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시대를 지나 경제가 안 좋아지면서 우리나라 음식들이 매워졌다고 하지만, 최근에 음식점들 음식을 먹으면 너무 심한 것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된장찌개나 된장국은 왜 매운 걸까? 분명 매운 찌개나 매운 국은 따로 있다. 된장은 구수한 맛을 위해 먹는 것 아닌가? 왜 된장 향이 가미된 매운탕 같은 것을 된장찌개라고 팔고 있는 거지? 청국장도 마찬가지. 청국장이 더 많이 들어갔는지, 고추장이 더 많이 들어갔는지 모를 찌개를 청국장이라고 팔고 있다. 순댓국이라든가 곰탕, 갈비탕, 만둣국…원래 고소한 맛을 위해 먹던 찌개나 국들이 요즘 다 맵다. 전에 어떤 음식점은 김치찌개보다 된장찌개가 더 맵더라.
고기만두와 김치만두를 같이 팔면서, 고기만두는 왜 뒷맛이 매운가? 콩나물국은 예전엔 대부분 콩나물만 넣은 국에 손님이 스스로 김치국물 등을 넣어 간을 해서 먹는 음식이었는데, 왜 요즘은 그냥 맵게 나오지? 내가 매운 라면을 부탁한 것도 아닌데, 왜 라면의 기본 맛은 매운맛인가. 얼마 전에 간 분식집도 보아하니 진라면 매운맛+고추 썰어 넣은 듯. 이젠 매운맛 라면도 매운맛 취급이 아닌가 보다.
닭고기, 돼지고기, 소 불고기…왜 다 매운 게 기본 맛이 되었나? 옛날에 먹던 매콤달콤한 닭갈비 생각하고 주문했다가 다음 날 변기랑 오전 데이트를 한다. 불고기는 간장 요리 아니었나? 왜 청양고추가 듬뿍 기본투하되어 있나?
부침개도 그렇다. 예전엔 매운음식을 먹고 입안을 달래려고 부침개를 시켜 먹었던 것 같은데, 요즘 부침개는 기본 맛이 매운 경우가 많다. 혹시나 해서 점원에게 매운거냐고 물어봐서 시켰는데 안맵다더니 청양고추가 썰려 들어가 있다던가.
떡볶이는 예전에는 달콤한 맛으로 먹었는데, 요즘은 그냥 맵다. 매운맛이 무서워 궁중떡볶이를 시켰더니 그것도 뭘 넣었는지 뒷맛이 맵다. 크림소스나 치즈가 쓰여 있다고 방심하면 안된다. 그건 그냥 매운맛을 조금 달래라고 넣은 경우도 있다. 얼마전엔 샌드위치 전문점에서 샌드위치를 시켰는데, 담백하게 먹으려고 베이컨 에그 샌드위치를 시켰더니 칠리소스가 뿌려져 있더라. 매운 에그 샌드위치라니? 그런 끔찍한 혼종을 좋아하는 미친놈은 누구인가?
듣기로는 음식점들이 매운맛 경쟁을 하다가 이젠 청양고추도 충분히 맵다는 소리를 못 들어서 캡사이신도 양념으로 쓰인다는데, 뭔가 미쳐 돌아가는 듯.
원래 매운맛을 싫어했지만, 몇 년 전부터 과민성 대장증후군에 걸려서 신라면보다 매운 음식을 못 먹는데, 음식점에서 음식 고르는 것이 고역이다. 원래 매운 음식은 당연히 못 먹고, 원래 맵지 않은데 최근 매운맛이 가미되어 가는 음식까지 빼면, 정말 먹을 음식이 많지 안다. 이 음식점은 애들 안 먹나? 아니, 요즘은 애들도 매운맛 잘 먹는 세상인가? 한국인 유전자가 갑자기 다 바뀌었는데, 나만 그대로인가? 하는 여러 잡생각이 들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