 어딘가 저장해뒀었는데...

처음 찍어보는 디카는 정말 재미있었다. 필름카메라와 달리 결과가 바로바로 나온다. 필름 넣는다고 고생할 필요없다. (대신 배터리가..;;) 작아서 항상 가지고 다닌다. 결국 세상이 달라보인다. 무엇이든 멋져 보이고 무엇이든 찍는다. 지나가는 똥개도 찍고, 사무실 양초도 찍고…

그리고, 사람들은 그걸 휴대용 TV나 1회용 카메라인줄 안다…..;; 2001년도엔 디카는 커녕 디지털 카메라라는 단어도 사람들에겐 익숙하지 않았다. 어떤 방송촬영 하는 현장을 찍었다가 스탭이 달려와서 찍으면 안된다고 필름을 달라고 우기기도 했다 -_-; 이건 디지털이라 지우면 된다니깐!! 어떤 할머니는 학생 그거 TV야? 지금 무슨 드라마 하나?라고 묻는다. 누군가는 시장 아줌마를 찍었다가 아줌마가 화를 내길래 바로 귀에 가져가서 여보세요? 하면서 핸드폰인척 했다고 한다.

IXUS-V는 익시패밀리라는 카메라 동호회를 처음 접하게 만들어준 카메라이기도 하다. 웹디자이너에서부터 애니매이션 작가까지 많은 재능있는 사람들이 있었던 이 동호회는 김주원님 같은 사진가를 배출하기도 했다.(김주원님은 IXUS-V로도 정말 멋진 사진을 찍곤 했다) 젊은 사람들이 죄다 조그만 첨단 기기를 들고 몰려다니며 이것저것 찍어대는 것도 당시엔 진풍경이었다.

IXUS-V는 200만화소에 감도도 조절못하는 완벽한 자동카메라였다. 귀여운 담배각 규격에 스테인레스로되어 요즘 디카에서는 느낄수 없는 단단하고 무겁고 매끄럽고 차가운 감촉을 주었다. 배터리가 빨리 소모되고, 어두운 사진에 노이즈가 많은 것이 다소 흠이었다. 일상을 찍는 재미를 알려주는 예쁜 소형 자동카메라, 그리고 그외에는 부족한것이 많은 카메라였다.

누군가 적어놓은 귀여운 광고
출근하다 만난 안개

Canon PowerShot S30
자신의 어설픈 실력을 카메라탓으로 돌리고, 카메라의 기능을 탐하는 초보자 답게 IXUS-V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음 카메라로 물색한 것이 파워샷 S30이다. IXUS에 비하면 두배나 크고 두배나 두꺼운 카메라였다. 그러나 다양한 수동기능, 빠른 작동, ISO 800까지 올라가는 감도, 적은 노이즈, RAW파일 지원, 당시로선 큰 1.8인치 고화질 LCD, 깔끔한 알루미늄 바디…정말 매력적인 카메라였다. 320만화소에 3배줌, 슬라이딩 렌즈 커버를 가지고 있었다.

이 카메라는 아버지에게 혼날까봐 비밀로 하고 말없이 썼었는데,, 한동안 식구들은 이 카메라와 IXUS-V를 구별하지 못했던것이 매우 재미있었다.

이 카메라의 가장 큰 매력은 ‘색’이었다. S30은 지금까지 나온 캐논의 디카 중에 파워샷 G1과 함께 가장 강렬한 색감을 표현했다. 특히 푸른 하늘과 녹색 바다, 빨간 노을을 원색으로 표현하는데 장기가 있었다. 풍경사진을 찍을 때 날 즐겁게 해준 카메라.

그 당시에는 흔치 않은 RAW파일을 지원하기 때문에 원하는 가상의 색감으로 조절하기 매우 쉬웠다. 노이즈도 적어서 리터칭에 가장 적합한 컴팩트 디카였다.

다른 매력은 수동기능. 고급 수동 디카와 동일한 기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야경촬영이나 다양한 연출을 사용하기 편했다. 야경촬영에 빠져서 툭하면 어딘가로 촬영가기도 했다. 수동기능 덕분에 카메라의 이론적인 공부를 제대로 하게 되었다.

초당 3장의 연사와 빠른 반응속도 등은 의외의 순간을 쉽게 포착할 수 있게 해주었다.
또한 S30의 유저들은 매우 많아서 다양한 보조 기기가 개발되었다. 외장플래시 연결용 브라켓, 보조 렌즈를 장착하는 아답터, 보조 배터리 등등. 그래서 S30이 다른 수동 카메라에 비해 부족한 점이 확장성이 었지만 의외로 쉽게 해결되었다.

S30은 촬영하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었고, 카메라를 공부하게 해주었고, 리터칭을 알려준 카메라였다. 2002년 봄부터 최근까지 장기간 사용했고, 약 8만장의 사진을 찍었다. 너무 혹사시켜서 렌즈 기어와 셔터부분이 마모되어 8번의 A/S를 받았다. 배터리도 수명이 다되어 7개나 사용했다. 지금은 친한 지인에게 무기한 임대된 상태이다.

Canon EOS-20D
카메라에 대한 전문적인 일을 하게 되면서, 아쉬웠던 것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사진을 찍는 예술적인 감성. 이론과 기술에 의존하는 공학도에게는 매우 힘든 부분이었다. 또 하나는 너무 컴팩트 카메라만 잘 안다는 것. SLR카메라를 환상적으로 생각하지는 않고 이론적으로 장단점과 작동을 알고 있었지만, 실제 SLR카메라를 사용하고 싶었다. 노후화되어 수시로 고장나는 S30 때문에 사진을 찍는데 장애를 느끼면서 이러한 아쉬움은 더 컸다.

EOS-20D를 구입할때는 정말 큰 결심이 필요했다. 내 생애에 가장 큰 300만원이 넘는 돈을 쓰는 순간이었다. 그리고는 SLR카메라의 뷰파인더에 빠져버렸다. EOS-20D가 SLR카메라 중에 뷰파인더가 좋은 기종은 아니지만, 찍히는 모습 그대로가 LCD가 아닌 실상으로 보인다는 매력은 대단한 것이었다. “잘찍은 사진 한장”의 윤광준님이 “SLR카메라를 처음 사용하는 사람은 파인더로 들여다보는 사물의 아름다움에 매혹당한다”라고 했는데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EOS-20D는 준전문가급 디지털 SLR카메라로 매우 우수한 성능과 좋은 화질을 가지고 있다. 초기에는 버그나 렌즈 핀 문제로 논란이 된 기종이기도 하다. 840만화소와 1/8000의 셔터속도, ISO 3200까지의 감도, 초당 5장 연사, 마그네슘합금 바디, 적은 노이즈와 긴 배터리 사용시간 등이 특징이다.

여러모로 좋은 카메라, 단점이 적은 카메라이지만 캐논의 DSLR기술이 거의 완성되었을 때 나온 것인지라 마치 공부만 잘하는 우등생처럼 실력만 좋고 개성과 재미가 없는 카메라이다. 게다가 캐논 특유의 단순한 조작, 단순한 메뉴가 그런 점을 더 부추긴다. 그렇게 좋으면서 재미가 없으면 사진을 찍는 사람이 재미있게 찍으면 될텐데, 한창 일에 치여서 수십개의 디카에 둘러 쌓여 있을 때 구입해서 그런 여유가 없었다.

나는 아직 사진의 초보다. 카메라는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할 수 있지만 사진만은 초보다. 사진은 평생 배워나가고, 그 배워 나가는 중에 찍은 사진들이 내 기억을 기록해줄 것이다. 내 EOS-20D는 이미 후속기종이 나온 구형 디카가 되어 버렸지만, 당분간 내 옆에서 그 과정을 도와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