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와의 랑데부 (Rendezvous with Rama)


“라마와의 랑데부” 아서 클라크 지음 / 박상준 옮김 / 고려원미디어 / 1994년 5월 20일 초판 / 5,500원

세계 SF 3대 거장중 마지막 생존자(?)이셨던 아서 C 클라크 경이 3월 19일 돌아가셨습니다. ‘경’이라고 하니, 그의 소설에서 “최근엔 영국 사람들 중 기사작위 하나 안가진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라고 비꼰게 연상되는군요.  하지만 그는 정말 존경스러운 분이였습니다. 과학적이고 선견지명적인 아이디어를 소설에 담으려 노력했고, 실제로 수많은 글이 실제로 과학발전이나 다른 문학, 영화 발전에 영향을 주었죠. 그리고 그는 칼 세이건 교수님이나 스티븐 스필버그와도 호각을 다툴정도의 “외계인 매니아”였다는 점이 특징이기도 합니다. 그의 소설에는 유독 외계인이 지구인을 시험하거나 올바른 길로 이끌려는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지구와 접촉할 정도로 지적으로 발전한 존재가 지구인을 해할정도로 어리석거나 폭력적일리가 없다는게 그의 한결같은 주장이었죠. 그의 대표작인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도 그런 주제를 가지고 있었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라마와의 랑데부”도 비슷한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2130년 여름, 화성의 파수대 레이더에서 목성 궤도 바깥쪽에서 접근하는 소행성을 발견한다. 이 소행성은 31/439로 이름지어졌다. 이 소행성은 약 50킬로미터의 크기로, 시속 10만킬로미터의 속도로 태양계 안쪽을 향해 타원형으로 나아가 다시 태양계 바깥으로 빠져나갈 궤도인것으로 밝혀졌다. 소행성은 라마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고(미래엔 그리스와 로마신화 이름은 다 썼다고 한다…;; 센스짱.), 추가적인 관측으로 자연적인 천체로는 불가능한 4분도 안되는 빠른 자전속도를 가진것을 알게 되자 천문학자들은 일제히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탐사위성을 통해 거대한 외계의 물체임이 밝혀진다.

고속으로 움직이는 라마를 탐사하기에 적합한 우주선은 ‘엔데버’호밖에 없다는것이 판단되자, 모든 연료와 자원은 엔데버호에 지원되고, 엔데버호 선장 노턴의 지휘아래 급히 라마를 추격하게 된다. 노턴 선장은 현명했고, 부하들은 선장을 신뢰했으며 능력있고 창의적이고 용감했다.(어이쿠 이상저인 파티…) 그들은 라마의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발견하고, 거대하고 어두운 내부를 탐험한다. 내부는 공기가 가득했고, 자전으로 인한 인공중력이 있고,  원통형 벽은 땅과 얼어붙은 바다가 있었다.  그곳으로 내려가기 위해 원통의 뚜껑부분에 사다리와 계단이 있었고, 반대편 뚜껑부분에는 뿔모양의 물체들이 있었다.

라마가 태양에 가까워지자, 바다가 녹고 내부에 태양과 같은 조명이 들어온다. 그 후 라마에는 내부를 수리하거나 관리하는 로봇들이 만들어져 돌아다니고,  지구인들은 그것이 놀라워 하며 배를 만들거나 자전거 비행기로 탐험을 계속한다. 그러나 라마의 외계인은 찾을수가 없었고, 뉴욕이라 이름 지은곳에 복잡한 건물들에서 일부 유물들을 발견했을 뿐이었다. 라마가 태양에 아주 가까워지자, 겁을 먹은 헤르미안(지구에서 금성으로 이민해서 나라를 세운 사람들)이 핵무기를 라마로 쏘지만, 엔데버호 선원들의 기지로 핵미사일은 무력화 된다.

라마는 태양에 아주 가까워지자, 로봇들이 자취를 감추고 조명도 꺼지며 떠날 준비를 한다. 엔데버호 선원들이 떠나자 라마는 역장과 비슷한것을 발생시켜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빨아들인다음 가속을 하여 태양계를 벗어난다. 멀리 떨어진 탐사 위원회에서 정보를 듣던 칼리슬 페레라 박사는 “라마인들의 세계는 모든것이 3의 철학이다”라는 소리를 중얼거린다. (라마 내부의 에어록, 사다리, 계단, 조명, 로봇등 모든 구조는 3이나 3의 배수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말은 라마라는 우주선이 2대가 더 온다는 암시도 된다.)

James Ciomperlik's Rama
James Ciomperlik 이라는 3D 아티스트가 그린 라마의 내부 상상도

광할한 우주를 건너온 거대한 구조물, 그리고 그 안에 펼쳐지는 놀랄만한 스케일의 모습들, 외계의 철학이 담긴 앞선 기술, 그리고 그것을 하나하나 탐험해 나가는 탐사대원들이 보여주는 재미. 그리고 상상을 초월하는 결말과 여운. 그것이 바로 ‘라마와의 랑데부’의 재미라고 할수 있습니다.

이 소설은 1972년에 씌어졌는데, SF문학상의 큰 상인 휴고상, 네뷸러상, 쥬피터상을 다 휩쓸었습니다. 그리고 후속인 Rama II(1989) 와 The Garden of Rama (1991), Rama Revealed (1993)이 더 있습니다.  내용은 첫편에서 암시한것 처럼 70년후에 또하나의 라마가 지구를 향해 다가오고, 탐사대가 파견되는데 이러저러한 인간들의 욕심과 국가들의 충돌로 몇명이 라마에 남은채로 태양계를 떠나게 되고, 고생끝에 생존해서 우주인들의 부녀회같은 모임에  가게 된다는것으로 시작하는데요, 그 후부터는 다소 마음에 안들어서 읽다가 말았습니다. 소설 내에 인간의 악하고 처절한 모습이나 섹스에 대한 내용이 자주 표현되고, 특히 아서 C 클라크의 소설에서 꺼려지는 ‘지구인을 시험하고 내려다보는 신적 존재로서의 외계인’이 자주 묘사되었거든요. 개인적으로 1편으로 여운을 남기고 끝나는게 라마로서는 가장 좋은 마무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라마는 곧 영화화 된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발전된 특수효과와 멋진 배우들의 연기가 펼쳐질테니 무척 기대됩니다. 아서 C 클라크 경이 영화화 되는걸 못보고 돌아가시다니, 무척 안타깝군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참고
아서 C 클라크 – http://ko.wikipedia.org/wiki/아서_C._클라크
라마와의 랑데부 – http://en.wikipedia.org/wiki/Rendezvous_with_Rama

로스트 인 스페이스 (Lost In Space, 1998)

2058년 지구는 자원 고갈과 환경오염으로 미래가 없는 상태가 된다. 게다가 지구전복단이라는 테러리스트들에 지구는 혼란 상태이고, 우주개발 시설들은 계속 테러를 당한다. 그래서 쥬피터2호 우주선으로 10년간 우주를 날아 알파 프라임 행성에 도착한 다음, 하이퍼 드라이브 게이트를 만들어 지구인들을 이주시킬 계획을 세운다. 쥬피터 2호에는 존 로빈슨 교수와 그의 가족들(가족들도 다들 무슨 박사들이거나 꼬마천재들이다 -_-)과 조종사가 탑승할 계획이었으나, 조종사가 테러를 당해 전쟁 영웅인 웨스트 소령이 조종사를 대신한다.

하지만 지구전복단의 사주를 받은 탐사팀의 의사, 스미스 박사가 우주선내 로봇에게 로빈슨 가족을 죽일것을 프로그래밍하고, 그 자신도 지구전복단의 배신으로 우주선내에 기절한다. 우주선이 우주로 발진하고 가족들이 냉동된 상태일때 로봇은 공격을 가하고, 우주선의 항해시스템이 파괴되어 우주선은 태양으로 향하는 위기가 닥친다. 게이트가 완성되지 않은 채로 하이퍼 드라이브를 작동하는 것은 방향을 알수 없는 모험이지만, 존 로빈슨과 웨스트 소령은 어쩔 수 없이 하이퍼 드라이브를 가동시키고 낮선 우주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길을 찾던 쥬피터2호와 가족들은 또 다른 지구 우주선을 발견하고, 그 우주선이 훨씬 미래에 자신들을 구조하기 위해 추적해온 지구 우주선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거미형태의 외계생명체를 만나게 되고 전투를 벌인다. 그 과정에서 스미스가 거미에게 부상을 입고, 우주선이 폭발하면서 쥬피터2호는 근처 행성에 불시착한다. 그리고 다시 우주로 나가기 위해 보충하기 적당한 에너지원을 발견하고 존 로빈슨과 웨스트는 그곳으로 향한다. 그러나 그 장소에서 발견한것은 파괴된 쥬피터2호와 여성 가족들의 무덤,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나이든채 타임머신을 만들고 있던 막내 윌 로빈슨, 그리고 끔찍한 괴물로 변해버린 스미스였다. 결국 존 로빈슨은 지구를 정복하려는 스미스를 처치하고, 그를 제외한 가족들은 우주로 나가려다 파괴되어 가는 행성에서 충분한 출력을 얻지 못해 추락하고 만다. 아버지의 사랑을 확인한 나이먹은 윌은 존을 자신의 타임머신을 이용해 추락하기 전인 쥬피터2호로 돌려놓고, 존은 기지를 발휘에 가족들을 구한다. 다시 우주로 나간 쥬피터2호는 하이퍼 드라이브를 가동해 멀리 떠나간다.

로스트 인 스페이스는 1965년의 동명 TV시리즈를 극장판 영화로 리메이크 한것입니다. 최첨단 특수효과와 세련된 컴퓨터 그래픽으로 무장했지만 우주선 선내나 로봇등의 디자인(윌이 다시 만든 것)은 예전 TV시리즈 디자인을 상당히 재사용했고, 전체적인 스토리도 같다고 합니다. 60년대의 TV시리즈에서는 지구의 걱정거리가 인구과잉이지만, 90년대의 영화에서는 환경오염이라는 점도, 시대별 이슈를 간접적으로 알게 해줍니다. 시대에 맞게(?) 가족들을 위협하는 단체도, 적국의 정부 요원이 아닌 테러리스트로 바뀌었습니다. TV시리즈에서의 배경은 미래인(?) 1997년인데, 1998년에 영화로 다시 만들어진것도 참 흥미롭습니다.

이 영화는 따져보면 사실 문제가 많은 영화입니다. SF로는 너무 비과학적인 요소가 많고, 액션영화로서는 총질 몇번에 몸 던지기 몇번이 전부입니다. 가족 영화로는 타임머신과 많은 등장인물 덕분에 너무 복잡하죠. 그런것치고는 편집을 참 잘한 영화긴 하지만요. 가족이 모조리 모험을 하며 자신들의 문제를 가족으로서 해쳐나가는 너무나 미국취향 이야기이기도 하죠. 가족들이 전부 천재에 미남미녀라는것도 사기인데 몸짱 조종사까지 거기에 합류합니다. 지구 구원보다는 지네들끼리 천국 만들려고 작정한거죠.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좋아한 이유는 내용보다는 특수효과 때문입니다. 이 영화의 특수효과는 10년이 지난 지금 수준에서도 A급이라고 봐도 될만한 정도거든요. 이 영화는 90년대  헐리우드 특수효과의 총결산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미니어처 촬영, CG 합성, 원격 컨트롤 로봇, 의복과 세트, 풀 3D 캐릭터(외계인 원숭이 블랍), 괴물 분장 등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이 투입되었습니다. 특히 인체 냉동당시에 각종 센서가 체형에 맞게 펼쳐지는 장면이나 웨스트의 전투용 헬멧, 윌의 로봇 원격 조종 그래픽는 신문 같은데 많이 소개되었습니다. 블랍의 풀 3D캐릭터는 3D MAX로 만들어졌다고 해서 그래픽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꽤 유명했고, 하이퍼 드라이브를 할때 붕 떠 있는 캐릭터들 주변을 카메라가 도는 것은 비슷한 특수효과로 유명해진 매트릭스보다 1년 앞서서 선보인 특수효과였습니다.

배우들은 아버지 존 로빈슨 역에 “거미 여인의 키스”로 유명한 윌리엄 허트, 엄마 역엔 X파일에서 밉상인 여자 요원으로 나왔던 미미 로저스, 스미스 역으로는 악역 연기의 대가 개리 올드먼입니다. 개리 올드먼은 여기서도 참 치사하고 영악하고 쫌스럽고 반쯤 미친 악당으로 나오죠. 두 딸인 해더 그레이엄과 러시 처버트는 영화에서 무척 예쁜 10대였는데, 지금도 잘 컸더군요. 므흣. 막내인 윌역의 잭 존슨은 연기를 접고 클래식 음악 작곡을 한다고 합니다.

ps.
이 영화는 첫부분 로고를 안봐도 워너 브러더스의 영화라는 것을 알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웨스트 소령이 의료 담당인 주디 로빈슨에게 작업을 걸때, 창문에 손가락으로 그리는 그림들이 참 유치하게 벅스바니거든요. -_-; PG-13 등급에 맞춰서 웨스트 소령 머리에 물을 부어주고 끝내버리는 주디는 무척 아쉽습니다. ㅎㅎ

ps.
영화 처음부분에 웨스트 소령이 타고 나오는 전투기에서 B윙을 연상하고, 쥬피터2호가 폭발하는 행성을 탈출할때 밀레니엄 팰콘을 연상한건…스타워즈 매니아로서의 병인가요? 아니면 원작 드라마에서 루카스가 아이디어를 얻었나…

참고
http://www.imdb.com/title/tt0120738/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9088
http://en.wikipedia.org/wiki/Lost_in_Space_%28film%29

이보다 더 극한을 다룬 소설은 없을걸? 타우 제로 (Tau Zero, 1970)

타우제로 – 폴 앤더슨 / 천승세 역 / (주)나경문화 / 1992년 초판 / 5,600원
표지에서 포스가 느껴지는가? ^^;

항공기 엔진중에 램제트 엔진이라는게 있다. 일반적으로 항공기의 제트엔진이란 압축기를 이용해 공기를 압축하고, 거기에 연료를 분사해서 폭발시킨 힘으로 추진력을 얻는다. 하지만 일정 속력 이상의 고속 비행을 하면 공기의 압력덕분에 압축기가 없어도 엔진 앞부분에서 공기 압축이 일어나고, 거기에 바로 연료를 분사해 폭발시킬수 있다. 그 현상을 이용해 압축기가 없는 제트엔진이 바로 램제트 엔진이다.

바사드 램제트 엔진이라는 개념도 있다. 별과 별 사이를 이동하는 우주선은 수소를 핵융합해야 할정도로 강력한 엔진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수소가 필요하고, 그러면 더 큰 엔진이 필요하고, 더 큰 엔진은 더 많은 수소가 필요한 모순이 생긴다. 바사드 램제트 엔진이란, 일정 속력 이상의 고속 비행하는 우주선이 우주공간에 미세하게 흩어져 있는 수소를 거대한 수집장치로 모아서 압축하여 핵융합에 이용하는 엔진이다. 이룰수만 있다면 연료를 싣지 않고도 무한히 핵융합 반응을 일으킬수 있는 꿈의 엔진이다. 로버트 W 바사드라는 물리학자가 생각해냈고, 속력을 이용해 기체를 모아서 사용하는것이 램제트 엔진과 비슷하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타우제로는 그 바사드 램제트 엔진을 장착한 ‘레오노라 클리스티네’라는 이름의 우주 식민지 건설을 위한 우주선 이야기이다. 이 우주선은 최고의 승무원들과 기술자들, 과학자들, 그리고 그들을 위한 완벽한 시설을 갖추고 33광년 떨어진 처녀자리 베타성계를 향해 날아간다. 만약 도착해서 사람이 살기에 적당한 조건을 갖추면 지구로 돌아오지 않고 거기에서 자손을 번식시켜 제2의 지구를 꾸미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우주선에는 남녀 각각 25명씩, 총 50명이 탑승해있다.


이 별이다. 어라, Stellarium에는 35.55광년으로 나오네…

레오노라 클리스티네는 램제트 엔진을 이용해 광속을 향해 가속해 가며 우주선 내 시간으로 5년후에 목적지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1년후 발견하지 못한 작은 성운과 충돌하게 되고, 우주선의 감속장치가 고장난다. 감속 장치를 고치지 못하면 목적지에 도착하더라도 멈출수 없지만, 감속 장치를 고치려면 수소를 수집하는 보호역장을 끄고 선외로 나가야 한다. 그러나 보호역장을 끄면 우주에 떠 있는 분자들과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충돌해 우주선과 사람들은 순식간에 증발하게 된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게 된 레오노라 클리스티네호는 은하계를 돌아 더욱더 가속을 계속하며 진로를 4천만 광년 떨어진 처녀자리 국부 은하군으로 바꿔 완벽한 진공상태인 우주공간을 찾기 위해 방황하게 된다. 그러나 우주선의 시간으로 몇년, 우주시간으로 몇천만년후에 도착한 그곳은 그다지 진공상태가 아니었다. 우주선은 더욱 진공인 곳을 찾아 초은하단과 그 사이의 빈공간들을 찾아가 거의 백억년후 역추진 장치를 수리하게 된다.

그러나 이미 광속에 너무 가까워진 우주선은 우주선 앞에 존재하는 물질로는 충분히 감속을 할수 없게 된다. (초은하단의 물질만으로는 약간의 속도를 줄인채 다음의 빈공간에 들어가게 되고, 약간 감속된 상태로는 그 거대한 빈공간에서는 다음 초은하단까지 도달하려면 선내 시간으로 몇백년이 흐르게 되니 감속을 시작할수 없는 것이다. -_- 아 설명하기 어려워) 결국 우주선은 이번엔 반대로 물질이 더 풍부한 곳을 찾아 방황하게 되고 우주의 시간으로 수백억년이 흐른다. 그리고 우주는 수명을 다해 팽창을 멈추고 수축을 시작하게 된다. ‘레오노라 클리스티네’호는 우주가 수축을 해 다시 빅뱅을 일으키는 천지창조의 순간에 겨우 감속을 시작하게 되며, 새로 생성된 우주에서 안식처가 될 행성을 발견해 정착하게 된다.

이 정도로 소설의 내용을 정리해도 머리속이 지끈거리고 말도 안된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이러한 우주선의 항행이야기는 소설의 1/3도 되지 않는다. 가장 핵심이 되는 내용은 우주선내 50명의 인원이 가망없는 무한한 우주비행(속도에 의해 우주에서 격리되어 다른 시간흐름속에서 살게 되며, 지구는 이미 멸망하고 사라졌을 시간에도 멈추지 못하고 약속된 종착지 없이 달려나아가야 하는)에서 어떻게 갈등하고, 방황하고, 절망하고, 의지하고, 사랑하는지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은 우주선내에서 보안 담당인 레이몬트이며, 갈등이 더욱 커지는 후반부가 될수록 우주선내에서 정신적 지주가 되어간다. 우주선은 절대적인 민주주의 사회이나 위기가 닥칠때마다 레이몬트는 독재나 전체주의적 요소를 살짝 도입했다(이부분은 개인적으로 좀 마음에 안들기도 한다) 풀어주는 식으로 자신에게 미움을 향하도록 해 다른 사람들의 정신적 긴장을 유지시킨다. 이 소설의 다른 요소는 사랑이다. 인류의 새로운 식민지를 위해 50명밖에 안되는 남녀는 완전하게 유전자를 공유해야 하고, 그것은 결혼같은 종속적인 개념이 아닌 프리섹스를 의미한다. 그런 상태에서의 사랑과 갈등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뭐 지극히 미국적인 소설이랄까.

타우제로는 폴 앤더슨의 대표적인 ‘하드SF’로 꼽히는 소설이다. 폴 앤더슨은 일반인에게 쉽게 다가갈수 있는 소재, 독창적이고 재치있는 주제, 과학적으로 세밀한 표현의 소설을 많이 썼다.(본인이 SF를 늦게 접한 물리학자라서 그런것일지도)그의 작품은 단순 코믹 SF에서 어려운 하드 SF까지 범위도 참 넓다. 시간여행의 모순을 막기 위해 움직이는 타임패트롤 같은건 나중에 여러 매체에서 그의 아이디어를 우려먹었다.

타우제로는 현대 우주에 대한 이론을 집대성한 소설이기도 하다. 바사드 램제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항성의 노화,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우주, 빅뱅, 물질과 반물질등에 대한 수많은 이론이 소설에 녹아있다. 소설이 집필될 당시에는 알려지지 않은 초은하단과 그 사이의 빈공간인 보이드에 대해서도 클란과 암흑공간이라는 식으로 소설에 예측되어 있어 읽는 사람을 놀라게 한다. 정작 바사드 램제트에 필요한 수소의 밀도나 바사드 램제트의 광속까지의 가속능력에 대해서는 현재 점차 비관적인 연구만 나오고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우주선이 중간에 3G로 가속할때 실내에 필요한 1G말고 나머지 2G를 어떻게 없앴는지는 아주 두리뭉실 설명하고 넘어가는 등 논리적인 아쉬움도 있다.

ps.
레오노라 클리스티네
는 17세기 덴마크의 공주의 이름이다. 정치적인 이유로 오랜기간 감금 상태에서 버틴걸로 유명하다고 한다. 우주선에 이 이름을 붙인것은 등장인물들이 광속항행상태에서 오랜기간 감옥에 수감된듯한 인내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ps.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다. 간단하게 필요한 것만 이야기 하자면, 우주선이 광속에 접근할수록 우주선의 질량은 늘어나고, 우주선 내의 시간은 느리게 흘러간다. 하지만 질량은 무한대가 될수 없고, 질량이 무거워질수록 가속에 더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기 때문에, 우주선은 광속에 무한히 접근할수 있지만 광속과 같아질 수는 없다.

ps.
제목에서의 타우는 소설내에서 쓰인 개념으로, v(속도)의 제곱을 c(광속)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1을 뺀다음, 그것을 제곱근을 한 값이다. 쉽게 말해 타우가 100분의 1이면, 우주선이 100광년을 이동하는 동안 내부 탑승자는 1년이 지난것으로 느낀다. 우주선의 속도가 광속에 무한히 접근할수록 타우는 무한히 0에 접근한다. 즉, 타우 제로란 광속,극한을 뜻한다.

ps.
나는 이 책을 고1때 사 읽었다. 나름대로 과학소년이었기 때문에 상대성이론등 과학적인 부분은 잘 이해했다. 그러나 야한 장면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이번에 다시 읽어보니 당시에는 전혀 다른 뜻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_-;

참고
http://en.wikipedia.org/wiki/Tau_Zero

디워는 한국영화의 희망이 아니야. 전례일 뿐이지.

디빠니, 디까니, 진중권빠니, 평론가니 충무로니 하는 헛소리들은 다 저리 치워버리자. 무슨 이념이나 정치토론도 아니고 너무 배가 산으로 간 의미없는 싸움일뿐이다. 디워만 보자.

팩트만 나열해 보자면, 디워는 한국 극장가에서 대박을 터트렸다. (제작비 대비 대박인지 중박인지는 논란이 있지만.) 그리고 세계시장에서는 쪽박을 찼으며, 2차 미디어 시장에서 폐자부활전을 노리고 있다. 한국 극장가에서 성공한 이유는 여러 분석이 있지만, 실제 설문조사에 의하면 방학 가족영화를 보러 간 관객이 수가 가장 많다는 결과가 나온적 있다. 그리고 디워의 특수효과에 대해서는 훌륭하다는 평이 많지만(개인적으로 고르지 못한 퀄리티는 불만이 많다), 영화적인 스토리 진행이나 편집에 대해서는 대부분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일단 바닥 깔기고, 내 생각을 쓰자면.

희망이고 뭐고 웃기는 소리다.

디워가 한국 영화계에 준 교훈은 단 하나, “방학용 가족영화를 만들어라!”이다. 우리나라 영화계는 소비성향이 가장 강한 20대나 30대초 학생or커플들을 노리고 그동안 스타를 이용한 조폭, 코믹, 멜로 등 한정된 소재만 재생산해왔다. 나이 지긋한 어른들이나, 애들 데리고 다녀야 하는 부모들이 함께 즐길만한 영화는 무시해왔다. 그런 욕구불만족이 몇년간 쌓이고 쌓여 드디어 터진게 디워다. 각종 앙케이트나 설문조사 결과, 여러 정황이 이를 증명한다.

디워처럼 ‘스토리 단순하고 볼거리 많은 영화가 세계시장에서 먹힌다’는 명제 자체는 동의한다. 하지만 이건 위험한 발상이다. 헐리우드는 디워보다 돈 많이 들이고, 디워보다 볼거리 많고, 디워보다 블럭버스터 더 많이 만들어본 제작진에 의해 일년에 백개의 영화를 만들어 그중 30개를 성공시킨다. 우리는 그 규모를 따라갈수 없다. 돈을 들여도 경험과 노하우도 부족하고 마케팅에서 치여버린다. 기본적으로 그런 돈 들인 영화 10개 만들어 헐리우드와 같은 비율로 3개 성공시킨다 했을때 나머지 7개에 의해 우리나라 영화사나 투자가들 절반은 망해버릴거다. 그리고 그전에 중저가(?) 영화들은 투자할 돈이 모자라게 된다. 홍콩영화들도 한때는 헐리우드를 추격할정도로 기세가 등등했지만, 지금은 망해버렸다. 알려진 이유는 스타시스템 의존도나 지나친 코믹영화/폭력영화 일색등 여러가지지만 그 중 하나는 시장을 확대하려다 커진 투자를 관리 못한 요인도 있다. 무엇보다 ‘헐리우드스러운 영화’를 만들 요량이면 헐리우드에 투자하지 누가 한국 충무로에 투자하냐?

그렇지 않고 ‘스토리보다 볼거리에 치중한 영화’가 돈을 좀 덜들이거나 기술을 좀 덜들이면? 그 전례가 바로 디워다. 디워의 미국시장 결과. 그게 바로 ‘헐리우드에 비해’ 애매한 투자, 애매한 기술, 애매한 노하우, 애매한 완성도에 의해 이루어진 결과일뿐이다. 디워 수준인거 10개 만들어봐야 양놈 동네에서는 자기네들을 따라올려고 하는 영화수준으로 보지, 절대로 트랜스포머 수준으로 안봐준다. 특급 블럭버스터들이 난립하는 대목에 같이 틀면 피보는 영화, 볼거 없거나 시간 안맞을때 보는 영화. 그렇다고 미국이 블럭버스터 빼면 영화 없는것도 아니다. 풍부한 B급 영화들과 틈새시장 마케팅이 경쟁상대로 포진하고 있다. 영국 영화도 그 시장에서 어느정도 장사 잘하고 있다.

돈이나 시스템이 경쟁이 안되는 상황에서 무리한 희망 운운하며 뱁새가 황새 흉내내려고 하는 짓은 경계해야 한다. 우리가 제작 시스템이 뱁새 수준이라는 건 디워 스스로도 증명한다. 제작에 7년인지 6년인지 걸렸다는데, 헐리우드에서는 대부분 1~3년이면 블럭버스터를 만든다. 반지의 제왕 3부작이 6년인가 걸린걸로 알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멀리 보고 꾸준히 제작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점차 시장과 제작/투자/마케팅 여건을 동시에 키우는 것이다. 돈과 몸이 안되면 머리라도 굴려서 작품성이 뛰어나거나 참신한, 혹은 기획이 잘된 영화를 만들어 세계 영화제에서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다. 홍콩 영화는 예전 같지 않지만, 몇몇 홍콩 영화의 작품성과 참신함은 서양이든 동양이든 모든 사람들에게 홍콩영화만의 색채로 기억되어 있다. 매트릭스가 홍콩영화의 제자라는 점은 누구나 알것이다.

ps.
많은 디워팬들이 작품성은 중요하지 않다는 글을 써대는데, 난 작품성이 있으면 ‘더 좋다’고 본다. ‘선생 김봉두’처럼 마지막에 질질 짜게 만드는 억지 감동의 작품성이 아니라, 영화를 보고나서 ‘다시 생각해보니 좀 남는게 있네’싶은 정도의 작품성 말이다. 작품성과 볼거리, 흥행성은 절대 양립할수 없는 요소들이 아니다. 로보캅이나 블레이드러너나 에일리언이나 기타 등등 수많은 SF가 볼거리 외에도 작품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그렇게 여러면에서 잘 만드는게 ‘어려운 것’ 뿐이다.

그리고 한마디 더 하는데, 디워는 작품성이 아니라 완성도가 글러먹은 거야.

작품성(作品性) [명사]작품에 나타난 작가의 창조적 개성.

완성도(完成度)[명사]어떤 일이나 예술 작품 따위가 질적으로 완성된 정도.

콘택트 (Contact, 1997)

엘리는 홀아버지에게 창의적인 교육을 받으며 자라지만,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일찍 죽게 된다. 아버지와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천문학자가 된 엘리. 하지만 천문학은 드럼린같이 정치적 수완이 뛰어난 자나 인기있는 연구를 하는 학자만이 생존할수 있었고, 엘리같이 SETI프로그램을 하는 학자는 예산과 장비문제에 계속 시달려야 했다. 엘리는 해든이라는 모습을 숨긴 사람에게서 겨우 예산을 얻어 연구를 계속한다.

그러던중 엘리는 베가성에서 오는 신호를 접하게 되고, 그녀와 그의 연구팀은 그 신호에 인류가 처음 내보낸 “히틀러의 올림픽 연설”TV장면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신호에서 알수 없는 기호들을 분리해낸다. 해든의 도움으로 그 기호를 해석한 결과, 회전하는 고리들이 달린 거대한 장치였고, 운송장치 같은것으로 추정하게 된다.

세계 각국의 지원으로 운송장치를 완성하게 되었으나, 탑승자는 인기위주의 정책을 펼친 드럼린이 선정된다. 그러나 드럼린은 기계장치와 함께, 광신주의자의 테러로 폭발하게 된다. 엘리는 해든에게 일본이 건설한 또다른 장치가 있다는 것을 전해 듣고, 거기에 탑승하게 된다.

엘리는 장치를 통해 우주의 장대한 거리를 뛰어넘어 아버지의 모습을 한 외계인과 짧은 만남을 갖게 된다. 그러나 돌아온 엘리에게 돌아오는건 차가운 시선뿐. 그도 그럴것이, 외부에서 보기에 장치는 1초도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엘리와 배후 인물인 해든은 사람들에게 사기꾼으로 지목되게 되고, 엘리의 주장은 먹히지 않는다. 그러나 정작 엘리를 몰아세운 정부는 엘리가 찍어온 노이즈 밖에 기록되지 않은 영상이 18시간짜리라는 것을 숨기고 있었다.

콘택트는 그 유명한 천문학자이자 외계생물학자이자, 우주에 대한 진취적인 철학을 가지고 있던 칼 세이건 박사가 쓴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그가 영화 각색에도 참여했고 영화 개봉하기 몇달전에 죽었기 때문에 그의 유작으로 불립니다. 실제로 그는 SETI의 열렬한 후원자였고, 엘리만큼 무신론자였으며, 영화에 나오는 많은 내용이 그가 자신의 주장을 설명할때 쓰던 문장입니다. 그리고 그가 바라던 ‘인류의 느리고 꾸준한 성숙을 기다리는’ 지적인 외계인과도 만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엘리를 은근히 뒷바라지 하던 늙은 과학자인 해든이 그가 실제로 하고 싶었던 역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면에서 아서 클라크와 일맥 통하는 면이 있지만, 아서 클라크의 작품은 SF로서의 가치는 더 훌륭한 반면, 외계인이 인류를 아래에 두고 시험/실험하는 듯한 내용이 많아서 좀 거북한 면이 있습니다. 표현방식도 칼 세이건쪽이 좀더 순수하고 철학적이죠.)

하지만 그런면과는 반대로 영화는 엘리라는 순수하고 지적인 과학자의 입장에서 보는 모순적인 세상을 표현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합니다. 엘리의 아버지가 죽었을때 신의 뜻이라는 말밖에 못해주는 목사와, 그녀의 연구비나 깍아먹고 인기나 올리는 상사, 미국의 파워의 양면, 한심한 민주주의적 선발방식과 신을 믿지 않고 과학만 신봉한다고 선발에서 탈락하는 모습, 또 다른 믿음을 가진 사내의 테러 등 아주 많지요. 우주의 신호를 발견했다고 전파망원경(VLA) 근처로 모여든 군중들은 인류의 지저분함, 어리석음, 맹목적이면서 숫적으로 민주주의를 이용하는 인류의 어두운 면을 대변합니다. 칼 세이건이 과학자로 살아오면서 질려버린 것을 죄다 풀어놓은 듯합니다. 아빠 외계인은 그걸 흥미로운 면이고 악몽일뿐이라고 넘어가버리고 끝나지만. 하지만 그런 표현덕분에 SETI의 어려움이 알려졌고, 이 영화로 인해 많은 도움을 받은것도 사실이죠.

이 영화는 볼거리가 많은 영화입니다. 지적으로 보이는 금발 미녀가 VLA를 배경으로 피크닉하듯 연구를 하는 장면이나, 알레시보 전파망원경, 거대한 외계 기계, 웜홀 통과등의 CG등. 총쏘고 몸던지는 영화가 아니면서 이정도 볼거리가 많은 SF영화도 흔치 않지요. 게다가 한창 원숙하면서 아직 늙지 않은 30대 중반의 조디 포스터가 연구/우주탐사까지 원맨쇼를 펼칩니다. 느끼함이 절정이었던 시기의 매튜 맥커너히, 그리고 조연으로 잔뼈가 굵은 데이비드 모스와 윌리엄 피쳐 등 유명한 사람들도 줄줄이 나옵니다. 감독은 말이 필요없는 로버트 저메키스.

영화를 처음 봤을때가 제가 한 생각은, “역시 여행갈땐 시계를 꼭 차고 가야지”였습니다. 그러면 엘리에게 증거가 하나 생기는데 말이죠. 전자적인 교란이 없을 아날로그 테엽시계로.

ps. 가장 유명한 대사는 “우리 밖에 없다면 이 넓은 우주공간은 낭비다”입니다. 그리고 “별의 수 x 별에 행성이 존재할 확률 x 행성에 생명이 존재할 확률 x 생명에서 문명이 진화할 확률”이라는 고전적인 이야기도 과학연구를 관객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나옵니다. ㅋㅋ 사실은 거기에 “x 생명이 운석이나 우주적 재앙에 멸망하지 않을 확률 x 문명이 자멸하지 않을 확률 x 문명이 외계에 관심을 갖게 되어 연락해 올 확률 x 전파가 올때 하필 우연히 우리 안테너가 그쪽을 향했을 확률 x 피곤한 과학자가 그걸 노이즈로 오해하고 지나치지 않을 확률”을 곱해야 하지만요……

ps. 스필버그의 팬으로써, 그가 이 영화를 연출했다면 어땠을까 상상하곤 합니다. 아마 그였다면, 미스테리한 장면을 좀더 넣으며 조명 화끈하게 때려줬을테고, 정부의 음모로 중간 내내 떼우고, 엘리가 우주에서 (사실은 외계인 이었던) 아버지와 함께 행복하게 살며 끝나지 않았을까요? ㅋㅋㅋ

IMDB http://www.imdb.com/title/tt0118884/
Wikipedia http://en.wikipedia.org/wiki/Contact_%28film%29
위키피디아 한글 http://ko.wikipedia.org/wiki/%EC%BD%98%ED%83%9D%ED%8A%B8_%28%EC%98%81%ED%99%94%29
공식 사이트 http://contact-themovie.warnerbros.com/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The Moon Is a Harsh Mistress)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 로버트 A. 하인라인 / 임창성 옮김 / 도서출판 잎새 / 1992년 7월 12일 1쇄

내가 고등학생이었던 92,93년때 갑자기 해외 SF소설들이 많이 출간되기 시작했다. 덕분에 많은 걸작 SF들을 읽을 수 있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소설이 바로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이다. “여름으로 가는 문”등으로 유명하고 “스타쉽 트루퍼스”영화의 원작자로 유명한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소설이다. 500페이지나 되는 두꺼운 이 책을 6500원에 사서 읽던 날, 나는 밤을 새서 이튿날 고생해야 했고, 그후로 그 감동을 다시 얻고 싶어서 여러번 더 읽었다.

소설은 마치 호주처럼 죄인들이 달로 보내어져 달 세계가 개척되고, 세계연방에 의해 식민통치되며, 과잉 인구에 의해 식량이 부족한 지구를 향해 자력 사출기로 식량이 수출되던 그런 2075년의 달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달세계 컴퓨터 기사인 마뉴엘은 정부청사내의 중앙 컴퓨터의 수리기사 역할을 하고 있다. 그에게는 남들이 모르는 비밀이 있는데, 바로 정부청사의 컴퓨터가 살아서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마이크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이 컴퓨터는 인간의 문학과 유머에 관심을 가지고 주인공을 귀찮게 하는 친구가 된다. 주인공은 항의 집회에서 집회 발언자중 하나인 와이오밍이라는 미모의 여성을 알게 되었지만 행정부 소속 경호원들이 집회를 진압하자 탈출하게 된다. 주인공과 와이오밍, 그리고 그의 스승인 베르나르도 데 라 파스 교수, 이 세사람은 도피도중 컴퓨터 마이크를 알게 되고, 그로부터 7년후에 달세계가 식량수출에 의한 유기물 부족으로 식품폭동이 일어날것이라는 예측 계산을 얻어낸다. 세사람은 이를 막기 위해 세계연방으로부터 독립하는 혁명을 계획하고 마이크의 능력을 이용하여 조직을 불리고, 자금을 모으며, 행정부를 속인다. 주인공 마뉴엘은 마이크와 우정을 나누며, 그를 혁명의 지도자로, 또는 자신의 대리인으로, 동료로서 함께하고, 마침내 달세계 행정부를 무너트리고 독립을 선언한다. 그리고 독립선언을 무효화하기 위한 세계연방과의 전쟁을 치루게 되고, 끝내 성공하지만 대통령에 당선된 교수는 고생끝에 죽고, 마이크는 폭격을 당해 외부와의 연결을 잃어버리자 자아을 상실하고 일반적인 컴퓨터로 돌아가게 된다. 마뉴엘는 마이크의 어설픈 유머를 그리워하면서 소설은 끝난다.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은 미래 달세계(환경에 의해 생긴 가족제도, 인간의 습성, 관습등의 사회요소와 기술)와 사람들의 심리, 그리고 혁명이론, 엔지니어링, 천체물리, 인공지능 컴퓨터와 컴퓨터 네트워크에 의존하게 된 인간사회에 대한 치밀한 예상이 담겨 있는 소설이다. 마뉴엘이라는 똑똑하지만 권위적이지 않은 적절한 인물에 의해 표현되는 달세계는, 방대하고 지구와 전혀 다르면서도 쉽게 독자들에게 다가오게 하는 매력이 있다. 마치 어려운 추리과정을 왓슨박사에 의해 쉽게 풀이되는 셜록홈즈 소설처럼 말이다. (소설에서도 셜록홈즈에 대한 언급이 자주 나온다)

60년대 소설이기 때문에 시대적인 한계가 있기는 있다. 컴퓨터 네트워크라고는 인터넷이 아닌 전화선뿐이고, 지금처럼 수많은 서버가 아닌 마이크 혼자 모든걸 관장하며, 컴퓨터의 프로그램 입력은 천공 타이프를 해서 읽게 하는 방식으로 묘사된다. 마이크가 책을 읽는것도 전자책이 아닌 책을 도서관에서 꺼내서 페이지 넘겨가며 스캔하는 방식이다. 놀라운것은 아날로그적인 몇가지 묘사를 제외하고는 과학과 기술이 훨씬 발달한 현재 읽어도 전혀 어색하거나 유치하지 않다는 점이다. 지구에 곡물을 수출하는 강철통을 마이크가 컨트롤해서 미국의 경도와 위도가 만나는 격자선에 전략 폭격을 가하는 장면에서는 요즘의 밀리터리 스릴러를 읽어도 느낄수 없는 전률이 느껴지기도 한다.(마이크도 그 장면에서 오르가즘의 의미를 알았다느니 떠들어서 주인공을 난처하게 만들기도 한다)

마이크는 ‘멍청이가 아닌 친구’를 얻어 자신이 만든 유머를 보여주고 싶어했다. 여러분은 멍청이가 아닌가? 아니라면 한번 이 소설을 도서관에서라도 찾아서(절판된지 오래라 서점에는 없다) 마이크의 유머 친구가 되어 보기 바란다. 유쾌하면서도 외롭고 공평한 비평가인 그는 당신을 반겨줄것이다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wiki/The_Moon_Is_a_Harsh_Mistress

미지와의 조우 (Close Encounters of the Third Kind, 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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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단순 고용인이 아닌, 자신의 작품을 만들수 있는 위치에 있는 거장 영화감독에게는 한두개정도 자신의 자아를 표현한 듯한 영화가 있다. 예를 들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붉은 돼지”같은것 말이다. 스필버그에게 그런것을 찾는다면, 바로 ‘미지와의 조우’이다. ‘미지와의 조우’는 ‘죠스’의 대성공을 바탕으로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동원해서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든 경우였다. 영화사에 시나리오를 보여줄때도 당시 꺼려지던 장르인 SF인걸 속여서 관철시킬 정도 였고, 시나리오 작가들이 다듬은 시나리오도 스필버그 자신이 도로 다시 썼으며, 촬영때도 실내 스튜디오에서 철저한 보안속에 촬영을 했다. 나중에 시일과 예산문제로 자신이 원하는데로 편집하지 못하고 개봉한 것을 아쉬워해, 감독판이나 스페셜 판, DVD울티메이트판 등으로 여러번 편집을 교정해서 내놓기도 했다. 영화의 내용은 그 자신이 어렸을때 만들었던 UFO 단편 영화에 뿌리를 두고 있고, 나중에 만들어진 ‘ET’나 ‘테이큰’도 결국 이 ‘미지와의 조우’의 변주곡에 해당할정도로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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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수리공인 로이는 가정에서 정신없는 아이들에게 치이고, 살림살이에 힘든 아내에게 구박당하는 힘없는 남편이다. 그는 어느날밤 정전 소식에 차를 타고 수리를 갔다가 강력한 빛에 휩싸여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빛을 내는 UFO들은 그날 그 도시에 대규모 정전을 일으키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다. 로이는 그날 이후 무언가의 강한 이미지에 홀려 계속 탑같은걸 만들려 하고, 그의 변화에 두려운 가족들은 친정으로 떠나버리는 등 문제가 심각해진다. 로이는 때때로 정신을 차려 가정을 되돌리려 하지만 역부족. 한편 로이와 같이 UFO를 구경했던 싱글맘 질리언도 같은 이미지에 시달린다.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UFO와 함께 자신의 아기까지 사라진다. 이 둘은 그 탑 이지미가 와이오밍주의 데빌스타워 라는 산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곳을 향한다.
그러나 이미 그곳은 정부가 외계인을 만나기 위해, 가짜 가스 누출 사고를 일으켜 주민들을 몰아낸 후였다. 로이와 질리언은 그곳에 도달하지만 끝내 군부대에 잡히고 만다. 그곳에서 만난 랑콤 박사는 그들이 진짜 외계인에게 초대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지만, 정부가 하는 일을 되돌릴수는 없다. 로이와 질리언은 끝내 그곳을 탈출하고, 군부대에게서 도망치며 겨우 산정상을 넘는다. 그곳에서는 UFO와 정부측 기지가 접촉을 하고 있었고, 화려한 외계인들의 모습들 사이로 납치된지 수십년된 사람들이 그때 그 모습으로 되돌아 온다. 질리언은 자신의 아이를 찾고, 로이는 정부측에서 선발된 특수요원들을 제치고 외계인들에게 선택되 아름다운 우주선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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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처음에 주인공 로이 니어리의 가정문제(아버지로서의 권위가 문제되는 스필버그식 가정)로 시작해서, 그가 빛나는 UFO를 만나 매달리면서 가정이 깨지는 장면을 마치 긴급출동 SOS처럼 가까이에서 자세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외계인을 위해 국민들의 기본권을 당연하다는듯이 침해하는 정부와 군, 그 거짓에 쉽게 휩쓸리는 국민들, 그와중에 진실을 추구하는 주인공과 여주인공(납치된 아기 엄마)의 모습등은 이후 많은 미스테리 영화의 클레셰로 재활용된다. 그리고 스필버그가 특수효과 담당에게 “빛으로 가득찬 도시”라고 주문했던 마지막 하이라이트 UFO의 모습과 정부측과 외계인의 음악 교류는 정말 몽환같고 다른 세상 풍경인것처럼 아름답게 영화를 마무리한다. 특히 인간과 외계인이 음악을 주고 받으며 통신하다가 합주를 하는 모습은 마치 Electric Dreams 에서 여주인공과 컴퓨터가 음악을 주고 받다가 합주하며 사랑이 싹트는 장면처럼 멋지고 감동적이라 할수 있다.

‘미지와의 조우’라는 한글 제목은 영화의 신비감, 즉 미지의 요소와 만난다는 내용을 반영하고 있지만, 원제를 전부 살리고 있지는 못하다. 원제의 ‘Close Encounters of the Third Kind’를 번역하면 ‘세번째 종류의 근접 조우’인데, 첫번째가 목격이고, 두번째가 증거입수, 세번째가 직접 대면이라는 미스테리나 UFO현상등의 분석에 쓰이는 사건 프로세스를 가르키는 용어이다.

‘미지와의 조우’는 스필버그가 ‘죠스’의 성공으로 최고의 기대주일때 제작되었기 때문에, 당시 망해가던 컬럼비아 영화사로서도 2천만 달러라는 거액을 극장가에서 선매방식으로 끌여들여 제공했고,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등의 특수효과를 맏은 더글라스 트럼벨등의 스텝들과 제작 전반에 대한 재량권을 감독 스스로가 휘두를수 있었다. 신비롭고 강렬한 음악에는 조스와 함께 유명해진 존 윌리암스가 맡았다.

주연 배우는 ‘죠스’부터 ‘영혼은 그대 곁에(올웨이즈)’등에서 후에 스필버그와 함께하는 리처드 드레이퍼스, 그리고 정부측 지휘자로 프랑스인 박사 역을 맡는 프랑스와 트뤼포(이 사람, 작가, 감독, 배우, 제작등을 상당히 많이한 유명한 프랑스 사람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84년에 죽었다.)가 연기했다. 배우들도 스필버그가 평소에 맘에 두던 사람들 모아 놓고 찍은 티가 난다고나 할까…

이 영화를 보면, 스필버그가 단순히 오락영화의 귀재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고 그것으로 부터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주제와 아름다움을 어떻게 이끌어가는지 알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단순히 특수효과 잘써서 눈요기만 잘 보여주는 감독(심모씨 같은)이 아니라 쉰들러리스트 같은 무게있는 영화부터 인디아나존스 같은 한없이 가벼운 영화까지 폭넓은 영화를 만들면서, 꾸준히 깊이 있는 캐릭터 표현과 독창적인 소재를 추구하고, 그 둘 사이에 끈끈한 이어짐을 잘 그려냈던 감독이다. 그의 대표작 ‘미지와의 조우’는 그의 영화 가운데 내가 가장 좋아했고 가장 먼저 감상문을 쓰는 영화이다.

IMDB http://www.imdb.com/title/tt0075860/
Wikipedia http://en.wikipedia.org/wiki/Close_Encounters_of_the_Third_Kind

D-War의 마음에 안드는 점

30d3b248D-War의 홍보 동영상에 이런 멘트가 나온다.

“대한민국 SF의 시작”

D-War는 SF(Science Fiction, Sci-Fi, 과학소설)장르가 아니다. 괴수영화, 환타지 액션, 재난 영화이다. 과학소설은 과학을 주제로 한 소설이며, 소설가 복거일씨는 “과학소설은 과학이 사람의 삶과 문명에 영향을 미치는 모습을 다루는 소설”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복거일씨의 영어 공용화 주장따위는 맘에 안들지만) 우리가 흔히 SF를 공상과학소설이라고 잘못 번역하여 비현실적인 소설이나 영화를 모조리 SF라고 하는 것은 다소 잘못된 것이다.

그런식으로 치면 “괴물”도 SF이고, 단군신화까지 SF다. D-War보다는 오히려 그 어설펐던 영화 ‘네츄럴 시티’나 ‘건축무한육각면체의 비밀’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 소재만으로는 SF에 더 가깝다.

SF는 특수 효과를 뜻하는 SFX(Special Effects)와도 구별지어야 한다. SFX만 사용하면 SF라고 홍보하는 영화계 관행도 있는 듯하다.

아직 한국영화에는 제대로 된 SF영화는 커녕 IT강국으로서 IT소재의 영화도 하나 제대로 없었다. 그런 상태에서 괴수영화나 재난영화에 해당하는 영화를 ‘대한민국 SF의 시작’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다.

어째튼 심형래씨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D-War가 성공하여 우리나라 영화계의 또 다른 도약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며, SF에 대한 잘못된 정의를 사용하는 관행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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