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를 찾아서(Finding Dory, 2016)

블루탱 도리가 자식으로서 도리를 다하기 위해 부모를 찾아 나서는 애니….는 농담이고.

어째튼 이번엔 잡혀간 도리를 찾는건 니모 부자 입장에서의 일이고, 주요 내용은 도리의 부모찾기(기억찾기)이다. 심지어 니모 부자는 등장 장면은 많지만 이야기 진행에 거의 역할이 없다.

꽤 감명깊게 봤고, 재미있었다.

아마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나, 장애를 가진 아이의 부모가 이 애니를 보면 눈물 펑펑 쏟을지도. 특히 모든 조개 껍질이 한방향으로 향해 있는 장면에서…

그래픽이 니모를 찾아서 때보다 엄청나게 발전해서, 니모의 피부가 반투명이고 디테일한게 장난 아니다. 기존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디테일업 한듯.

단점이 있다면, ‘니모를 찾아서’ 때보다 도리의 회상 장면이 너무 많고, 장소도 여기저기 많이 등장하며, 이야기 진행이나 장면 전환이 빠르다. 마지막은 거의 왠만한 인간의 액션영화에 버금간다. 그래서 5살 따님은 잘 이해를 못해서 ‘니모를 찾아서’ 때보다 평이 안좋았다. 그리고 행크의 각종 능력(위장, 물밖 움직일 수 있는 능력, 물체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에 진행이 너무 좌우된다. 수많은 문을 열고 다니는 영화가 있는데, 등장인물 하나가 만능키인 격. 반쯤 데우스 엑스 마키나.

ps.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니모를 찾아서’의 어항 패밀리들이 등장한다. 무려 배경시점이 1년 후인데 아직도 비닐봉투에서 못 벗어나 호주에서 캘리포니아까지 굴러왔다….

ps. 왓 어 원더풀 월드 ㅋㅋㅋㅋ

ps. 전편에서 도리의 각종 행동들(고래말 능력, 글 읽는 능력, 계속 헤엄쳐 노래, 자기가 단기기억상실증이라 말하는 버릇 등등)이 전부 왜 그러는지 설명되는 영화. 단지 단기 기억상실증이 가족력인거 같다는 발언은 사실이 아닌걸로. 도리가 엄마를 닮긴 했다. 여러모로. (그리고 고래상어는 상어지 고래가 아닌데…어째서 고래말을 걔한테 배웠냐.)

ps. 국내 포스터에는 “도리? 도리? 그게 뭐지? 아~ 내 이름이지!” 라는 카피가 붙어 있는데, 도리는 다른걸 다 잊어도 자기 이름은 잊은 적이 없다는 점에서 에러.

ps. 아기새의 이야기를 다룬 단편 ‘파이퍼’도 볼만하다. 아기 새가 무진장 귀엽다. 조나단 리빙스턴시걸 느낌도 나고(날기 기술이 아니라 잠수 기술이지만). 상당히 리얼한 그래픽이 인상적이지만, 화면에 너무 아웃포커스를 남발해서 좀 불만.

애플시드 알파(Appleseed Alpha, 2014)

완전히 달라진 애플시드 극장판, 애플시드 알파.

이전의 두 작품들과는 상관없는 리부트이고, 원작 애플시드 만화와는 더 상관 없어졌다. 이건 듀난과 브리아레오스H와 히토미(아이리스), 다각포대 등을 따 오기만 했지, 완전한 별개의 스토리를 가진 디스토피아 SF영화다. 올림푸스도 거론만 되며, 랜드 메이트도 어디서 주운 거 딱 하나 나온다. 미국식 갱단 영화처럼 주인공은 뒷골목 악당에게 일 받아서 처리해주고 살며, 악당보다 더 악당이 나오고, 마지막에 다각포대를 부수려고 법석을 피우는 그런 내용.

내용이 달라졌어도 잘만 만들면 좋지만…초반이 너무 늘어지고, 히토미의 자기 희생과 공감 안가는 주인공들의 심적 변화도 거슬린다. 브리아레오스에게 몹쓸 짓도 하던 악당이 갑자기 주인공들을 위해 희생도 해주는 도우미가 되는 건…뭐지? 몇번 폭발하더니 뇌가 좀 꼬인 듯. 주제는….망한 동네에서도 근근이 살아가지 말고, 희망을 가지고 나아가자? 인가…

역시 그래픽은 이전 편들과 달리 카툰 렌더링을 버려서 현실성이 좋아졌고, 캐릭터들의 움직임도 매우 좋다.

원작팬들이 흥미를 가질 부분은, 투혼즈의 탱크 vs 듀난+브리아레오스 의 장면. 원작 첫부분의 탱크와 싸우는 부분을 그대로 연출로 보여주고 있고, 브리아레오스H의 듀난 들고 긴급점프 하는 장면도 나온다. 적에 대한 마무리를 히토미가 하는 것도 같다.

ps. 저 동네는 인간은 듀난 하나 뿐이다. 죄다 전투 사이보그이고, 히토미는 바이오로이드. 정말 디스토피아네….

ps. 저 가슴과 허리를 노출한 듀난을 봐라 ㅋㅋㅋㅋㅋ 일부러 저런 군복을 만들려고 해도 힘들겠다. 여캐는 노출이 높을수록 아머수치가 높아집니다?

빅 히어로(Big Hero 6, 2014)

아이언맨1편 이후로 오랫만에 나온 공돌이가 주인공인 작품이다. (시행착오도 없이 척척 만드는 걸 보면, 히로가 토니 스타크보다 더 천재인지도.)

로봇을 만드는 과정이 나오는 것도 재미있고, 베이맥스의 귀여움도 좋다. 전체적인 연출도 괜찮다.

조연 캐릭터들이 나름 매력적인데 그들의 활약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나, 캐스 이모에 대한 설명 부족, 칼라한 교수의 흑화가 좀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게 약점 정도 되겠다. 그런 머리 좋은 교수가 고작 마이크로봇 없어서 복수를 미루고 있었다고? 음… (위의 이미지에서 보듯이 스푸키맨과 칼라한의 덩치 차이가 꽤 있다는 점도 ….뭔가 초기 기획에서 바뀌었나 보다)

어째튼 재미있게 봤다. 마블과 디즈니의 시너지가 꽤 괜찮을 수 있다는 증거가 되겠다.

ps. 최근 디즈니 작품을 보면, ‘희생’을 극적인 사랑의 표현으로 남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겨울왕국의 안나나, 베이맥스나 굿 다이노의 아빠공룡등… 뭐 다른 작품에도 흔한 것이긴 하지만, 자꾸 보니 왠지 거부감이 드는 뭔가가 생긴달까.

주토피아(Zootopia, 2016)

zootopia

와, 이건 그리 디즈니 답지 않은 애니메이션이네요.

물론 디즈니 답게, 좋은 그래픽과 노래, 잘 그려진 캐릭터가 있습니다만,

복잡한 도시, 범죄에 대한 이야기, 경찰과 행정에 대한 묘사, 정치인, 선입견에 대한 주제, 성차별과 인종차별에 대한 비유, 마피아 영화에 대한 패러디등 여러 요소가 어른들을 위한 작품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스토리도 짜임새 있어서, 유머 + 전형적인 버디 부비+범죄 수사 등등….여러 요소를 정말 잘 짜임새 있게 엮어 놨네요.

캐릭터들 움직임과 세밀한 묘사등을 보면 CG기술이 겨울왕국에서 이미 한두레벨 더 뛰어 올랐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올해 최고의 애니메이션이 될 가능성이 있겠습니다.

꼭 보시길 강추합니다.

ps.
드림웍스는 어쩔겨….

ps.
주토피아 미스테리
1. 육식동물들은 뭘 먹는가. (곤충이라는 이야기가 있다고…?)
2. 혁대나 구두 같은 가죽 제품은 뭘로 만드나. (악어같은 비 포유류 동물??)
3. 의인화한 동물의 세계이니 인간을 제외한건 이해가 되는데 영장류도 없네? 왜?

ps.
주디가 경찰에서 그만둔 상태였지만,
정보를 얻기 위해 나쁜 놈을 마피아에게 끌고가 고문하는 장면은 좀 문제가 있지 않나 싶기도 하네요. -_-

쿵푸 팬더2 (Kung Fu Panda 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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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1은 참 재미있었죠. 네오의 성장과 시련, 그리고 액션의 새로움. 하지만 매트릭스2에서 네오는 이미 성장했고, 네오의 기원만이 새로울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매트릭스2는 많은 참신한 소재와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1편보다 평이 안 좋았죠.

왠지 딱 그 상황이 연상되는 건 왜 일까요?

포가 태극권하는 것도 별로 재미없고, 적은 약해 보이고, 포의 기원만 나오는 그런 스토리네요. 액션은 처음부터 너무 오버구요. 포의 심형래식 바보연기만이 남은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게다가, 포의 어린 시절은…왠지 3D는 좀 귀여운데 2D가 귀엽지 않은 –_-…. 괴현상이..

 

ps. 포의 친아빠가 살아 있는 걸로 나오는 것은 별로 불필요한 연출 같은데, 속편 나오려나… 엄마는?

개구쟁이 스머프 (The Smurfs, 2011)

어렸을 때 봤던 베스트 애니메이션. 랄랄라 랄라라 랄라 랄라 라….하는 노래가 머리속에서 절대 지워지지 않는 애니메이션.

그런데 그런데… 이건….

스머프가 영화로 나왔다. 그런데 3D다. 맛깔나는 펜터치 그림이 아니라 3D다. 3D화는 나름 신경 썼지만 왠지 예쁘질 않다. 차라리 아바타의 원주민들이 더 귀여울 정도.

게다가 가가멜을 비롯한 사람은 실사다. 실사. 나름 가가멜은 잘 재현했다만 모여라 꿈동산 정도의 몸개그로 유치함만 느껴진다.

그리고 왜 하필 뉴욕인가. 스머프를 왜 뉴욕에 보내야 했는가. 스머프 세상에서도 재미있는 일이 많았잖아. 왜 뉴욕에서 어른들의 세상과 부딛쳐야 하는가? 두 세상은 왜 포털로 이어져 있는가? 이건 마치…다 커서 어렸을 때 봤던 추억의 애니를 보면 유치해서 계속 볼수 없는 듯한 느낌, 억지로 과학이론을 동원해 합리화 하려고 해도 어색한…그런 느낌만을 생산해 낸다.

보는게 아니었어. 나의 마지막 남아 있던 동심이 오염됐어…

ps. 덩치 스머프의 역할을 대신하는 듯한 스코틀랜드 스머프는 뭐여. -_-

메가마인드 (Megamind,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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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슈퍼맨을 패러디하더니, 영웅들의 자란 환경을 비교하고, 악이라던 주인공이 점차 귀엽고 착하게 바뀌는 것을 보여주다가 나중에 착해지는 결말. 아 이거 참 애매하다.

꽤 재미있긴 하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전형적이면서도 드림웍스 특유의 패러디와 비꼼으로 그럴듯하기도 하다. 캐릭터들도 재미있고, 절대 악도 절대 선도 없다. 그냥 보면 어느 정도 재미있고, 좀 따져 보려고 하면 애매하고.

 

슈퍼 히어로가 나오는 요즘 영화답게 영웅들의 고민들이 나오는데, 얄팍하다. 메트로맨은 평생 남들 구해주다보니 지루하다는 거고, 메가마인드는 목표를 이뤘더니 삶의 목표가 없어 의욕이 없다는 것이다. 타이탄은 뭐 생각도 없는 듯 하고. 픽사의 인크레더블을 생각하면…

픽사는 명화를 여럿 그린 화가라면 드림웍스는 아직 대중 만화가의 느낌이다. 만화가라고 급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재미가 없는 건 아닌데 확실히 뭔가 완벽하질 않다. 드래곤 길들이기가 아직은 최고였던듯.

토이 스토리 3 (Toy Story 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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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가장 많이 아버지와 충돌한 것은 장난감에 대한 것이었다. 아버지는 “10살 이후는 장난감이 필요 없다” “프라모델도 다 장난감" “공부와 관련 없는 것은 불필요" 등의 생각을 가지신 분이었고, 내가 정성들여 조립한 프라모델과 만화책, 추억이 깃든 물건들을 다 버리려고 하셨다. 나는 방어하는 입장이었고. 살아 남은 것은 책상 속에 숨길 수 있는 프라모델 권총 한 자루 뿐이었다.

 

장난감은 단순히 어린 시절의 놀이 기구가 아니라 추억이 깃드는 물건이다. 그 물건들을 버릴 때, 혹은 잃어 버렸을 때, 기억하려 해도 잘 기억이 안 날 때의 안타까움은 무척 크다.

 

토이스토리3는 그런 느낌의 애니메이션이다.

토이스토리는 1995년 작품이고, 그 때 애니메이션을 본 어린이들은 작품 속의 장난감 주인 ‘앤디’처럼 어른이 되어 장난감을 버려야 할 나이가 되었다. 장난감들은 갖은 모험 끝에 앤디에게 돌아가지만, 결국 헤어질 운명. 안타까움이 작품에 깔려있다.

 

UP에서 보여준 픽사의 연출력은 역시 대단하고, 여기에서도 안타깝지만 아름답게 끝을 맺었다. 긴 여운….

 

ps. 토토로 인형이 나오는데, 지부리에서 협찬이라도 한 건가. ㅎ

ps. 요즘 가장 안타까운 것은, 어렸을 때 즐겁고 흥미로웠던 것을 다시 봤는데 재미가 없는 것이다. 늙어가나…

카(Cars,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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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스토리와 주제에서 재미와 감동을 이끌어내는 픽사의 재주는 참 대단합니다.

카에서도 빠르게 가는 것과 승리만이 인생의 목적이 아니라는 단순한 주제지만, 그 주제를 빼고도 즐겁고 재미있는 애니이고, 그 주제를 생각해도 잔잔하게 감동을 받는 그런 작품이죠.

줄거리는 위키 링크 참고. 그런데 저 위키의 줄거리는 좀 잘못 되어 있습니다. 영화 보고 요약한게 아니라 영문판 위키보고 번역한 듯 -_-; 어째튼.

물론 이건 만화영화니까 저런 엔딩이 가능한것이지, 실제로 저런 일이 있었다면 맥퀸은 뻘짓한 레이서가 되었겠지만…

또 하나 대단한 점은, 이 애니는 꼬마자동차 붕붕이 연상될 정도로 자동차를 심하게 의인화 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자동차들의 특징이 너무 잘 살아 있다는 것입니다. 저같이 차에 대해 무식한 사람도 아는 프로쉐 911이나 포드T도 너무 귀엽게 바뀌었지만,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었고, 다른 차들도 영화나 TV에 자주 보던 외국 차량들 그대로였습니다.

알록달록한 차량들과 단순한 줄거리로 애들에게 보여주면 좋을듯 하네요.

해킹이나 고스트는 공안9과에게나 줘버리라구. 애플시드 엑스마키나를 보고.

애플시드 엑스마키나
원제 – Appleseed Saga: Ex Machina

애플시드는 일본 SF만화 팬들이라면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작품입니다. 공각기동대의 원작자로 유명한 시로 마사무네라는 만화가가  그보다 먼저 그린 작품이죠. 공각기동대와 비슷하게 특수부대에서 전투력 짱인 여주인공과 그의 보호자격인 사이보그 브리아레오스 H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의 도시나 세계3차대전 이후를 다루고 있다는 것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두 작품이 다른것은, 공각기동대는 고도로 발달한 네트워크에 의한 범죄를 해결하면서 인간의 자아나 사회현상 같은 개념을 다루고, 애플시드는 고도로 발달한 사이보그나 로봇에 의한 범죄를 무력으로 해결하며 인류의 진화와 기계와 인공지능, 국가간 대립등을 다룬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공각기동대는 개인과 개인을 다루고 소프트웨어적이며, 애플시드는 규모적이고 하드웨어적입니다. 그리고 액션은 공각기동대식 돌격보다는 SWAT 교본을 보는 듯한 팀플래이와 엄폐/엄호를 기준으로 합니다.무조건 돌격하기 보단 몸을 드러내지 않고 관찰하기 위해 주인공의 랜드메이트나 사이보그들이 카메라를 길게 뽑아서 쓰는것이나 랜드메이트의 조작방법 등, 미래적 설정을 넣더라도 하나하나 리얼리티를 살리고 있죠. 물론 두 주인공의 닿을듯 말듯한 사랑이야기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에피소드의 양념 수준에서 마무리 됩니다. 인간과 사이보그의 사랑이라는 애절함을 감질맛으로 처리해버리는 작가의 고단수 전략이 숨어 있죠.

여기까진 원작 이야기입니다. 이제 엑스마키나를 이야기 해보죠. 애플시드 엑스마키나의 기본 줄거리는 테러리스트들이 개인간의 개성을 없애기 위해 국가 안보용의 위성 네트워크와 개인 정보 단말기를 이용해 모든 인간의 의식을 네트워크로 하나로 만들려고 하지만, 사실은 이게 마인드 컨트롤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상향과는 거리가 멀고, 주인공들이 나서서 해결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개인의 의식을 해킹하고, 국가 기간망을 해킹하는 것에 대한 내용이 주 내용입니다. 이게 애플시드입니까, 공각기동대입니까? 게다가 관객은 베일에 쌓여 있는 인물인 브리아레오스의 꽃미남 마스크도 알수 있고, 그 꽃미남이 “세상이 망하더라도 너는 지켜줄께”라는 초닭살 멘트를 날리는걸 들어야 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브리의 클론이 나와서 페이스오프 흉내도 냅니다.(역시 오우삼..) 엄폐나 엄호는 커녕 애인의 난사를 비집고 공중제비하며 총을 쏘는 듀난이라는 뻘짓도 봐야 하고, 몸 날리기나 비둘기, 탄피 흩뿌리기라는 홍콩영화식 미장센은 덤입니다. 등장인물들이 다 꽃미남 꽃미녀이고, 험악한 인상의 아르게스가 (원작에는 FBI였는데, 여기서는 포세이돈 똘마니) 밸런스를 맞춰준다고 해도 너무 느끼합니다. 그외에 살짝 세계관도 바꿔놨는데, 설명하기 귀찮으니 넘어가죠. 하여튼 너무 버터칠 해놨습니다. 이게 애플시드를 영화화 한건지, 애플시드에서 차용해서 그냥 꽃치장 영화를 만들어 놨는지 의문입니다.

주제나 전개과정, 연출도 너무 도식적이고 뻔합니다. 범인이 동기가 별로 없습니다. 좋아하던 여자 박사가 자살해서 부활시켜 놓고 세상에 복수한다는 거였을까요? 이상론을 펼치지만 어차피 개인을 네트워크로 이어버린다고 평화롭게 하나가 되진 않습니다. 그건 매트릭스 영화에서 아키텍터가 네오에게 설명했죠. 거기다 그 사람들을 조종해서 연결되지 않은 사람들을 죽인다는건 어차피 병정놀이에 불과합니다. 수많은 인간들이 연결되었는데, 그 장점을 살려 지능플래이를 하기는 커녕, 그냥 어기적 거리며 돌진하는 좀비에 불과하게 표현된건 안타까울 뿐입니다. 흔하디 흔하게 영화에서 보여진 사이버 테러, 그리고 그 뻔하고 뻔한걸 당하고 나서야 이해하는 주인공들과 조직들, 그리고 해킹사건을 총들고 쳐들어가 해결하려는 모습은 마치 다이하드 4.0에 나오는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영웅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주인공들을 마지막 스테이지에서 역시 총들고 맞이해주는 적들은 참 친절하죠. 거기다 브리아레오스가 해킹당하는건 좋은데, 그걸 꼭 금속으로된 머리에 핏줄이 서는 말도 안되는걸로 설명해야 합니까? 드론들 수천기가 꼭 매트릭스의 로봇들 흉내내서 빨간불켜고 줄줄이 뱀처럼 날아다녀야 합니까? 여자보스 샌드 박사는 완전 캐리건이네요. -_-; 마지막에 기지 무너지는건 유명한 라퓨타의 밑장빼기 아닙니까? 브리아레오스의 칼질이나 랜드메이트의 공중전은 너무 건담스럽습니다. 연출이란 연출이 전부다 어디서 본듯한 느낌이라서 마지막까지 지루해지는데, 마지막 대사들까지도 버터칠이니…

논리적으로 말이 안되는 설정도 있습니다. 오픈소스나 자유소프트 진영에서 아주 싫어할만한 내용이 나오는데요, 바로 인간들을 해킹하는데 사용되었던 개인 정보 단말기 ‘커넥서스’에 대한 설명에 “오픈소스로 디자인을 공개해서 누구나 만들수 있어 널리 퍼졌다”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오픈소스는 내용이 공개되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바이러스 같은 테러 요소가 숨겨질수가 없습니다. 커넥서스는 오픈소스인데 어째서 인간을 해킹할수 있는 알고리즘을 아무도 눈치 못채고 양산했을까요? 그리고 정작 소스가 아닌 커넥서스의 파편을 가지고 모든 흑막을 밝혀낸 요시츠네는 천재?…원래 랜드메이트 전문가 아니었어?

그래픽은 멋집니다. 이제 일본 사람들은 3D의 이질감이나 리얼리티의 부족을 2D셀화의 스타일을 흉내내는 걸로 해결하기로 마음먹은듯 합니다.(이거 셀화 작업으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 애니업계에 안좋은 거 아닌가요?) 이전 애플시드 극장판은 일반적인 애니 같은 단순한 렌더링 이었다면, 엑스 마키나는 미색계통의 색감을 텍스쳐로 사용해서 마치 일본 미소녀 게임들에 사용하는 미려한 일러스트 같은 느낌을 줍니다. 움직임도 더 자연스러워지고, 표정도 풍부해졌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애플시드의 묵직함을 느끼기보단 그저 보여주기 위해 뻔하고 뻔한 이야기의 블럭버스터 영화 한편 본것 같은 느낌인 것을 해소할 방법이 없네요.

ps.
이 영화는 마치 느끼 대사 베스트 30을 뽑아보란 듯이, 느끼하고 똥폼 잡는 대사들로 도배되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 감상문에 몇개 적어보려고 했다가, 한도 없어서 그만둡니다.

ps.
엑스 마키나?라는 말은 전에 들어보셨을 겁니다. 진중권씨가 디워를 비판하면서 말한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는 용어와 같은 단어거든요. 기계장치에 의한이나 기계장치로부터 라는 의미입니다. 영화에는 기계장치에 의한 인간의 통합, 그리고 사이보그나 바이오로이드같이 인간이 만들어낸것에 의지하는 인류를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제목의 무게감을 영화의 뻔한 연출로 망쳐 버렸습니다.

ps.
처음 교회 전투씬에서 망토를 걸치고 있던 사이보그의 모습이, 원작 만화 팬들에게 많이 익숙할거 같습니다. 바로 듀난이 프랑스 진압 임무때 착용했던 파워 슈츠 “오크”의 디자인입니다.

참고
http://en.wikipedia.org/wiki/Appleseed_Ex_Machina
http://www.imdb.com/title/tt1043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