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블리비언 (Oblivion, 2013)

승리호를 보자 왠지 떠오른 영화. 많은 점에서 비슷한 면을 가지고 있다.

이쪽은 모든 메카닉이 애플의 제품을 보는 듯한 디자인인 것이 다른 점이지만, 시각적인 면에서 완성도가 높다는 점, 그리고 일반 관객들에게는 평이 좋지만, 수많은 SF들의 클리세를 모조리 집약해서 SF팬들이 보기에는 진부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에 주인공들이 담합해서 약간의 반전으로 적의 뒤통수를 친다는 점도 비슷하다. 주인공도 잘생김의 대명사인 배우라는 것도 공통점이려나

오블리비언의 장점이라면 비주얼적인 면만이 아니라 음향에 관련된 부분도 수준이 높다는 점. 그리고 나중에 더 만달로리안등의 작품에서도 활용되는 최신기술인 가상 세트장을 사용했다는 것. 그래서 위의 포스터 같은 구름위에 있는 집에서의 장면 등에 환상적인 풍경을 보여준다.

내 평점은 3.5점. 톰 크루즈가 아니면 안될 작품인데 톰 크루즈가 아깝다.

ps. 외계인들 입장에서는 우주판 “쥬라기 공원”. 멸망시킨 동물을 유전자로 부활시켜 제한된 구역에 가둬 이용해 먹으려다 역공을 당해서 죽었다.

의적 로빈후드 (Robin Hood : Prince of Thieves, 1991)

로빈 후드에 대한 영화는 많지만, 제일 재미있는 것이라면 역시 이거다. 넷플릭스에 있길래 다시 감상.

스토리는 전형적인 로빈 후드 영화이다. 십자군 원정 다녀온 주인공이 로빈 후드가 되어 폭정을 하는 높은 놈과 싸우며 도둑질하는 내용. 거기에 로멘스 추가, 우정과 의리 추가, 유머 대량 추가, 액션 추가… 흥행할 만한 내용은 다 집어넣고도 연출이 꼬이지 않은 대단한 영화이다. 이런 연출능력을 가진 감독이 다음 작품은…

특히 유머 부분은 이 영화의 진수인데, 정말 5분 단위로 웃긴 장면이나 대사가 나오는 영화이다. 왠만한 개그 영화보다 더 많이 웃긴 것을 시도하고 비꼬는 유머도 상당해서 30년이 지난 요즘 봐도 재미있고, 크게 어색하지 않을 정도이다.

유명한 배우들도 많이 나온다. 케빈 코스트너는 말 할 것도 없고, 나는 모건 프리먼을 이 때 처음 알게 되었다. 비꼬는 유머는 대부분 모건 프리먼이 담당하고 있다. 메리언 역의 메리 엘리자베스 마스트란토니오는 어비스에서 보던 강인하고 똑똑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전투력이 안될 때는 찔끔찔금 악당을 괴롭혀 가며 주인공을 도와주는 것이 대박. ㅋㅋㅋ 악역의 알란 릭맨은 다이하드 처럼 지능캐는 아니지만 나름 밸런스 맞는 악역을 보여준다. 적당히 매력도 있고, 적당히 추악하고, 적당히 잔인하달까. 조연인 크리스찬 슬레이터도 괜찮고, 카메오 수준이지만 숀 코너리도 나온다.

옛날 영화라 못 보신 분들은 꼭 한번 보기를. 90년대 영화 중 재미만 따지면 터미네이터2에 이어 2위에 올려도 뭐라 할 사람 많지 않을 영화다.

루시 (Lucy, 2014)

이제 커리어 말아드신 뤽 베송의 몇 년 전 작품. 넷플릭스에 있길래 감상.

‘폭력 조직에게 신종 약물 배달에 이용되던 여주인공이 우연히 약물을 과량 투입되어, 초능력을 얻고, 폭주하여 해탈한다. 끝.’ 으로 요약 가능.

너무 단순해서 러닝타임도 짧다. 너무 짧고 단순한 스토리와 연출에, 스칼렛 요한슨과 최민식의 연기력, 모건 프리먼의 목소리가 양념일 뿐이다.

액션도 초능력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수준이고, 초능력도 쉽게 상상 가능한 수준. 네트워크 관련 초능력을 얻다가 해탈하듯 인간을 초월해 네트워크 속으로 사라지는 개념은 론머맨부터 시작해서 여러 영상물에서 보아온 것 들이다. 자동차 추격씬은 좀 나았지만 그쪽으로는 워낙 명작 영화들이 많아서 그닥…

이래저래 아쉬운 영화이다.

 

ps. 제작비에 비해 CG퀄리티가 좋다. 주연들 출연료 빼고 돈 대부분 여기다 썼나.

딥 임팩트(Deep Impact, 1998)

이것도 로버트 듀발 할아버지 엄청 멋지게 나오는 영화. 무시당하는 할배 우주비행사로 나왔지만 결국 노장의 힘을 보여주는 역으로 나온다.

영화 아맛게돈과 함께 소행성 충돌 영화의 양대산맥. 아맛게돈이 영웅들의 액션 위주라면, 딥 입팩트는 재난을 대비하는 과정에서 정치 사회부터 언론의 모습, 소시민의 갈등까지 여러가지를 디테일하게 다룬다. 재미 면에서는 조금 부족할지 모르지만, 현실성이나 드라마적인 면은 더 좋다고나 할까? 주인공들의 희생이나, 테아 레오니의 화해의 과정 등 여러모로 눈물을 흘리게 하는 작품이다.

모건 프리먼이 흑인 대통령으로 출연하는데, 오마바 대통령이 등장하기 전까지 이 영화에서 가장 허구적인 면이었다. ㅎㅎ 아무래도 대통령이 이 영화에서 주로 나레이션의 역할을 하다보니 목소리 좋은 모건 프리먼을 캐스팅 한 듯 하다. 반지 운반자 프로도로 유명한 일라이저 우드가 혜성을 발견한 학생역으로 나오는데,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는 당찬 모습이 멋지다. 여친 역으로 나왔던 릴리 소비에스키는 꽤 예쁘게 봤는데 다른 유명 영화에서는 못 본 듯? 쥬라기 공원3와 패밀리맨에서 모습을 봤던 눈매가 매혹적인 테아 레오니 아줌마가 정치권 불륜인줄 알고 기밀사항을 파헤쳤다가 사실은 혜성이 날아오는 것이었다…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알게되는 기자 역. 나중에 자신이 살 수 있는 기회를 버리고 아버지를 찾아가 화해하는 역할(그리고 죽지만). 젊은 시절 존 패브로도 나오고, 제임스 크롬웰도 나오는 등 익숙한 얼굴들이 많다.

이 영화가 나오고나서 20년이 지났는데, 그동안 과학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우주개발에 있어서는 아직 거기서 거기인 상황이다. 그래서 지금 비슷한 재난이 일어나도 딱히 다른 해법이 있을까 싶다. 아니 오히려 영화에 나온 우주선이라도 만들 수나 있을까? 달 탐사 다시 하려는 것만 해도 이렇게 지지부진 한데.

원티드(Wanted, 2008)

이퀄리브리엄 처럼 말은 안되지만 멋 부리는 액션을 소재로 한 미국식 총질 무협 영화.

스토리는 유치하지만, 아이 앰 유어 파더 비슷한 반전도 있고, 상처 회복 욕조나 운명의 방직기나 여러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들어간 듯.
(천에 짜여진 이름들이 왜 죽여야 하는 이름인지는 이해 안되지만. 그걸 설명해줄 스토리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폭스의 어린 시절 이야기 밖에는 없어서 좀 아쉽)

어쨰튼 아이디어는 좋고, 액션도 좋고, 연출도 나쁘지 않고, 배우들도 좋고. 괜찮게 본 영화다.

그나저나 안젤리나 졸리는 몸에 낙서를 왜 그리 많이 했나.

에반 올마이티(Evan Almighty, 2007)

“에반 올마이티”가 비디오 가게에 나왔다. 이 영화는 여름에 극장에서 보고 싶었는데, 이상하게 상영을 안해서(변두리 극장에서만 하더군요) 볼기회를 놓쳤다. 엄청난 제작비에 비해서 평이 안좋아서 그랬을까?

다들 알다 시피, 이 영화는 브루스 올마이티의 속편이다. 하지만 배우를 바꾸고, 스토리도 ‘올마이티’에 어울리지 않게 별 초능력없이 노아의 스토리 재현이라는 모험을 시도한다. 전편에서 괜히 브루스보다 잘났다는 이유로 당해서 고생한 에반이 주인공이다. 에반이 뉴스 캐스터 그만두고 하원의원에 당선되는데, 지위와 집과 차는 좋아졌지만, 정치적인 힘을 위해 환경파괴를 유발할수 있는 법안을 지지해야 하고, 한창 아빠를 찾는 아들들과는 놀아주기 힘들어지는 상황이 온다. 그런데 가족들이 더 가까워지길 바란다는 부인의 기도와,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에반의 기도를 들어주기 위해 나타난 신. 신은 에반에게 생뚱맞게 방주를 만들라고 하고 에반의 의원생활은 신의 방해로 꼬여간다. ㅋㅋㅋ

주인공인 스티브 카렐은 짐 캐리만큼 경력도 훌륭하고, 잘 생기고, 웃기는 배우긴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약간 짐 캐리보다 포스가 약하달까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노아의 모습으로 수염을 달린 모습은 충분히 어울렸고, 특히 노력하는 아버지로서의 모습은 왠지 짐 캐리보다 어울렸다.

아쉬운 점은, 스티브 카렐을 비롯한 의원 사무실 사람들이 전부 하이톤의 짜증나는 개그를 한다는 점이다. 에반도 놀랄때마다 땍땍거리는 소리로 비명을 지르고, 보좌관도 잔소리하고, 비서 역의 흑인 아줌마는 정말 목소리가 알아 듣기도 힘들다.

이번 영화의 가장 웃기는건, 에반의 수염관련 개그와 동물 개그이다. 동물이 그를 따라다니며 벌어지는 웃기는 상황은 여러번 우려먹지만 참 재미있었다.

이 영화는 아무리 봐도 가족영화다. 특수효과 때문에 블럭버스터급 돈을 퍼부운 가족영화라는 것이 요즘 추세에 안맞아서 실패했을 뿐이지만, 훌융한 가족영화라는데는 개인적으로 이견이 없다. 아이들이 귀엽지만, 노아의 이미지를 따오느라고 아들이 3명이나 되서 캐릭터간 개성이 표현 안되었다는 단점도 있다.

신으로 나온 모건 프리먼이 원래의 브루스 올마이티와 연결점이다. 영화사상 가장 따듯하고, 행동파이고, 유머스러운 신이다.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는 에반의 말에 방주짓기 더미 시리즈 책을 주는 센스란 정말 …ㅋㅋㅋ

다만 구약성서의 노아를 모티브로 사용했지만, 구약성서의 잔인한 하느님과 영화의 하느님이 동일 인격의 신인가는, 구약성서를 읽어본 사람에게는 참 아이러니한 부분이다.

그런데…로렌 그라함 이 아줌마 많이 늙었네… 화장빨로 버티시는 느낌…

요즘 영화 너무 피곤하다. 즐기는 영화도 너무 화려하고, 다큐멘터리는 몰입도가 너무 높고, 코메디 영화는 너무 숨쉴틈 없이 웃기려고 노력한다. 그런면에서 에반 올마이티는 요즘 영화 같지 않은 영화이다. 밀도가 낮으면서도 나름대로 충실하다. 에반 올마이티로 2시간동안 부담없이 즐겨보시기 바란다.

공식 사이트 http://www.evanalmighty.com/
IMDB http://www.imdb.com/title/tt0413099/
Wikipedia http://en.wikipedia.org/wiki/Evan_Almigh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