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엔드게임 (Avengers: Endgame, 2019) 후기 (스포주의)

이래저래 아쉽지만, 괜찮은 마무리 랄까? 재미있었고, 감동 있었다. 스토리는 다 예상 가능한 진행이었지만, 마지막 전투에서 지원군이 포털을 열고 우르르 나올 때는 울 뻔 했다.

예상대로 아이언맨 사망, 캡틴 아메리카가 은퇴했는데, 블랙 위도우는 예상 밖. 늙은 캡틴은 약간 클린트 이스트우드 느낌? 그리고 그 은퇴를 위해 아이언맨과 캡틴의 비중을 많이 신경 썼지만, 그외 캐릭터의 비중은 많이 애매해진 듯 한 느낌이다. 시리즈마다 찌질거리고 늠름해지고를 반복했던 토르는 여전히 찌질해지고 늠름해짐. 똥배는 그대로지만. (우주 최강자도 똥배는 금방 어쩌지 못한다…) 호크 아이의 도쿄 학살은 굳이 영화에 필요없는 사족 같은 느낌이었고(에임핵 유저의 무서움을 느낄 수 있다는 보람 정도?), 헐크는 갑자기 왜 그렇게 되었는지 말로만 때운다. 캡틴 마블은 혼자 수퍼맨 놀이 하고 있고, 나머지 캐릭터들은 한 숟가락 얻기. 중간에 여성 슈퍼히어로 한 프레임에 잡기는 ….의도는 알겠다만 과한 연출인 듯.

개연성도 여기저기 구멍이 많다. 시간 여행 소재답게 다중 우주 개념으로 치면 수많은 모순이 생긴다. 아이언맨의 고민도 이유가 애매하고, 갑자기 시간여행을 개인의 욕심 해소에 사용한 캡틴 아메리카도 이해 안되고. 그리고 단순히 인피니티 스톤들이 필요했으면 왜 그렇게 멀리 과거로 가야 하는지 이상. 그냥 타노스가 정원행성으로 숨어 들어간 그 당시를 노리면 되지 않나? 그러면 인피니티 스톤을 돌려주니 뭐니 고민할 필요도 없고 간단한데.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드라마를 위해 복잡한 연출을 사용한 것 같다.

무엇보다 최종 전투 자체가 스케일은 크지만, 이전작인 인피니티 워보다는 긴박감이나 재미가 덜한 느낌이다.

자잘한 개그나 팬들이 즐길 요소가 많은 것은 좋았다. 캡틴 아메리카의 어벤져스 어셈블이나, 하일 하이드라 등 여러 재미가 많았고, 그동안 아이언맨의 아픔이었던 것도 잘 마무리 되었고. 아이언맨의 죽음도 감동적이었고.

어째튼 그동안 벌인 판을 잘 마무리한 재미있는 작품.

내 평점은 별 4.5개

ps. 타노스한테 앤트맨1에 나왔던 사람을 곤죽 만드는 무기를 쓰면 안통하려나

ps. 토르가 우주선만 이용하고 스톰브레이커의 비프로스트를 이용하지 않는건 좀 이상. 하긴 스파이더맨 홈커밍에 언급된 메긴기요르드도 사용하지 않았다.(허리 사이즈가 달라져서 못 썼다거나…)

넷플릭스, 서던 리치: 소멸의 땅(Annihilation, 2018)

‘테세우스의 배’라는 역설이 있다.
유명한 테세우스가 타던 배를 낡아서 다른 나무로 교체하다가, 전부다 교체를 하면, 그것은 여전히 테세우스의 배가 맞는가?
절반쯤 교체 했을 때, 남은 재료와 새 나무로 다른 배를 만들면, 어느 것이 진짜 테세우스의 배인가?
우리 신체도 몇 년이면 대부분의 세포와 원소가 새 것으로 교체되기 때문에, 존재에 대한 같은 역설이 존재한다.

이 영화는 그 역설을 SF적으로 풀어낸 것 같다.
영화 제목은 멸종인데, 원작 소설이 서든 리치이고, 1부 제목이 소멸의 땅이라고 한다. 하지만 원작 소설은 보지 못했으니 원작 재현 부분 판단은 패스.

영화는 다소 지루하다. 전작을 보면 알렉스 가랜드 감독 특유의 템포인 듯, 아주 느리고 몽환적으로 흘러가며, 긴장이 있어야 할 장면도 다소 멍한 느낌으로 처리된다. 약간 열린 결말이긴 하지만 결말도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게 끝난다. 흔한  외계인 침략이나 재미있는 SF 영화라고 보기엔 무리이다. 스토리나 액션, 주제보다는 몽환적이고 기괴한 비주얼이나 느낌을 위해 만들어 진 영화이다.

나탈리 포트만의 평소 행동을 보아, 왠지 주인공들이 전부 여자라서 참여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제니퍼 제이슨 리의 나이든 모습은 다소 충격. 이제는 할머니 느낌이네.

ps. 나탈리 포트만, 오스카 아이작, 테사 톰슨, 베네딕트 웡이 마블에서 배역을 했던 사람들이다.
마블 세계관에 참여한 배우들이 워낙 많다 보니, 이제 마블과 관련 없는 영화여도 마블 배우들 몇 명씩 나오는 것은 기본인 듯하다.

토르 : 다크 월드 (Thor: The Dark World,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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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은 2가 가장 어설펐는데, 캡틴 아메리카와 토르는 1편보다 2편이 낫군.

토르 다크월드는 괜찮은 속편이기도 했고, 재미도 있었다. 액션도 괜찮고, 특수효과등 볼거리도 괜찮고. 게다가 인기가 높아진 로키의. 로키에 의한, 로키를 위한 영화여서, 제목을 ‘로키 2’로 지어도 될 뻔 했을 정도. 계속 깐죽거리는 로키가 이 영화의 웃음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지금까지 토르나 어벤져스에서 뭔가 신에 가까운(혹은 신화적인) 외계존재 같은 묘사였던 아스가르드 종족이 이번엔 계속 수명만 길뿐인 외계 종족으로 묘사된다는 것. 뭔가 밸런스 조정인지…아니면 디테일 해지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째튼 토르도 뭔가 어벤져스보다 약해보이고, 오딘이나 아스가르드도 너무 쉽게 당하는 느낌이다.

적으로 나오는 것들이 매번 특수한 무기를 가진 고대종족인데 아스가르드와 싸우다 졌던 과거에 원한이 있다…라는 설정인데…좀 식상하지만 인피니티 잼 설정을 위해 일부러 그러나 싶지만…두고봐야겠다.

아스가르드가 침공당하는 장면은 스타워즈 매니아들로서는 왠지 친숙하다. 적 소형 우주선의 비대칭인 모습과 움직임은 마치 B윙과 같다. 내부 침입으로 보호막이 겆히는 모습과 우주선 침입은 에피소드6의 데스스타를 연상시킨다. 우주선이 왕궁을 뚫고 기둥응 부수며 들어가 병사들과 전투를 벌이는 것은 스타워즈 구공화국 게임 영상과 무척 비슷하다.

어째튼 괜찮게 봄.

브이 포 벤데타 (V for Vendetta ,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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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 포 벤데타는 보기엔 재미있게 볼수 있는데, 감상을 쓰기에 참 어려운 영화이다. 이 영화에는 무수한 상상과 비유, 인용, 과장이 섞여 있다. 셰익스피어, 윌리엄 블레이크, 무정부주의와 전체주의, 폭압정치와 테러리즘, 현대의 영웅의 의미와 잔다르크, 집단 수용소, 생체실험, 집단 공포,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과 회의, 동성애, 민족주의, 공포에 의한 국민 제어와 매스미디어의 관계, 고전 음악, 고전 영화, 각종 문화적 아이콘들 등등, 다양한 요소들을 이용해서 단순할수 있는 ‘부당한 정권에 대한 테러리스트’ 영화를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쉬우나, 사실 그렇게 다 섞고나서도 복잡하지 않고 진국으로 느껴지는게 바로 기술인 것이다. 워쇼스키 형제(한때는 자매가 되었냐고 보도되고 난리였지만)는 그런면에서 매트릭스 시리즈 이후로 대단한 능력을 보여줘 왔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화려한 데이터 속에 가려진 헛점이 매우 많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의사당폭파를 보러 나오는 민중들은, 사실 그동안 공포에 질려서 꼼짝 못하던 그 민중이라고 볼 때, 갑자기 용기를 드러낸 동기가 불명확하다. 가면 때문일까? 아니면 브이가 보여준 방송국 테러때문에? 혹은 핑거맨이 아이를 죽여서? 브이는 나름대로 열심히 복수를 하러 다녔지만, 그게 민중에게 동기를 심어주었기엔 약하다. 무언가 하기는 했을텐데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고, 후반부에는 갑자기 나탈리 포트먼 능욕(?)으로 감정적으로 빠지다가 최종에는 총알 다 받아주기 액션을 펼친다음 전형적인 영웅 연애물 (영웅은 그녀 품에서 최후를) 로 마무리 지어진다. 독재정권에게 억눌린 민중의 봉기가 쉽지 않다는것과 단순히 군대 앞에 나서면 어떻게 되는지는 광주 민주화 투쟁을 겪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핀치 형사의 말대로 “총앞에 나서면 뻔하지”이다. 그걸 스스로 말하고나서 다르게 비켜가는 비현실적인 영화이다. 민중봉기의 어려움을 촛불시위 수준으로 착각하고 있다고나 할까?

배역들은 정말 멋지다. 휴고 위빙은 얼굴도 나오지 못하는데도 목소리와 가면만으로 상당한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다. 브이의 알듯말듯한 개성은 다 그의 노력이다. 나탈리 포트만은 일부러 그렇게 보여주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본 그녀의 영화중 가장 여성스러운 헤어스타일로 아름답게 나오다가 머리를 잘려서 너무 안타깝다. 그 나이에 몸을 안아끼는 연기를 하다니 정말 대단한 배우다. 제대로 형사 연기를 해준 스테판 리 아저씨는 이상하게 내가 안보는 영화에만 나오다가 오랫만에 보여서 반가웠고, 방송국 PD 인 스테판 프라이는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해리포터 영화에서 나레이터도 했었네..)

ps.
이 영화는 영국의 역사적 인물을 소재로 하고 있고, 영국 만화를 원작에다가 배경도 영국이고, 배우들도 영국인이거나 영국식 영어를 쓰고 있다. 최근 해리포터 시리즈를 비롯해서 미국과 영국이 합작을 하거나 미국영화이면서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가 많아지고 있는데, 과연 이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 혹시 영국 느낌이라는건 미국 사람들이나 영연방 사람들에게 우리나라의 근현대사 드라마를 보듯이 아련한 추억같은 느낌이라도 있는것일까?

IMDB http://www.imdb.com/title/tt0434409/
Wikipedia http://en.wikipedia.org/wiki/V_for_Vendetta (원작)
http://en.wikipedia.org/wiki/V_for_Vendetta_%28film%29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