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기울이면 (耳をすませば, 1995)

※주의 :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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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매이션 “고양이의 보은”을 기억하는가? 이상하게 “라퓨타”를 몰라도 “고양이의 보은”은 아는 분이 많더라. 이게 제대로된 극장 개봉의 힘인가 보다. “고양이의 보은”에 나오는 바론 남작이라는 고양이는 “귀를 기울이면”에서 나오는 인형으로, 주인공 시즈쿠가 그걸보고 소설의 영감을 얻는다. 즉, “고양이의 보은”은 “귀를 기울이면”의 스핀오프 작품이다.(조수인 뚱보 고양이도 같이 나온다)

중학 3학년생 ‘스키시마 시즈쿠’는 도서관 직원인 아버지와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어머니, 독립을 준비중인 언니와 함께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시즈쿠는 이제 곧 고등학교 입학시험을 치루어야 하지만, 너그러운 가풍덕에 독서에 열중이다. 그러던중 독서카드를 보고 자신보다 모든 책을 먼저 빌린 ‘아마사와 세이지’라는 남자에게 환상을 품는다. 어느날 친구들에게 줄 ‘컨트리 로드’노래 번역과 장난스러운 개사곡인 ‘콘크리트 로드’를 전해주다가 스즈쿠는 실수로 학교에 책을 놓고 오고, 어떤 남자아이에게 놀림을 받아 화가 난다.
시즈쿠는 아버지의 도시락을 가져다 드리러 가는 길에, 전철을 타고 가는 뚱보고양이를 발견하고 따라가다가, 골동품 가게를 발견한다. 거기에서 남작이라는 멋진 고양이 인형과 공예품 장인인 할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도시락을 잊고 가게 되는데, 이전의 그 남자아이가 약올리면서 도시락을 전해주는게 아닌가. 그가 바로 그 장인 할아버지의 손자였다.
시즈쿠는 친구가 좋아하는 남자 학우와 대화를 하다가 오히려 고백을 받아버려 마음이 심란해진다. 그러다가 틈만 나면 그 남작 인형을 보러 가는데, 그러다 자신을 약올리던 남자아이와 만나 집안에 들어가게 된다. 그 소년은 그집에서 바이올린을 제작하는 연습을 하고 있었고, 그가 바로 시즈쿠의 주의를 끌려고 책을 전부 빌린 ‘마마사와 세이지’였다. 둘은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지만, 시즈쿠는 세이지가 열심히 자기의 길을 개척하는 것에 뒤쳐지는 느낌이 들어 불안해진다.
시즈쿠는 남작 인형을 소재로 소설을 써보기로 하고, 가족들의 걱정을 물리치며 공부를 밀어놓고 집필에 열중한다. 결국 완성된 소설을 읽은 할아버지는 아직 다듬지 않은 보석의 원석에 시즈쿠를 비유하며 원석을 선물로 주고, 인형에 얽힌 자신의 이루지 못한 사랑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다음날 새벽, 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세이지는 시즈쿠를 불러내어 떠오르는 태양을 보여주며 청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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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애니를 보고나서 자신이 참 부끄러웠다. 나 자신도 어렸을때부터 책도 많이 읽고, 소설을 써보려고도 했고, 그림을 그려보려고 했던 적도 있지만, 그것을 취미로만 생각했지 재능의 발굴로 생각하지 못했던것 같다. 시즈쿠와 세이지는 고등학교가면서 진로를 어느정도 결정해야 하는 일본이라서 그럴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재능을 열심히 개발하면서 서로 사랑을 확인하는 모습이 너무 존경스러웠다. 자신의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시점에서 자신감이 필요한 사람에게 권할만한 애니랄까?

이 애니는 여름날의 비오는 풍경이나 주택가, 강가, 해가 뜨고 지는 풍경을 무척 자연스럽게 표현해서 마음에 든 애니이다. “초속 5센티미터”같은 슈퍼 울트라 세밀함은 아닐지라도 특징을 잘 잡아낸 표현이랄까? 그러고 보니 일본 애니에서 나오는 지하철이나 건물, 학교 등의 묘사는 왜 이리 우리나라랑 비슷한지 모르겠다. 같은 문화권이라 영향을 받아서 그런가, 아니면 디자인을 우리나라에서 많이 참고(?)해서 건축을 하는 것일까?

이 애니매이션은 그림 스타일때문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으로 많이 오해받는데, 사실은 그는 각본과 제작을 담당했고, 감독은 콘도 요시후미라는 사람이다. 그가 몇년후에 죽어서 유작이라고 한다.

이번에 늦게나마 개봉한다는 “마녀 배달부 키키”와 “귀를 기울이면”은 지브리 스튜디오의 90년대 가장 히트한 작품들이다. “귀를 기울이면”은 당해년도 자국산영화중 일본 흥행 1위였다고 한다. 가장 현실적인 스토리를 가진 작품들이 일본의 꿈과 낭만을 상징하는 지브리의 대표 흥행작들이라니, 참 아이러니이다.

마녀 배달부 키키 (魔女の宅急便, 1989)

※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꼬마 마녀 키키는 마녀지만 아직 어리광피우길 좋아하고 자신의 검은 고양이 ‘지지’와 대화하는 것과 어설프게 여기저기 충돌하며 빗자루로 날아다니는 것외에는 할줄 모르는 초보 마녀이다. 그러나 13살이 되면 마녀 수행을 위해 독립해야 한다는 전통에 따라 밤에 여행을 떠난다. 가족과 마을 사람들의 배웅을 뒤로 하고 항구도시를 향해 날아가던 키키를 반기는 것은 일기 예보에도 없던 폭우. 고생끝에 원하던 항구 도시에 도착하지만, 낮선 도시에서 교통 혼란을 초래하고, 어린이 혼자서 묵을 곳을 마련하기 힘든 등 되는 일이 없다. 결국 친절한 빵집 아줌마 오소노 의 도움으로 거처를 마련하고 비행능력을 이용해 배달일을 하면서 힘든 도시 생활을 시작한다.

첫배달은 멋진 옆집 커리어 우먼의 부탁으로 친척집의 선물을 가져다 주는 일. 유유히 날다가 돌풍으로 선물을 떨어트리고, 까마귀때문에 선물을 도로 찾는데 고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덕분에 숲속에서 그림을 그리는 여자(이름이 나왔던가?)와도 알게 된다. 손녀를 위해 파이를 굽는 마음씨 자상한 할머니도 알게 된다. 그러나 그 파이를 배달하던 도중 비를 만나 완전히 젖게 되고, 교통 혼란을 일으켰을때 알게된 톰보라는 소년의 파티 초대에도 참석하지 못하게 된다.(그 파티가 파이 배달한 곳인거 같지만…) 결국 감기에 걸려 심하게 고생하고 만다.

고생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갑자기 마력을 잃어 날지 못하게 되고 빗자루도 부러지면서 키키는 모든일에 자신감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러던중 마을로 찾아온 그림 그리는 여자와 숲의 집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고, 여러가지 조언을 얻게 된다. 그후 마을로 돌아가 파이를 굽던 할머니집에서 TV를 보던중 친하게 지내던 톰보가 비행선 사고로 공중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 밖으로 달려나간 키키는, 청소부 아저씨의 빗자루를 빌려 다시 날아 오르게 되어 겨우 톰보를 구출하게 된다.

“마녀 배달부 키키”는 이야기가 굵직하지 않고 잔잔해서 요약하려고 하면 오히려 수다 같이 되어버리는것 같다. “마녀 배달부 키키”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천공의 성 라퓨타”에 바로 이어서 시작한 극장 애니매이션이다. 라퓨타에 비하면 스케일도 작고 여성스러운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키키의 미묘한 심리적 갈등이나 사춘기적인 방황도 그리고 있기 때문에 연출에는 훨씬 어려움이 많았을거 같은 작품이다. 그런 무게를 가볍게 하기 위해서인지, 키키 주변에 ‘착하고 명랑한 주변인’들이 너무 많아서 약간 깨는 면이 있다. -_-;

“마녀 배달부 키키”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극장 애니매이션중 가장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이 꼬마 마녀라는 점과 사람들이 마녀에 대해 안좋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매우 현실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폭력적인 장면이 하나도 없는 유일한 애니매이션이기도 하다. 그리고 메카닉에 대한 표현이나 자연으로의 회귀라는 메시지가 가장 최소화된 애니매이션이기도 하다. ‘일해서 먹고 살기 힘들다’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조건하에서 성장 이야기를 다룬 애니매이션이기도 하다. 영화 초기에 키키가 가장 신경썼던 부분이 ‘이 도시에 다른 마녀가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나’같은거 일정도 -_-; 하지만 그러한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키키의 비행, 푸른 하늘과 깨끗한 뭉게구름, 아름다운 바다를 보면 역시 미야카지 하야오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수 있다. 아, 그리고 여주인공의 팬티가 수시로 나오는 유일한 작품이기도 할거다. ㅋㅋㅋ

이번달 22일에 이 영화가 메가박스에서 개봉한다고 한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18년이나 걸려서 개봉하다니, 아무리 일본이 미워서 그동안 금지했던 거라지만 좀 심했다(?). 작품이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비슷한 ‘소녀의 좌충우돌 성장기’에 해당하기 때문에 흥행이 비슷하게 흥행이 될지, 아니면 이미 볼사람은 다 봐서 망할지는 지켜봐야 할거 같다. 설마 DVD출시만 염두에 두고 변두리 극장에서 1주일만 상영하는건 아니겠지? -_-;

ps. 영어판 제목은 “Kiki’s Delivery Service”, 키키의 목소리에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와 “스파이더맨”시리즈의 커스틴 던스트가 연기를 했다고 한다. 확실히 아역일때도 연기력은 최강이었지.

천공의 성 라퓨타 (天空の城ラピュタ,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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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에서 일하던 소년 파즈는 어느날 밤 하늘에서 빛을 내며 천천히 떨어지는 소녀를 구하게 된다. 그녀의 이름은 ‘시타’. 가문에서 전해지던 하늘을 날게 해주는 보석 ‘비행석’때문에 무스카라는 군대 지휘관에 의해 납치되었었다. 그러다가 도라 일당이라는 공중해적들의 습격에 의해 비행선에서 떨어진 것. 파즈는 시타를 도와서 도라 일당과 군인들에게서 도망치다가 끝내 군에 잡히게 된다.

무스카는 시타를 협박하여 파즈를 돌려보내고, 그녀를 이용해 천공의 성 라퓨타로 갈 생각을 한다. 그녀는 사실 라퓨타의 왕가의 공주였으며, 비행석은 그 징표로 라퓨타를 깨어나게 하는 힘을 가진것이었다. 그러나 비행석을 깨우는 과정에서 라퓨타의 로봇이 깨어나 군의 요새를 폭격하게 되고, 도라 일당과 파즈의 협력으로 시타를 구해내게 된다.

무스카는 시타를 빼앗겼지만, 남아 있던 비행석을 이용해 라퓨타로 향하고, 도라 일당과 손잡은 파즈와 시타는 그 뒤를 쫓는다. 그 과정에서 폭풍에 휘말려 도라의 비행선은 난파하고, 파즈와 시타는 라퓨타에 착륙하게 된다. 오랜세월 사람에게 버려진 라퓨타는 이미 나무와 풀로 뒤덮힌 상태였다. 무스카는 라퓨타를 작동시켜 군을 배신하고 세계를 정복할 야욕을 불태우고, 파즈는 다시 잡힌 시타를 구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결국 파즈와 시타는 라퓨타를 파괴하는 주문을 써 무스카를 물리치고 다시 광산마을로 향한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지브리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만든 첫작품이 바로 “천공의 성 라퓨타”이다. 라퓨타는 유명한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공중에 떠 있는 섬인데, 여기에 고대 초과학 문명설과 성경, 인도 전설등을 결합해서 모티브로 사용되었다. “천공의 성 라퓨타”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그가 좋아하는 비행, 파란 하늘, 구름에 대한 동경이 최대한 녹아있는 작품이다. 80년대 작품이지만, 하늘과 구름을 가장 잘 표현한 애니매이션으로 유명하다. 그외에 라퓨타의 붕괴장면도 CG가 없던 시절로서는 대단한 표현중 하나다.

천공의 성 라퓨타가 다른 그의 작품과 다른 점은, 여주인공이 보호만을 받는 존재라는 점과 남자주인공의 비교적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미래소년 코난에서 처럼 ‘초과학의 열쇠가 되는 여주인공’과 ‘그녀를 지키는 용기있고 순수한 마음의 소년’이라는 주인공 설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파즈가 코난보다 좀 지적이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사실 상당히 닮은 꼴에 닮은 행동을 보인다.

라퓨타에서 기술은 동경하지만 인간미를 잃지 않는 주인공들은 라퓨타의 붕괴에서 살아남고 그렇지 못했던 악당은 스스로나 서로 서로 죽게 된다. 아무리 성을 하늘에 띄우는 기술로도 땅이 없이는 살수 없다는 결론과 마지막의 거대한 나무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나우시카와 미래소년 코난에서 보여준, ‘자연으로의 회귀’라는 주제를 드러낸다. 하지만 그에 도달하기 까지 그려진 수많은 비행기와 전쟁무기, 전투, 그러면서 피 한방울 그리지 않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자연과 평화가 좋지만 비행기와 무기는 동경해”라는 그와 수많은 매니아들(나를 포함)의 모순을 대변하기도 하는 것일까?

라퓨타의 음악은 히사이시 조가 담당해서 라퓨타의 신비로우면서 아련한 슬픔을 잘 표현하고 있다.

훗날 안노 히데야키 감독이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 ‘라퓨타’와 ‘비행석’, 설정을 그대로 따서 해저2만리와 창세기, 아틀란티스 전설등과 합쳐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를 완성하기도 했다.

덧. 2020-10
만8살인 우리 따님이 넷플릭스에서 재미있게 감상 함.

태양소년 에스테반 (太陽の子エステバン,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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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때 MBC에서 방영했던 추억의 애니매이션, 태양소년 에스테반. 태양의 아들이라는 별명이 붙은 에스테반(구름이 가려 있다가도 얘만 보이면 해가 나온다 -_-)과 시아라는 신대륙 신관의 딸, 그리고 태평양 섬나라 쪽 원주민 소년인 타오, 이렇게 3명의 어린이와 멘도사라는 나쁜 사람은 아닌데 황금만 보면 눈이 돌아가 버리는 어른 하나가 전설의 잉카 황금도시를 찾아다니는 이야기이다. 황금으로 만들어진 도시, 황금으로 된 콘돌 모양의 비행기, 태양의 힘으로 움직이는 황금의 배등 다양한 볼거리가 나왔던 애니매이션.

신대륙 약탈의 역사와 찬란했던 잉카의 황금전설, 고대 초과학 문명설, 태평양 섬문명들의 잉카 기원설등 다양한 소재를 잘 버무려서 소년 모험 애니로 만든 작품이었다.

배 콘돌

이 애니매이션은 불행히도 어머니가 절 학원에 보내버려서 마지막 몇편을 못본 불행한(?) 기억도 있다. 그래서 결말이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다. 어디서 듣기로는 거의 나디아나 라퓨타 뺨치는 (그러고 보니 소재가 많이 닮은 애니들) 전설의 무기인지 우주선인지가 나왔던 모양인데…

참고
http://pierrot.jp/title/esteban/index.html

청의 6호 (靑の6號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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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의 6호는 GONZO에서 만들어진 4편짜리 SF장르의 OVA이다. 모 전시회 부스에서 홈씨어터와 컴퓨터를 연동시키는 장비를 선보였었는데, 그때 청의 6호를 디스플레이 용으로 상영하고 있었다. 특이한 영상미와 메카닉때문에 기억에 남았었는데, 나중에 청의 6호라는 애니매이션이라는 것을 알았다.

가까운 미래, 지구는 바다가 크게 확장되어 지구의 대부분을 덮고 있고 인류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었다. 이 일의 배후는 존 다이크라는 과학자. 그는 남극을 녹여 자신의 나라(?)를 만들고, 유전자 조작으로 새로운 바다 종족을 만들어 인류를 공격하고 있었다. 그리고 전세계는 청의 계획이라는 잠수함 계획을 만들어 이에 대항하기 시작했다.

청의 6번째 잠수함(1호 미국, 2호 영국, 3호 프랑스, 4호 독일, 5호 러시아, 6호 일본, 7호 호주, 8호 중국, 9호 싱가포르, 10호 인도)은 모 도시에서 보급을 받고, 소형 전투 잠수정 그램퍼스의 파일럿인 키노는 함장의 추천으로 하야미 테츠라는 파일럿을 포섭하러 간다. 그러나 그는 세상사를 비관하며 거절한다. 돌아오는 길에 바다에서 올라온 게 로봇의 공격을 받게 되고, 위험을 알아차린 하야미의 도움으로 키노는 청의 6호로 돌아온다. 청의 6호에서 발진한 키노와 하야미의 그램퍼스는 게 로봇을 공격해 부수고, 하야미는 게 로봇에서 탈출한 인어 같은 뮤티오를 동정해 구해주게 된다. 청의 6호는 잠수함같은 역할을 하는 무스카 고래와 교전해서 겨우 이긴다. 적의 사령선인 유령선에서 상어합성인간인 베르그는 무스카의 패전을 알고 유령선을 바다로 떠으르게 해 함포사격을 한다.

유령선의 함포사격에 해군은 큰 피해를 받고, 청의 6호는 도시를 탈출해 블루돔이라는 해저기지로 돌아간다. 거기서 존다이크는 마침내 폴 쉬프트라는 자기축을 뒤흔드는 일을 일으켜 인류를 전멸시킬 것이라는 충격적인 계획이 알려진다. 그리고 존다이크가 통신망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말하게 되고, 사람들은 그의 말에 적의를 품는다. 하야미의 마음이 망가진 이유는 친구(이름 잊어먹었다)와 함께 과거에 존다이크에게 화평을 청하러 단독으로 잠수정을 타고 갔다가 공격을 당해 친구를 두고 탈출한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친구는 유전자 변이를 당해 점차 바다종족화 하고 있었고, 그의 기억에 의지해 청의 잠수함들은 공격을 계획한다. 그런 와중에 블루돔은 베르그의 기습을 당해 대파되고, 하야미는 복수심에 불타 나가서 싸우다가 격침당해 표류하게 된다.

하야미는 자신이 구해줬던 뮤티오에 의해 구해졌으나, 곧 다른 뮤티오들이 배반자를 공격하러 몰려온다. 그때 거대한 초기형 무스카급 고래가 와서 구해준다. 그는 존다이크에 대해 여러 대화를 해주고, 점차 존 다이크가 미친 과학자가 아니라 다른 의미가 있음을 하야미는 깨닫게 된다. 청의 잠수함들은 겨우 블루돔을 탈출해 계획대로 소련 타이푼급 핵미사일 잠수함을 개조해 청의 0호라 이름짓고 잠수함채로 남극대륙을 핵공격할 계획을 짠다. 그리고 전투가 임박해온다.

베르그는 청의 공격을 예상하고 기습을 준비하고 있고, 곧 청의 잠수함들과 치열한 전투에 들어간다. 청의 6호 함장은 하야미의 주장을 듣고 그램퍼스를 이용해 존 다이크에게 갈수 있도록 배려한다. 결국 청의 잠수함들은 큰 희생을 치루고 베르그의 군대를 무찔렀으나 0호가 피해를 당해 그대로 핵미사일을 남극점으로 발사하기로 하고 카운트 다운을 시작한다. 하야미는 존 다이크와 대화를 통해 그가 인류의 모순과 잘못을 인류 스스로가 깨닫게 하기 위해 이러한 일을 벌였다는 것과 타종족에 대한 적의보다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듣는다. 그리고 폴 쉬프트는 핵미사일 공격을 상정해 그 에너지로 작동되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존 다이크는 죽었고, 하야미는 핵미사일 발사를 취소시키도록 알린다. 그러나 가까스로 살아남은 베르그는 아빠라고 부르는 존 다이크가 죽었다는 것을 인정 못하고 인간을 저주하며 뮤티오와 함께 바다로 사라진다.

여러 가지 의미로 흥미로운 애니매이션이다. 멋진 디자인의 메카닉, 화려한 3D의 수중 잠수함전, 아련한 뮤티오들의 노래등의 대단하고, 일본 만화에서 자주 나오던 미치광이 과학자가 결국은 나름의 철학이 있었다는 설정이나, 패를 갈라 싸우는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결국 상대도 말이 통한다는 이해에서 시작한다는 것등의 진지한 주제도 흥미롭다. 더구나 변신하는 그램퍼스나 무수한 어뢰는 마크로스를 연상시키고, 평범한 다른 나라 잠수함과 달리 우주선 같은 청의 6호는 일본의 과학에 대한 자신감을 엿보게 한다. 어린 파일럿이나, 어린 오퍼레이터(청음소나 담당의 곰인형 안고 있는 여자애는 정말 귀엽지만, 전쟁에 맨앞에 서야 하는 역할을 저런 애에게까지 시키는 잔인함이란…), 현명함과 권위가 있는 함장, 자신을 희생하는 동료등이 나오는것도 일본 만화스럽다.

한 가지 오류가 있는데, 타이푼급 핵미사일 잠수함의 핵공격을 위해서라면 힘들게 얼음속을 비집고 남극을 기어 들어갈 필요는 없다. 잠수함채 터트리는 것은 미사일 공격보다 강할리도 없고, 미사일 사정거리가 5천 킬로미터 정도 되기 때문에 그냥 남미대륙 남쪽 정도에서 남극점을 향해 발사해도 되는 일이다.(원래 타이푼급 잠수함의 미사일은 북극해에서 북미대륙 전역을 사거리에 두기 위해 만들어졌으니 당연하다) 물론 그러면 이야기가 김이 빠지지만.

어쩌다보니 계속 잠수함 관련 작품에 대해서 연속으로 글을 써왔다. 크림슨 타이드, 붉은 10월호, 스필버그의 해저탐험, 청의 6호. 더울땐 이런 작품들 보는 것도 괜찮다. 그 밖에 특전 U보트나 U-571, K-19 같은 영화들도 봤지만,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따로 블로그에 쓰진 않을거 같다.

심슨 가족 극장판 (The Simpsons Movie)

일요일에 심슨 가족 극장판을 봤다.

한마디로 웃긴 애니매이션이다. 정신없는 패러디와 개그 장면이 1시간 20여분동안 끊임없이 이어지고, 한바탕 웃고나서도 그리 실없이 웃긴 영화는 아니라는 것에 좀 씁슬한 애니이기도하다. 정말 부럽다. 이렇게 누구나 즐기고 인기있는 애니를 통해서 정치와 사회와 문화와 환경을 가볍게 비판할 수 있는 풍토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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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슨 TV시리즈를 별로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해할수 없는 요소가 조금 있었고, 자막이 흰색으로 되어 있어서 밝은 화면에서는 글자를 읽기 힘들어 고생한것이 아쉬웠다. 더빙판이 없는것도 조금 아쉬운 점.

아이언 자이언트 (The Iron Giant,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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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크웰에 사는 소년 호가드는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엄마와 살고 있다. 어느날 호가드는 심상치 않은 불빛을 보고 숲에 들어갔다가 철을 먹어치우는 거대한 로봇을 만난다. 왠지 자신이 누군지 모르고 착해 보이는 이 로봇은 호가드와 친구가 되고 고철상을 하는 친한 아저씨 딘의 도움으로 로봇을 숨기고 거기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총싸움 놀이를 하다가 총을 보고 갑자기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로봇을 본 딘은, 로봇에게 뭔가 숨겨진 것이 있음을 알게 된다.

하지만 평화도 잠시, 결국 정부 비밀요원에 의해 소련의 신무기로 오인되 공격받는 과정에서 로봇은 지구에 추락하면서 상실한 본능 – 외계의 공격용 로봇 -을 각성하게 되어 군대를 괴멸 직전까지 몰고 가게된다. 호가드는 친구를 걱정하는 순수한 마음에 로봇의 총앞을 가로 막고, 호가드의 노력덕분에 로봇은 다시 원래의 상태로 진정한다. 하지만 공포에 젖은 정부 요원은 핵미사일 발사를 명령하고, 이제 마을은 전멸할 위기를 맞는다. 로봇은 친구에게 작별을 고하고 하늘을 향해 날아서 핵미사일과 함께 산화한다. 호가드가 알려준 정의의 사자 “수퍼맨!”이라는 말을 하며 수퍼맨이 날아가는 그 자세로.

로봇의 희생에 낙담하고 있는 호가드. 그런데 단 하나 남은 로봇의 부품, 볼트 하나가 빛을 내며 움직이시 시작하고, 그 부품들은 하나하나 바나건너에서 모여 다시 로봇으로 변해가는 것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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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처음에 포스터 보고는 “이거 무슨 60년대 고전 SF 영화 리바이벌인가?” 라고 생각했고, 영화 내용을 좀 주어 들었을 때는 “워너 브러더즈가 또 ET우려먹는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보고나니 생각이 좀 달라졌다. 뭐랄까, 아주 훌륭하게 재구성해서 또 하나의 작품을 만든듯한 그런 느낌이랄까?

일단 영화는 단순히 어린이의 시각만을 그리지 않고, 50년대말의 레드 콤플렉스(소련이나 공산주의를 겁먹고 과민반응하던 사회 분위기)나 핵무기 만능주의, SF잡지나 TV등의 당시 미국 사회상을 아주 잘 비꼬면서 묘사하고 있다. 무엇이든 예리하게 의심하는 전형적인 정부 비밀기관 요원, 명령을 따르고나서 생각하는 군대등은 거기에 양념이다. 또하나, 자신과 다르다고 총부터 들이대는 것은 옳지도 않고 이득도 없다는 교훈을 영화는 내포하고 있다.

그런 어리석으면서도 암울한 사회상을 배경으로, 어린 주인공은 어쩌면 남자 아이들의 꿈이라고 할수 있는 거대로봇과 함께 우정을 나누며 정말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그 즐겁고 웃음이 나는 장면들은 ET보다는 토토로가 연상될정도로 밝고 흥겹다. 그런 괴리가 과연 어른들의 세상이 아닌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의 세계로 관객을 이끌고, 정부 요원과 어른들은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을 몰고 따라온다. 정말 재미와 스릴을 같이 가지고 있는 영화다.

이 영화는 2D와 3D를 복합적으로 사용해서 만들었고, 로봇등의 3D는 꽤 수준높은 카툰렌더링을 해서 이질감이 거의 없다. 로봇의 “슈퍼맨~”라는 감동적인 엔딩의 대사는 빈 디젤이 해서 유명하고, 주인공의 어머니 목소리는 제니퍼 애니스톤이 연기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트랜스포머와도 소재면에서 많이 통하는 영화다. 미국식 애니매이션중에 동화와 현실의 양다리를 걸치면서 작품성 좋은 것을 보고 싶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아마 극장에서는 쫄딱 망했으니 비디오 대여점 어린이 코너 구석에서 먼지만 뒤집어 쓰고 새걸로 있을것 같다.

말도 없이 사라진 3D 애니, 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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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스토리의 성공(1995)으로 3D애니매이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컴퓨터의 발전으로 높은 화질의 3D 애니가 가능해져 가던 1998년, PC통신에 한 동영상이 올라왔습니다. ArK라는 3분짜리 동영상은 도시를 짊어지고 움직이는 거대한 로봇과 베타적인 종족간의 사랑을 그린 애니로 알려졌고, CG로만 가능한 거대한 스케일로 인해 완성작을 기대하게 되었죠.

그런데 아마추어 애니매이션인줄 알았던 ArK가 제작 일정이 미뤄지더니 나중에 이런 뉴스가 나왔습니다.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D&office_id=074&article_id=0000000067&section_id=106&menu_id=106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국내 제작사인 신씨네, 디지털 드림 스튜디오와, 미국의 레인보우 스튜디오, 월리엄 모리스 에이전시가 손잡고 디지털 림이라는 회사를 만들어 오우삼 감독까지 기획 및 감수, 원작자인 곽재용 감독이 연출을 해서 ArK를 제작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선행으로 120억이 투자되었다라는 거죠. 허얼.. 스케일 커지네.

그리고 나서 ArK를 처음 만들었던 아티스트가 “컴퓨터 아트”나 “3D Artisan”같은 국내 컴퓨터 그래픽 잡지에 몇번 해당 내용을 연재하기도 했습니다만, 그후로 소식이 뚝 끊겼습니다. 저기 언급된 회사들 홈페이지는 열리지 않거나 ArK의 내용은 전혀 없거나 그렇습니다. 제작 발표회는 있었는데, 제작 취소 발표도 없었구요. 그냥 말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아마도 파이널 판타지 극장판의 실패와 몇몇 국산 3D영화가 고전을 하고 나서 제작이 취소된듯 하지만, 자료가 전혀 없네요.

한동안 진행과정이 궁금했었는데 잊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최근 오래된 CD를 뒤지는 과정에서 처음 언급한 동영상을 발견했네요. 그래서 포스팅 해봅니다.

ArK : City Carrier from the Ancient Future

ps.

kaonic 님이 ArK가 완성되어 DVD출시된 채로 있다고 하셔서 미국쪽에서 찾아봤습니다.

IMDB http://www.imdb.com/title/tt0473435/

amazon.com http://www.amazon.com/Ark-James-Woods/dp/B0009YA3RW

80여분짜리 DVD로 출시되었군요. 그런데 국내에는 미출시인듯 합니다….;;

초속 5센티미터

경고 : 이 포스팅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내용 안다고 해서 감상에 문제될 성격의 애니는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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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8일 일요일날 상암CGV로 초속 5센티미터를 보고 왔다. 총 3화로 구성되고 65분정도의 짧은 애니매이션이었다.

제 1화 “벚꽃이야기” – 도쿄 초등학교에 전학온 토노 타카키와 시노하라 아카리, 두 아이가 서로 좋아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고…그러나 초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아카리가 멀리 이사가게 되어 간간히 편지로 그리워하는 사이가 된다. 그리고 눈보라가 몰아치는 중1학년 3학기 어느날 토노는 아카리를 찾아 전철을 타고 가게 되고, 연착된 지하철은 한밤중에 도착한다. 그리고 애절한 첫키스.

제 2화 “코스모나우트” – 섬으로 전학간 토노 타카키. 그곳에서 토노를 짝사랑하는 스미다 카나에. 소심하여 그저 토노가 하교할때 기다렸다 우연히 마주친척 하는 것밖에 할수 없었던 그녀는, 결국 토노도 뭔가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대화로 알게 되고, 하나씩 이루어 가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리고 서핑보드에 타는 것을 성공했을때 고백을 하려고 하지만, 토노가 다른 곳을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NASDA의 우주탐사 로켓의 발사. 아름다운 시골풍경.

제 3화 “초속 5센티미터” – 어른이 된 토노는 마음이 점차 시들어가고, 3년간 사귄 여성과도 헤어진다. 아카리에게는 토노가 이미 추억이고, 결혼할 남자가 있다. 슬플수도 애절할수도 있는 이 상황과 도시, 불빛. 건널목을 지나는 토노와 그녀를 닮은 행인. 그리고 뒤돌아보려하자 지나가는 열차 두대. 주제곡인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가 애절하게 흐르고 빈 건널목만 남는다.

개인적으로는 시원한 풍경과 나름 밝은 내용, 적절한 호흡이 있었던 2화가 가장 마음에 든다. 꿈과 관련된 풍경은 마치 Kagaya의 일러스트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있었다. 애니매이션은 그야말로 매 장면장면마다 수채화나 아크릴화를 보는 듯한 투명한 아름다움이 있고, 거기에 애절한 음악과 내용이 심금을 울린다. 하지만 예쁜 그림 슬라이드를 보는듯이 1초1초마다 서둘러 흘러가는 영상은 뭐랄까…주인공들은 분위기 잡아 천천히 연기하는데 카메라는 휙휙 휘두르는 안어울리는 느낌이랄까? 감정의 단절된 느낌을 준다. 기껏 좀 멈춰있다 싶은 장면은 풍경+눈이나 꽃잎 날리는 장면 정도. 안그래도 짧아서 아쉬운 애니에 호흡이 짧은건 필연일까 부족함일까?

아니, 사실 아쉬움은 짧은 흐름보다도, 어렸을 때의 사랑을 이루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잊지도 못하며, 닮은 여자를 보면 시선이 가는 안타까운 주인공의 모습 그 자체일려나.

그러고 보니, 유치원때 서로 결혼하자고 했던 내 친구는 그 후로 보지도 못했는데, 얼마 전에 들은 소식으론 결혼해서 애들 잘 낳고 잘 살고 있다더라. 얼굴도 기억 안나면서….뭔가 살짝 옆구리를 쑤신다.

애플시드 (극장판 3D, 2005)

appleseed_p 애플시드의 원작은 1985년, 공각기동대로 유명한 만화가인 시로우 마사무네의 장편 데뷔작 만화였다. 사이보그화된 브리아레오스 H와 여전사 듀난 너츠의 커플이 유토피아로 불리는 미래도시 올림포스에서 특수부대인 E-SWAT로 활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간과 인간보다 전투능력이 뛰어난 사이보그, 그리고 인간의 불안정성을 보완해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바이오로이드(DNA조작 클론 인간)로 구성된 사회를 통해, 인간과 사회의 결함과 그 돌파구를 비추는 상당한 작품이었다. 거기에 부부도 아니고 그렇다고 단순 동료도 아니고, 사이보그와 인간 커플인 브리아레오스와 듀난의 티격태격하면서도 죽이 맞는 모습이 양념이 되어 아주 재미있는 만화였다.

새로 제작된 애플시드 애니매이션은 그런 만화에 비해 많은 실망을 안겨준 작품이다. 우선 갈등구조가 인간과 사회의 본질에 대한 탐구보다는 인간과 바이오로이드의 갈등만을 비추고 있다. 왜 인간이 바이오로이드가 만들어낸 유토피아에 안주하지 않고 미워하는지는 전혀 나타내지 않고 그냥 미워한다. 브리아레오스가 듀난이 떨어질수 없이 서로를 지키는 용사가 아닌, 듀난을 이용하려는 그저 과거의 연인이었던 브리아레오스로 설정이 바뀐 점도 많은 흥미요소를 잃게 만들었다. 그 밖에 설정이 다소 다르다. 원작에는 없던 올림포스 군대가 나오고, 당하는 조연으로 잘 나오는 경찰의 고릴라형 LM도 안나오고, 올림푸스의 중추 AI인 가이아가 반란을 일으키긴 커녕 입법원 노인네들에게 당한다. (다각포대 눈은 원작의 외눈박이 형태와 달리 매트릭스의 Sentinel을 연상시키는 붉은 벌레의 눈 형태이다.)

가장 큰 변화는 주인공인 듀난이다. 생뚱맞은 듀난의 어머니(원작에는 흑인이라 아프리카에서 차별받다 죽은걸로 언급된다)가 올림푸스 건설과 바이오로이드 창조에 선구자이다. 바이오로이드의 설정도 많이 다르다. 원작에는 ‘애플시드’가 무엇인지 나오지도 않았고, 바이오로이드가 수명이나 기타 부분에서 인간과 그리 크게 다르지도 않았다. 전투를 잘하도록 개조된 바이오로이드도 있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바이오로이드가 단지 인간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수명제한과 번식제한이 걸려 있고, 고작 그걸 보완하는게 애플시드이며, 인간을 번식 못하게 해서 입장을 바꿔버리는 D탱크라는 설정까지 나온다.

하지만 볼거리면에서는 확실히 압도적이다. 카툰렌더링된 깔끔한 3D와 모션캡춰된 캐릭터들의 자연스럽고 빠른 액션. 만화에서 보던 규게스 LM이나 다각포대등이 박진감있게 살아 움직이는 모습. 원작에서는 훨씬 후반부에 나오는 다뮤소스 반중력 코일을 이용한 E-SWAT 규게스들의 대규모 전투또한 볼만하다. (다뮤소스 장비를 이용한 비행을 너무 강조하려고 몇일전까지 안쓰던 장비를 모조리 탑재하고 날아가던 규게스들이나, 옛날 모 애니매이션의 초자력 충전을 연상시키는 듀난의 규게스 공중 합체는 너무하지만) 원작에 있는 장면인 듀난의 칼한자루로 16kill 훈련장면이나, 타르타로스 대형구조물, 브리아레오스의 LM등도 원작을 좋아했던 팬들에게는 서비스같은 장면이다.

일본에서는 다음 버전인 애플시드 EX Machina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소문이다. 기대해본다.

IMDB http://www.imdb.com/title/tt0401233/

Wikipedia http://en.wikipedia.org/wiki/Appleseed%2820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