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피터 어센딩(Jupiter Ascending, 2015)

워쇼스키 형제가 남매에서 자매로 바뀔 쯤에 찍은 흑역사 영화. 어마어마한 스케일과 복잡한 설정의 우주 SF를 꿈꿨으나, 실제로는 우주판 신데렐라 + 액션 영화이다.

이 영화의 경우 유치하고 복잡하기만 한 설정과 그 설정을 줄줄 설명해주는 설명충 캐릭터들이 가장 큰 단점이라, 그런거 나올 때마다 그냥 없는 셈 치고 넘어가면 그나마 정신적인 데미지를 줄일 수 있다.

그 다음 단점은 유난히 허세 캐릭터가 많다는 건데…뭐…

그외에 메카닉 디자인이나 특수효과, 액션등은 볼만 하다. 설정상 어마어마하게 유치해 보일 수 있는 장면조차 나름 볼만하게 꾸며 놓았다. 시각효과와 미술팀에게 박수를 쳐야 하는 영화.

우주판 신데렐라 영화의 특성상 남성보다는 여성쪽 평이 좋다고들 한다. 특히 남자주인공인 채닝 테이텀이 매력이 있다. 마눌님도 재미있게 봤다고.

내 평가는 별 3.5개. 몇 가지 큰 죄를 용서하는 마음으로 보면 나름 볼만함.

트로이(Troy, 2004)

트로이 전쟁은 누구나 아는 그리스 신화의 이벤트지만, 여느 신화들이 그렇듯이 어른이 되서 생각해 보면 좀 유치하다. 일국의 왕자씩이 되는 놈이 다른 나라 왕비 납치하고, 그거 땜에 다국적 군대와 전쟁이 시작되고, 왠지 현실적으로는 무리인 듯한 잠입 작전하며…

이 영화는 그 유치한 전쟁을 그럴 듯하게 현대전 요소를 가미해서 재현해 놨다. 그리고 진짜 신의 아들인 듯하게 무쌍을 찍는 아킬레우스도 재현해 놨다. 브레드 피트는 거기에 딱 맞는 버릇없는 능력자 이미지가 풀풀 풍기고. 놀랍게도 영화 끝까지 죽지 않는(!) 숀 빈이 오디세우스 역을 에릭 바나가 헥토르 역을 멋있게 연기한다. 그 당시 레골라스역으로 한창 이미지 좋던 올랜도 블룸은 최고의 찌질이 파리스 연기를 보여준다. 아주 발암할 정도다. ㅋ

말 많은 헬레네 역의 디아네 크루거는 안 예쁜건 아닌데 미모 방향 자체가 그리스에 전혀 안어울린다. 사람들 말처럼 로즈 번이 더 어울렸을지도.

현대전 요소를 가미했다고 했는데, 정말 수많은 배들과 상륙 과정을 보면 2차 세계대전을 참고해서 만든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리스 시대에 저정도 규모와 장비로 전쟁을 했을까 싶은 장면이 많다. 뭐 영화는 영화니까.

개인적인 평점은 별 4개.

ps. 작년에 넷플릭스에서 본 것 같은데, 이번에 다시 검색해 보니 넷플릭스에는 없다. 역시 넷플릭스에 보고 싶은 영화가 뜨면 1년 이내애 봐야 함.

마션 (The Martian, 2015)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조연 배우들, 인터스텔라 조연 배우들이 무더기로 출연하는 SF판 캐스트 어웨이 영화. 구글 플레이 무비에서 신년 이벤트로 500원에 대여해서 봤다.

원작 소설이 워낙 치밀하게 고증을 해놔서 SF로서의 장점도 많고, 재미도 있는 영화였다.

인터스텔라에서 혼자 떨어져 외로움에 민폐를 끼치는 박사역을 했던 멧 데이먼이 또 비슷한 역을 한다. 이번에는 악의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매니아들이 보면 재미있는 요소들이 정말 많은 영화. 특히 숀 빈이 있는데서 반지의 제왕 엘론드의 비밀 회의 드립을 칠 때 정말 뒤로 넘어가는 줄 알았다.  ㅋㅋㅋㅋㅋ 숀 빈이 안 죽는 반전도 대단하고…;

예전 같으면 원작 소설부터 대뜸 사서 읽고 이 영화를 봤을텐데, 요즘은 책을 별로 못 봐서, 사놓고 못 본 책들이 한가득이다. 큰일이야.

퍼시 잭슨과 번개 도둑 (Percy Jackson & The Olympians: The Lightning Thief, 2010)

본격! 왜 미국에 죄다 몰려 있는지 모를 그리스신들이 인간들과 바람피워 낳은 애들 때문에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라는 내용의 영화. 그냥 하다보면 모든게 해결된다는 뻔한 그리스 신화의 영웅 스토리를 잘 계승한 연출. (저 포스터는 낚시. 주인공이 저런 똥폼 잡는 장면 하나도 없음.)
감독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흥행감독 버전의 후계자 크리스 콜럼버스. 영화 보다보면 딱 저 감독 냄새가 남. 가볍고 술술 풀며 볼만한 영화.
늙어가며 점점 망가지다 이젠 다리가 네개나 달린 피어스 브로스넌과 여전히 한 탱탱 하시는 우마 서먼 아줌마, 최근 눈에서 독기가 사라져서 고귀한 역으로 자주 나오는 숀 빈 아저씨가 까메오로 나옴.
가족 영화로 볼만하지만, 주인공 설정이 마음에 안듬. 그리스 신들의 아이들은 보통 아버지의 능력을 이어 받지 않는다. 그런 설정이었다간 원래 그리스신들이 죄다 친척 형제 자매들이라 난장판될테니. 원작 소설을 안봐서 모르겠지만 영화에서는 좀 어설픈 설정이 많다. 아이들이 쉽게 퀘스트하라고 친절하게 네비게이션되는 지도까지 나온다.ㅋ
별 5개 만점에 2개 쯤 주겠음.

이퀄리브리엄 (Equilibrium, 2002)

사용자 삽입 이미지이퀄리브리엄은 말로 설명하면 안되는 영화이다. 말도 안되는 액션을 꺼리낌없이 멋지게 보여준다. 어느 액션영화나 주인공의 강함을 표현하기 위해 여러명과 싸우는 장면을 넣고 싶어하지만  1대 몇십명을 붙일 용기는 없다. 그건 관객들이 즐기기보다 먼저 “에이 말도 안되”라고 먼저 생각해버리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주인공이 영화 내내 보여주는 “건카타“라는 중국무술에서 따온 스타일리시한 사격술에 의해 그걸 꾸준히 합리화 시킨다. 그리고 마침내 포스터에서 처럼 매트릭스를 뛰어넘는 과장법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똥폼이 멋있기 때문에 용서되는 액션”이라는 것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다.

때는 세계3차대전이 긑난 어느 21세기. 전쟁의 충격에 놀란 인간은 그 원인을 찾게 되고, 결국 인간의 욕구와 감정이 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간은 리브리아라는 도시에서, 감정을 지우는 프로지움이라는 약에 중독된채, 기쁨도 슬픔도 없이 살아간다. 그러한 체계를 지키기 위해 있는 존재가 그라마톤이라는 종교이자 지휘단체이며, 그 아래서 클레릭들이 건카타라는 특수한 사격술의 훈련을 받고 사회를 유지해 나간다. 그리고 매일 수많은 “감정 유발자”들과 저항세력들이 프로지움을 먹지 않았고 문화를 즐겼다는 이유로 이단처리되어 사형된다.
최강의 클레릭인 존 프레스톤(크리스챤 베일)은 아내가 사형당했을때 조차 눈물한방울 안흘린 그야말로 전형적인 충실한 클레릭이다. 그는 동료 에롤 패트리지(숀 빈)까지 몰래 프로지움을 복용하지 않자 직접 처형할 정도이다. 그러나 우연히 프로지움을 깨트려 복용하지 않게 되면서 감정이 생긴 그는 큰 혼란에 빠지고 동료들의 의심을 받게 된다. 끝내 그는 아내와 동료의 죽음에 대한 슬픔을 느끼고 지하 저항세력의 리더(윌리엄 피트너)와 계략을 짜 그라마톤의 지도자인 신부를 죽이고자 한다.

반가운 얼굴이 많이 나오는 영화다. 주인공인 크리스찬 베일은 아역으로 출연했던 “태양의 제국”이나 독특한 모습을 보여줬던 “아메리칸 사이코”등 많은 영화를 보며 좋아했었다. 그는 이번에 감정이 없으면서도 미묘하게 흔들리는 표정연기와 화려한 액션을 잘 보여줬다. 영화마다 100%에 가까운 죽음을 보여주는 숀 빈은 이번 영화에서도 죽음으로써 주인공을 흔드는 역할을 해준다. 반지의 제왕에서 장렬한 죽음까지는 안가지만 그래도 멋졌다. 요즘 많은 영화에서 조연으로 나와주시는 윌리엄 피트너가 저항군 지도자로 나온다.

이퀄리브리엄은 참 잘만든 영화다. 극단적인 종교와 정치, 이분법적 사고, 전체주의등의 광적인 공통점과 그것이 적용된 디스토피아를 잘 표현하고 있고, 감정을 배제하고 논리만 따지는 현상이나 인간의 본성에 대한 탐구도 살짝 걸치고 있다. 액션과 어우러지는 스토리와 편집면에서도 보여줄거 다 보여주면서도 적당히 깔끔하다. 물론 헐리우드치고는 저예산 영화에 해당하기 때문에 어설프게 보이는 면도 있다. 하지만, 이퀄리브리엄은 어렵게 생각하며 보는 영화가 아니다. 편하게 보려면 한없이 편하게 볼수 있고, 그저 액션을 합리화 시키기 위해 악세사리의 완성도가 높은 영화일뿐이다.

그런면에서 ‘보여줄거 쉽게 보여주기 위해 다른것 쉽게 했다’라면서 자신의 부족함을 억지로 미화시키는 모 영화 제작자의 주장은 이 영화나 “뜨거운 녀석들”을 보면서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시원한 총질을 보고 싶은 분은 꼭 보시라!

IMDB http://www.imdb.com/title/tt0238380/
Wikipedia http://en.wikipedia.org/wiki/Equilibrium_(2002_fil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