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The Thing, 1982)

더 씽이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어서 감상. 원래 국내 출시를 ‘괴물’로 해서 넷플릭스에도 ‘괴물’로 올라와 있는 모양.

지금 보면 별로 안무섭고 특색 없어 보이지만, 요즘의 피칠갑괴물 영화와 게임들의 원조가 이 영화.

덤으로 커트 러셀이 털복숭이지만 30대초의 매력 절정인 외모를 볼 수 있다. 여기서 나오는 외계인이 하려던 짓이나, 커트 러셀이  연기한 에고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에서 하려던 짓이 같은 짓이라는 걸 생각하면 아이러니.

가장 재미있던 장면은 감염된 대원 하나가 화염방사기를 맞으니 머리가 따로 떨어져서 벌레 다리 같은게 생겨서 몰래 도망치다 걸리는 장면. 이 영화 유일의 개그씬이라 할 수 있다. 이상한 점은 남극의 겨울이라는데 낮과 밤이 바뀐다. 영화속 장면이 몇일이 아니라 2,3개월의 시간이라면 가능한 일이지만…음…

 

ps. 외계인 공포물들의 교훈은 언제나 “방역을 신경써라” 이다.
노르웨이 탐사대나 미국 탐사대나 초기 방역을 제대로 신경 썼다면 저런 문제들은 없었을 것이다.

ps. 여자가 하나도 안나오는 군. 나중에 만들어진 프리퀄에는 여자 대원이 하나 나온다던데.

이벤트 호라이즌(Event Horizon, 1997)

넷플릭스에 있길래 마눌님과 같이 감상. 대학생 때 이 영화 포스터가 여기저기 붙어 있고, 쥬라기 공원의 주인공이 나온다며 엄청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SF공포물이라는 생소한 장르라 주변에서 아무도 안봤던 기억이 난다.

지금 봐도 좀 애매하긴 하다. 독특하고 어두운 우주선 디자인과 인테리어, 기괴하게 죽어가는 승무원들, 다른 차원을 통과하는 초광속 운행이 사실은 지옥을 통과하는 것이었다는 설정 등 독창적인 면이 많지만, 거기서 끝. 캐릭터들도 전형적이고 결론이나 공포도 전형적이다. 공포영화에서 흔하게 범하는 ‘아이디어는 정말 좋은데 그걸 잘 못 살린’ 케이스라 할 수 있겟다. 그래도 이 영화는 후에 많은 SF영화나 게임에 영향을 주었다나.

배우는 유명한 샘 닐과 로렌스 피쉬번. 주연 뿐 아니라 조연들도 아직 참 잘 생겼던 시절. 제이슨 아이작스도 젊어서 흡혈귀 같은 매력이 있다. ㅎㅎ

 

과학 논리만으로는 공포를 없애지 못한다.

요즘 여자친구는 닭을 무서워한다. 주요 데이트 장소였던 KFC도 무섭고, 닭고기 비슷한것을 파는 가게도 무섭고, 새장이 있는 동물원도 무섭다. 덕분에 데이트를 할 장소나 식사를 해결할 방법이 많이 줄어들었다. 어머니도 마찬가지다. 집에 달걀을 사오시는 것도 꺼리시고, 달걀로 된 음식도 잘 안드시고, 가끔 사드시던 치킨도 안드신다. 얼마전에는 나름 앞서나가는 분들인 IT관련 모임에서도 ‘닭은 조류독감 지나가고나서 먹자’라고 이야기가 되더라.

이 상황은 나와는 무척 다르다. 나는 나름대로 얻은 정보를 통해 “익힌 음식물 섭취나 동물원 관람으로는 조류 독감에 걸리지 않는다”라는 정도는 알고 있다. 그래서 조류독감에 대해서는 별로 공포가 없다. 그리고 남들도 그럴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공포라는 것은 생물의 생존본능에서 비롯된 것이다. 위험에 대해 공포를 느끼고 피하는 개체가 살아남아 대를 이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그렇게 진화된 것이다. 우리의 유전정보 수준에 기입된 행동이다. 그 힘은 엄청나서 신앙을 만들었고, 군중심리라는 것을 만들고, 역사를 움직여 왔다. 과학을 신 대신 신봉하기 시작한 현재도 신앙은 없어지지 않았듯이, 역시 정보나 논리만으로 공포를 없애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이다.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하여 정보와 논리로 국민을 설득하려 하고 있다. 그 정보와 논리의 상당부분은 옳다. 하지만 그 정보와 논리를 사용하는 의도가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거나, 자신들의 실수(불평등한 조약과 주권손상등)를 가려 국민들의 저항을 뿌리칠려는데 집중되어 있다. 정보와 논리라는 것은 도구일뿐, 의도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악용될 수가 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정보와 논리뿐 아니라 어설픈 무마라던지, 몽둥이를 들어 다른 공포를 주려는 제스쳐까지 비치고 있다. 이런 방법이 국민들이 쇠고기에 대한 공포를 해소시킬 수 있을까? 정부의 또다른 기대는 시간이 지나기를 바라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공포를 제대로 해소시켜 주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면 그것은 불신으로 바뀔것이다. 국민의 불신만큼 정권에 골치아픈 현상이 어디있을까.  

원래 한나라당은 국민의 공포를 이용하는 스킬이 최강이라고 생각했다. 예전엔 북한에 대한 공포를 이용했고, 최근에는 경제에 대한 공포를 이용해 집권을 했다. 그런데 이번엔 오히려 공포로 인해 공격을 받고 있다. 이것도 나름 아이러니중 하나라 하겠다.

판의 미로 (Pan’s Labyrinth, El Laberinto del Fauno, 2006)

  • 피할수 없는 참혹한 현실을 환상속으로 피하려 했던 불쌍한 어린 소녀, 그리고 죽음.
  • 영화는 계속 처참한 현실과 암울하고 기괴한 환상을 교차시켜 보여준다. 나무를 이용한 화면전환은 지겨울정도. 현실은 군대와 반정부군의 전투, 확인사살, 다리절단, 피, 고문, 칼부림 등 도저히 보기 힘든 잔혹한 장면을 일부러 여과없이 보여주어 소녀의 도피를 합리화 시킨다. 소녀의 환상은 항상 색채가 없고 어두우며, 지저분하다. 하지만 그나마 소녀는 그것을 즐긴다.
  • 영화는 소녀의 환상이 실재하는지 아닌지를 계속 관객에게 헤매도록 하며 끝까지 어느 한쪽에 무게를 두지 않는다. 다만 확실한것은 소녀의 죽음 뿐이다.
  • 마지막의 반군의 습격 장면은 노예의 반란이나 계급혁명을 다룬 옛날 영화같은 느낌이다.
  • 만드레이크(만드라고라)가 나오는데, 정말 번역에는 ‘허브’로 표현된다.
  • 환상부분의 소재들은 그리 새롭거나 대단한것은 없다. 눈이 손에 달린 괴물, 염소 머리의 판, 분필로 만드는 문, 요정…
  • 부제는 ‘오필리아와 세개의 열쇠’라고 하는데 그 열쇠들이 그리 큰 비중을 차지 하거나 필연적이라는 느낌이 안든다.
  • 스페인 내전과 정부군과 반군의 전투, 고문장면등은 한국전쟁(6.25) 이야기에 익숙한 우리에겐 낮익은 부분이 많다.
  • 소녀의 불행과 심리를 표현함에 있어서는 최고. 하지만 잔혹한 장면 못보시는 분께는 비추. 환타지+공포+고어물이다.
  • 이거 우리나라에서 15세 이상 관람가라는데, 좀 이해가 안된다. 야한 장면이 안나와서 그런가. 개인적으로 미성년자에게 추천하고 싶지 않다.
  • 그에 맞춰서 판의 미로 국내 사이트에는 계속 해리포터와 비교하면서 또 하나의 환타지 영화라는 식으로만 포장하고 있다. 잔인한 장면이나 성향에 대한 언급도 없다. 너무 장사속 아닌가?

IMDB : http://www.imdb.com/title/tt0457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