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적인 애니매이션, 업(UP)

사용자 삽입 이미지(스포일러가 다소 포함된 글입니다)

픽사의 새 3D 애니매이션 업(UP)을 보았습니다.

탐험의 꿈을 가지고 어린시절부터 같이 지내온 아내의 추억이 깃든 집. 집도 버릴수 없고 아내와의 못 이룬 약속도 지키고, 자신을 못살게 구는 주변환경으로부터 떠나기위해 풍선을 잔뜩 매달아 집을 날리는 칼 할아버지에 대한 애니매이션입니다. 그의 집과 약속에 대한 집착은 러셀이나 강아지 더그등의 동료가 생기는걸 귀찮아하게 되고 그들의 위험도 외면하게 됩니다. 하지만 결국 아내가 자신과 함께 해서 행복했음을 알게 되고, 집에 대한 집착을 버려 오히려 자신의 꿈에 대한 집착으로 악인이 된 찰스 먼츠를 물리칩니다. 일종의 교훈적인 성장 영화랄까요.

이 애니매이션, 웃기는걸 기대하고 갔더니 요소요소 웃기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슬프고 감동적인 애니매이션이었습니다. 칼의 집에 대한 집착이 아내와의 추억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아이들은 잘 이해를 못할 줄 알았더니 주변에 우는 꼬맹이들이 꽤 되더군요.

앞부분에 상영된 파티클리 클라우드라는 단편도 꽤 감동적이었습니다. 황새 하나가 너무 불쌍했지만……ㅎㅎㅎ

픽사는 이제 애니매이션 제작에 경지에 이른거 같군요. 그들의 실패없는 성공 행진이 좀 무섭습니다.(흥행 성공이 아니라 작품성공)

ps.
개에게 추격당하는 장면은 인디아나 존스, 개들의 전투기 3대가 공격하는 장면은 스타워즈를 패러디 했더군요. ㅎㅎㅎ

ps.
많으 분들이 호평하신 이순재 선배님(저는 서울고 47회, 이순재 선배님은 5회…졸업생)의 연기는 확인을 못했습니다. 가까운 극장에 더빙판은 디지털 상영이 없더군요.

스트레인저 – 무황인담 (ストレンヂア 無皇刃譚: Sword Of The Stranger,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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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거 솔직히…너무 늦게 개봉했습니다.
  • 배급사에서는 “공각기동대 제작진” 타령하고 있고, 사람들은 “바람의 검심”을 떠올리는 모양인데, 개인적으로는 “카우보이 비밥 천국의 문”이 가장 많이 생각났습니다. 폼잡는 분위기나 액션이 말입니다. 보고나서 찾아보니 역시 연출한 사람이 같은 사람인가 보네요.
  • 마지막 검투장면은 그야말로 멋집니다. 제가 본 애니매이션들중 결투장면 베스트5에 들어갈만 합니다.
  • 액션뿐 아니라 인물들의 성격묘사나 갈등, 야심같은 표현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 그런데 인물들의 이야기나 액션을 빼면 별로 남는게 없는 작품이기도 하네요. 특별한 주제가 없다보니 사람들이 죽어나갈수록 무의미한 죽음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저는 내공이 부족해서 다른 사람은 모르겠는데, 이타도리라는 사무라이 아저씨의 목소리가 귀에 익더군요.ㅎㅎㅎ
  • 이거 15세 관람가라는건 무척 의외입니다. 살과 피가 튀고, 사람이 무슨 토마토 깨지듯이 죽는 장면이 많은데…
  • 칼부림 액션과 일본 전국시대에 대한 애니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

벼랑위의 포뇨를 늦게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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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벼랑위의 포뇨를 뒤늦게 봤습니다. 거의 끝물이라 극장들이 별로 안 돌리더군요. 겨우겨우 작은 스크린의 극장에서 더빙판을 봤습니다. 100명정도 들어갈 극장인데, 8명정도와 같이 봐서 좀 추웠습니다. ^^;

일단 무척 재미있게 봤습니다. 캐릭터들의 귀여움은 역대 미야자키의 작품들 중에서 꼽아봐도 토토로 뺨칠정도로 최강습니다. 무엇을 해도 귀엽고, 햄 편식인 포뇨와, 포뇨가 좋아 지켜주는 소스케, 그리고 때로는 귀엽지만 강할때는 강한 엄마까지. (아빠가 안들어온다고 엄마가 투정부리는건…..정말 귀엽습니다…빠가빠가빠가빠가~~)게다가 이야기도 평이해서 생각하는 영화를 싫어하는 여친에게 보여주기 딱이었구요.

더빙판을 들어보니, 포뇨와 소스케는 아이들이 녹음했고, 그 외에는 유명한 정미숙씨(소스케 엄마)등 프로 성우들이 녹음했더군요. 그런데 막상 아이들을 오디션 해서 녹음시켰으면 좀 아이들 같은 성우를 쓸것이지, 이미 연기력과 목소리까지 탁 트여서 프로 성우라고 해도 될정도인 애들을 썼더라구요. 그게 좀 아쉬웠을뿐, 더빙은 훌륭했습니다.

아, 놀랐던것은… ‘소스케’라든지 하는 일본 이름이나 일본 글자들을 전혀 바꾸지 않고 더빙을 한것이었습니다. 더빙판이라는걸 어렸을때 주로 TV를 통해서 봐와서 적응이 안되더군요 ^^;

하지만 많은 분들이…벼랑위의 포뇨는 호불호가 갈릴거로 예상됩니다. 우선 ‘손으로만 작업했다는’ 작화가 정감있고 자연스럽고 귀엽기는 하지만, 그동안 미야자키 하야오가 계속 발전시켜 왔던 정교함과는 조금 거리가 멉니다. 토토로보다도 더 동화책같은 느낌의 그림이에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보고 기대하셨던 분들은 실망하실수도 있겠습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의 공통점은 요리하고 먹는 장면과 할머니들 나온다는 것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이야기가 너무 평이한 것도 문제는 문제입니다. “벼랑위의 포뇨”가 아무리 아동 애니매이션을 추구했다지만, 스릴이라고는 소스케가 바람에 잠깐 날린것과 포뇨가 졸려서 쓰러지는 것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애니매이션이 요즘 애들에게 재미를 줄지는 미지수입니다. 주제도 뭘 이야기 하려는지 좀 애매했습니다. 자연과 인간에 대한 이야기인건 알겠는데…

그래도…뭐 이래저래 불만은 써놨지만….저는 웃으면서,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극장에서 나왔습니다.

포뇨~ 포뇨~ 포뇨~ 아기물고기 저 푸른 바다에서 찾아왔어요!
포뇨~ 포뇨~ 포뇨~ 오동통통 볼록한 배에 예쁜 물고기~

ps.
여자친구는 계속 둘리랑 헤깔려서 “포뇨~ 포뇨~ 포뇨~ 아기공룡 포뇨”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_-

월E, 사랑스러운 21세기의 ET

월E는 E.T.와 아주 붕어빵 외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로봇이라는 점만 빼구요. 그도 식물 채집을 했다가 사건이 벌어지고, 죽었다 살아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점이 전부는 아니죠.

월E는 우리가 잊고 있던 중요한것들을 일깨워줍니다. 상대가 보지 않아도 믿고 성심을 다하는 순진한 사랑, 끝까지 함께하는 우정, 어린시절에 좋아하다 어느순간 잊은 장난감들, 한때 빠져서 봤던 옛영화들… 단순히 쓰레기를 압축해서 버리는 역할이어야 하는 로봇이 그런 것들을 소중히 한다는 점은 우리의 잃어버린 어린시절을 떠오르게 합니다. 누구나 어렸을때 …지금 생각하면 시시한 선물 케이스나, 광고지 같은거 모아본 경험이 있지요. 그때의 마음은 어디간걸까요.

아주 재미있게 본 애니매이션입니다. 역시 픽사는 실망시키지 않는군요. 감동과 유머, 로맨스, 액션이 골고루 배합된 걸작입니다.

약간 거슬리는 장면들이 있다면…토성의 고리라던지, 쉽게 다시 지구중력에 적응하는 엑시엄 사람들이라던지..등등 비과학적인 부분이 여러가지 있지만, 뭐 SF를 소재로 쓴거지 진짜 SF는 아니니 패스해주죠.

로봇들의 눈빛연기를 보고 싶다면 꼭 보십시오. 별 5개중 5개.

ps.
월E는 5호파괴작전의 저니5하고도 무척 비슷합니다. 저니5가 ET디자인을 따라한 점도 있지만요.

ps.
월E는 소년스럽다면, 찾을거 못찾아서 짜증내는 EVE는 정말 인간(혹은 여성)스럽습니다. ㅋㅋㅋ

ps.
최고의 조연은 MO입니다. 너무 귀여워요.

ps.
밟아도 죽지 않는 -_- 월E의 친구 바퀴벌레(?)는 번식하게 되면 지구에 복귀한 엑시엄 사람들에게 큰 재앙이 될겁니다. ㅋㅋ

오덕 팬더의 환타지, 쿵푸 팬더 (Kung Fu Panda, 2008)

쿵푸와 팬더, 네…중국 올림픽이 열리는것에 맞춰서 만들어진 작품되겠습니다. 쿵푸에 대한 서양인들의 오리엔탈리즘스러운 환상과 못난 주인공이 우연한 기회에 초고속 레벨업해서 악당을 물리친다는 전형적인 이야기의 조합의 애니매이션입니다만, 의외로(?) 드림웍스의 작품입니다. 전형적인 작품에 대한 비꼬기를 했던 슈렉을 생각하면 다소 어이가 없지요.

게다가 영웅들을 동경하며 피규어가지고 놀던 오타쿠 팬더가, 수십년 수련한 사람도 몇일만에 추월하여 강해지고, 거의 우동스러운 국수와 수없이 날리는 분홍색 꽃잎, 왠지 미피가 연상되는 토끼 캐릭터들을 보면…이야…역시 미국놈들, 중국과 일본을 같은 아시아라고 문화에 대해 헤깔리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애니매이션을 보다보면 이러한 시비를 걸고 싶은 마음이 점차 사라져 버립니다. 끝임없는 유머와 잘 디자인되고 표정도 풍부한 캐릭터들, 잭 블랙, 더스틴 호프만, 안젤리나 졸리, 성룡, 루시 루, 랜달 덕 김…초호화 캐스팅의 연기도 훌륭합니다. 타이렁의 탈출장면과 다리에서의 결투등의 장면에서의 화려한 액션도 일품입니다. 오히려 주인공 포의 최후 결투는 코믹하기만 하지 별로인거 같을 정도더군요. 포의 액션은 스승인 시푸와의 만두 뺏기 대결이 최고였습니다. 그리고 동양적인 교훈과 풍경도 적절히 섞여 영화에 양념이 됩니다.

즐거운 3D 애니매이션 좋아하시는 분께는 강추.

ps.
그런데 타이렁은 대체 어떻게 된겁니까? 손가락 기술을 쓰면 증발되어 버리나요? -_-

ps.
아무리 생각해도 시푸는 ‘요다’스럽습니다. 이게 서양인의 ‘동양 무술 스승’ 전형적인 이미지인지도 모르겠지만…

천년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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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년도인가 은하철도999의 방영이 끝난후 MBC에서 이어서 방영해 줘서, 비슷한 외모인 메텔과 천년여왕을 헤깔리게 만들었던 애니매이션이다. 방영당시 상당히 어렸던 Draco임에도, 뭔가 어설픈 이야기 진행인걸 알아차렸고(시트콤처럼 맨날 같은 장소를 왔다갔다 한다), 나중에는 왜색이 어쩌니 해서 흐지부지 방영이 종료되었던걸로 기억한다.

내용은 천년에 한번 지구에 다가오는 라 메탈 행성으로 인해 지구가 멸망의 위기로 향해가고, 원래 라 메탈의 여왕의 딸로서 지구에서 우수한 지구인을 납치 해야 할 천년여왕은 주인공 철이와 가짜 부모님덕에 지구를 사랑하게 되어, 지구인들을 구하려 동분서주하는 것을 다루고 있다. 이래저래 고생하다가 나중에는 천년여왕의 초능력과 거대한 우주선으로 만사해결의 허무함 + 천년여왕의 희생으로 인한 슬픔이 엔딩이다.

기억나는 장면들은 우선 철이의 아버지가 천년여왕이 준 설계도로 실험을 하다 폭발사고로 죽고, 그 설계도를 되찾기 위해 천년여왕과 천년도적간에 싸우는 장면이 우선 기억난다.(어째서 그 설계도는 복사판도 안만들어 둔걸까) 그리고 철이가 우연히 비밀기지에 갔다가 천년여왕이 기억을 지우고 돌려보낸 장면,(그래봐야 금방 도로 기억해낸다. 뭐하러 지운거냐) 천년여왕편과 천년도적간에 서로 죽일듯이 싸우다 나중에는 자매인걸 서로 밝히고 손을 잡는 장면 (왜 싸운거냐), 똑같이 생긴 새로운 천년여왕과 원래의 천년여왕이 금성에서 결투하는 장면, 운석의 폭발력을 이용해 암흑 혜성을 없애고 희생하는 천년여왕 등이 인상 깊었는지 기억이 난다.

그런데 천년여왕…원래 이름이 안드로메다 프로메슘인데, 은하철도 999의 최종보스(?)도 프로메슘 아닌가. 죽었다가 어떻게 살아 났으며, 어째서 그렇게 인간을 사랑하더니 성격 변했는지는 미스테리다. 외전들을 봐야 이해가 되려나.

http://ko.wikipedia.org/wiki/%EC%B2%9C%EB%85%84%EC%97%AC%EC%99%95

디지털의 발전이 살려낸 고전, 베오울프 (Beowulf, 2007)

최근의 영화는 디지털 기술 없이는 만들어 낼수가 없다. 시나리오부터 촬영, 편집, 상영까지 컴퓨터나 디지털 기기들이 사용된다. 특히 3D그래픽과 특수효과 기술은 나날이 발전해서, 기존의 방식으로는 재현이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되던 반지의 제왕의 거대한 전쟁도 무난히 표현하게 되었다. 반지의 제왕의 10만명이 나오는 전쟁장면에서 실제 배우는 2,3천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래서 누구나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 배우가 필요없는 영화가 나오게 될것이라고 예상하곤 했다. 그러나 실사영화에 특정 인물이나 괴물을 3D로 넣은 영화는 성공했지만, 완전한 3D 캐릭터가 실사 인물을 교체한 영화는 실패했다. 현실과 지나치게 닮은 3D캐릭터는 약간의 어색함이 사람들에게 더 큰 거부감을 일으키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도는 계속되었는데 그 절정이 바로 “베오울프”이다.

베오울프는 풀3D 애니매이션이지만 무척 사실적으로 표현하여 실사 영화처럼 보인다. 모션캡춰 수준이 무척 높으며, 특히 표정 연기까지 살린 점이 주효했다. 영화 내용상 인간끼리의 갈등을 표현해야 하므로 표정연기는 필수였다. 영상 자체도 기술자랑적인 면보다는 자연스러운 영상에 주력했고, 액션장면도 매트릭스같은 초인적인 액션보다는 적당함을 유지했다. 칼이 녹아버리거나 용과 싸우는 장면에서는 3D로서의 장점도 살리긴 했지만 말이다. 가장 중요한건 홍보인데, 3D애니매이션이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자랑하지 않고 일반 영화인척 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덕분에  3D에대해 눈썰미 없는 관객을 일반 영화인줄 알기도 했단다. 중간중간 베오울프가 좀 오버액션할때 빼곤 참 대단히 현실감 있는 그래픽이더라. (특히 안젤리나 졸리의 누드가….ㅎㅎ)

베오울프는 고대 영국의 영웅시에서 비롯되었고 여러번 영화화 되었다.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는 조금 다른 시도를 했는데, 바로 베오울프의 부정을 통해 3가지 전투를 하나로 묶은것이다. 원래 베오울프 영웅시의 3가지 전투중 앞의 두가지는 그렌델과 그렌델의 어미를 죽이는 것이라 연결이 되지만, 마지막 용은 좀 동떨어진 내용이다. 그런데 영화에서 그렌델의 어미를 죽였다는 내용을 그녀와 베오울프의 결탁으로 바꾸면서, 용의 습격도 바로 그 부정의 산물로 표현했다. 흐로드가르가 그렌델의 공격을 받지 않은것도 영웅시에서처럼 신의 가호보다는 흐로드가르가 그렌델의 아버지라는 암시로 풀어간다. 그 결과 단순히 초인적인 전투능력과 자기 이름을 외치는 배짱만 있는 베오울프는 인간적인 약점이 있는 현대의 영웅이 되었다. 베오울프 자신도 마지막 출정에서 왕비에게 자신을 평범한 인간으로 봐달라고 한다. 베오울프 제작진이 가장 바라던게 그거 아니었을까?

이 영화의 단점이라면 아무래도 3D 애니가 아닌 영화로서 보는 사람에게는 너무 평이한 내용과 액션이 아닐까 싶다. 멀고먼 지구 반대쪽 나라의 천몇백년전 이야기이고, 영웅담으로서의 비장함은 300이나 글라디애이터에서 충분히 봤을테고, 액션은 요즘 영화들은 날고 기니까 말이다.

베오울프 원작 :
http://en.wikipedia.org/wiki/Beowulf
http://ko.wikipedia.org/wiki/베오울프
네이버 영화 :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37236

우주 도전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 왕립우주군 : 오네아미스의 날개 (王立宇宙軍, 1987)

우리나라에서도 이번에 최초의 우주인이 배출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미 한참 늦은 우주개발인데다가, 과학이나 기술적인 목표보다는 홍보에 더 집착하는 모습이 보여 조금 아쉽곤 합니다. 그러다보니 이 애니매이션, “왕립우주군 : 오네아미스의 날개”을 고등학생 때 친구네 집에서 본 생각이 나는군요.

지구와 거의 비슷한 어느 행성에 오네아미스라는 왕국이 있었다. 그리고 유인우주선 발사를 위해 만든 조직인 ‘왕립우주군’에 시로츠크라는 주인공이 있었다. 사실 아무도 우주군이 진짜 우주에 갈수 있을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고 비웃는 가운데, 주인공과 동료들도 그저 먹고 놀고 붙어 있는 곳으로서 우주군에서 훈련을 받을 뿐이었다. 그러나 어느날 밤, 길거리에서 신의 말씀을 전하던 소녀를 만나고, 그 소녀가 주인공의 ‘우주도전’을 멋지게 봐주면서 주인공은 변하게 된다. 급기야 진지하게 우주인 선발에 자원하게 되고, 처음에는 죽을거라면서 만류하던 동료들도 그의 진지함에 점차 열심히 프로젝트를 돕게된다. 그러나 나라에서는 우주도전 자체보다 그것을 홍보 소재로 이용해 적국보다 우월함을 내세우려 국경 근처에서 발사를 하려하고, 적국에서는 시로츠크를 암살하려 하는 등 방해를 한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종교나 경제, 복지등 여러 논리로 반대 운동을 하는 등, 모두 자신들의 의미로 우주군을 바라보며 상황은 점차 혼란스러워진다. 마침내 로켓의 발사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지만, 로켓을 빼앗으려는 적군의 전진으로 주변은 전쟁터로 바뀐다. 아수라장의 순간에 찬란한 불꽃과 함께 솟아오른 로켓은 모든 전투를 멈추게 만들고, 우주로 간 시로츠크는 인간의 겸손과 축복을 빈다.

이 애니를 보면 그냥 한마디로 멍~ 해집니다. 이게 무려 20여년전 애니입니다… 요즘만들어졌다고 해도 뭐라고 하지 못할 퀄리티와 섬세한 모사에 입이 다물어지질 않죠. NASA에 가서 견학하고 묘사했다는 우주선 개발과 발사에 대한 표현은 영화 아폴로13와 대등할 수준입니다. (그런데 정작 로켓은 러시아식 디자인이네요) 그것뿐 아니라 언어, 문자, 종교, 게임, 건축양식, 의복, 생활용품, 전자기기, 무기등 모든 부분에서 꼼꼼하게 창조된 가상적인 나라 오네아미스는 스크린 너머에 그냥 살아 있습니다. 워낙 제작비가 많이 들어서 가이낙스가 나중에 고생했다는 이야기나, 나디아나 건버스터, 에반겔리온등 오탁후를 위한 애니로 명성을 얻었다는 이야기는 흔하고 흔하니 패스. 요시우키 사다모토의 깔끔하고 예쁜 캐릭터 디자인도 아직은 그 특징이 드러나지 않았던 시기입니다. 여주인공 얼굴도 그다지 안이뻐요. 차라리 그랑디스가 더 예쁩니다. (요시우키 사다모토 화보집 알파에서 나왔던 여주인공 일러스트는 사기. 전혀 다르다!)

왕립우주군은 약간의 전쟁장면을 제외하면 액션도 없고, 하나도 숨찰것 없이 느긋하게 진행되는 애니매이션입니다. 중간 중간 지루한 가상의 종교 이야기(기독교와 프로메테우스 신화 짬뽕스러운)가 계속 나오구요. 하지만 그런 느릿한 진행속에서 주인공은 점차 우주도전에 대한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나갑니다. 우주군을 바라보는 주변의 수많은 시선들과 각자의 입장이나 성서속의 신화는 주인공의 그러한 성장을 은근히 보조하는 역할을 하죠. 섬세한 심리묘사와 주인공의 여주인공에 대한 유치한 애정, 그리고 동료들의 순수한 우정, 발명왕 노인네들의 만담이 겹쳐지며 애니매이션은 보면 볼수록 재미있는 걸작이 되어갑니다. 우주선 발사 장면은 그 하이라이트구요.

얼마전에 개봉해서 DVD도 나와 있으니, 안보신 분은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www.imdb.com/title/tt0093207/
http://en.wikipedia.org/wiki/Royal_Space_Force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25763

ps.
그런데 예전에 오라클 이벤트에서 당첨되서 우주여행하기로 되어 있던 허재민님은 어떻게 되었나요? 당초 이벤트할때의 스케쥴상으로는 그분이 먼저 가는걸로 알고 있었는데.

게드전기 : 어스시의 전설 (ゲド 戰記, 2006)

원래 환타지나 SF영화를 볼때는 몇몇 부분이 이해가 안되도 ‘그저 그러려니~’하고 넘어가주는게? 예의이긴 합니다. 반지의 제왕같이 영화화를 나름 잘했다는 평을 듣는 작품도 영화의 상영시간안에 몇권짜리 책내용을 다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죠. 이 애니, 게드전기의 경우는 그게 도를 넘었습니다. 아렌은 왜 자기 아버지를 죽이는지, 그림자는 무엇인지, 왜 세상이 막장 분위기인지, 게드는 어떤 인물이며 마법사는 무엇인지, 테나는 게드랑 무슨 관계인지, 테루는 왜 저리 삐쳤는지, 거미는 왜 아렌을 가지고 노는지, 계속 등장하는 벼랑에서 보는 노을은 무엇인지, 왜 용이 인간으로 변신하고 있었던건지, 세상 망하거나 마법이 사라진건 해결 안하고 뭐하는건지, 무엇하나 설명이 되는게 없습니다. 이해가 되는 부분은 고작 느긋하게 농사지으며 게드가 설명해주는 마법의 원리(진짜 이름을 사용해 명령을 내리는)와 그것을 함부로 사용하면 안된다는 것 정도죠. 설명이 부실한걸 원작을 보고 알수 있으면 다행이긴 한데, 들은바로는 원작과도 많이 다르다고 합니다.

뭔가 이야기의 실마리나 구심점이 되야할 악당 거미도 뭐 그저그런 욕심만 앞서는 악당일 뿐이고, 부하들은 흔하디흔한 소인배입니다. 숙적을 처형하는데 날짜 정해서 미루다가 주인공에게 당한다라는 뻔하디 뻔한 이야기 전개와 그저 도망만 치다 죽는 운명을 가졌죠. 그리고 악당 죽였다고 모든게 해결되어 버리고, 두 남녀 주인공들이 좋아하게 되는것도 유치합니다. 심각한 분위기로 치면 거의 원령공주급인데, 캐릭터나 이야기 진행이 전부 유치하거나 어설프니 되는게 없습니다. 분위기에 밸런스를 맞춰줄 코믹한 장면도 수다쟁이 아줌마들이나 게드가 얼굴 변신시키는 부분 뿐이라 아쉬웠습니다.

이 애니는 참 욕을 많이 먹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팬들에게는 고로 감독이 역시 아버지만큼은 못된다는 평을, 원작인 어슐러 르귄의 소설 팬들에게는 원작과 너무 다르다거나, 주제를 살리지 못했다는 욕을 먹었습니다. 일본 애니매이션들이 대단하긴 하지만, 몇몇 OVA나 극장판들을 제외하고는 너무 상업적이기만한 작품들이 많고, 그나마 작품성과 상업성을 고루 갖춘것이 지부리의 작품들입니다. 하지만 지브리가 감독들의 역량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었다는 것이 이 작품에서 여실히 드러났죠.

이 작품의 좋은 점을 꼽으라면, 역시 지브리 스튜디오 애니라는 것을 확연히 알수 있는 멋진 풍경(그림의 디테일은 최근 작품보다 못하지만), 깔끔한 캐릭터 디자인, 은근히 흡인력 있는 음악 정도입니다. 특히 하이타카의 테마곡이나 하이타카가 아렌과 만난 다음날 길을 갈때 나오는 음악은 제가 잠시 중독을 일으킬 정도로 좋았습니다.

캐릭터 디자인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거미의 직속 부하 디자인은 아무래도 나우시카의 ‘크샤나’공주의 부하와 너무 똑같군요. 하는 짓은 더 얍삽하지만 말입니다. 마약장수 할아버지는 ‘원령공주(모노노케 히메)’에서 나왔던 중과 같은 디자인이고 말입니다. 마지막에 남녀 주인공이 만나러 와도 되냐면서 묻고 헤어지는 장면도 원령공주의 엔딩과 너무 같습니다.

어째튼 지브리 스튜디오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후계자 문제를 빨리 매듭지어서 안정된 작품을 만들길 바라면서 아쉬움을 남겨봅니다. 그리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새작품인 “절벽 위의 포뇨”도 기대됩니다.

ps. 우리나라 더빙으로 볼때는 ‘게드’였는데, 일본어 더빙에서는 ‘하이타카’군요. 간달프처럼 이름이 여러개인걸까요? 우리나라에서는 왜 일본과 다른 이름으로 더빙했을까요. 이래저래 궁금한게 많아서 조금이라도 이해할려면 기회가 되는데로 원작 소설을 사 봐야겠습니다.

ps. 이름의 경우는 찾아봤더니 ‘게드’는 진정한 이름이고(신뢰하는 사람 외에 알려줘선 안됨), 평상시 사용하는 이름이 Sparrowhawk인데, 이것을 우리 말로는 “새매”라고 번역하고, 일본어로는 “하이타카”라고 번역한다고 합니다. 그럼 애니의 한국어 더빙판에서는 시도때도 없이 게드라고 부르던데, 가까운 사람외에는 알면 안되는 이름이니 잘못된 것이군요.

초인 로크 (Locke the Superman, 超人ロック,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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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군 정보국의 야마키는 역사적인 전쟁을 조사하던 중 오랜세월동안 동일한 소년이 활약 했음을 알게 된다. 그는 최강의 전투,회복능력을 가지고 나이를 먹지 않고 소년인 채로 초인 로크라 불리는 전설적인 에스퍼였다. 야마키는 그를 찾아가 레이디 칸과의 싸움에서 도움을 청한다. 레이디 칸은 에스퍼가 주인이 되는 왕국인 천년왕국을 세우려하는 자로, 에스퍼 전사들을 육성하고 있었다. 로크는 레이디칸의 협력도 거절한적이 있고, 더이상 세상에 나가기 싫어 거절하나 끝내 마음을 정하고 야마키를 돕게 된다.

한편 레이디칸은 로크가 자신의 최대의 걸림돌이 될것을 예상하고, 다른 초능력자의 힘을 무력화 하는 능력을 가진 제시카라는 미모의 학생에게 로크가 자신의 부모를 죽인것으로 최면을 건다음 기억을 지우고 야마키에게 접근시킨다. 사고로 기억을 잃은채 발견된 제시카는  아멜리아라고 불리며 야마키와 서로 사랑이 싹튼다

로크는 레이디칸의 에스퍼 학교에 쳐들어가 그들의 비밀부대를 격파하고 레이디칸의 거처가 아스테로이드 칸이라는 곳임을 알아낸다. 레이디 칸의 에스퍼 부대를 지휘하는 여성 에스퍼, 코넬리아는 로크를 방해하기 위해 우주선을 추락시키나 로크의 엄청난 초능력으로 추락하는 우주선까지 착륙시키고 기습을 한 코넬리아의 부하까지 로크에게 진다. 그리고 야마키에게 돌아오는데 제시카가 로크를 보고 최면을 통해 받은 명령을 각성해서 로크를 공격하게 된다. 로크의 초능력도 무력화 되고 위기일때, 야마키가 로크를 감싸고, 제시카는 야마키를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를 무력화시켜 의식을 잃는다.

로크와 야마키는 레이디칸의 본거지에 공격해 들어가고, 로크는 에스퍼들을 전부 무찔러 레이디칸의 실체를 드러나게 한다. 온몸을 기계화해 불멸의 삶을 추구하던 레이디칸은 야마키를 인질로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된 로크를 공격하지만, 결국 자신만만해 에스퍼들조차 자신의 도구에 불과하다는 본심을 드러내고, 그에 분노한 코넬리아가 공격을 해 레이디칸은 죽게 된다. 그러나 레이디칸이 죽자, 기지였던 인공 행성이 항성의 불꽃속으로 추락하고, 로크가 초능력을 이용해 보호막을 쳐 모든 초능력자들을 구해낸다. 코넬리아는 마지막에 마음을 바꿔 로크를 도와 모두를 구하고 제시카의 잘못된 기억을 고쳐주었다. 그녀는 로크와 마음이 통하지만, 끝내 기억을 교환하는 형벌을 받는다. 로크는 그녀를 마중가지만  로크를 알아보지 못한다. 긴 세월을 살며 수많은 이별을 겪은 로크의 또 다른 슬픔이, 흩어지는 장미꽃잎과 함께 흩날린다.

초인 로크는 미래의 에스퍼(초감각지각,즉 ESP를 쓰는 사람이라고 해서 초능력자를 ESPer라고 한다.)를 그린 만화로 극장판과 3편의 OVA로 애니매이션화 되었다. 어렸을때 명절 특집 만화 같은걸로 TV에서 방영했던 기억이 난다.(제목이 ‘슈퍼맨 로키’였다;; 많은 여성 노출씬은 죄다 커트했었다.) 그외에 해적판 만화책같은걸로 국내에 여러권 들어와서 봤던 기억도 있다. 개인적으로 극장판을 가장 좋아하는데, 오래되서 움직임은 어설프지만 코넬리아와의 슬픈 결말이 가장 인상 깊었다. 로크가 여럿의 에스퍼를 상대할때 초능력으로 실내등을 전부 끄고 어두워지자 전투를 벌이는 소리가 나고 상황 종료인…로크의 강력함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연출도 훌륭하다.

그러나 극장판에 좀 논리상 오류가 있는데, 중간에 제시카의 기억상실을 치료하려 할때 의사가 “현대 의학으로는 완벽하게 기억을 지우는게 불가능하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코넬리아는 지금까지 지은 죄에 대한 벌로 기억을 지우고 착하게 살아온것처럼 기억을 삽입하는 형벌을 받는다. 뭔가 앞뒤가 안맞지 않나? Delete도 어려운데, Replace를 일상적인 것처럼 형벌로 이용한다.

초인 로크가 다른 초능력작품과 다른점은, 주인공이 위기를 극복한다던지, 수련을 해서 성장하는 것이 아닌, 원래부터 ‘다른 최고인 사람들을 다 합쳐도 못이길 최강’이라는 것이다. 쉽게 말해 완성체나 이상향에 도달한채로 변치 않는 것인데, 그것만으로 행복할것 같지만 자신은 영원히 살고 있기에 수많은 이별과 슬픔을 겪는데다가, 수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얻으려 하거나 이용하려 한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이 싫지만, 착한 본성때문에 항상 일에 휘말린다. 영원히 사는 슬픔 같은건 “하이랜더”에서 다룬적이 있고, “스캐너스”같은 영화에서도 초능력을 다루지만, 아무래도 초인 로크같은 순수한 강함을 표현할수는 없었던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