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Alice In Wonderland,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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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주인공이 다른 환상의 세계로 가서 판 뒤집는다” 식의 스토리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팀버튼이 연출한 영화. 뭐 제목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이지만, 디즈니의 전매 특허로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나왔던 소재도 합쳐서 뭉뜽그린 후, 앨리스가 성장 해서 다시 갔다…뭐 그런 설정인듯. 보팔 블레이드로 자바워키 목을 따서 영웅이 될 운명인 앨리스라니 훗.

설정과 진행이 다소 전형적인데, 디즈니라는걸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되면서도 팀 버튼이라는 걸 생각하면 좀.. 루이스 캐럴이나 팀 버튼이나 뭐 쌍벽을 이룰 괴짜지만, 루이스 캐럴은 신사적인 로리콘이고, 팀 버튼은 다소 다크 사이드의 아이 느낌이잖아. 그런데 퍼펙트 해피엔딩 작품을 만들리가 없어. -_-; (배경은 좀 다크 사이드해졌지만…폐허나 시체도 잔뜩…)

어째튼 팀 버튼답게 상상력 만땅의 영상미와 개성넘치는(대부분 미친역 잘하는) 배우들.,목소리 좋은 앨런 릭맨과 크리스토퍼 리, 스티븐 프라이의 목소리 출연까지 겹쳐서 재미는 보장. 조니 뎁이야 뭐 잘 어울리고, 앤 해서웨이는 평소의 공주역에서 살짝 오버하면 되었을테고(ㅋㅋ), 헬레나 본햄 카터야 뭐 조니 뎁이랑 같이 신나게 연기했을 듯 하고(아 왕대갈빡 최고다ㅋㅋ). 삐쩍마른 어설픈 악역 전문이 되어버린 크리스핀 글로버는 뭐..패스.

특수효과의 발전 덕분이겠지만, 체셔 고양이의 모습이 가장 그럴듯하게 묘사된 작품이 이거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정말 연기처럼 나타나며 사라지고, 공중을 유영하고, 씨익 웃으며 의미심장한 대사를 한다.

앨리스 역의 어린 시절 역을 한 아역과 현재 역을 한 미아 와시코우스카는 둘 다 정말 예쁘다. 루이스 캐럴이 사랑했던 여자애가 저런 느낌이었을까? 특히 미아 와시코우스카는 뭐 패션쇼하러 출연한듯 옷을 갈아 입는데 다 귀엽다. 심지어 갑옷 입어도 어울리더라. (여자가 갑옷 풀셋 입고도 날씬한게 게임에서만 가능한 줄 알았어 -_-)

결론 :
팀 버튼만이 만들 수 있는 영화였지만, 팀 버튼이라기에 뭔가 아쉬운 영화.
이상한 나라 + 팀 버튼 + 조니 뎁 + 헬레나 본햄 카터라는 환상 Crazy 조합인데, 거기에 디즈니가 더해지자 Crazy 레벨이 확 감소 -_-;

 

ps.
만약 어떤 아이가 이 작품을 본 뒤에 “어라 같은 감독에 같은 배우네”라면서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를 연령제한은 미쳐 확인 안하고 보게 된다면?….
지옥을 보게 될것이야!

황금나침반 (The Golden Compass,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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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원작 황금나침반을 읽지 못했습니다만, 이 영화는 원작과는 많이 다를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2시간동안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너무 서두르는지, 주인공에게 별다른 큰 위기가 없고 모든 문제가 척척 풀려나가며, 마지막 대규모(?)전투도 타이밍 맞춰 지원군이 계속 등장하며 술술 풀리는….너무 보여주기 위한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주인공들도 반지의 제왕의 인물들에 딱딱맞춰 비교할수 있을정도로 전형적으로 표현했습니다. 뉴라인시네마가, 마치 이명박이 모든걸 청계천에 맞춰서 생각하듯, 황금나침반이라는 영화를 반지의 제왕의 흥행 공식에 너무 맞춰서 만들려고 한것 아닌가 생각이 들게 합니다. (황금나침반을 움직이면 세상을 움직인다는 표어라든지, 황금색의 글자 로고도 왠지 반지의 제왕 분위기입니다) 대표적인 반기독교적인 소설이라는 원작에 비해, 영화는 그런면에서도 무난하게 희석했다는 것도 아쉬운 점입니다.

하지만 그런 각색상의 문제점을 제외하고는, 매력적인 요소가 많은 영화입니다.

가장 먼저, ‘데몬’이라는 존재… 인물들이 성향과 자아를 드러내보이는 이 솔직한 캐릭터들은 ‘거짓말로 모든 위기를 넘기는’ 여주인공 소녀와 완벽한 대비를 이루며 눈을 즐겁게 해줍니다. 어른들의 고정된 자아와 비교해 이랬다 저랬다 하는 아이들의 자아라는 아이디어도 흥미롭죠. 등장인물의 죽었다는 표현도 데몬이 흩어지는 것으로 표현이 가능한, 영화적으로 편리한(?) 존재입니다.

반지의 제왕에 비해(피터잭슨은 특수효과에 방법을 가리지 않긴 하지만, 방법론적으로는 좀 보수적으로 미니어처와 분장을 좋아했죠) 대폭 늘어난 CG도 눈이 돌아가게 만듭니다만, 호화로운 배역들도 눈이 돌아가게 합니다. 악역에 어울리는 니콜 키드먼과 크리스토퍼 리(이 할배 딱 한장면 나왔…), 왠지 액션은 잘하지만 한번쯤 잡힐거 같은 007 -_- 다니엘 크레이그, 날아다니며 천옷 펄럭거리는게 정말 어울렸던 에바 그린, 역시 목소리 하나 든든한 이안 맥캘런경, 역시 총잡아주면 어울리는 샘 엘리엇 할배 등등…. 유명한 분들만 나열하려고 해도 끝도 없습니다. 미저리의 무서운 아줌마 케시 베이츠도 나와서 군인에게 한방 날리더군요. 이분들의 팬이라면, 이 쟁쟁한 배우들이 아우러져서 한장면씩 해먹는걸 보는것도 즐거울 겁니다.

여주인공인 다코타 블루 리차드는 또 다른 다코타라고 불리며, 정말 신인답지 않은 맹랑한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다만 이 영화가 망해서 -_- 진로가 애매하게 되어버린거 같습니다. 문 프린세스같은 2류 환타지 영화에 연기하고 그 뒤로는 소식도 없군요. 이 영화의 후속도 무기한 연기되어 버려서 그녀가 커버리면 난감할거 같습니다. 94년생이기 때문에 지금 한창 클 나이입니다.

조금 아쉬워서 70점정도 밖에 못주겠지만, 후속작을 꼭 보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영화였습니다.

ps.
고아인 애가 진실을 알수 있는 기계를 가졌는데, 왜 자신의 친부모 행방부터 찾아보지 않았을까?

스필버그의 괴작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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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에서 한 여성이 옷을 벗으며 바닷물에 뛰어듭니다. 그러나 수영을 하던 여성이 갑자기 겁을 먹습니다. 음산한 음악과 함께 물속에서 다가온 커다란 그림자는…바로…

일본 잠수함….. -_-

자신의 대 히트작인 영화 “죠스“의 오프닝 시퀀스를 스스로 패러디하고, 수많은 중견배우들과 당시로는 어마어마 하게 많은 미니어처 작업과 특수효과를 사용했지만 스필버그로서는 잊고 싶을지도 모르는 영화가 바로 1941입니다.

1941은 2차대전 당시 진주만 기습을 당한 미국인들의 히스테리 상황을 코믹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실제로 당시에는 일본군이 곧 본토를 습격할 것이라고 겁을 먹은 미국인들이 도처에서 일본군을 봤다는 신고를 해대고, 군인들도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오인 보고를 하거나, 서로 패싸움을 하기도 하는 상황이었죠. 스필버그는 여기에 착안해서 당시 상황을 코메디로 그려나갑니다.

아버지의 권유로 군인 위안행사에 참가한 여성과, 그 여성을 좋아해서 군인으로 위장하고 클럽에 들어가 춤을 추다 시비가 붙은 남자. 그 시비에 말려 서로 싸움박질하는 군인들. 비행기라면 사족을 못쓰는 여성을 꼬시기 위해 군의 항공기를 허락없이 빼내 도시 상공을 나는 장교와 그것을 일본기로 오해해 공격하는 전투기 파일럿. 아기 코끼리 덤보 애니메이션에 빠져 있느라고 일이 꼬여가는걸 방치한 장군. 나침판이 고장나서 엉뚱한 미국 해안에서 헤매는 일본 잠수함과 그 일본 잠수함에 대고 엉터리 사격을 하는 노인들. 도저히 요약이 안되는 이런 스토리들은 영화를 사공이 많은 배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영화를 보고나면, 이게 대 감독이 제정신으로 만든것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이 영화에는 눈에 익은 배우들이 많이 나옵니다. 일본 사무라이 영화의 대 배우인 토시로 미후네가 일본 잠수함 함장으로 나오고, 드라큘라와 사루만으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리가 일본 함장의 속을 계속 긁어대는 독일 함수함 함장으로 나오죠. 댄 애크로이드가 맛이 간 미군 전차 차장으로 나오고, 존 밸루시가 광적인 전투기 파일럿으로 나옵니다.

1941을 처음 본 것은 어렸을때 명절날 공중파 TV에서였습니다. 인상 깊었던 장면은 일본 잠수함이 나침판이 고장나서 고생하다 길을 물어보려고 미국인을 납치해왔는데, 그 미국인이 가진 과자에서 선물용 나침판이 나온것. 모두 즐거워하자 미국인이 나침판을 먹어버리고, 미국인은 볼일을 볼때까지 화장실에 갇히게 되는 장면이 있습니다. 또 미국인의 라디오를 잠수함에 가지고 들어오려는데 너무 크자 “이걸 작게 만들어야 되겠다”라고 일본병사가 말하죠. (일본 소형 음향기기에 대한 패러디) 헐리우드(사실은 작은 유원지)를 향해 일본 잠수함 함장이 “저 산업시설을 공격하라!”라고 말하기도 합니다.(일본회사의 헐리우드 영화사 매입에 대한 비꼬기)

이 영화는 장면장면은 정말 주옥같습니다. 그 집합이 작품이라고 할만하지 못해서 문제지. 제 생각에는 당시의 스필버그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수도 없이 떠올랐던거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게 체계적으로 잘 연결되면 인디아나 존스같은 걸작이 나오지만, 단순히 모아놓고 정리가 안되면 1941같은게 나오는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