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시드 (극장판 3D, 2005)

appleseed_p 애플시드의 원작은 1985년, 공각기동대로 유명한 만화가인 시로우 마사무네의 장편 데뷔작 만화였다. 사이보그화된 브리아레오스 H와 여전사 듀난 너츠의 커플이 유토피아로 불리는 미래도시 올림포스에서 특수부대인 E-SWAT로 활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간과 인간보다 전투능력이 뛰어난 사이보그, 그리고 인간의 불안정성을 보완해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바이오로이드(DNA조작 클론 인간)로 구성된 사회를 통해, 인간과 사회의 결함과 그 돌파구를 비추는 상당한 작품이었다. 거기에 부부도 아니고 그렇다고 단순 동료도 아니고, 사이보그와 인간 커플인 브리아레오스와 듀난의 티격태격하면서도 죽이 맞는 모습이 양념이 되어 아주 재미있는 만화였다.

새로 제작된 애플시드 애니매이션은 그런 만화에 비해 많은 실망을 안겨준 작품이다. 우선 갈등구조가 인간과 사회의 본질에 대한 탐구보다는 인간과 바이오로이드의 갈등만을 비추고 있다. 왜 인간이 바이오로이드가 만들어낸 유토피아에 안주하지 않고 미워하는지는 전혀 나타내지 않고 그냥 미워한다. 브리아레오스가 듀난이 떨어질수 없이 서로를 지키는 용사가 아닌, 듀난을 이용하려는 그저 과거의 연인이었던 브리아레오스로 설정이 바뀐 점도 많은 흥미요소를 잃게 만들었다. 그 밖에 설정이 다소 다르다. 원작에는 없던 올림포스 군대가 나오고, 당하는 조연으로 잘 나오는 경찰의 고릴라형 LM도 안나오고, 올림푸스의 중추 AI인 가이아가 반란을 일으키긴 커녕 입법원 노인네들에게 당한다. (다각포대 눈은 원작의 외눈박이 형태와 달리 매트릭스의 Sentinel을 연상시키는 붉은 벌레의 눈 형태이다.)

가장 큰 변화는 주인공인 듀난이다. 생뚱맞은 듀난의 어머니(원작에는 흑인이라 아프리카에서 차별받다 죽은걸로 언급된다)가 올림푸스 건설과 바이오로이드 창조에 선구자이다. 바이오로이드의 설정도 많이 다르다. 원작에는 ‘애플시드’가 무엇인지 나오지도 않았고, 바이오로이드가 수명이나 기타 부분에서 인간과 그리 크게 다르지도 않았다. 전투를 잘하도록 개조된 바이오로이드도 있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바이오로이드가 단지 인간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수명제한과 번식제한이 걸려 있고, 고작 그걸 보완하는게 애플시드이며, 인간을 번식 못하게 해서 입장을 바꿔버리는 D탱크라는 설정까지 나온다.

하지만 볼거리면에서는 확실히 압도적이다. 카툰렌더링된 깔끔한 3D와 모션캡춰된 캐릭터들의 자연스럽고 빠른 액션. 만화에서 보던 규게스 LM이나 다각포대등이 박진감있게 살아 움직이는 모습. 원작에서는 훨씬 후반부에 나오는 다뮤소스 반중력 코일을 이용한 E-SWAT 규게스들의 대규모 전투또한 볼만하다. (다뮤소스 장비를 이용한 비행을 너무 강조하려고 몇일전까지 안쓰던 장비를 모조리 탑재하고 날아가던 규게스들이나, 옛날 모 애니매이션의 초자력 충전을 연상시키는 듀난의 규게스 공중 합체는 너무하지만) 원작에 있는 장면인 듀난의 칼한자루로 16kill 훈련장면이나, 타르타로스 대형구조물, 브리아레오스의 LM등도 원작을 좋아했던 팬들에게는 서비스같은 장면이다.

일본에서는 다음 버전인 애플시드 EX Machina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소문이다. 기대해본다.

IMDB http://www.imdb.com/title/tt0401233/

Wikipedia http://en.wikipedia.org/wiki/Appleseed%282004%29

Final Fantasy : The Spirits Within (2001)

서기 2065년, 지구는 ‘팬텀’이라고 불리는 외계에서 온 존재들에 의해 침략당하고 소수의 인간들만 살아 남는다. 팬텀들은 투명하고 스치기만 해도 생명체들이 죽으며, 파편이 침입하면 거기서 다시 숙주를 죽이고 팬텀들이 자라났다. 생존자들은 방벽 도시에서 에너지 방어벽에 의해 팬텀들을 막아내며 겨우 생존하고 있었다. 여주인공 아키는 시드 박사와 함께 영혼의 파장들을 모아서 팬텀들을 무효화 시키는 방법을 추진하고 있었고, 장군의 지휘하에 있는 군부는 대형 에너지포인 제우스 캐논으로 팬텀을 공격하려 하고 있었다. 아키는 영혼을 채집하던중 예전의 연인이었던 그레이를 만나고, 둘은 예전의 감정을 다시 확인한다. 다른 영혼을 채집하던 중 아키는 몸안에 있던 팬텀에 의해 의식을 잃고 그레이의 도움으로 팬텀들의 정체를 파악한다. 군부는 도시의 일부를 팬텀에 침범시켜 의회를 자극하려다 되려 도시전체를 잃게 되고, 제우스 캐논을 써서 팬텀의 본거지를 공격하게 된다. 겨우 탈출해 팬텀의 본거지에서 영혼을 채취하던 주인공들은 그레이의 희생으로 영혼을 완성시키고 세상을 정화하게 된다.

21세기가 시작된 2001년, 3D그래픽의 발전을 느끼게 해주었던 영화, 파이널 판타지 극장판의 스토리이다. 이 영화는 당시 베타버전이었던 마야를 이용해서 놀라울 정도의 3D인물표현, 풍경, 메카닉 디자인, 액션등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토이스토리 같이 정말 장난감스러운 3D영화만 보던 시대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하늘과 땅차이의 그래픽수준이었다. 3D모션 캡춰를 통해 만들어진 애니매이션은 아주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성우도 화려해서, 시드 박사는 도널드 서덜랜드, 그레이는 알렉 볼드윈, 장난기 많은 네일 역은 스티브 부세미가 목소리를 연기했다. 다른 성우들도 나름 알려진 배우들.

하지만 정작 흥행에는 실패했다. 박스 오피스 통계에 의하면 미국 흥행에서 3천2백만불을 벌었고, 해외에서 5천2백만불을 벌었다. 제작비는 1억 3천7백만불로 나와 있다. 한마디로 쪽박. 우선 파이널 판타지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게임 파이널 판타지와는 전혀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북미시장을 고려했겠지만 덕분에 게임과 연관된 마케팅에 실패했다. 시나리오가 너무 교과서적인데다가, 3D제작의 한계인지 진행이 너무 무난하고 긴장이 없다. 계속 동료를 탈출시키기 위해 자기희생만 하는 그레이와 팀의 대원들을 보면 짜증 나기도 한다. 게임을 좋아하는 어린 관객도 놓치고, 액션을 좋아할 어른 관객도 놓친 형국.

그래픽도 한장면 한장면은 훌륭하지만 뭔가 어색하다. 인물들이 몸은 역동적으로 움직이는데, 표정은 마네킨이다. 표정은 모션캡춰가 안되니까 당연한가? 인간의 눈이라는 것은 매우 이상하다. 토이스토리라던가, 니모 같은 비현실적인 캐릭터도 귀여우면 자연스럽게 느낀다. 하지만 파이널 판타지 극장판 처럼, 사람과 아주 비슷하다가 살짝 어설픈 캐릭터를 보면 그 어색함이 너무 눈에 띄어 버리고 심지어 징그럽기 까지 하게 된다. 파이널 판타지는 그런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나중에 나온 반지의 제왕2편과 3편의 골룸캐릭터와 비교해보면 그점을 확인할 수 있다. 표정이 살아 있는 캐릭터와 그렇지 못하고 이쁘기만 한 마네킨의 차이를.

게다가 가장 실망한것은 DVD이다. 3D영화니까, 기본적으로 디지털이라 DVD가 매우 좋을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왠걸. 디빅파일을 다시 DVD로 구운것처럼 뭔가 화질이 뿌옇고 선명함이 부족했다. 옛날 복원필름을 스캔해서 리마스터링한 스타워즈 트릴로지 DVD보다도 더…아니 반도 못따라가는 화질을 자랑한다.

파이널 판타지가 개봉할때 각종 홍보에는 다양한 비전이 있었다. 실제 배우들이 영화에서 밀려날거라는 둥, 주인공 아키가 디지털 연예인으로 성공해서 다른 영화에도 나올것이라는 둥. 그러나 흥행 참패로 인해 물건너 가 버렸다. 그 당시 우리 나라에도 다양한 3D 극장판 영화가 시도되고 있었는데 제작이 중단되거나 흥행에서 역시 참패했다. 다만 파이널 판타지가 사람들의 눈높이만 높혀 놔인지, 그 후에 나오는 각종 애니매이션과 게임의 3D영상은 극도로 섬세해졌다. 하나의 유행을 만들어 낸것이었다. 파이털 판타지는 영화가 볼거리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것과 3D영화의 한계를 보여주었지만 3D그래픽 역사에는 기념비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ps.

파이널 판타지 극장판을 이야기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시계이다. 주인공 아키가 차고 있던 시계는 PPL인지 Seiko 마크가 그려져 있었는데, 실제로 Seiko에서는 같은 디자인의 시계를 만들어 자신들의 전시실에 전시하고 있다고 한다. 몰론 상용화된 모델은 좀더 실용적으로 디자인 된 다른 디자인의 모델이지만.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너무 SF적이고 독특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저런 개성적인 시계가 있다면 실용성은 2차로 치고 하나 사고 싶어질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