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토피아(Zootopia, 2016)

zootopia

와, 이건 그리 디즈니 답지 않은 애니메이션이네요.

물론 디즈니 답게, 좋은 그래픽과 노래, 잘 그려진 캐릭터가 있습니다만,

복잡한 도시, 범죄에 대한 이야기, 경찰과 행정에 대한 묘사, 정치인, 선입견에 대한 주제, 성차별과 인종차별에 대한 비유, 마피아 영화에 대한 패러디등 여러 요소가 어른들을 위한 작품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스토리도 짜임새 있어서, 유머 + 전형적인 버디 부비+범죄 수사 등등….여러 요소를 정말 잘 짜임새 있게 엮어 놨네요.

캐릭터들 움직임과 세밀한 묘사등을 보면 CG기술이 겨울왕국에서 이미 한두레벨 더 뛰어 올랐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올해 최고의 애니메이션이 될 가능성이 있겠습니다.

꼭 보시길 강추합니다.

ps.
드림웍스는 어쩔겨….

ps.
주토피아 미스테리
1. 육식동물들은 뭘 먹는가. (곤충이라는 이야기가 있다고…?)
2. 혁대나 구두 같은 가죽 제품은 뭘로 만드나. (악어같은 비 포유류 동물??)
3. 의인화한 동물의 세계이니 인간을 제외한건 이해가 되는데 영장류도 없네? 왜?

ps.
주디가 경찰에서 그만둔 상태였지만,
정보를 얻기 위해 나쁜 놈을 마피아에게 끌고가 고문하는 장면은 좀 문제가 있지 않나 싶기도 하네요. -_-

쿵푸 팬더2 (Kung Fu Panda 2, 2011)

s1

매트릭스1은 참 재미있었죠. 네오의 성장과 시련, 그리고 액션의 새로움. 하지만 매트릭스2에서 네오는 이미 성장했고, 네오의 기원만이 새로울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매트릭스2는 많은 참신한 소재와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1편보다 평이 안 좋았죠.

왠지 딱 그 상황이 연상되는 건 왜 일까요?

포가 태극권하는 것도 별로 재미없고, 적은 약해 보이고, 포의 기원만 나오는 그런 스토리네요. 액션은 처음부터 너무 오버구요. 포의 심형래식 바보연기만이 남은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게다가, 포의 어린 시절은…왠지 3D는 좀 귀여운데 2D가 귀엽지 않은 –_-…. 괴현상이..

 

ps. 포의 친아빠가 살아 있는 걸로 나오는 것은 별로 불필요한 연출 같은데, 속편 나오려나… 엄마는?

개구쟁이 스머프 (The Smurfs, 2011)

어렸을 때 봤던 베스트 애니메이션. 랄랄라 랄라라 랄라 랄라 라….하는 노래가 머리속에서 절대 지워지지 않는 애니메이션.

그런데 그런데… 이건….

스머프가 영화로 나왔다. 그런데 3D다. 맛깔나는 펜터치 그림이 아니라 3D다. 3D화는 나름 신경 썼지만 왠지 예쁘질 않다. 차라리 아바타의 원주민들이 더 귀여울 정도.

게다가 가가멜을 비롯한 사람은 실사다. 실사. 나름 가가멜은 잘 재현했다만 모여라 꿈동산 정도의 몸개그로 유치함만 느껴진다.

그리고 왜 하필 뉴욕인가. 스머프를 왜 뉴욕에 보내야 했는가. 스머프 세상에서도 재미있는 일이 많았잖아. 왜 뉴욕에서 어른들의 세상과 부딛쳐야 하는가? 두 세상은 왜 포털로 이어져 있는가? 이건 마치…다 커서 어렸을 때 봤던 추억의 애니를 보면 유치해서 계속 볼수 없는 듯한 느낌, 억지로 과학이론을 동원해 합리화 하려고 해도 어색한…그런 느낌만을 생산해 낸다.

보는게 아니었어. 나의 마지막 남아 있던 동심이 오염됐어…

ps. 덩치 스머프의 역할을 대신하는 듯한 스코틀랜드 스머프는 뭐여. -_-

메가마인드 (Megamind, 2010)

74309_P18_114041

 

처음부터 슈퍼맨을 패러디하더니, 영웅들의 자란 환경을 비교하고, 악이라던 주인공이 점차 귀엽고 착하게 바뀌는 것을 보여주다가 나중에 착해지는 결말. 아 이거 참 애매하다.

꽤 재미있긴 하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전형적이면서도 드림웍스 특유의 패러디와 비꼼으로 그럴듯하기도 하다. 캐릭터들도 재미있고, 절대 악도 절대 선도 없다. 그냥 보면 어느 정도 재미있고, 좀 따져 보려고 하면 애매하고.

 

슈퍼 히어로가 나오는 요즘 영화답게 영웅들의 고민들이 나오는데, 얄팍하다. 메트로맨은 평생 남들 구해주다보니 지루하다는 거고, 메가마인드는 목표를 이뤘더니 삶의 목표가 없어 의욕이 없다는 것이다. 타이탄은 뭐 생각도 없는 듯 하고. 픽사의 인크레더블을 생각하면…

픽사는 명화를 여럿 그린 화가라면 드림웍스는 아직 대중 만화가의 느낌이다. 만화가라고 급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재미가 없는 건 아닌데 확실히 뭔가 완벽하질 않다. 드래곤 길들이기가 아직은 최고였던듯.

토이 스토리 3 (Toy Story 3, 2010)

toystory3

어렸을 때, 가장 많이 아버지와 충돌한 것은 장난감에 대한 것이었다. 아버지는 “10살 이후는 장난감이 필요 없다” “프라모델도 다 장난감" “공부와 관련 없는 것은 불필요" 등의 생각을 가지신 분이었고, 내가 정성들여 조립한 프라모델과 만화책, 추억이 깃든 물건들을 다 버리려고 하셨다. 나는 방어하는 입장이었고. 살아 남은 것은 책상 속에 숨길 수 있는 프라모델 권총 한 자루 뿐이었다.

 

장난감은 단순히 어린 시절의 놀이 기구가 아니라 추억이 깃드는 물건이다. 그 물건들을 버릴 때, 혹은 잃어 버렸을 때, 기억하려 해도 잘 기억이 안 날 때의 안타까움은 무척 크다.

 

토이스토리3는 그런 느낌의 애니메이션이다.

토이스토리는 1995년 작품이고, 그 때 애니메이션을 본 어린이들은 작품 속의 장난감 주인 ‘앤디’처럼 어른이 되어 장난감을 버려야 할 나이가 되었다. 장난감들은 갖은 모험 끝에 앤디에게 돌아가지만, 결국 헤어질 운명. 안타까움이 작품에 깔려있다.

 

UP에서 보여준 픽사의 연출력은 역시 대단하고, 여기에서도 안타깝지만 아름답게 끝을 맺었다. 긴 여운….

 

ps. 토토로 인형이 나오는데, 지부리에서 협찬이라도 한 건가. ㅎ

ps. 요즘 가장 안타까운 것은, 어렸을 때 즐겁고 흥미로웠던 것을 다시 봤는데 재미가 없는 것이다. 늙어가나…

카(Cars, 2006)

cars-front.jpg

단순한 스토리와 주제에서 재미와 감동을 이끌어내는 픽사의 재주는 참 대단합니다.

카에서도 빠르게 가는 것과 승리만이 인생의 목적이 아니라는 단순한 주제지만, 그 주제를 빼고도 즐겁고 재미있는 애니이고, 그 주제를 생각해도 잔잔하게 감동을 받는 그런 작품이죠.

줄거리는 위키 링크 참고. 그런데 저 위키의 줄거리는 좀 잘못 되어 있습니다. 영화 보고 요약한게 아니라 영문판 위키보고 번역한 듯 -_-; 어째튼.

물론 이건 만화영화니까 저런 엔딩이 가능한것이지, 실제로 저런 일이 있었다면 맥퀸은 뻘짓한 레이서가 되었겠지만…

또 하나 대단한 점은, 이 애니는 꼬마자동차 붕붕이 연상될 정도로 자동차를 심하게 의인화 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자동차들의 특징이 너무 잘 살아 있다는 것입니다. 저같이 차에 대해 무식한 사람도 아는 프로쉐 911이나 포드T도 너무 귀엽게 바뀌었지만,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었고, 다른 차들도 영화나 TV에 자주 보던 외국 차량들 그대로였습니다.

알록달록한 차량들과 단순한 줄거리로 애들에게 보여주면 좋을듯 하네요.

해킹이나 고스트는 공안9과에게나 줘버리라구. 애플시드 엑스마키나를 보고.

애플시드 엑스마키나
원제 – Appleseed Saga: Ex Machina

애플시드는 일본 SF만화 팬들이라면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작품입니다. 공각기동대의 원작자로 유명한 시로 마사무네라는 만화가가  그보다 먼저 그린 작품이죠. 공각기동대와 비슷하게 특수부대에서 전투력 짱인 여주인공과 그의 보호자격인 사이보그 브리아레오스 H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의 도시나 세계3차대전 이후를 다루고 있다는 것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두 작품이 다른것은, 공각기동대는 고도로 발달한 네트워크에 의한 범죄를 해결하면서 인간의 자아나 사회현상 같은 개념을 다루고, 애플시드는 고도로 발달한 사이보그나 로봇에 의한 범죄를 무력으로 해결하며 인류의 진화와 기계와 인공지능, 국가간 대립등을 다룬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공각기동대는 개인과 개인을 다루고 소프트웨어적이며, 애플시드는 규모적이고 하드웨어적입니다. 그리고 액션은 공각기동대식 돌격보다는 SWAT 교본을 보는 듯한 팀플래이와 엄폐/엄호를 기준으로 합니다.무조건 돌격하기 보단 몸을 드러내지 않고 관찰하기 위해 주인공의 랜드메이트나 사이보그들이 카메라를 길게 뽑아서 쓰는것이나 랜드메이트의 조작방법 등, 미래적 설정을 넣더라도 하나하나 리얼리티를 살리고 있죠. 물론 두 주인공의 닿을듯 말듯한 사랑이야기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에피소드의 양념 수준에서 마무리 됩니다. 인간과 사이보그의 사랑이라는 애절함을 감질맛으로 처리해버리는 작가의 고단수 전략이 숨어 있죠.

여기까진 원작 이야기입니다. 이제 엑스마키나를 이야기 해보죠. 애플시드 엑스마키나의 기본 줄거리는 테러리스트들이 개인간의 개성을 없애기 위해 국가 안보용의 위성 네트워크와 개인 정보 단말기를 이용해 모든 인간의 의식을 네트워크로 하나로 만들려고 하지만, 사실은 이게 마인드 컨트롤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상향과는 거리가 멀고, 주인공들이 나서서 해결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개인의 의식을 해킹하고, 국가 기간망을 해킹하는 것에 대한 내용이 주 내용입니다. 이게 애플시드입니까, 공각기동대입니까? 게다가 관객은 베일에 쌓여 있는 인물인 브리아레오스의 꽃미남 마스크도 알수 있고, 그 꽃미남이 “세상이 망하더라도 너는 지켜줄께”라는 초닭살 멘트를 날리는걸 들어야 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브리의 클론이 나와서 페이스오프 흉내도 냅니다.(역시 오우삼..) 엄폐나 엄호는 커녕 애인의 난사를 비집고 공중제비하며 총을 쏘는 듀난이라는 뻘짓도 봐야 하고, 몸 날리기나 비둘기, 탄피 흩뿌리기라는 홍콩영화식 미장센은 덤입니다. 등장인물들이 다 꽃미남 꽃미녀이고, 험악한 인상의 아르게스가 (원작에는 FBI였는데, 여기서는 포세이돈 똘마니) 밸런스를 맞춰준다고 해도 너무 느끼합니다. 그외에 살짝 세계관도 바꿔놨는데, 설명하기 귀찮으니 넘어가죠. 하여튼 너무 버터칠 해놨습니다. 이게 애플시드를 영화화 한건지, 애플시드에서 차용해서 그냥 꽃치장 영화를 만들어 놨는지 의문입니다.

주제나 전개과정, 연출도 너무 도식적이고 뻔합니다. 범인이 동기가 별로 없습니다. 좋아하던 여자 박사가 자살해서 부활시켜 놓고 세상에 복수한다는 거였을까요? 이상론을 펼치지만 어차피 개인을 네트워크로 이어버린다고 평화롭게 하나가 되진 않습니다. 그건 매트릭스 영화에서 아키텍터가 네오에게 설명했죠. 거기다 그 사람들을 조종해서 연결되지 않은 사람들을 죽인다는건 어차피 병정놀이에 불과합니다. 수많은 인간들이 연결되었는데, 그 장점을 살려 지능플래이를 하기는 커녕, 그냥 어기적 거리며 돌진하는 좀비에 불과하게 표현된건 안타까울 뿐입니다. 흔하디 흔하게 영화에서 보여진 사이버 테러, 그리고 그 뻔하고 뻔한걸 당하고 나서야 이해하는 주인공들과 조직들, 그리고 해킹사건을 총들고 쳐들어가 해결하려는 모습은 마치 다이하드 4.0에 나오는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영웅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주인공들을 마지막 스테이지에서 역시 총들고 맞이해주는 적들은 참 친절하죠. 거기다 브리아레오스가 해킹당하는건 좋은데, 그걸 꼭 금속으로된 머리에 핏줄이 서는 말도 안되는걸로 설명해야 합니까? 드론들 수천기가 꼭 매트릭스의 로봇들 흉내내서 빨간불켜고 줄줄이 뱀처럼 날아다녀야 합니까? 여자보스 샌드 박사는 완전 캐리건이네요. -_-; 마지막에 기지 무너지는건 유명한 라퓨타의 밑장빼기 아닙니까? 브리아레오스의 칼질이나 랜드메이트의 공중전은 너무 건담스럽습니다. 연출이란 연출이 전부다 어디서 본듯한 느낌이라서 마지막까지 지루해지는데, 마지막 대사들까지도 버터칠이니…

논리적으로 말이 안되는 설정도 있습니다. 오픈소스나 자유소프트 진영에서 아주 싫어할만한 내용이 나오는데요, 바로 인간들을 해킹하는데 사용되었던 개인 정보 단말기 ‘커넥서스’에 대한 설명에 “오픈소스로 디자인을 공개해서 누구나 만들수 있어 널리 퍼졌다”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오픈소스는 내용이 공개되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바이러스 같은 테러 요소가 숨겨질수가 없습니다. 커넥서스는 오픈소스인데 어째서 인간을 해킹할수 있는 알고리즘을 아무도 눈치 못채고 양산했을까요? 그리고 정작 소스가 아닌 커넥서스의 파편을 가지고 모든 흑막을 밝혀낸 요시츠네는 천재?…원래 랜드메이트 전문가 아니었어?

그래픽은 멋집니다. 이제 일본 사람들은 3D의 이질감이나 리얼리티의 부족을 2D셀화의 스타일을 흉내내는 걸로 해결하기로 마음먹은듯 합니다.(이거 셀화 작업으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 애니업계에 안좋은 거 아닌가요?) 이전 애플시드 극장판은 일반적인 애니 같은 단순한 렌더링 이었다면, 엑스 마키나는 미색계통의 색감을 텍스쳐로 사용해서 마치 일본 미소녀 게임들에 사용하는 미려한 일러스트 같은 느낌을 줍니다. 움직임도 더 자연스러워지고, 표정도 풍부해졌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애플시드의 묵직함을 느끼기보단 그저 보여주기 위해 뻔하고 뻔한 이야기의 블럭버스터 영화 한편 본것 같은 느낌인 것을 해소할 방법이 없네요.

ps.
이 영화는 마치 느끼 대사 베스트 30을 뽑아보란 듯이, 느끼하고 똥폼 잡는 대사들로 도배되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 감상문에 몇개 적어보려고 했다가, 한도 없어서 그만둡니다.

ps.
엑스 마키나?라는 말은 전에 들어보셨을 겁니다. 진중권씨가 디워를 비판하면서 말한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는 용어와 같은 단어거든요. 기계장치에 의한이나 기계장치로부터 라는 의미입니다. 영화에는 기계장치에 의한 인간의 통합, 그리고 사이보그나 바이오로이드같이 인간이 만들어낸것에 의지하는 인류를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제목의 무게감을 영화의 뻔한 연출로 망쳐 버렸습니다.

ps.
처음 교회 전투씬에서 망토를 걸치고 있던 사이보그의 모습이, 원작 만화 팬들에게 많이 익숙할거 같습니다. 바로 듀난이 프랑스 진압 임무때 착용했던 파워 슈츠 “오크”의 디자인입니다.

참고
http://en.wikipedia.org/wiki/Appleseed_Ex_Machina
http://www.imdb.com/title/tt1043842/

애플시드 (극장판 3D, 2005)

appleseed_p 애플시드의 원작은 1985년, 공각기동대로 유명한 만화가인 시로우 마사무네의 장편 데뷔작 만화였다. 사이보그화된 브리아레오스 H와 여전사 듀난 너츠의 커플이 유토피아로 불리는 미래도시 올림포스에서 특수부대인 E-SWAT로 활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간과 인간보다 전투능력이 뛰어난 사이보그, 그리고 인간의 불안정성을 보완해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바이오로이드(DNA조작 클론 인간)로 구성된 사회를 통해, 인간과 사회의 결함과 그 돌파구를 비추는 상당한 작품이었다. 거기에 부부도 아니고 그렇다고 단순 동료도 아니고, 사이보그와 인간 커플인 브리아레오스와 듀난의 티격태격하면서도 죽이 맞는 모습이 양념이 되어 아주 재미있는 만화였다.

새로 제작된 애플시드 애니매이션은 그런 만화에 비해 많은 실망을 안겨준 작품이다. 우선 갈등구조가 인간과 사회의 본질에 대한 탐구보다는 인간과 바이오로이드의 갈등만을 비추고 있다. 왜 인간이 바이오로이드가 만들어낸 유토피아에 안주하지 않고 미워하는지는 전혀 나타내지 않고 그냥 미워한다. 브리아레오스가 듀난이 떨어질수 없이 서로를 지키는 용사가 아닌, 듀난을 이용하려는 그저 과거의 연인이었던 브리아레오스로 설정이 바뀐 점도 많은 흥미요소를 잃게 만들었다. 그 밖에 설정이 다소 다르다. 원작에는 없던 올림포스 군대가 나오고, 당하는 조연으로 잘 나오는 경찰의 고릴라형 LM도 안나오고, 올림푸스의 중추 AI인 가이아가 반란을 일으키긴 커녕 입법원 노인네들에게 당한다. (다각포대 눈은 원작의 외눈박이 형태와 달리 매트릭스의 Sentinel을 연상시키는 붉은 벌레의 눈 형태이다.)

가장 큰 변화는 주인공인 듀난이다. 생뚱맞은 듀난의 어머니(원작에는 흑인이라 아프리카에서 차별받다 죽은걸로 언급된다)가 올림푸스 건설과 바이오로이드 창조에 선구자이다. 바이오로이드의 설정도 많이 다르다. 원작에는 ‘애플시드’가 무엇인지 나오지도 않았고, 바이오로이드가 수명이나 기타 부분에서 인간과 그리 크게 다르지도 않았다. 전투를 잘하도록 개조된 바이오로이드도 있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바이오로이드가 단지 인간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수명제한과 번식제한이 걸려 있고, 고작 그걸 보완하는게 애플시드이며, 인간을 번식 못하게 해서 입장을 바꿔버리는 D탱크라는 설정까지 나온다.

하지만 볼거리면에서는 확실히 압도적이다. 카툰렌더링된 깔끔한 3D와 모션캡춰된 캐릭터들의 자연스럽고 빠른 액션. 만화에서 보던 규게스 LM이나 다각포대등이 박진감있게 살아 움직이는 모습. 원작에서는 훨씬 후반부에 나오는 다뮤소스 반중력 코일을 이용한 E-SWAT 규게스들의 대규모 전투또한 볼만하다. (다뮤소스 장비를 이용한 비행을 너무 강조하려고 몇일전까지 안쓰던 장비를 모조리 탑재하고 날아가던 규게스들이나, 옛날 모 애니매이션의 초자력 충전을 연상시키는 듀난의 규게스 공중 합체는 너무하지만) 원작에 있는 장면인 듀난의 칼한자루로 16kill 훈련장면이나, 타르타로스 대형구조물, 브리아레오스의 LM등도 원작을 좋아했던 팬들에게는 서비스같은 장면이다.

일본에서는 다음 버전인 애플시드 EX Machina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소문이다. 기대해본다.

IMDB http://www.imdb.com/title/tt0401233/

Wikipedia http://en.wikipedia.org/wiki/Appleseed%282004%29

Final Fantasy : The Spirits Within (2001)

서기 2065년, 지구는 ‘팬텀’이라고 불리는 외계에서 온 존재들에 의해 침략당하고 소수의 인간들만 살아 남는다. 팬텀들은 투명하고 스치기만 해도 생명체들이 죽으며, 파편이 침입하면 거기서 다시 숙주를 죽이고 팬텀들이 자라났다. 생존자들은 방벽 도시에서 에너지 방어벽에 의해 팬텀들을 막아내며 겨우 생존하고 있었다. 여주인공 아키는 시드 박사와 함께 영혼의 파장들을 모아서 팬텀들을 무효화 시키는 방법을 추진하고 있었고, 장군의 지휘하에 있는 군부는 대형 에너지포인 제우스 캐논으로 팬텀을 공격하려 하고 있었다. 아키는 영혼을 채집하던중 예전의 연인이었던 그레이를 만나고, 둘은 예전의 감정을 다시 확인한다. 다른 영혼을 채집하던 중 아키는 몸안에 있던 팬텀에 의해 의식을 잃고 그레이의 도움으로 팬텀들의 정체를 파악한다. 군부는 도시의 일부를 팬텀에 침범시켜 의회를 자극하려다 되려 도시전체를 잃게 되고, 제우스 캐논을 써서 팬텀의 본거지를 공격하게 된다. 겨우 탈출해 팬텀의 본거지에서 영혼을 채취하던 주인공들은 그레이의 희생으로 영혼을 완성시키고 세상을 정화하게 된다.

21세기가 시작된 2001년, 3D그래픽의 발전을 느끼게 해주었던 영화, 파이널 판타지 극장판의 스토리이다. 이 영화는 당시 베타버전이었던 마야를 이용해서 놀라울 정도의 3D인물표현, 풍경, 메카닉 디자인, 액션등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토이스토리 같이 정말 장난감스러운 3D영화만 보던 시대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하늘과 땅차이의 그래픽수준이었다. 3D모션 캡춰를 통해 만들어진 애니매이션은 아주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성우도 화려해서, 시드 박사는 도널드 서덜랜드, 그레이는 알렉 볼드윈, 장난기 많은 네일 역은 스티브 부세미가 목소리를 연기했다. 다른 성우들도 나름 알려진 배우들.

하지만 정작 흥행에는 실패했다. 박스 오피스 통계에 의하면 미국 흥행에서 3천2백만불을 벌었고, 해외에서 5천2백만불을 벌었다. 제작비는 1억 3천7백만불로 나와 있다. 한마디로 쪽박. 우선 파이널 판타지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게임 파이널 판타지와는 전혀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북미시장을 고려했겠지만 덕분에 게임과 연관된 마케팅에 실패했다. 시나리오가 너무 교과서적인데다가, 3D제작의 한계인지 진행이 너무 무난하고 긴장이 없다. 계속 동료를 탈출시키기 위해 자기희생만 하는 그레이와 팀의 대원들을 보면 짜증 나기도 한다. 게임을 좋아하는 어린 관객도 놓치고, 액션을 좋아할 어른 관객도 놓친 형국.

그래픽도 한장면 한장면은 훌륭하지만 뭔가 어색하다. 인물들이 몸은 역동적으로 움직이는데, 표정은 마네킨이다. 표정은 모션캡춰가 안되니까 당연한가? 인간의 눈이라는 것은 매우 이상하다. 토이스토리라던가, 니모 같은 비현실적인 캐릭터도 귀여우면 자연스럽게 느낀다. 하지만 파이널 판타지 극장판 처럼, 사람과 아주 비슷하다가 살짝 어설픈 캐릭터를 보면 그 어색함이 너무 눈에 띄어 버리고 심지어 징그럽기 까지 하게 된다. 파이널 판타지는 그런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나중에 나온 반지의 제왕2편과 3편의 골룸캐릭터와 비교해보면 그점을 확인할 수 있다. 표정이 살아 있는 캐릭터와 그렇지 못하고 이쁘기만 한 마네킨의 차이를.

게다가 가장 실망한것은 DVD이다. 3D영화니까, 기본적으로 디지털이라 DVD가 매우 좋을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왠걸. 디빅파일을 다시 DVD로 구운것처럼 뭔가 화질이 뿌옇고 선명함이 부족했다. 옛날 복원필름을 스캔해서 리마스터링한 스타워즈 트릴로지 DVD보다도 더…아니 반도 못따라가는 화질을 자랑한다.

파이널 판타지가 개봉할때 각종 홍보에는 다양한 비전이 있었다. 실제 배우들이 영화에서 밀려날거라는 둥, 주인공 아키가 디지털 연예인으로 성공해서 다른 영화에도 나올것이라는 둥. 그러나 흥행 참패로 인해 물건너 가 버렸다. 그 당시 우리 나라에도 다양한 3D 극장판 영화가 시도되고 있었는데 제작이 중단되거나 흥행에서 역시 참패했다. 다만 파이널 판타지가 사람들의 눈높이만 높혀 놔인지, 그 후에 나오는 각종 애니매이션과 게임의 3D영상은 극도로 섬세해졌다. 하나의 유행을 만들어 낸것이었다. 파이털 판타지는 영화가 볼거리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것과 3D영화의 한계를 보여주었지만 3D그래픽 역사에는 기념비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ps.

파이널 판타지 극장판을 이야기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시계이다. 주인공 아키가 차고 있던 시계는 PPL인지 Seiko 마크가 그려져 있었는데, 실제로 Seiko에서는 같은 디자인의 시계를 만들어 자신들의 전시실에 전시하고 있다고 한다. 몰론 상용화된 모델은 좀더 실용적으로 디자인 된 다른 디자인의 모델이지만.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너무 SF적이고 독특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저런 개성적인 시계가 있다면 실용성은 2차로 치고 하나 사고 싶어질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