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뎀으로 접속하는 PC통신 서비스인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유니텔이 세상의 모든 커뮤니티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한때 잘~ 나갔던 나우누리 나디아 클럽
본인이 시샵을 했었지요.
그 당시는 나우누리의 모든 동호회가 회원수만 몇천, 몇만명은 기본이었고, 심지어 소모임마저도 수백에서 수천의 회원이 있었습니다. 글은 1시간이 지나면 페이지가 넘어갈 정도였고, 매달 수백의 유령회원 정리를 해도 일주일이면 회원 숫자가 복원되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1999년쯤…인터넷을 통한 커뮤니티와 정보가 정착되기 시작하면서 PC통신서비스들은 와해되기 시작했지요. 점차 동호회들은 각자의 도메인과 계정으로 커뮤니티들을 구성하기 시작했구요. (여기에는 제로보드의 역할이 상당히 컸습니다.)
그리고 2001년, 2002년, 2003년, 디카가 유행하고, 모든 정보와 커뮤니티가 인터넷 기반으로 완전히 이전하면서 이러한 크고 작은 커뮤니티 사이트들은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디카 동호회 익시패밀리
질문에 죄다 답변 달아서 질문게시판 담당으로 알려졌던;;;
익시패밀리도 그 중 하나로, 만명정도의 회원수를 가진 중견 동호회였습니다. 다들 시대를 선도하는 디카유저라는 자부심도 있었고, 귀여운 카메라와 아기자기한 사진들로 매일 이야기 꽃을 피웠지요.
하지만, 시대가 다시 바뀌었습니다.
디카 정보에 대한 커뮤니티는 디시인사이드와 SLR클럽등의 거대 커뮤니티 사이트들로 이동했습니다. 개인 홈페이지는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로 흡수되었고, 그나마 남은 홈페이지들은 블로그의 기능을 활용해 뭉치고 있지요. 동호회적인 커뮤니티는 이제 독립적인 사이트가 아니라 네이버나 다음의 카페에 흡수되고 있습니다.
익시패밀리도 이제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습니다. 매번 보이는 회원들만 글을 쓸 뿐입니다. 들어오는 물은 없고, 나가는 물만 있어, 물이 고이질 않습니다.
(그래도 익시패밀리는 오래 버틴 편입니다. 독립적인 단일기종 디카 동호회중에 최후까지 살아남은 셈이니까요. 다른 디카 동호회나 여러 장르의 동호회들이 같은 길을 걷고 있습니다.)
한계에 부딪친 익시패밀리는 이번주에 회원제 개편을 단행했습니다. 모든 회원정보를 리셋하고 철저한 레벨제한을 둔 재가입을 받고 있습니다. 정예 회원들을 육성하려는 생각이죠. 성공여부는 미지수입니다. (제 생각에는 그리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현상은 심화될겁니다. 큰 물에서 몰려다니며 놀기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 속성도 그렇고(정보를 찾아 몰리는것이니 어쩔수 없죠), 사업성과 연관있는 큰 사이트들의 마케팅도 치열해 질테니까요.
단지…시대의 흐름에서 사라지는 것에 대한 추억이 아쉬울 뿐입니다.
활동 점수 아깝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