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걸 기억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25092111_43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한다며?

1번도, 2번도, 3번도, 4번도 실행한 것이 하나도 없구나?

광우병도 먹는 소에 광우병이 생겼을 때만 해당되는 거냐?

국민의 건강보다 더 귀한 것은 없다면서, 미국과의 관계가 더 귀한 것이었냐?

게임 규제는 현대판 적기조례

증기기관의 원조인 영국에서는 1820년대 증기기관을 이용한 자동차가 등장해서 급속한 발전을 이루었다. 버스가 만들어지고, 점차 대중화가 시작되었다. 당연히 교통사고도 늘어나고 석탄재가 길에 버려지는 등 문제가 늘어났다.

그러자 자동차 때문에 손해를 입은 마차나 철도 관련 업자들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문제 재기와 로비가 이루어졌다. 그래서 만들어진 법이 1865년 만들어진 적기조례(Red Flag Act).

이 법은 자동차의 폐해를 막는다며, 붉은 깃발을 단 마차로 자동차 앞을 선도하게 만들었다. 즉, 마차의 속도(시속6Km)로 자동차를 제한해버린 것이다.

결과는 그냥 삽질. 당연히 시대의 흐름인 자동차의 발전을 막을 수는 없었고 몇십년만에 법은 바뀌었다. 대가로 영국의 자동차 산업은 미국과 독일을 따라갈 수 없었고, 그마나 생겨난 회사들도 인수 합병 되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많은 적기조례가 있다. 만화가 폐해가 많다면서 만화를 규제해서 우리나라 만화계는 현재까지 거의 빈사상태이다. 그렇다고 만화가 없어진 것도 아니고, 대부분은 외국 작품 수입해서 널리 판매된다.

댓글의 폐해가 많다면서 실명제를 비롯해 여러 규제를 해놓고, 결국 우리나라 웹서비스들이 글로벌하게 발전할 토양을 잃게 했다. 이제 우리나라 웹은 점차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에 주도권이 넘어갈 것이다.

이제는 게임이다. 게임의 폐해가 많다면서, 어차피 게임의 발전과 일상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데도, 규제하려 한다. 마침 우리나라 게임 업계가 우리나라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해외로 야금야금 뻣어나가려는 시기이다. 규제를 하면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없고, 게임이 학원폭력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구체적이지도 않다. 그러면서 일단 규제부터 서둘러 한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우리나라에 수많은 폐해들이 많다. 대기업 문제, 빈부격차의 문제, 물가나 물류의 문제, 교육 문제, 행복도와 자살율의 문제, 출산율의 문제, 교통사고 등등. 수 많은 문제는 미리 예방하거나 조치를 취하지도 못 했으면서, 굳이 IT관련 문제만은 미리미리 서둘러서 과잉 규제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쇠고기와 천안함 사태의 공통점.

정부가 옳았으니 틀렸느니를 떠나서, 정부가 진짜 국민을 위한건지 아닌지를 떠나서, 미국 광우병 쇠고기 사건 때와 천안함 사건의 공통된 문제점이 있습니다.

바로 정부의 어리석은 비밀주의입니다.

미국 쇠고기 수입협상때도 정부는 자세한 협상내용의 공개를 거부했고, 협상에 관련된 근거나 모든 내용을 비공개로 했습니다. 그러다가 여러 언론에서 문제시되고 국민들의 의혹이 커지자 점차 하나 둘씩 정보를 풀고 해명을 했지요. 하지만 그것도 매번 충분치 못한 정도의 공개였고 덕분에 구차한 변명으로 인식되었습니다. 결국 국민들이 분노는 더욱더 커져갔습니다.

천안함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군당국은 절대로 충분한 정보를 공개한적이 없습니다.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번지면 그때서야 언발에 오줌누기 식으로 해명하는 정보를 공개했지요. 결국 앞뒤 말도 안맞게 되고, 계속 구차한 변명이 되어 갔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합동조사단의 최종발표까지 이어지고 있고, 국민들은 아직 상당수가 납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밀주의는 상당수가 나중에 공개된 것으로 보아, 전부 국가 안보나 이익을 위한 것이라 보기엔 힘듭니다. 그보다는 국민들이 많은 것을 알면 혼란을 일으키거나 오해할 것이라는 괜한 걱정에 의한 것이라 해야겠지요. 나쁘게 말하면 국민들을 얕잡아 본겁니다. 대부분이 대학물 먹었고, 대부분이 인터넷을 가지고 한없이 정보를 빨아들이고 있어서 최소한 어설픈 전문가수준은 되는 그런 국민들을 말이죠.

물론 모든 것을 공개한다고 다 좋으리라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최소한만 공개했다가 의혹이 커지면 다시 찔끔찔끔 공개하는 방식으로는, 계속 같은 실수만 되풀이 될 뿐입니다. 계속된 오해다~ 시리즈나 4대강 사업에서의 각종 의혹들도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면에서는 지금의 정부는 반복된 사건에도 불구하고 학습능력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정부는 좀더 국민들이 주인이고 진실을 알아야 된다는, 원론적인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정부가 진정 원하는건 사이버 국보법이 아닐까?

대한민국에는 국가보안법이라는게 있다. 일명 국보법이다. 이게 원래 북한이라는 적을 둔 입장에서 반공으로 국가 이념체계를 지키기 위한 방어적 목적인…게 법의 취지지만 사실은 정권보호를 위해 종종 사용되었다. 북한은 주체사상으로 정권을 보호하고, 우리는 국보법으로 보호해 온것이다. 국보법은 법을 최소한으로 적용하지 않고 무조건적이고 애매모호하게 적용할수 있는 구조상의 문제를 가진 법이었기 때문에 무수한 피해자를 양산했고, 그 문제는 아직까지 계속 되고 있다. 그럼에도 매카시즘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우리나라는 의외로 많은 분들이 국보법 폐지를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불법게시물을 삭제명령을 내릴수 있고 위반시 사이트까지 폐쇄할수 있는 법을 제정한단다. 그리고 인터넷 실명제를 거의 모든 사이트에서 실행한다고 방통위가 밝혔다. 마지막으로, 법무부 장관은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한다고 하고 집권당인 한나라당은 찬성하고 있다.

아주 흥미롭게 돌아가고 있다. 저 법들이 발효되면 이제 인터넷은 내가 주요 사이트에서 무엇을 하는지 주민등록번호로 관리된다. 마음에 안드는 글은 정부가 마음대로 삭제명령이 떨어진다. 심하면 형법상의 모욕죄 뿐 아닌 사이버 모욕죄로 가중처벌된다. 사람이 글을 쓰면서 모든 사람에게 ‘사실’인것만 가지고 글을 쓸 수는 없는 일이다. 학위논문도 그렇게는 못쓴다. 추측이나 추리나 가정이 있기 마련이다. 게다가 모욕이라는 것은 사실이라고 모욕이 전혀 아닌것도 아니다. 거기에 더해서, 사실이라도 일단 모욕이라고 주장하면 글은 허무하게 삭제(혹은 블라인드 처리)된다.

현실공간과 거의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사이버 상의 모든 행동에 대해, 정부는 원하면 무효화시킬수 있는 일방적인 능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게 공산국가인 중국인지 대한민국인지 모르겠다.

재미있는 점은 글의 처음에 밝혔던 국보법과의 유사성이다.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될수 있는 유연한(?) 법적용 범위에 비롯해서, 말 한마디 잘못하면 죄가 될수도 있는 점, 개인의 권한보다 시스템적 안정성을 우선하는 취지, 기존 법에도 지정된 범죄를 가중처벌 하는 점, 정권보호를 위해 악용될수 있는 소지가 있다는 점등 은근히 비슷하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원하는 것은 진정 사이버 국가보안법이 아닐까?

물론 반정부적인 혹은 반정책적인 촛불집회가 인터넷에서 불거졌다고 해서, 바로 보복성 행정조치와 법제정을 시도하는 낮짝 두꺼운 정부와 집권당만큼 재미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원래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는 진보와 보수, 중도등 다양한 방향성을 가진 당이 교대로 집권을 해야 민주주의가 발전에 유리하다. 그런데, 이놈의 나라는 왜 보수당이 집권을 하면 민주주의가 퇴보할 위험을 가지는지 모르겠다. 얼마전에 썼던, 네트워크의 발전에 의한 민주주의에 대한 새로운 희망…이걸 통제하려는게 집권당과 정부인 시대라니…정말 제대로 역사를 되돌리는 느낌이다.

그래서 “정부의 인터넷 통제 정책을 반대합니다!”

과학 논리만으로는 공포를 없애지 못한다.

요즘 여자친구는 닭을 무서워한다. 주요 데이트 장소였던 KFC도 무섭고, 닭고기 비슷한것을 파는 가게도 무섭고, 새장이 있는 동물원도 무섭다. 덕분에 데이트를 할 장소나 식사를 해결할 방법이 많이 줄어들었다. 어머니도 마찬가지다. 집에 달걀을 사오시는 것도 꺼리시고, 달걀로 된 음식도 잘 안드시고, 가끔 사드시던 치킨도 안드신다. 얼마전에는 나름 앞서나가는 분들인 IT관련 모임에서도 ‘닭은 조류독감 지나가고나서 먹자’라고 이야기가 되더라.

이 상황은 나와는 무척 다르다. 나는 나름대로 얻은 정보를 통해 “익힌 음식물 섭취나 동물원 관람으로는 조류 독감에 걸리지 않는다”라는 정도는 알고 있다. 그래서 조류독감에 대해서는 별로 공포가 없다. 그리고 남들도 그럴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공포라는 것은 생물의 생존본능에서 비롯된 것이다. 위험에 대해 공포를 느끼고 피하는 개체가 살아남아 대를 이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그렇게 진화된 것이다. 우리의 유전정보 수준에 기입된 행동이다. 그 힘은 엄청나서 신앙을 만들었고, 군중심리라는 것을 만들고, 역사를 움직여 왔다. 과학을 신 대신 신봉하기 시작한 현재도 신앙은 없어지지 않았듯이, 역시 정보나 논리만으로 공포를 없애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이다.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하여 정보와 논리로 국민을 설득하려 하고 있다. 그 정보와 논리의 상당부분은 옳다. 하지만 그 정보와 논리를 사용하는 의도가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거나, 자신들의 실수(불평등한 조약과 주권손상등)를 가려 국민들의 저항을 뿌리칠려는데 집중되어 있다. 정보와 논리라는 것은 도구일뿐, 의도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악용될 수가 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정보와 논리뿐 아니라 어설픈 무마라던지, 몽둥이를 들어 다른 공포를 주려는 제스쳐까지 비치고 있다. 이런 방법이 국민들이 쇠고기에 대한 공포를 해소시킬 수 있을까? 정부의 또다른 기대는 시간이 지나기를 바라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공포를 제대로 해소시켜 주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면 그것은 불신으로 바뀔것이다. 국민의 불신만큼 정권에 골치아픈 현상이 어디있을까.  

원래 한나라당은 국민의 공포를 이용하는 스킬이 최강이라고 생각했다. 예전엔 북한에 대한 공포를 이용했고, 최근에는 경제에 대한 공포를 이용해 집권을 했다. 그런데 이번엔 오히려 공포로 인해 공격을 받고 있다. 이것도 나름 아이러니중 하나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